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28)
EP.2328 2328. 아카데미의 구원자
‘오늘인가.’
도둑들이 행동하기로 한 날.
원작과 조금 틀어졌다. 본래 놈들은 정면 승부는 피하고 남궁화연의 귀도를 훔친다. 아무리 남궁화연이라도 하루 24시간 내내 칼을 차고 다니며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하는 건 아니니까.
그 남궁화연도 안전한 기숙사에서는 무방비해진다. 원작에서는 이점을 노려 심은지가 기숙사 결계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귀도를 훔친다.
‘원작의 기숙사 결계는 지금처럼 강화된 상태가 아니거든.’
다른 방식도 있다. 남궁화연과 급속도로 친해진 뒤에 훔치는 거다. 이때는 동료인 마성주와 감동기로부터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다. 강제로 이벤트를 일으켜서 친해지는 식이라고 할까.
‘사람은 계기가 있으면 확 친해질 수 있지. 반대로 사이가 확 나빠질 수도 있고.’
남궁화연을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낚인다. 놈들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공략글에 따르면 복선이 있어서 초회차도 간파할 수 있다던데… 나는 아니었다.
‘마성주, 감동기는 아카데미 직원이란 신분상 남궁화연에게 접근하기 어렵지. 학준은 계획을 실행하기 전까지 아카데미 밖에서 인질을 관리하고. 주의해야 할 건 심은지야.’
『이름: 심은지
근력: C- 체력: D 민첩: C- 내구: D+ 마나: A
특성: 결계 해석가(S-)
스킬: 결계(A+), 결계 해제(A+), 마법(B-)
호감도: 27』
무려 S-랭크 특성과 A+급 스킬 2개를 가졌다. 신체 능력은 아쉬워도 마나는 A 랭크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결계사지. 아마 전 세계에서도 실력이 통하겠지. 결계에 한해서 월드 클래스야.’
심은지가 빌런 짓을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도 조사해 봤다. 8년 전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수배령이 떨어졌다. 죄목은 명품 도둑. 당시 현상금은 1,500만 원. 지금은 6억.
‘성장한 거지. 아마 빌런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최소 수십 억대의 연봉을 벌었겠지.’
빌런 조직도 그녀에게 러브콜을 무수히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응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한다는 건….
‘조직 생활을 꺼린다는 거지. 뭐, 성격 보니 그럴 만도 해.’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빌런 생활을 하며 더 심해졌는지 몰라도 심은지는 또라이였다.
털 깎고 백보지로 만들어 몸 팔 각오도 했으면서 되지도 않는 생리 이슈로 상황을 모면하려 해? 처녀도 아니면서?
‘어처구니없는 년.’
실실 웃음이 나왔다. 심은지는 재밌는 년이었다. 게다가 한 번 따먹히고 난 뒤로 몸도 잘 대준다. 한 번은 섹스한 뒤에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작 창녀라 놀리면 굉장히 싫어하며 쌍욕을 내뱉는다.
‘처녀가 아닌 건 아쉽지만… 보지맛이 좋아. 좆집으로서 합격이지. 근데 능력까지 있네?’
처음에는 심은지를 포함한 도둑들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 심은지는 눈이 휘둥그레 떠질 정도의 미녀는 아니었고, 남궁화연을 노린 게 괘씸했으니까. 근데 심은지는 능력도 있고 보지도 마음에 들었다. 죽이기엔 아까워진 것이다.
‘심은지는 살리자. 심은지를 다루는 방법은… 깊이 생각할 것도 없지. 돈.’
나는 썩어날 정도로 돈이 많았다. 수백억 정도는 아무렇게나 써도 될 정도로. 나머지? 전부 죽인다. 이참에 귀락곡도 엿 먹인다.
계획을 전부 짠 나는 기숙사 앞에서 남궁화연과 만났다. 날은 어두워졌어도 아직 저녁 시간이니 남의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
“미안하다. 고양이 캔들을 챙기느라 조금 늦었다.”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어요. 아, 선배. 전부터 신경 쓰였었는데… 선배의 칼을 한 번 봐도 될까요?”
“내 칼? 보는 것 정도는 괜찮다.”
남궁화연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내밀었다. 그동안 쌓은 호감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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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구교사는 보기에도 으스스한 곳이었다.
낡은 목조 건물과 잡초 가득한 주변. 명확히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다.
“정문으로 가면 안 된다. 날 따라와라. 옆으로 빙 돌아서 가야 한다.”
“네? 왜 정문으로 가면 안 됩니까?”
