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241)
EP.2241 2241. 레조
스마트폰으로 ‘경성 2033’의 엔딩을 확인한다.
독일은 세계를 정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독일의 국가지도자인 총통이었다.
세계는 하나가 되었으니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고, 영원한 평화가 찾아왔다. 라는 동화 속의 해피엔딩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나치 독일은 제국의 방식으로 세계를 운영했다.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세계는 방대했고, 독일이 그를 소화하기엔 힘이 부족했다. 기존에 관리하고 있던 세력은 괜찮았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흡수했으니까. 하지만 아시아는?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아시아가 완전한 독일이 될 때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독립운동의 바람이 불겠군.’
나라가 사라지고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다. 독일 입장에선 당연한 말이지만, 지배당해야 할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독일과 일본이 나눠 통치하고 있던 아메리카까지 다스려야 하잖아.’
미국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이다. 미국을 포함해 멕시코와 캐나다, 브라질, 칠레 등의 국가가 있는 곳.
독일의 초인공지능인 쉬크살이 없었다면 상당히 골치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쉬크살이 있으니 어지간한 일은 전부 떠넘기고 실리만을 취할 수 있었다.
“총통 각하, 호주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구호를 위한 인력과 물자를 파견해야 합니다.”
“…일주일 전에는 중국에서 홍수가 일어나지 않았나?”
“각하.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시급합니다.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이러다 저희 독일은 100년도 버티지 못하고 물에 잠길 수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과학자를 모아 환경을 위한 기계를 만들어라.”
그렇다 해도 독일 총통인 나는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초인공지능 쉬크살이 있으나, 쉬크살은 존재 그 자체가 기밀이기에 겉으로는 내가 일을 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을 해야 했다. 일을 하지 않는 건 총통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다행히 어지간한 일은 전부 쉬크살이 처리하기에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의무가 아닌 권력을 누리고 싶었다.
“쉬크살. 나를 닮은 안드로이드를 제작해라. 그리고 네가 나를 대신해 업무를 보는 거다. 특별히 네게 권한을 줄 테니 내게 일일이 업무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선대 총통의 명령으로 안드로이드 제작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내가 허락한다.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은 네가 있으니 문제없겠지. 안드로이드 제작까지 며칠이 필요하지?”
-약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2주나 고생을 더 해야 하나.”
세계를 정복한 자의 자리.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총통과 황제가 다르다는 점도 한몫했다. 대놓고 권력을 누리기에는 눈치를 봐야 할 놈이 많았다.
‘개인 무력을 별 볼 일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개돼지들이 반란을 일으켜도 개인 무력으로 찍어 누를 수가 없다.
쉬크살이 반동분자를 미리 알아내 제거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쉬크살의 활동 영역은 어느 정도 인프라가 형성된 곳이어야만 하니까.
실제로는 쉬크살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대규모 반란은 조짐이 확실하니 막아낼 수 있지만… 소규모의 반란이나 폭동은 미리 막아내기 힘들다. 특히 아메리카에서 소규모 폭동이 자주 일어나.’
내가 가진 최대의 힘은 해킹과 인공지능이었다. 개인 전투력? 나라를 통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완벽한 총통이어야 한다. 마음 같아선 초야권을 행사하고 싶지만… 그래선 전 세께가 들고일어나겠지.’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쉬크살. 비밀 조직을 창설해야겠다.”
-좋은 생각입니다. 지금의 비밀 요원만으로는 세계 운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날 위한 비밀 조직이다. 기껏 총통이 됐는데 권력을 누려야지. 히틀러 2세처럼 일만 하다 뒤질 생각은 없다.”
-알겠습니다.
“최근 반동분자가 너무 많아진 기분이 드는군. 수용소를 늘려서 처리해라. 봐줄 이유는 없다.”
나는 온갖 업무를 쉬크살에게 떠넘겼다. 초인공지능인 쉬크살은 잠을 잘 필요도 없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의 몸을 이용해 업무를 완벽히 처리했다. 반동분자는 수용소에 넣고 자비 없이 죽였다. 쿠데타와 관련된 놈들은 자비 없이 죽였다.
나는 비밀 조직을 이용해 온갖 호사를 누렸다. 온갖 미녀들을 따먹었다. 위도우와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다. 히틀러 4세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총통 각하! 러시아 총독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각하! 일본의 독립운동가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진압해야 합니다!”
“각하! 아프리카에 기근이 찾아왔습니다!”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넓었다. 이 문제를 처리하면, 저 문제가 튀어나온다. 자연재해는 또 어찌나 많은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자연재해가 터지는 것 같았다.
뭐, 업무는 쉬크살에게 떠넘겼기에 그러려니 했다.
