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7)
은성차 주가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곳은 알베르트 매니지먼트다.
칼 싱어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체 강진후가 왜······?”
애초에 이 일을 터트린 장본인이 바로 강진후다.
오히려 더 강하게 압박하면 압박했지, 도움을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 쏟아지는 공매도를 받아준 건 골든게이트를 포함한 정체불명의 외국자본이다. 그들은 당연히 이런 발표가 있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았을 것이다.
‘설마 무슨 거래가 있었던 건가?’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은성차는 무상증자에 이어서 대형트럭 사업부를 카로스에 매각하는 것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그리고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는 또 다른 호재였다.
주가는 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하며, 그동안의 이익을 다 뱉어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실마저 우려할 상황이 됐다.
대량의 공매도를 한 번에 쏟아내 매수세를 완전히 꺾어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강진후가 나서는 바람에 시장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흐름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카로스와 은성차의 협력이 기대된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비쳤다.
강진후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다.
이제 유일한 방법은 조금이라도 빨리 공매도를 청산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매수를 하면 할수록 주가는 계속 치솟고, 주가가 치솟을수록 매수가 따라붙으며 손실을 키웠다.
칼 싱어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강진후 이 개새끼!”
* * *
비교적 빠르게 숏커버링이 일어나고 있는 은성차와는 달리 바이오주는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하게 균형을 이뤘다.
은성차는 매출과 이익이 안정적인 만큼 당장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자 주가 역시 반등했다. 반면 바이오주는 아직 고평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가치측정에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다. PBR, PER, ROE 등등.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표일 뿐, 절대적 기준은 되지 못한다. 애초에 제조, 유통, 서비스, IT, 게임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사업을 동일한 기준을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나 바이오주는 당장의 매출과 이익보다는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중요하다. 계속 적자를 보더라도 약 하나가 판매승인 되면, 그때부터 매출과 이익이 급속도로 치솟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주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여기에는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란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의 유효물질을 이용해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화학식만 알면 쉽게 만들 수 있는 합성의약품과는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원료로 이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은 그 특성상 복제약 제조가 쉽지 않다.
생산과정에서 여러 조건들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완벽한 복제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유사한 약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제조 자체도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제조 후에는 따로 임상시험을 거쳐 각국 기관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들. 한국이 과연 바이오시밀러를 만들 만한 실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공매도를 주도한 세력들은 그동안 온갖 루머를 쏟아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분식회계설이다. 장부를 고의로 조직해 회계를 꾸몄고, 그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주가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식회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OTK컴퍼니 투자로 인해 바이오주가 폭등하자, 역시나 헤지펀드들은 또 다시 분식회계 루머를 퍼트리며 주가하락을 유도했다.
바이오회사들은 공매도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고 정부에 하소연할 정도로 오랫동안 공매도 세력과 싸워왔다. 무상증자나 자사주매입 같이 쓸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다 썼음에도 공매도를 꺾지 못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헤지펀드들은 당장 숏커버링에 나서는 대신 계속 공매도를 하며 맞섰다. 그런데 우습게도 여기에 국내 증권사들이 가세했다.
바이오주는 공매도만큼이나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개인들의 신용융자도 많았다. 단기간에 주가가 40퍼센트 이상 폭락한 만큼 대규모 반대매매가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사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든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였다.
헤지펀드에 고객들 주식을 빌려줘서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벌고, 개인들에게는 신용융자를 해주며 돈을 번다.
어차피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으니, 주가가 떨어져 원금손실이 우려되면 반대매매해서 강제회수하면 그만이다. 사실상 원금손실 우려가 없는 대출임에도 금리는 10퍼센트가 넘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져서 돈을 벌고, 오르면 올라서 돈을 버는 게 기관의 속성이다.
본인들이 직접 공매도를 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증권사들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대차해준 것으로 모자라 투기자본의 공격에 발맞춰 같이 공매도를 쏟아냈다.
그로 인해 고객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수익만 낼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 와중에 OTK컴퍼니가 바이오주 지분취득을 공시하자 떨어지던 주가가 갑자기 폭등했다.
오래전부터 공매도를 쏟아냈던 헤지펀드들과는 달리 증권사들은 최근에 공매도를 시작했다.
손실액 자체는 헤지펀드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손실률로 치면 뒤늦게 뛰어든 증권사들의 피해가 훨씬 컸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부정적 리포트를 내며 개인들의 매도를 유도했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로 시장을 흔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게 뭔 개소리냐?
-아주 주가 떨어지라고 굿판을 벌이네.
-저놈들 말 들을 필요 없습니다. 강진후가 사들이고 있다는 것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강진후는 싫어하지만, 이번만큼은 믿는다!
-강진후만 믿고 가즈아!
-지들 공매도 친 거 숏커버링 하려고 저 지랄하는 겁니다. 절대 물량 털리지 마세요.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깁니다!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오직 바로 존버입니다!
* * *
은성차는 내가 이해당사자인 만큼 직접 주식매입은 피했다. 대신 골든게이트와 임진용 회장이 열심히 사들였고, 벌써 30퍼센트가 넘는 수익을 냈다.
대신 우리는 바이오주 매입에 집중했다.
가치주에 비해 성장주는 수익이 크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이중 가장 힘든 것은 제대로 된 기업을 골라내는 것이다. IT 버블 당시 서성전자에 투자했다면 수십 배를 벌었겠지만, 새롬기술에 투자했다면 몇 천원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바이오주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회사는 크게 성장할 테고, 어떤 회사는 몰락할 것이다.
