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23)
를 보는 투자자 422 >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언론들 역시 재빨리 이를 특종으로 보도했다.
반향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이야! 일개 미국인인 줄 알았는데, 골든게이트 후계자였다고?
-사진 봤어? 남자 완전 존잘. 영화배우인 줄.
-남자 신데렐라인 줄 알았는데, ㅅㅂ 저쪽도 왕자 ㅎㅎㅎ
-그럼 그렇지. 딱 돈 보고 결혼한 거.
-ㅋㅋㅋ ㅂㅅ아. 오현주가 OTK컴퍼니 3대 주주야. 개인재산만 이미 수십조 원인데, 돈 보고 남자 만났겠냐?
-둘이 합치면 대체 재산이 얼마야?
-그보다 애가 진짜 대박 아님? 엄마 재산 수십조, 아빠 재산 수십조, 삼촌 재산 수백조, 삼촌 친구 재산 수백조…….
-이 정도면 세뱃돈 1억씩 주려나?
-부럽다ㅜㅜ
-다시 태어나면 저 집 애로 태어나고 싶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님. 지금 빨리 딸 낳아서 저 집 애랑 결혼시키면 됨.
-ㅋㅋ 미친노마.
-이 ㅅㄲ 최소 천재.
OTK컴퍼니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일했던 직원이 알고 보니, 미국 금융재벌 골드맨 가문의 손자였다니!
“그야말로 금세기 최고의 반전이라 할 수 있지. 내가 뺨을 때린 남자가 알고 보니, ‘우리 회장님 손자’인 것만큼이나 진부한 클리셰긴 하지만.”
“그래도 먹히니까 계속 써먹는 거 아니야?”
“물론이지. 단 현실에서는 뺨 맞은 남자가 ‘나에게 이런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같은 말 대신, 폭행죄로 고소를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만만치 않은 법이지.
엘리는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제시카가 결혼이라니. 믿겨져요?”
“결혼은 진작 한 거였잖아. 이미 아이까지 있는데.”
내 말에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결혼식은 또 다른 거예요. 어쩌면 일생에 한번뿐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긴 해요.”
물론 세상에는 여러 번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지금쯤이면 현주 누나에게 부탁을 받았을 텐데도, 엘리는 딱히 부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엘리가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그냥 예뻐서요.”
엘리는 피식 웃었다.
“풋, 갑자기 뭐예요?”
결혼식이 끝난 뒤, 진지하게 얘기를 해봐야겠다.
* * *
실론호텔은 한국에서 최고급 호텔체인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여러 행사가 열렸고, 수많은 귀빈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번 결혼식은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하객들 면면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의 행사였다.
임수미 사장은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관련 사항을 직접 챙겼다. 결혼식 날짜가 대략 정해지자, 그 전후로 일반인 예약을 받지 않았음에도 객실은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호텔들과 연계해서 숙박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제주도는 유명 관광지인 만큼 호텔이 많다. 문제는 귀빈들을 수용할 만한 5성급 호텔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관광상품이 대부분 중국 저가 관광객들에 몰려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객실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 예약자들은 위약금을 물어주고 취소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임수미 사장은 딱 잘라 말했다.
“고객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실론호텔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만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천재지변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취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약을 받은 이상 우리 고객이고, 우리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대안으로 주변의 4성급 호텔을 통째로 빌린 다음, 실내를 청소하고 침구와 어메니티를 실론호텔 제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실론호텔 측은 참석자 명단을 제주도청과 공유하고, 이동 경로와 주변 숙박시설에 대한 보안을 요청했다.
제주도청은 발칵 뒤집혔다.
참석자 명단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뉴욕주지사, 뉴욕시장,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경영자, 유명 투자자, 미국 금융재벌들, 할리우드 스타…… 심지어는 중동의 석유부호들까지 있다!
김해용 제주도지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주도가 생긴 이래 이 정도로 주요 인사들이 한번에 몰려온 적이 있었던가?
이게 보통 큰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그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제주도는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아니, 하와이나 괌에서 하지, 대체 왜 제주도에서 이러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는 엄청난 기회였다. 한 명 한 명이 말 한마디로 수천억 원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제주도를 통째로 살 수도 있다. 잘만 하면 제주도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다음 지방선거는 하이패스로 통과하는 거 아니야?’
김해용 도지사와 도의원들은 합심해서 귀빈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당장 공항부터가 비상이 걸렸다.
결혼식 며칠 전부터 착륙허가를 요청한 전용기만 해도 100대가 넘었다. 가뜩이나 제주공항은 포화상태라 제 2공항을 건설 중인 상황이었다.
비행스케줄을 최대한 조정하고, 활주로를 24시간 풀가동하고, 격납고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많은 전용기를 수용할 시간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김해공항을 비롯한 주변공항들과 연계해 그쪽으로 착륙을 시킨 다음 임시 비행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일본도 괜히 나섰다.
제주도와 가까운 후쿠오카 공항으로 오면, 자신들이 임시 비행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을 경유하게 함으로써 숟가락이라도 한번 얹어보겠다는 속셈이었다.
* * *
결혼식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 금융계 사람들이 먼저 속속들이 입국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금융업이 약한 편이다. 때문에 글로벌 IB들은 국내증권사와 연계하거나 해외에서 투자를 하는 등 국내진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는 급성장 중이고, 투자은행들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
지사를 설립한 골든게이트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본 글로벌 IB들은 이번 기회에 새만금에 조성될 국제금융단지에 지사를 만들 생각이었다.
투자은행뿐 아니라, 상업은행들 역시도 한국 진출을 검토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들어오는 것에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상엽 선배는 고개를 내저었다.
“뭐, 우리나라 금융업이야 IMF 때 외국자본에 싹 다 넘어갔지.”
