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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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총리 발표 이후 일본우익들이 집결하는 양상을 보였다. 곳곳에서 한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도 격화됐다.
일본의 제재조치는 즉시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다. 일본과의 거래의존도가 큰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환율은 치솟았다.
일본기업들 역시 수출차질이 우려되며 예견되며, 제재 발표 이후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반면 일본혁신회,자민당, 오카자키 총리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정부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야당이 먼저 움직였다. 자유국민당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연나경 대표는 전면에 나서서 정부를 공격했다.
“허창민 정부가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한일관계를 망가뜨리는 허창민 정부는 반성해야 합니다.”
연나경 대표의 친일행보는 초선의원 시절부터 유명했다. 자위대 창설기념회 참석이나, 니시다증권 사태 당시 한국정부가 배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술 더 떴다.
“일본이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나라 기업들 다 죽고, 한국경제는 망합니다.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여론의 입장은 엇갈렸다.
-저게 자국당 대표야, 자민당 대변인이야?
-저 말대로라면 일본이 이제까지 한국을 살려준 건가?
-이게 다 허창민 때문이다! 허창민 정부가 한일관계를 다 망쳤다!
-관계는 저쪽에서 망가뜨렸는데, 대책은 왜 우리가 세워야 함?
-종북좌파 강진후부터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
-연나경이 아니라, 연카자키라고 불러줘야 할 듯.
-그냥 토착왜구 아닌가요?
-대체 쟤 누가 당대표로 뽑았냐?
-아니, 보수야당하라고 뽑아놨더니, 뭔 친일파 짓을 하고 있어?
-그래도 생각이 있는지, 강진후는 안 까고 정부만 깜 ㅋㅋㅋ
-보수면 보수답게 보수만하고, 친일은 제발 적당히 하자~
-연나경 대표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한국기업들이 일본에 핵심부품 의존하고 있는 거 모르나? 두고 봐라. 이제 경제 폭삭 망하고, 다들 정부랑 강진후 원망하게 될 테니까.
-맞다! 한국은 일본과의 협력만이 살길이다!
-일본은 고마운 나라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나경 대표님 응원합니다!
* * *
택규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
“정말로 일본이 제재하면 한국기업들 다 망해?”
“국제무역에서 일방적인 시혜관계는 없어.”
우리가 빵을 사먹을 수 있는 건 빵가게 주인의 자비 덕분이 아니라 그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기업들이 한국에 소재와 부품을 수출한 것은 한국기업들을 살려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게 이익이 됐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기업들이 정말로 일본 없이는 못 살 정도였다면, 애초에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았겠지.
“무역이란 쌍방이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거지.”
무역수지를 100퍼센트 동일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흑자를 보면, 한쪽은 적자를 보기 마련.
그렇다고 적자를 보는 쪽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거냐면 그건 아니다. 직접 만드는 데 10만 원 드는 제품을 5만 원에 수입해왔으면, 실제로는 5만 원 이익을 본 셈이다.
제재로 인해 당장 타격을 받는 건 한국기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기업들의 손실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건 누가 더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일본혁신회와 우익들의 발언은 점점 거세졌다. 다케시마를 되찾자는 구호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현재 국제질서에서 타국이 실질점유하고 있는 영토를 빼앗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한국의 국력이 크게 기울어 일본이 독도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됐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일본입장에서도 독도를 빼앗음으로써 얻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군대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을 일어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사실 일본 입장에서 독도가 여러 영토분쟁 중 하나일 뿐이야. 지지율 올리려면 독도보다 센카쿠열도나 쿠릴열도 문제를 부각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지.”
“그런데 왜 맨날 독도만 건드려?”
“너 같으면 중국과 러시아를 건드리고 싶겠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빼고 전 세계가 두려워하는 깡패국가.
동네 양아치가 조폭들 상대로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힘없는 서민 멱살만 잡고 흔드는 셈이다.
모두가 정의를 좋아하지만, 국가 간의 관계는 정의가 아닌 힘으로 움직인다.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주변국을 침략한 전범국들은 지금도 잘나가고 있고, 식민지배를 당한 피해국들은 지금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을 지배했던 침략국에 원조를 청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만약 한국이 경제성장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일본에게 손을 벌리고 있었겠지.
나라든 기업이든 힘이 있으면 큰소리 칠 수 있고, 힘이 없으면 당하는 법이다.
택규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힘없는 설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현실적으로 한국이 일본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더 성장해 1인당 GDP가 일본과 똑같아지더라도 인구가 두 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체로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항상 국력이 높았다.
경제력이 역전되려면, 한국의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거나, 반대로 일본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만만하게 보이지는 말아야지.”
건드려서는 득 될 게 없다는 것만 확실하게 알려줘도, 일본의 태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게 될 거다.
* * *
오카자키 총리가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김성철 외교부장관이 회사로 찾아왔다.