종목을 고른 건 상엽 선배였다.
나처럼 특별한 능력은 없어도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동아리시절이었다면 재무제표와 공시만 들여다봤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의사를 내비친 것만으로도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상엽 선배는 본사와 공장을 둘러보고, 경영진들과 미팅도 하며 각 회사를 분석했다.
“기술력으로 봤을 때는 셀트윈스가 제일이야. 성장 가능성도 충분해.”
“벌써 저점대비 20퍼센트나 올랐잖아요.”
“상관없으니, 더 사야 돼. 내 생각에는 전 고점 뚫고 계속 올라갈 거야.”
“근거는요?”
신약 개발까지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 대가를 보상해주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판매할 수 있는 독점권을 준다.
“오리지널약이 있음에도 복제약을 만드는 이유가 뭐겠어?”
“가격이 싸니까요.”
상엽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몇 년 전부터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슬슬 풀리고 있거든. 복제약 만들 기술력만 있으면, 노다지를 캘 수 있는 거지. 지금 셀트윈스가 유럽연합에서 플렉트라 승인 대기 중이거든. 그게 승인돼 유럽판매 시작하면, 분위기가 확 바뀔 거야.”
셀트윈스가 만든 복제약 플렉트라는 식품의약안전처에 승인을 받아 한국에서는 판매중이지만, 아직 유럽과 미국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재는 글로벌 임상을 끝마치고 유럽의약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유럽연합에서 승인되면 미국 승인 가능성 역시 크게 높아진다.
거대한 시장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승인 대기 중인 복제약이 한둘이 아닌 만큼 플렉트라 승인은 바이오주 전체에 호재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 싶은 만큼 사요.”
“알았어.”
상엽 선배는 작정하고 매수에 나섰다.
향후 전망만 괜찮다면, 당장 주가가 떨어지는 거야 문제도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자본이면 쏟아지는 공매도를 다 받아내기에도 충분하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공시가 떴다.
[플렉트라, 유럽의약청(EMA)에서 만장일치로 허가!] [프록케이드와 100퍼센트 동일한 효과!] [유럽연합 수출길 열리나?]오리지널 의약품 프록케이드의 연간 판매량은 약 100억 달러.
그 점유율의 30퍼센트만 가져가도 30억 달러다. 유럽연합에 수출을 시작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배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승인 사실이 알려지자 셀트윈스는 순식간에 상한가를 찍었다. 그 기대감으로 다른 바이오주들까지 폭등했다.
난 혀를 내둘렀다.
“실력은 여전하네요.”
상엽 선배는 씨익 웃었다.
“아직은 쓸 만하지?”
그동안 헤지펀드와 공매도를 받아내며 버티던 개인들은 환호했다.
공매도 세력의 또 다른 악재는 환율이었다.
투기자본의 공매도에 대응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주가를 올리는 거고, 다른 하나는 환율을 떨어트리는 거다.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자본이 유입되자,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시점에서 버크셔캐셔 역시 몇 개 기업의 지분취득 공시를 냈다. 워렌 보트는 한국증시가 현저하게 저평가 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환율은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국내자본의 경우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외국자본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투자에서 수익을 내더라도 그 이상의 환차손을 입으면 결과적으로는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숏커버링을 위해서는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야 하는데, 환율이 떨어지며 실제 주가는 더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주가와 환율이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한 헤지펀드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각종 호재에 숏커버링 물량이 한 번에 몰리며 주가는 계속 올랐다. 증권사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숏커버링에 나섰다.
주가는 너무 떨어져도 문제지만, 너무 올라도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사들은 주식을 열심히 팔아치우며 수익을 챙겼다.
-ㅋㅋ공매도하는 새끼들 완전히 적 됐네.
-다들 그동안 안 팔고 버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존버 끝에 낙이 오네요ㅜㅜ
-한국증시가 너희 나라 증시보다 작을 수는 있어도 우리 증시 역시 위대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성과 은성이 있고, 글로벌투기꾼 강진후가 있다.
-다시는 한국증시를 무시하지 마라!
* * *
공매도 세력이 물러나며 한국증시는 나름 평화를 되찾았다.
문제는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 공매도를 제한하든지 아니면 개인투자자도 공매도할 수 있게 제도를 손봐야하는데, 아무리 비난이 빗발쳐도 금융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객을 보호해야 할 증권사들이 공매도로 장사를 해먹고 있고. 이러니 한국증시가 개미들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
모처럼 증시가 강세장으로 돌아섰지만, 가장 뜨겁게 불붙은 시장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암호화폐 시장이다.
연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반트코인은 기어이 1만 달러를 넘어섰다.
몇 년 전, 반트코인이 100달러가 됐을 때만 해도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1000달러가 됐을 때는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만 달러가 되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하락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제는 얼마까지 오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신규코인을 만든 창시자들, 초기투자자들은 불과 몇 년 사이 수십억,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세계 부자순위를 갈아치울 정도였다.
난 K컴퍼니가 투자한 반썸의 작년실적을 보고받고 깜짝 놀랐다.
재작년에 비해 수백 배 상승한 거야 둘째 치더라도······.
“매출보다 이익이 크네요.”
매출은 5334억인데, 이익은 7350억이다. 한마디로 100원짜리 볼펜을 팔아서 150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