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524)
1525. 광명승천도
천마신교에 도착했다.
거의 1년 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왔으나 변한 건 없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장담하는데 이 세계는 10년이 지나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변해 있군.’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이 엿보인다. 천마신교와 무림맹의 전쟁이 육박했기 때문이다.
무인이라면 모를까. 일반인 중에서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
천마신교에 귀환한 나는 적멸대 본부로 갔다.
적멸대원들이 보인다. 저번에 봤을 때는 어딘가 풀려 있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에게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일부는 연무장에서 가볍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막내가 왔군!”
“임무는 잘 끝냈냐?”
“적멸대에 들어오고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전쟁이라… 막내 운명도 기구하군. 뭐, 적멸대원이 다 그렇지.”
적멸대원들이 나를 보고 한 마디씩 말했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어도 이전에 몇 번 대화를 나눴던 이들이었다. 나는 귀찮음이 가득한 속내를 숨기면서 그들을 상대해 주었다.
“임무는 실패했습니다. 기장사를 포섭하는 임무였는데 기장사가 제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결국에는 기장사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무에 대해서 설명했다. 적멸대원들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섭 임무… 쉽지 않은 임무지.”
“무지한 자들은 천마신교를 악의 소굴, 인세의 지옥으로 생각하더라.”
“옛날 생각나네. 나는 포섭 대상을 납치해서 신교로 데려왔었지. 덕분에 대주한테서 한 소리 들었어.”
적멸대원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다. 나는 그들의 말을 적당히 흘려듣다가 물었다.
“오봉 님이 안 보이시는군요. 임무에 나갔습니까?”
적멸대 6조장 오봉. 내 직속 상사라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오봉 님은 임무에 나갔다. 무림맹과 관련된 임무라더군.”
“그러고 보니, 막내가 종남산에서 오지 않았나? 종남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변명은 당연히 준비해 뒀다.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한 남자가 인파를 뚫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6조원 염구석! 대주께서 부르신다! 지금 당장 대주실로 가보도록!”
나를 감쌌던 인파가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졌다. 나는 그 길로 바로 대주실로 향했다.
적멸대주(寂滅隊主) 적란암귀(赤鸞唵鬼) 신가겸. 붉은 머리의 남자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근육질의 거대한 몸과 흉터투성이의 얼굴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적멸대 6조 염구석! 지금 귀환했습니다!”
“왔나? 고생했다. 임무는 어땠나?”
“임무 대상 황소동은 제안을 거절하였기에 처리했습니다. 그의 가족을 죽이고 대장간을 불태웠습니다.”
“일 처리는 확실해서 좋군. 지금 무림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들었습니다.”
“전쟁은 시작됐다. 당장 오늘 무림맹 놈들이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놈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시작합니까? 정파라 거들먹거리는 놈들이 정의가 없군요.”
“무림맹은 우리가 먼저 종남파를 공격했다고 떠벌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여론에 휩쓸려 모든 잘못이 신교에 있다고 믿더군. 무지한 것들이다.”
“저는 무림맹 쓰레기들을 쳐죽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강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멸대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포함해 적멸대의 그 누구도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에 앞서 의문이 있다. 종남파 습격 사건. 무림맹은 신교가 종남파를 공격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신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너는 그때 임무로 인해 종남산 근처 도시로 파견되었지.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나?”
여기서 대답을 망설이거나 숨기는 기색을 보여선 안 된다. 최악의 경우 나를 무림맹으로 팔아넘기면 전쟁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희박한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지만,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내게 좋지 않았다.
“그때 마침 저는 종남시에 있었습니다. 종남파의 종남의천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할 목적이었습니다.”
“호오. 종남의천제는 구경했나?”
“못했습니다. 종남파에 들어가기 전에 요괴들이 습격했습니다.”
적멸대주가 등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을 텐데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게 아니면 정보를 비교하려는 목적이거나.
나는 나찰녀와 미리 맞춰놓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요괴는 몇 마리였지? 수준은 어떻고?”
“요괴의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백은 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수준은 제법 뛰어났습니다. 최소 출지에서 오기에 이른 요괴도 간간이 있었습니다.”
“너는 요괴와 싸우지 않았나?”
“제 정체를 들킬 수는 없었기에 조용히 숨어서 지켜봤습니다. 종남파 무인과 요괴들의 전투가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요괴들이 사람을 일방적으로 학살했으나, 시간이 지나니 종남파의 무인들이 요괴 대부분을 토벌했습니다. 살아남은 요괴들은 도시 밖으로 달아난 것을 봤습니다.”
“그게 전부였나? 요괴들에게 뭔가 특이한 것들은 없었나?”
“…누군가가 술법으로 요괴들을 지원하는 것 같긴 했습니다. 술법에 관해선 문외한인 인지라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술법사라. 종남시에도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을 테니 요괴가 습격하려면 당연히 결계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한 놈들은 평범한 놈들이 아니로군. 종남파를 신교인이 습격했다는 말이 있다. 그 신교인을 봤나?”
