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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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결과 임진용 회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택규가 물었다.
“각하도 거기 계시지 않나?”
“맞아.”
서울구치소는 범털들의 집합소로 유명하다. 돈 좀 있고 유명한 사람들이 잡혀들어가면 대부분 여기에 수감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구치소와 교도소는 기본적으로는 같은 곳이지만, 구치소에는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교도소에는 재판이 다 끝난 기결수가 수용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평생 알 필요 없는 얘기다. 나 역시 여러 차례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면 몰랐겠지.
임진용 회장의 구속이 결정되자 누구는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다’며 기뻐했고, 누구는 ‘현 정부의 재벌 죽이기’라며 비난했다.
검찰 측은 ‘재벌이라고 해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도 아니고, 재벌이라 해서 특혜를 준 것도 아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지금 한국경제는 서성그룹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만큼, 임진용 회장의 구속은 현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범죄혐의가 확실히 드러난 마당에 풀어주자고 할 수도 없고.
보수진영에서는 당장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는 일정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러 재벌 회장들이 구속됐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제까지 임진용 회장이 서성그룹을 잘 이끌어온 데다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시장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였다.
개장 이후 서성전자 주가는 3.3퍼센트 빠졌고, 서성물산은 8.5퍼센트, 그 외에 다른 그룹주들도 5~10퍼센트 가량 하락했다.
반면 임수미 사장이 앞으로 그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론호텔은 13퍼센트 상승했다.
죄를 지었으니 구속되는 건 당연하지만, 타이밍이 별로 좋지 않았다.
새만금 개발에 있어서 서성그룹은 OTK컴퍼니 다음으로 많은 투자를 한다.
투자계획이라는 게 계획만 발표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그 전까지는 임진용 회장에게 말하면 손쉽게 처리했던 일들을 계열사 사장들과 일일이 상의해야 하는 것이다.
직급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권한은 약해진다. 회장은 바로 가부를 말할 수 있지만, 사장은 대답을 고심해야 한다.
아무리 임진용 회장이 미리 지시를 해놨다고 해도, 추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개발은 계속 진행해야 했고, 상엽 선배는 계열사 사장들을 만나러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 * *
며칠이 지났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외신들도 임진용 회장 구속 사실을 집중보도했고,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벌써부터 특별사면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국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사면권이다.
허창민 대통령은 야당시절부터 대통령 사면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대선 때도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조차 경제상황이나 여론의 반응을 고려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임진용 회장은 그동안의 소탈한 행보 덕분에 다른 재벌들에 비해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구속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83퍼센트가 불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 이를 증명했다.
문제는 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형이 확정돼야 한다. 그런데 걸린 혐의가 워낙 많아서 1심 재판이 끝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그때까지는 꼼짝없이 구치소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임진용 회장의 구속은 검찰의 표적수사고, 내부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논조로 기사를 썼다.
많은 사람들이 내부고발자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검찰과 언론에 보낸 녹취록과 문서는 아무나 접할 수 없는 것들이다. 높은 자리에 있어야 중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아무리 익명이라고는 해도 그러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이 터진 이상 누군지 특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난 김영직 실장과 통화했다. 그는 서성가의 가신으로 분류되는 김명수 실장의 조카로 임진용 회장과는 동문이다.
“내부고발자가 누군지 확인됐나요?”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피만 안 튀겼다 뿐이지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졌다. 임진용 회장은 반대파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잘라냈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혔다.
문철영 전무 역시 이때 잘려나갔다.
[정황상 아무래도 단독으로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무슨 이유에서 한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소재파악도 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습니다.]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행위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줘야겠지.
궁금한 것은 동기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로 인해?
그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차라리 전 정권에서 일이 터졌다면 훨씬 나았을 겁니다. 하필 지금은 검찰도 강경기조라 대응이 쉽지가 않습니다.“이때를 노리고 터트린 거라고 봐야겠네요.”
난 고 임일권 회장 장례식에서 봤던 임승용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한때 모친 연소현과 함께 서성SB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원래 자신의 몫이었던 서성중공업과 서성엔지니어링까지 내어놓고 그룹을 완전히 떠났다.
현재는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정의 불법성이야 어찌됐든, 임진용이 회장이 된 뒤 서성그룹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임진용 회장이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별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가 주가를 얼마나 올려주느냐다.
착하고 성실하지만 경영을 잘 못하는 CEO보다는, 경영권을 승계 받은 과정에서 조금의 불법이 있었더라도 경영을 잘하는 CEO가 낫지 않겠나?
불법승계가 사실로 밝혀지고, 구속까지 된 상황에서 대다수의 주주들은 임진용 회장을 지지했다.
따라서 임진용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승용은 이제 와서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내 얘기를 들은 택규가 말했다.
“그냥 복수 아니야?”
“그 정도로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임승용은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영자로서의 교육을 충실하게 받았을 것이다.
대체 이 일로 인해 그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뭘까?
* * *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임진용 회장은 독방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재소자들이 수용인원을 넘어선 좁은 방에서 부대끼며 생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특혜인 셈이다.
변호인 접견도 매일 같이 이뤄졌다. 이것 역시 돈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접이 좋아도 감옥은 감옥이지.”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다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회장님이 콩밥 먹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요즘은 쌀밥 준대.”
쌀 소비량 감소로 정부 곳간에 묵은 쌀이 넘쳐난다. 이런 식으로라도 소비해야 하지 않겠나?