정기홍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그냥 탈탈 털렸죠.”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그래도 우리나라 은행들 많지 않나?”
“은행이야 많지. 그런데 한신은행, CS은행, 두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글쎄. 한 절반쯤 되나?”
“평균이 75퍼센트야. CS은행이나 한국씨티은행 같은 경우는 아예 100퍼센트고.”
이쯤 되면 이름만 한국계지, 실제로는 외국회사나 다름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역명칭을 딴 지방은행들 역시 외국자본이 과반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고, 저축은행과 대부업 쪽에는 일본계 자금이 대거 들어와 있다.
금융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때문에 신흥국들의 경우 각종 규제를 통해 외국자본의 인수를 제한한다.
우리나라 역시 그랬지만, 외환위기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다 폐지했다. 그리고 보다시피 외국자본들의 놀이터가 됐고.
상엽 선배가 말했다.
“투자은행이든 상업은행이든 한국에 오는 건 나쁠 게 없어. 앞으로 기업들 자본조달도 편해질 테고.”
맞는 말이다.
예대업무를 주로 하는 상업은행과는 달리 투자은행는 이름 그대로 전문적인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금융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외국자본이 너무 설쳐대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해야겠지만.
* * *
난 김호민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요즘 많이 바쁜가봐. 연구소에 놀러오지도 않고.]“안 그래도 조만간 찾아가려고 했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나야 항상 똑같지. 연구하고 실험하고, 사람 만나고. 그나저나 연구소에 정치인들도 좀 그만 찾아오라고 할 수 없어? 이놈들이 심심하면 기자들 데려와서 한 바퀴 둘러보고 사진 찍고 가네.]“…….”
김호민 교수는 국내 유일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그리고 OTK연구소는 모든 전자제품의 필수제품인 배터리를 연구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이나 신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이 나올 때마자 정치인들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들락날락거렸다.
정치인들 쇼하고 다니는 것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선거철이 되면 볼 만할 것이다.
“문 앞에다가 ‘개와 정치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이는 건 어때요?
[안 돼. 그러면 애견인들에게 욕먹을지 몰라. 어디서 소중한 개를 정치인과 같은 취급하냐고.]“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보다도, 재밌는 거 하나 만든 것 같은데, 시간 있으면 보러 올래?]“예? 설마 뭐 개발하신 거예요?”
김호민 교수는 소리 내서 웃었다.
“당장 가겠습니다.”
난 택규와 함께 차를 타고 달려갔다.
OTK연구소에 도착하자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있던 김호민 교수가 손을 흔들어보였다.
“왔어?”
“보여주실 게 뭐예요?”
“일단 커피부터 한잔씩 마셔.”
김호민 교수는 직접 믹스커피를 타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마시며 조용히 얘기를 들었다.
“이것저것 연구하다보니, 하나 건진 게 있어.”
궁금해서 초조해질 지경이다.
“대체 뭔데요?”
김호민 교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알겠지만, 배터리는 그동안 전자기기의 발전에 비해 뒤처졌어.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배터리 용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했으니까.”
“그렇죠.”
OTK배터리는 기본 NCM배터리보다 용량을 두 배 늘린 것만으로도 시장을 휩쓸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소재의 한계야. 그래서 그래핀, 실리콘 카본, 금속산화물, 유기물 등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거고.”
지금도 국가와 기업들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지금도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중이다.
“양손 내밀어봐.”
난 양쪽 손바닥을 펴서 내밀었다. 김호민 교수는 오른손에 스마트폰에 들어갈 법한 손바닥 크기의 배터리 하나를 올려놓았다.
당연하게도 겉으로 봐서는 아무 특징이 없었다.
“어때?”
“가볍네요.”
“그치? 그럼 이건 어때?”
김호민 교수는 반대쪽 손에 다른 배터리를 올렸다. 손바닥이 아래로 처질 만큼 크고 묵직한 배터리팩이었다.
“OTK배터리로 만든 배터리팩. 둘의 차이가 느껴져?”
“당연히 느껴지죠. 크기와 무게가 이렇게 차이 나는데.”
“그 두 개가 같은 용량이야.”
“예?”
“오른쪽에 있는 배터리가 동일질량에 OTK배터리의 20배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
그 말에 택규와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에요?”
배터리는 미래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산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나 ESS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기술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상용화는요?”
김호민 교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게 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아.”
택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째서요?”
세상에는 좋은 기술들이 참 많지만, 그게 전부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다.
택규가 전에 한 말을 빌리자면 ‘상용화되는 모든 제품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상용화되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제품은 각기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랄까?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제조과정에서 불량이 너무 많아서, 막상 쓸모가 없어서, 경쟁제품이 더 좋아서, 가격이 비싸서, 심리적 거부감이 생겨서, 정부의 규제 때문에 등등.
“뭐가 문제예요? 안정성?”
지금도 작정하면 배터리 용량을 2, 30퍼센트 늘리는 것은 간단하다. 그렇게 하면 폭발위험이 커져서 못할 뿐이지.
“그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요?”
“돈이 문제야.”
제품에 있어서 가격은 품질 만큼이나 중요하다.
“얼마나요?”
김호민 교수는 배터리를 손으로 들어보였다.
“OTK배터리에 비하면, 한 300배쯤 되려나?”
아무리 용량을 20배 키운다 해도 그 가격을 지불할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전기차와 전기트럭은 OTK배터리만으로도 충분하다.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이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드론이나 비행기, 인공위성 등등.
“양산에 들어가면 가격을 낮출 수 있지 않나요?”
“그게 반대야.”
“반대라니요?”
내 말에 김호민 교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만약 양산을 하려고 하면, 수만 배로 치솟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