“종남시에 숨어 있었기에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농밀한 마기는 느꼈습니다.”
“마기가 종남파 아래의 도시까지 느껴졌다고?”
적멸대주가 놀란 듯 두 눈을 치떴다.
천마신공을 사용한 당사자인 나는 천마기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잘 모른다. 다만, 나찰녀의 말로는 섬뜩한 마기의 존재감을 일반인들이 느꼈다고 한다. 무림맹이 천마신교의 짓으로 확신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느꼈습니다. 엄청난 마기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마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천마께서….”
“그만!”
적멸대주의 기세가 터졌다.
나는 압도 당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건 연기가 아니었다. 적멸대주의 힘에 실제로 한순간 압도당한 것이다.
‘…적멸대주의 힘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적멸대주 신가겸은 최소 삼정 5단 이상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라는 말이 있다. 그것도 꽤 오래된 말이다. 지금에 와서는 삼정 그다음의 경지인 조화(造化)를 엿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적멸대주는 한숨을 쉬며 기세를 갈무리했다.
“미안하군. 잠깐 욱했다. 천마께선 항상 신교에 머물고 계신다. 종남에 천마께서 가셨을 리 없다. 가실 이유도 없다. 그리고 설령 천마께서 가셨다면… 종남은 사라졌을 것이다.”
“무례한 질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뭐냐?”
“천마께선 왜 활동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천마께선 만상의 경지에 오를 준비를 하고 계시다. 천마궁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 그분께 의문은 갖지 마라. 우리는 그저 그분을 따르면 된다. 그분은 만만의 지존이시다.”
적멸대주가 말한다. 천마를 찬양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한점의 미혹도 없었다.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인경(人境).
인간의 일곱 개의 경지.
입식(入式), 출지(出志), 오기(五氣) 삼정(三頂), 조화(造化), 만상(萬象), 등선(登仙).
만상은 조화경을 넘어선 경지다. 만상은 사실상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 보면 된다. 등선의 경지에 오른 순간 인간이 아닌 선인으로 환골탈태하여 선계로 올라가니까.
‘원작과 같다면 지금 천마는 병에 걸려 골골거리고 있다.’
원작과 달리 선협 배경이니 병이 아닐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당대 천마인 천성진이 천마신교의 중요 인물들을 제외하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멸대주는 천마의 상태를 알고 있다. 천유운 또한 천마의 상태를 알고 있겠지.’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몇십 년간 무림은 지나치게 평화로웠다. 슬슬 피바람이 불때가 됐다. 제국, 천마신교, 무림맹. 세 개의 세력들은 전쟁을 통해 얻는 이득을 기대하고 있다.
“염구석. 알아들었나?”
“물론입니다. 저는 천마께 의심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앞으로 뭘 하면 되겠습니까? 적멸대에 임무가 떨어졌습니까?”
“임무를 받은 이는 소수다. 나머지는 귀환한다. 천마께서는 전쟁에 앞서 내부 정리를 명하셨다. 그분의 뜻은 지엄하니 우리 적멸대도 피할 수 없다.”
“내부 정리라면… 숙청입니까? 저희가 숙청 대상이라고요?”
“숙청 대상이 아니라 감사 대상이다. 찔리는 게 있나?”
“없습니다. 신교에 대한 제 충심은 흔들린 적 없습니다.”
“그럼 아무 문제 없겠군.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기하라. 아, 다른 부대에서 널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다. 너는 그저 종남파에서 겪었던 것들은 말해주면 된다.”
“알겠습니다. 감사는 어느 부대가 맡아서 하는지 여쭤봐돈 되겠습니까?”
적멸대주의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부대는 딱 한 곳밖에 없지. 염마대(閻魔隊)다.”
천유운과 제갈모순이 속해 있는 부대였다.
천유운을 비롯한 염마대는 이틀 뒤에 적멸대로 찾아왔다.
적멸대원들은 당당히 입구로 걸어오는 염마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적멸대와 염마대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보통 적멸대는 염마대의 감사를 알게 모르게 방해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감사를 명령내린 것이 천마이기 때문이다. 지금 염마대를 방해했다가는 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순순히 협조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염마대원들이 적멸대의 본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적멸대원들은 짜증 가득한 눈길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금부터 일대일 면담을 시작하겠소.”
감사가 시작되었다.
“적멸대 6조 염구석.”
천유운이 나를 호명했다. 나는 그를 따라 방 안에 들어갔다. 창문도 꽉 닫힌 밀실에서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았다.
“오랜만이다, 염구석.”
“…그래. 오랜만이다. 원래라면 신교에 도착하자마자 너를 만날 생각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해한다. 상황이 상황이니 의심은 피하는 게 좋지. 잘 선택했다. 우선은 해야 할 것부터 끝내자. 종남의천제.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