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96)
495화
JN배터리를 놓고 여론전이 펼쳐졌다.
전문가들은 JN배터리의 각종 문제점을 공격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양산은 무리다’, ‘이미 OTK배터리로도 충분하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등등.
OTK컴퍼니는 이에 맞서서 배터리팩이 만들어지는 대로 안전성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서성SB에서 양산에 필요한 생산라인을 만드는 중이라고 맞섰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히 주원료인 제라티늄 수급 문제였다. 월면 자원채굴은 분명히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실제 추진되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당장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번 일이 무분별한 우주개발사업으로 이어질까봐 우려했다. OTK컴퍼니와 스페이스Z 본사 앞에서는 ‘전미달협회’, ‘세계우주보호단체’, ‘우주사랑회’ 등의 단체들이 거센 시위를 벌였다.
“달 자원채굴을 중단하라!”
“지구를 파괴한 것도 모자라, 달까지 파괴하려 하는가?”
“달은 누구의 영토도 아닌, 인류 공통의 자원이다!”
“멀쩡한 달을 후손에게!”
“강진후는 즉각 제라티늄 채굴 시도를 중단하라!”
* * *
스페이스Z가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준비를 하는 사이 중국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헨리의 말대로 먼저 알베르트 매니지먼트와 소수의 헤지펀드들이 움직였다. 이들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들은 중국의 주식을 일제히 공매도했다. 주식을 판 대금은 당연히 위안화로 들어온다.그들은 이 위안화를 시장에다 되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이러한 일을 반복하면, 주가는 내려가고, 달러는 오른다.
한마디로 중국이라는 나라 전체에 숏 포지션을 취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대놓고 자신의 포지션을 알리며 세력을 끌어 모았고, 글로벌 투기자본들은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여기에는 언론까지 동원됐다.
헤지펀드들은 언론사들에게 엄청난 광고비를 안겨주었고, 전 세계 주류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의 주가하락과 기업파산 소식을 전하며 위기감을 부추겼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금리인상이다. 금리를 올리면, 투기세력의 이자부담을 키우면서 동시에 위안화에 대한 수요를 늘려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수단을 쓸 수가 없었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다가는 빚을 갚지 못한 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할 테니까.
차선책은 헤지펀드의 포지션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바로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고, 외환보유고를 풀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가는 오르고, 달러는 내려간다.
실제로 중국은 비슷한 방식으로 두 차례 투기세력을 물리친 사례가 있다. 1998년 홍콩은 외환보유고로 홍콩달러 가치를 방어함과 동시에 증시 공매도 규정까지 바꿔 투기세력을 패배시켰고, 2017년 초 위안화 절하를 노린 투기세력들이 공매도를 쏟아내자 중국은 위안화 예금금리를 단기간에 최고치까지 끌어올려 위안화 급등을 유도해 투기세력을 물 먹였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경계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중국은 애초부터 국가주도의 계획경제로 성장해온 나라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중국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환율 상승은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 계획에도 차질을 불러오는 만큼, 중국 금융당국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란슈칭 중국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위안화 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는 필연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계속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6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여전히 세계최대를 자랑하지만, 몇 달 사이 무려 5천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투기세력의 공격을 방어할 만큼 충분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중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돈은 5천억 달러도 안 된다.
외환보유고는 위안화 가치가 유지되는 근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할수록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들이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엑소더스를 시작하면, 외환보유고는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야지.”
기업 가치와는 별개로 OTK컴퍼니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얼마 없다. 다행히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택규가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나중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떡해?”
상황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기 마련.
둘 다 독재자인 만큼 상황이 바뀌면 나와의 약속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시 할 테지만.
“상관없어.”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 약속을 지켰다면, 지금의 홍콩시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부다페스트 협약을 지켰다면, 우크라이나 분쟁 역시 없었겠지.
어차피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만 이긴다면…….
“그때는 중국이든 러시아든 우리 눈치를 보게 될 테니까.”
* * *
난 회사 전 직원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주 누나와 엘리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난 중대발표를 했다.
“8천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겁니다.”
정기홍 팀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음, 8천억 원이요?”
워낙 금액이 크다보니, 혹시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이다. 하긴, 따지고 보면 8천억 원도 큰 금액이지.
“아니요. 달러요. 8천억 달러.”
설마 하는 표정이 이내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다른 직원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그도 그럴 것이 한번에 이 정도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그걸 살 사람이 있을까요?”