요즘 자주 정상들과 만나고 연락하다 보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외교부장관이 이렇게 기업인을 찾아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반갑습니다, 강진후 대표님. 김성철 외교부장관입니다.”
“안녕하세요.”
외교부장관이면 정부의 요직 중의 요직. 경력도 화려하다.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UN에서도 근무했다.
조카를 외교부 사무관 특채에 부정합격 시켰다는 의혹이 있긴 하지만……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겠지.
김성철 장관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한국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강진후 대표님과는 항상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택규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넌 좋겠다. 정계와 재계에 선배들이 넘쳐나서. 세상에 한국대 나온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괜히 학연 내세우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김성철 장관은 약간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나도 학연, 지연, 혈연은 별로 안 좋아한다.
우리는 미팅룸에 앉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한일관계에 관한 강진후 대표님의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정부 일에 제 의견이 중요한가요?”
“현재 한일 양국 사이에 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점은 알고 계실 겁니다. 저희 외교부 측에서는 각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 중에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치인의 언어와 외교관의 언어는 다르다.
사소한 것 하나가 다른 나라의 오해와 트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고, 이도저도 아닌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돌려 얘기하지 마시고, 직접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여기 이야기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 겁니다.”
내 말에 김성철 장관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부입장이 대단히 난감합니다. 그냥 난감한 정도가 아니라 청와대와 모든 부처가 비상상태입니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이 전부 외교부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이제 냉각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을 크게 벌이시는지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
택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또 너무 솔직한데.”
“…….”
그동안 나한테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부정책에 충실하게 따르는 다른 기업인들과는 좀 다르긴 하지.
난 그에게 되물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기업들은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가 노역을 시키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피해자들이 피해보상과 밀린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일본에서는 최종패소했다.
피해자들은 한국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박시형 정부는 한일관계를 대단히 중시했기 때문에 사법부에 압력을 넣어 판결을 미루도록 지시했다. 그 사이 소송을 낸 피해자들 4명 중 3명은 질병과 노환으로 사망했다. 만약 시간을 더 끌었다면 원고 전원이 사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이후 재판이 재개됐고, 한국대법원은 일본기업이 1인당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이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본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미 배상이 끝났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한국은 거기에 개인 간의 청구권 문제는 포함이 안 되어 있다는 입장이고.
“사법부 판결에 따라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금액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다.
그 돈 얼마나 된다고. 원래 해당 기업은 배상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정부에서 배상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고, 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배상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국 내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나섰고, 일본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중재위원회로 끌고 갈 생각인 모양이던데요.”
“응하지 않았지만, 그 점도 고려중이긴 합니다.”
중재위원회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 한 명, 그리고 제3국에서 한 명을 뽑아 조정에 나서는 제도다.
얼핏 듣기에 공정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고, 이를 통해 세계 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3자라고 해도 센 놈과 약한 놈이 있으면, 둘 중 누구 편을 들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도 대단히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강제징용을 비롯해 각종 전쟁범죄들을 인정하는 모양세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전범국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 한다. 때문에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불거지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다.
“해결방법을 놓고 이견이 있긴 했지만, 서로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제가 판을 깨버렸다는 건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김성철 장관은 한숨을 내쉬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일부러 깬 거예요.”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보았다.
“알면서도 그랬다는 겁니까?”
“위안부합의 파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그리고 니시다증권 사태까지. 일본은 이것들을 엮어 자국 내에서 지지율 끌어올리는 용도로 쓰고 있죠. 이번 일만 해도 압류를 통해 배상을 받아내면, 일본은 자신들이 배상한 게 아니라 한국이 억지로 뜯어냈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며, 심심하면 한국을 몰아붙이지 않겠어요? 배상이라는 건 사과가 전제가 돼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처음 양국이 위안부합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잘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10억 엔을 받고 나니,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 위안부 강제연행과 전쟁범죄 사실을 계속 부정하고, 소녀상을 철거와 한국정부에 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죄 지은 놈이 돈 줬다고 큰소리치는 격이다.
결국 합의는 파기됐고, 한일관계는 합의하기 이전보다도 더 악화됐다. 이번 강제징용 배상 문제 역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 정부 입장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경제는 출렁거리지, 야당은 공세를 퍼붓고 있지. 국민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택규가 말했다.
“지지율 쭉쭉 떨어지던데.”
그는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어렵긴 해도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법이죠.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전화위복이 되지 않겠어요?”
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김성철 장관은 눈을 빛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진후 대표님 생각에는 정부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만약 한국정부가 판결장을 들이밀며 자산압류를 진행하면,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그렇다고 일본이 먼저 선수를 친 상황에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죽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으면, 날 찾아왔겠는가?
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원칙대로만 하면 됩니다.”
자산압류를 진행하라는 뜻이다.
“그럼 일본과의 관계는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본은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다. 이런 냉각상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겠지.
“당연히 잘 풀어야죠.”
난 한마디 덧붙였다.
“원래 아쉬운 쪽이 먼저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