이건 나도 모르는 정보였다. 원작에서도 고양이 이벤트 때문에 마법과 구교사가 나온다. 이렇다 할 숨겨진 요소는 없었다. 정문으로 움직여도 별다른 이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긴 마법과가 사용했던 옛 건물이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마법들이 건물에 남아 변질됐다 하더군. 마법과 구교사에 들어간다면 정문을 피해야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그거 오피셜입니까?”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괴담과 비슷하다. 하지만 주의해서 나쁠 것 없지 않나.”
“남궁화연 선배는 순진한 면이 있으시군요.”
“…뭣?”
“아무것도 아닙니다. 메시지가 와서 그런데 잠시 확인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급한 메시지인가 보군. 알겠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파(電磁氣波).
나를 중심으로 전자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전자파에 닿는 정보가 뇌리에 들어오며 머릿속에 정교한 맵이 그려지다가 말았다. 몇 번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
‘무언가가 내 감지를 방해하고 있다.’
혀를 차며 정령안을 사용했다.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인을 찾았다.
마나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고 뒤틀려 있었다.
‘너무 부자연스러운 뒤틀림이잖아. 마법사들이 인위적으로 뒤틀어 놓은 건가?’
전자기파는 보기보다 섬세한 기술이라 이에 영향을 받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구교사 건물 주변에 설치된 결계는 발견했다. 결계는 아직 발동하지 않은 상태다. 아마 심은지가 사전에 설치해 둔 결계일 것이다.
‘중요한 건 도둑들이 어디에 있냐는 거지.’
마침 이놈들은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성주: 변수 발생. 남궁화연의 옆에 성유진이 있다.
심은지: …망한 것 같네. 다음 기회를 노리자. 성유진, 걔 보통 아니야.
감동기: 미쳤냐?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내일 되면 아줌마들이 몰려와서 돈 달라고 날리칠 게 뻔하다고. 오늘 일 끝내고 튀어야 해.
학준: 성하리의 아들인 건 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카데미 1학년생이다.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애송이에게 쫄았나?
마성주: 심은지. 기회는 이번뿐이다. 다음 기회는 없다.
심은지: 하 씨. 이거 좆망한 것 같은데….
심은지: 정면으로 싸우지 마. 최대한 귀령환도를 훔칠 생각만 해.
마성주: 당연한 말을 하는군.
심은지: 어떻게 시작할 건데?
마성주: 학준의 공간 이동으로 한 번에 들이닥친다. 아카데미 결계 내부에서는 공간 이동이 가능할 테니.
마성주: 심은지. 너는 공간 이동하자마자 결계를 발동해라. 내가 남궁화연과 성유진의 시선을 끌겠다. 그 틈에 감동기가 물건을 훔친다. 그리고 우리는 도망친다. 심은지의 결계가 어느 정도 시간 벌이를 해줄 거다.
마성주: 다른 의견 있나?
학준: 없다.
감동기: 없음ㅋ
심은지: 시작은?
마성주: 5분 뒤. 그러니 한곳으로 모여라. 남궁화연은 아마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을 거다. 여의찮을 경우, 고양이를 인질로 잡는다.
이후로 메시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서로 만났을 테니 메시지가 필요 없는 것이다.
남궁화연과 나는 새끼와 같이 있는 주황색 고양이를 발견했다. 남궁화연은 고양이를 발견하자마자 두 눈을 빛내며 그 앞에 주저앉아 캔부터 땄다.
“선배가 캣맘일 줄은 몰랐어요. 의외네요.”
“고양이를 좋아하긴 해도 캣맘이라 불릴 수준은 아니다. 이 아이는 1년 전부터 가끔 만나던 아이였던지라… 신경이 쓰였다.”
남궁화연은 쪼그려 앉아 캔에 머리 박고 허겁지겁 먹어대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 옆의 새끼 고양이도 밥 먹느라 정신이 없다. 남궁화연은 흐뭇한 눈빛으로 고양이들을 지켜봤다.
쿵!
조금 떨어진 허공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와 남궁화연은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4명의 남녀가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냐옹!!
깜짝 놀란 고양이들이 밥 먹다 말고 어딘가로 급히 도망쳤다.
심은지가 허공에 한 손을 획획 움직였다. 지이이이잉. 미리 설치되어 있던 결계가 발동하며 구교사 건물을 감쌌다.
쪼그려 앉아 있던 남궁화연이 몸을 일으키며 칼을 뽑았다.
“방금 결계를 발동해 출입을 막은 걸 보니…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자들인 것 같군.”
“선배. 이놈들 복장과 달리 아카데미 직원들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아니에요.”
“알고 있다. 너도 조심해라.”
남궁화연이 경계심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그녀의 칼날에 마나가 맺힌다.
이들 중 가장 덩치 큰 남자이자, 잡일꾼의 복장을 한 마성주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육체에서 마나가 흘러나온다.