신용경색으로 현재 시장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여러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AA등급의 회사채조차도 미달되기 일쑤인 분위기다.
아무리 OTK컴퍼니가 세계최대 기업이고,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크다고 해도 이 정도 채권을 다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좋은 조건으로 발행해야죠.”
서상원 팀장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기간에 그 정도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회사채 발행과 판매는 정해진 요건에 따라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OTK컴퍼니의 가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조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높을 뿐, 자기자본과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게다가 그 기업 가치라는 것도 비상장이다 보니,정확하게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로스차일드가 금융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미국 본토나 유럽에서 판매하려 한다면, 갖은 수단을 써서 방해하려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정확히는 회사채가 아니라, 그냥 채권이라고 해야겠네요. 제 지분을 담보로 발행할 생각이니까요.”
“예?”
만기 때까지 돈을 못 갚으면, 채권자가 돈 대신 지분을 갖게 되는 주식담보부채권이다.
직원들 중 한명이 손을 들었다.
“채권 발행의 목적이 뭡니까?”
난 바로 대답해주었다.
“공매도를 하는 투기세력과 싸울 겁니다.”
직원들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일전에 팀장들에게는 한번 밝힌 적이 있지만, 모두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다.
상엽 선배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브렉시트랑 빅원 이후로 이런 미친 짓은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두 사건 모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싸웠고, 승리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서상원 팀장은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투기세력과 맞서기에 지금은 너무 이릅니다. 좀 더 하락한 다음 대응해도 늦지 않습니다.”
현주 누나는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다른 회사들은 빠져 나오지 못해 안달인데, 오히려 뛰어들겠다는 거야?”
중국 내에 공장이 있고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자본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금융자본들은 자산매각을 서둘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돈 주고 사기 힘들었던 1선 도시들의 빌딩들이 몸값을 낮춘 채 매물로 쏟아졌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가격은 더욱 추락했다.
난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렸다.
풍랑을 만나 출렁거리는 배에서 모두가 한번에 탈출하려 한다면 균형이 무너져 침몰할 위험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침몰이 확실하다면 남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게 이익이다.그로 인해 침몰을 가속화시키더라도 말이다.
배에 탄 사람들 입장에서는 침몰하지 않는 것이 공통의 이익이다. 누군가는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한 가운데에서 버티고 서있어야 한다.
난 최대주주이자 CEO.
따라서 내 결정에 굳이 타인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직원들조차 믿게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믿게 할 수 있겠는가?
난 직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OTK컴퍼니는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로 인해 세계경제가 붕괴하면, 우리가 추진해왔던 전기차, TWR, VRMMORPG, 새만금, JN배터리 등은 전부 물거품이 될 겁니다. 이번 일은 중국이나 세계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성공한다면, 우리는 금융위기를 막은 것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겁니다.”
내 말이 끝났음에도 회의장 안은 조용했다. 다들 차마 말을 못할 뿐, 실패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텍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상하네. 이런 경우 주먹을 불끈 쥐며 한명씩 일어나 ‘좋았어!’, 한번 해보자!’, ‘우리는 할 수 있어!’, ‘대표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같은 멘트를 외쳐야 하는데.”
“…….”
현실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니까.
“질문 있나요?”
내 물음에 밝은 색의 금발머리를 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이건 너무 무리한 계획 같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RCK브로스의 신병두 부회장. 지금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한 막기 힘든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되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회사가 넘어가게 될 거예요.”
돈을 갚지 못하면, 지분이 넘어가고, 지분이 넘어가면 회사가 넘어간다. 어느 투자회사도 이런 무모한 방식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 승산이 희박하다고 생각된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난 유리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걱정할 것 없어.”
“선배…….”
내 말에 엘리는 생긋 웃었다.
“역시 진후랑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요.”
그 말에 뭔가 말을 하려던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난 현주 누나를 보며 말했다.
“채권 발행과 매각은 골든게이트에 부탁할게요.”
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OTK컴퍼니 지분이라면, 탐낼 사람들은 많겠지.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 거야?”
“그럼요.”
난 이어서 택규에게 말했다.
“너도 부대표로서 한마디 해봐.”
“내가?”
잠시 팔짱을 낀 채 고민하던 택규는 할 말이 떠올랐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강진후 때문에 회사가 망하더라도 퇴직금은 두둑하게 챙겨드릴 테니,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