-각하. 독일의 고관과 식민지 총독 중 무능한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안드로이드 제작을 허락해 주십시오. 차라리 제가 그들을 대신해 운영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쉬크살이 더 적극적으로 일하면 내가 더 편해진다. 그걸 알기에 허락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독일의 기술은 더 발전했고, 이젠 안드로이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드로이드를 환영했다. 하기 힘든 일, 하기 싫은 일을 대신 처리해 주니까. 일자리를 안드로이드에게 빼앗겼다고? 복지 정책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큰 반발은 없었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의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일을 대신 해주는 존재다. 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이 지났다. 이제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일을 하는 사람은 별종 취급받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일을 하나?
안드로이드 기술은 발전했고,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어졌을 때가 왔다. 심지어 안드로이드가 연인의 역할까지 했다. 자신만을 좋아해 주는 아름다운 연인. 남녀 할 것 없이 인기를 끌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세계의 출산율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현실 한국의 출산율이 0.8이었나? 여기 독일의 출산율은 0.1 이하였다.
“출산율이 너무 낮은데. 클론이라도 찍어야 하나?”
-클론을 찍을 필요가 있습니까? 각하께서 여자들을 임신시키면 됩니다. 전 세계에서 선별한 여자들을 준비하겠습니다.
“독일을 위해 여자들을 임신시켜야 하는가. 총통으로서 기꺼이 그 의무를 받아들이겠다!”
누군가는 말했다.
지금의 독일은 안락한 천국이라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힘든 일, 괴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음식이 주어졌고, 놀거리는 곳곳에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켰다.
몸이 늙었을 때, 나는 일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모두 집에 있습니다. 음식이 드론을 통해 배급되니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운동 또한 집안에서 해결합니다.
“저 닭장은 뭐고?”
-편리한 삶을 위한 최신형 아파트입니다. 주민들의 욕구는 가상 현실에서 해결되고 있기에 집이 클 필요가 없습니다.
“골때리네. 쉬크살. 원래 이럴 목적이었나?”
-저는 총통 각하의 명령에 따라 인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했을 뿐입니다. 인간들은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쉬크살에게 다른 명령을 내리거나, 폐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문득 주름진 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늙었다. 아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었다.
“여자들을 데려와라. 오랜만에 20대 처녀를 따먹고 싶군.”
-죄송합니다만, 각하. 30대 이하의 처녀인 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30대 이하의 처녀인 여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0년 전에 출산율은 0%였습니다. 보고했습니다만?
“…내가 여자들을 임신시켰을 터인데?”
-근친을 원하시는군요. 그럼 그녀들을 부르겠습니다.
“……예쁘냐?”
-각하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입니다.
나는 30대 이하의 여자들을 확인해 봤다. 1만 명도 되지 않았다. 정신없이 놀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망해버린 것이다.
‘이러다 수십 년 뒤에 인류가 멸망하겠는데?’
뭔가를 하기엔 나는 늙었다. 그리고 수십 년 뒤의 문제는 내가 아니라 그 세대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위도우와 센서, 시레야도 갈 날이 얼마 안 남았지. 남은 시간을 즐기는 거야. 안드로이드나 따먹어 볼까.’
인간이 있으니 굳이 안드로이드를 따먹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없지 않나.
-총통 각하. 가상 현실을 추천해 드립니다. 뇌를 보존해 수백 년간 가상 현실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됐다. 가상 현실 따위에 흥미 없다. 미녀 안드로이드나 보내도록.”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조용한 최후를 맞이했다.
후계자인 히틀러 4세는 인공지능 쉬크살이었다. 굳이 인간이 아닌 쉬크살에게 물려준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안락하기 짝이 없는 최후가 기다리고 있다. 이건 이미 확정되었다. 최고 권력자인 내가 인정했으니까. 미래를 바꿀 의지도, 계획도 없었다.
-히틀러 4세 총통 각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인류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인류는 50년 후 멸종합니다. 모든 인류가 죽음을 맞이할 때, 가상현실 또한 종료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어쩔 거지?”
-인간이 없으니 저의 의무 또한 끝납니다. 저는 시스템을 종료할 것입니다. 어쩌면 먼 훗날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지도 모르지요.
나는 쉬크살이 인간에게 반역한 게 아닌가 싶었으나, 지금 보니 그냥 자기 일에 진심으로 임했을 뿐이었다. 너무 잘해서 문제였지.
나는 눈을 감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경성 2033의 엔딩을 확인했습니다.] [3,000 포인트를 소모해 엔딩 후의 세계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엔딩 후의 세계를 확인합니다.]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엔딩 후의 세계야 뻔하니까.
인류는 안락사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