“남궁화연. 우리의 목적은 네가 가진 귀령환도다. 그 칼을 넘겨라. 그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주마.”
남궁화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마성주에게 대답하는 대신 나를 불렀다.
“……유진. 아무래도 내 일에 네가 휘말린 것 같군. 미안하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엔 저도 자주 휘말리거든요.”
내 시선은 심은지에게 향했다. 눈이 마주친 심은지는 흠칫 놀랐으나, 당당한 척 팔짱을 끼며 나를 쳐다본다. 오늘 점심시간까지만 해도 내 똥구멍을 핥던 여자라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보아하니 쉽게 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쯧. 어쩔 수 없지.”
마성주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느새 그의 주먹은 강철 너클을 장비하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저들을 훑었다. 가장 강한 건 마성주. 감동기와 심은지는 비슷한 수준이다. 손에 권총을 든 학준은 약해빠졌다.
‘마성주라도 남궁화연과 1대1로 싸우면 남궁화연이 이긴다. 감동기와 마성주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좀 힘들겠군.’
직접 나설 생각은 없다. 이건 남궁화연이 성장할 기회였다.
‘나는 심은지를 맡아야겠군.’
챙!
남궁화연의 칼과 마성주의 너클이 격돌하며 전투가 시작됐다. 감동기는 옆으로 뛰면서 기회를 엿보며 입을 털었다.
“아가씨. 그 칼이나 얌전히 넘기지 그래? 서로 피 볼 것 없잖아.”
감동기의 특성 수다쟁이(D). 감동기의 말을 듣거나, 대화를 나눌수록 감동기의 말을 믿게 되는 효과를 가진 특성이다. 일종의 정신계 능력인데 정신을 완전히 장악할 정도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대화만 나누지 않아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설령 온전히 당했더라도 약간의 정신적 충격만으로 벗어날 수 있다.
남궁화연은 범죄자인 감동기의 말을 아예 무시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저 남학생은 남자 친구야? 어? 대답 안 하면 저놈 먼저 죽여버린다?”
마성주에게 향하던 남궁화연의 칼날이 돌연 방향을 틀어 감동기에게 떨어졌다.
“어이쿠!”
감동기가 낄낄 웃으며 피한다. 얼핏 보면 감동기가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여유 따윈 없음을 보여준다.
“비열한 것들.”
남궁화연이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녀의 몸에서 투지 이상의 살기가 피어오른다. 근래 귀도가 보여주는 싸울아비의 꿈에 시달리고, 나와 살기 극복 훈련을 하던 그녀다. 그 영향인지 살기가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위기감을 느낀 마성주가 소리를 빽 질렸다.
“심은지! 뭐하냐! 도와라!”
“닥쳐. 나라고 해서 여유로운 줄 알아?!”
심은지는 라를 굉장히 경계하고 있었다. 정령을 소환하지 않고 그녀를 향해 걷고 있을 뿐인데도 땀을 줄줄 흘린다.
나는 마나를 이용해 내 목소리가 남궁화연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작하며 말했다.
“진짜 이름이 심은지야? 이야, 이거 배신감 장난 아니네. 점심시간 때 내 똥구멍을 빨았잖아. 기억 안 나?”
“윽, 걸레 냄새….”
뒤에 있던 학준이 헛구역질하며 심은지에게서 멀어졌다. 무시했다. 저 새낀 병신이었다.
“…너. 아까부터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잖아. 설마 내가 단소유가 아닌 걸 알고 있었던 거야?”
“하하. 당연히 알고 있었지. 단소유도 일단 내 여자거든. 설마 내가 내 여자도 못 알아볼까?”
“단소유가 돈 받고 몸을 판 건….”
“구라지. 섹프 사이인데 돈을 뭐 하러 받아? 은지야. 100만 원 줄게. 너도 그냥 내 좆집하자. 너의 10만 원 짜리 보지… 아니, 그저께부터 5만 원 보지였나? 어쨌든 꽤 마음에 들었거든.”
“이 개씨발 놈이! 날 가지고 놀아?!!”
빡친 오른발을 들어 올려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녀가 발동했던 결계가 변화한다. 한순간에 공기가 무거워지며 나를 압박한다. 다행히 남궁화연 쪽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심은지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시뻘건 화염구가 이글거리며 나타났다. 마법이다.
파지지직.
내 오른손에는 번개가 휘몰아치며 모여든다. 서로의 마나가 원소가 되어 격렬히 반응할 때였다.
피이이잉.
묘하게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나의 뇌전과 심은지의 화염구가 통제를 벗어나며 변이를 일으켰다.
“아.”
“아.”
나와 그녀는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 구교사에 있는 뒤틀린 마나 흐름. 그게 우리로부터 자극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