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5)
를 보는 투자자 414 >
AMZ는 미국의 온라인 판매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
MS는 PC운영체제 8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는 윈도우즈를 만든다.
택규가 물었다.
“여기서 질문. 이 두 기업의 가장 큰 수익은 어디서 발생할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AMZ는 쇼핑몰로, MS는 윈도우즈 판매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답은…….
“클라우드 서비스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이유는 이 서비스를 주로 기업들이 이용하기 때문. B2B는 아무리 수익이 좋아도 B2C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길보다는 동네 빵집 이름이 더 친숙하고, 조 단위의 인수합병을 하는 RCK브로스보다는 사모펀드보다는 바로바로 빌려준다는 모 대부업체의 이름이 더 귀에 와닿는다.
아마 나도 카로스나 페이스잇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잘 몰랐겠지. 오히려 IT 쪽은 나보다 택규가 더 빠삭하다.
이치카와 사장이 한국 게임회사 대표들을 만나러 간 사이, 난 택규와 함께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이나 SNS를 사용하면, 그때그때 해당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받아온다. 따라서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당연히 서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서버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회사 한 구석이나 지하실 같은 곳에 두기도 하고, 아예 서버를 모아놓은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도 한다.
각 기업들이 서버를 만들고, 관리하고, 운용하는 데는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고급 IT인력 몸값이 어디 한두 푼인가?
그래서 IT대기업들은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서버를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가상공간에서 하는 임대업이라고 봐도 좋다.
이전에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인터넷 공간 안에 직접 건물을 짓고, 청소를 하고, 도난이나 침입을 막기 위해 경비원도 세워야 했다.
그런데 누군가 건물을 잔뜩 지어놓고 입주자를 모집한다면? 세입자는 언제든지 들어오고 나갈 수 있고, 청소와 관리도 따로 해주고, 24시간 안전하게 지켜준다.
물론 임대료는 내야 하지만, 이는 직접 건물을 짓고 관리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이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이벤트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서버가 더 필요할 때는 추가비용을 내고 서버용량을 잠깐 늘렸다가 줄일 수도 있고, 클라우드 내에 있는 프로그램을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이 시장은 AMZ와 MS가 양분하고 있다.
AMZ는 모두가 알다시피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다. 전자책과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며 남는 서버를 다른 기업에게 빌려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는 ZWB(Z Web Service) 사업으로 이어졌다.
AMZ는 자사 클라우드에 여러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아예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클라우드에서 구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MS는 AMZ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이어 MS 3대 CEO 자리에 오른 사티아 샤말란은 윈도우즈와 오피스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그는 인도 출생으로 어린 시절을 인도에서 보냈고, 이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한국으로 치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서성그룹 회장이 된 셈이다.
택규는 감명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는 우리나라 재벌들과는 많이 다르군.”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능력만 되면 출신과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는 게 말은 쉽지만, 이걸 실제로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가 CEO가 된 것은 신의 한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MS는 점점 줄어드는 PC 출하량과 함께 침몰했겠지.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의 수익이 급속도로 커지며 현재는AMZ, 구블 엔플과 함께 세계 시총 1위를 다투고 있다.
선발주자인 AMZ는 물론, 후발주자인 MS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매년 수십 퍼센트씩 고성장하고 있기 때문.
최근에는 단순히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오는 정도를 넘어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클라우드 안에서 돌리기도 한다.
이는 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향후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AMZ와 MS의 클라우드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 카로스와 OTK게임즈는 AMZ, 페이스잇과 아킷은 MS의 클라우드를 사용한다.
페이스노트나 구블 등의 거대 IT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기업들의 중요 재산이 건물과 공장이었다면, 지금 기업들은 데이터다.
만약 구블이나 페이스노트가 그동안 축적한 사용자정보를 다 날린다면, 주가는 당장 10분의1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는 역으로 빅원이라는 초유의 재난에서 IT 대기업들이 살아남은 이유기도 하다.
데이터센터는 보통 땅값이 싸고 추운 지역에 짓는다. 때문에 실리콘밸리 내에는 데이터센터가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빅원이 오기 전 거의 모든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서버로 백업을 해놓았다.(원래 중요 데이터는 분산백업을 해놓는다)
당시 IT기업들은 서로 남은 서버용량을 빌려주는 등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었지.
어쨌거나 콘솔게임은 CD나 블루레이 안에 모든 정보가 저장된다. 따라서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은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반드시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 사양이 높고, 접속자수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용량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택규가 말했다.