“당분간은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도 같이 못 하겠네. 성기사 레벨은 누가 키우나? 아! 혹시 직원에게 맡겨놓은 거 아니야? 출소할 때까지 만렙 찍어 놓으라고.”
“…….”
구속되는 마당에 설마 게임 캐릭터까지 챙겼겠냐?
“언제쯤 나올까?”
“글쎄. 1년 안에는 나오지 않겠어?”
구치소에 들어간 회장님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래도 형기를 제대로 채운 사람은 한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이미 변호인단을 어벤저스 급으로 꾸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변호사를 잘 써도 이미 증거가 다 드러났는데, 빠져나올 방법이 있나?”
난 엘리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렸다.
“법리다툼에서 실패하더라도 빠져나올 방법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어. 병보석이나, 형집행정지 등등. 그렇게 시간 끌며 재판 받다가 2심에서 감형을 받거나, 아니면 1심에서 항소 포기하고 특별사면을 기다릴 수도 있겠지.”
정말이지 없는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런 걸 보면 역시 돈이 최고다.
“그 돈 더 벌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사람의 국민일 뿐이다. 결국 임진용 회장조차도 법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구속이 되면 그동안 돈으로 누릴 수 있던 모든 혜택들이 극도로 제한된다.
이래서 회장님들이 구속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 하는 거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죄를 저지른다면, 나도 저렇게 잡혀 들어가게 될까?”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죄가 있어야 하나? 각하 시절에는 죄가 없어도 잡아넣었잖아.”
“뭐…….”
그것도 그렇다.
뭐든 걸면 걸리기 마련. 정권에 찍히면 없는 죄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
* * *
일부에서는 임진용 회장이 구속되면 마치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사실 그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자본시장은 잠잠했고,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주가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애초에 한 사람 없다고 돌아가지 않을 만큼 한국경제나 서성그룹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난 이번 기회에 OTK컴퍼니의 중요 사업들을 점검해보았다.
첫째는 자율주행전기차.
카로스는 OTK컴퍼니 성장의 1등 공신. AD시리즈로 대표되는 자율주행전기차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는 무인전기트럭 출시를 앞두고 미국전역에 배터리교체센터 설립을 진행 중이다.
다행히 이 분야는 따로 신경 쓸 것 없이 데릴이 잘 알아서 하고 있다. 현금흐름이 좋아서 돈 들어갈 일도 없고.
둘째는 포르노.
미국인들은 포르노 없이는 못 산다는 말처럼(전 세계인이 마찬가지겠지만) 페이스잇은 미국 내 OTT 서비스 중에서는 넷플레이 다음으로 접속률이 높았다. 가입자수와 매출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순이익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렀다.
이유는 계속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
페이스잇은 이익의 40퍼센트를 자체 포르노 제작에 쏟아 붓고, 다른 60퍼센트는 VR과 성인용품, 리얼돌 등의 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를 위해 거액을 들여 미국 성인용품업체 댄싱래빗을 인수했다. 토비 스트롱은 페이스잇이 단순한 OTT 서비스를 넘어 시각적 쾌감을 육체적 쾌감으로 전달하는 O2O(Online To Offline)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한다.(O2O라는 단어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남성귀 의원의 활약(?) 덕분에 한국에서 포르노가 합법화되자, 한국 포르노 제작과 서비스를 위해 새만금에 영상 스튜디오를 건립할 예정이다.
셋째는 배터리.
OTK배터리는 자동차를 넘어서 전자산업 전반에 쓰이며, 기본의 NCM배터리를 대체해가는 중이다. 생산량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꾸준히 들어오는 특허료로 김호민 교수는 신형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OTK연구소는 새만금에 국내최대 배터리단지가 건설되면, 그 옆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넷째는 진행파 원자로(TWR).
러시아에서의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이제 상용화 단계를 착착 밟아나가는 중이다. 이미 8개국이 참가의사를 밝혔고,기술표준화에도 합의했다.
새만금에는 TWR 연구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새만금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신도시이자, 첨단산업도시. 향후 공장이 가동되면 엄청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풍력발전, 그리고 나머지는 TWR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쪽 일 역시 우리는 돈만 투자했을 뿐, 페트로프 교수와 로사톰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
다섯째는 새만금 신도시 개발.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은 아킷이 담당하고 있다. 아킷은 캘리포니아 복구사업에 이어 새만금 도시계획을 맡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모든 사람들이 MS오피스로 문서작업을 하듯, 아킷이 만든 건축설계 소프트웨어 ‘아크’는 이제 건축가들에게 필수 도구가 됐다.
여섯째는 VRMMORPG 개발.
이는 게임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OTK게임즈는 로스트 판타지M과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전부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성공한다면(당연히 성공하겠지만) 자율주행전기차를 뛰어넘는 캐시카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난관이 적지 않다. 상용화해서 돈을 벌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리겠지.
* * *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 중인 가운데, 이치카와 사장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디트로이트로 본사를 옮긴 뒤 그는 세르아나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그가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한국으로 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VR로 가상세계를 구현하려면, 현재의 서버 용량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택규가 물었다.
“얼마나 부족한가요?”
“지금 사용하는 용량의 수백 배는 필요합니다.”
“……”
이게 대체 얼마나 부족하다는 거야?
이치카와 사장은 단언하듯 말했다.
“데이터센터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