“서버마다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그걸 넘어서면 다운이 되거나 접속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그래서 대형 온라인게임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서버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지. 해외 진출시에는 그쪽 퍼블리싱 회사에 위탁하고.”
이치카와 시게루는 경영진과의 마찰 때문에 리닉스펜타곤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OTK컴퍼니의 지원을 받아 모바일게임을 제작했다.
이때는 자금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서버 구축 대신에 AMZ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ZWS를 사용했다.그리고 이는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버 관리와 운영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아낄 수 있었던 만큼, 이는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은 서버가 국가별로 나뉘어 있지만, 세르아나의 경우 국가 상관없이 통합서버를 운영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ZWS가 VRMMORPG가 필요로 하는 용량을 제공해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때는 서비스 확장을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AMZ 보고 우리 게임이 향후 대박 날 수도 있으니, 너희가 먼저 최대한 용량을 늘려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치카와 사장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건 OTK게임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로스의 자율주행시스템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데이터를 쌓고 있고, 페이스잇에는 하루 동안에만 수십 년에 걸쳐봐야 할 포르노가 업데이트 된다. 그리고 M피자의 고객데이터와 아킷의 소프트웨어, AI 등도 전부 클라우드에 들어가 있다. 여기에 카인포테이먼트 서비스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데이터다.
이제 와서 OTK컴퍼니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자체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은 필요하다.
“문제는 이게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 거지.”
데이터센터라는 게 단지 서버를 무작정 때려 넣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보안성.
다운되거나 파괴되지 말아야 하고, 해킹 등으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안정성과 보안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위치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데이터센터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아.”
“북한 때문에?”
“뭐, 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수사기관 말 한마디면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긁어다가 바치기 때문이지.”
검찰과 국정원이 기업들을 상대로 대놓고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시간 감청도 서슴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네오틴 측은 앞으로는 서버자료를 바로 삭제하고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발표가 나가고 나자 네오틴 대표는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 당시 여당의원들에게 조리돌림 당한 것도 모자라,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공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쯤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 마인드.
이런 나라에 뭔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나?
반면 미국기업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는 절대로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전 세계 회사들이 믿고 MS와 AMZ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고.
* * *
난 OTK데이터센터(가칭) 건립과 관련해 카로스와 페이스잇 등의 의사를 물었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데이터가 늘어날 테니까요. 더 늦기 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이건 카로스 CEO 데릴 세이건의 의견.
[고화질 포르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포르노는 4K를 넘어 8K로 진화 중입니다. 에이튜브와 넷플레이 이상의 통합서버를 만들어 더 많은 포르노를 서비스해야 합니다.]이건 어느 기업 CEO인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 아주 그냥 입만 열면 포르노…….
우리는 다시 이치카와 사장을 만났다.
초기 서버 용량을 어느 정도로 구축하느냐는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문제다. 여기서 가장 크게 고려해야할 것은 예상 동시접속자수.
음식점을 예로 들면, 손님이 많이 올 줄 알고 음식점을 크게 지어놨는데 몇 명 안 오면 괜히 건축비와 인테리어비용만 날리게 된다.반대로 별로 안 올 줄 알고 작게 지어놨는데 수백 명이 몰리면, 대부분 돌려보내야 한다.
“동시접속자수가 얼마나 될 거라고 예상하세요?”
내 물음에 이치카와 사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2천만 명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택규가 황당하다는 듯 묻자, 이치카와 사장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물론 너무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수치입니다.”
나와 택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느 게임이 얼마나 대박날지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게임의 동시접속자수가 1억 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이것만 알아도 서버의 필요 용량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택규가 말했다.
“2천만 명은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망해요.”
이치카와 사장은 필사적으로 택규를 설득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아니, 고작 2천만 명이 뭡니까? 하려면 한 1억 명 해야죠.”
“……예?”
이번에는 이치카와 사장이 놀랄 차례였다.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옆에서 통역을 하던 정기홍 팀장마저 깜짝 놀랐다.
“1억 명이요? 진짜요?”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동시접속자수 1억 명으로 가정하고, 그에 맞춰서 미리 서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하겠다고 찾아오는 고객들 돌려보내면 그게 무슨 손해입니까?”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이치카와 사장이 말했다.
“자, 잠깐만요. 1억 명은 너무 과합니다.”
택규는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무슨 말씀이세요? 로스트 판타지의 아버지 이치카와 시게루라면 충분히 가능해요! 데이터센터 문제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개발에만 집중해주세요. 저와 전 세계 게이머들은 이치카와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어디 안 좋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게임계의 전설 이치카와 시게루는 부담스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