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14)
외전3. 친한 친구 (1)
(전략)네오틴웹툰에 연재하는 ‘로스트 판타지 사가 -세린의 탑’의 인기는 무서울 정도다.
로스트 판타지의 인기와 함께 전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되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령 작가는 인터뷰에서 ‘로스트 판타지를 사랑해주시는 게이머들, 그리고 웹툰을 재밌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지각과 휴재가 잦은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이백훈 네오틴웹툰 대표는 웹툰과 웹소설은 향후 콘텐츠 한류를 이끌 핵심산업으로,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신인작가를 육성하고 해외진출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데뷔 4년차 웹툰작가 권수련.
처음 네오틴에서 웹툰작가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때는 네오틴웹툰 5대 미녀 작가라며, SNS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다.
그러나 데뷔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첫 작품을 힘겹게 완결하고, 두 번째 작품을 연재 중이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권수련은 카페에서 웹툰작가들과 만났다. 이번에 진행하는 동인지 판매 이벤트 때문에 만난 작가들이었다.
작가들 사이에서 화제는 역시나 어제 나온 기사였다.
“하이령 작가 인터뷰 봤어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던데.”
“미국과 일본에서도 대박 났대요. 대체 하이령 작가는 얼마나 벌까요?”
“월 1억씩은 벌지 않을까요?”
“1억이 뭐예요? 올해 매출이 100억도 넘을 거라는데.”
“와아! 그 정도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네요.”
“진짜 대단하다.”
“그 정도로 돈을 벌면 어떤 느낌일까요? 조만간 강남에 건물 한 채 사겠는데요.”
작가들은 다들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 얘기를 들으며 권수련은 생각했다.
‘또 민하영 얘기네.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녀는 민하영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고 해서 나름 친했었다.
둘 다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만큼,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자주 만나 만화를 그리고 의견을 교환했었다. 지금은 서로 연락하지 않지만, 조용히 듣기만 하던 권수련은 툭 던지듯 말했다.
“운이 좋은 거죠. 로스트 판타지 IP 따서 그리면 누군들 저 정도 조회수 안나오겠어요?”
작가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네요.”
“그런데 하이령 작가님은 로스트 판타지 IP를 어떻게 땄을까요? 한국에서 그거 얻은 작가는 하이령 작가님 한 명뿐인데.”
“그러게요. 어떻게 데뷔도 안 한 작가가 일본 게임회사의 IP를 얻었는지.”
로스트 판타지 M과 온라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로스트 판타지 IP를 원하는 곳들이 한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인기게임의 IP를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권수련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대체 그걸 어떻게 얻은 거지? 설마 OTK게임즈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왜 나한테는 그런 기회가 안 오는 거야? 그림도 내가 훨씬 잘 그리는데.’
“혹시 그 소문 들었어요? 하이령 작가님 노르웨이 공주랑 친하다는데.”
“아! 저도 들었어요. 노르웨이 공주가 가끔 웹툰에 댓글도 달잖아요.”
“우와! 공주님과 친구라니!”
“공주님이 로스트 판타지 팬이래요.”
“하이령 작가는 이젠 완전히 셀럽이네요.”
“같은 웹툰작가인데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요.”
한 작가가 권수련에게 물었다.
“아! 하은 작가님한테 들었는데, 서련 작가님은 하이령작가님과 친구라면서요?”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어요.”
“와아! 그럼 요즘도 연락하고 지내세요?”
“예. 뭐, 가끔요.”
사실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멀어지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권수련은 당시 도전베스트에서 연재하던 작품이 정식연재로 승격됐다.
그녀는 고료를 받는 정식 작가가 된 반면, 민하영은 여전히 지망생이었다.
민하영은 그 뒤에도 권수련에게 자신의 원고를 보여주며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그게 귀찮게 느껴져 만남을 거절했다.
‘그 뒤에 그 일도 있었고.’
그 후 완전히 연락을 끊었는데, 어느 날 민하영이 네오틴웹툰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림체도 익숙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하이령’이라는 필명을 써왔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축하해주는 마음이 있었고, 다시 연락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민하영의 웹툰은 순식간에 그녀의 위로 치고 올라갔다.
같은 네오틴웹툰 연재작가라고 인기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인기가 없는 작가는 월급 정도 수준의 고료를 받고 끝이지만, 인기작가는 수천, 수억 원이 우습다.
‘로스트 판타지 사가 -세린의 탑’은 네오틴웹툰 뿐 아니라 모든 웹툰사이트를 통틀어 확고부동한 1위다.
반면 권수련의 웹툰 ‘적국 황제와의 결혼’은 순위가 거의 바닥이었다.
매주 피 말리는 마감을 견디며, 연재해봐야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았다. 편집부에서도 슬슬 끝내줬으면 좋겠다는 눈치였다.
과연 이번 작을 끝내고 나면, 다음 작을 또 계약할 수 있을까?
한때 자신보다 한참 아래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이제는 우러러보기도 힘든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다 보니 더욱 연락하기가 힘들었다.
다른 작가들이 다들 민하영 얘기만 하는 걸 보니, 왠지 배알이 꼴렸다.
“조만간 네오틴웹툰에서 작가의 밤 모임한다면서요?”
“이번에는 나오실까요?”
“하이령 작가님 귀엽다는데.”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
권수련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글쎄요. 저라면 다단계한 게 부끄러워서라도 안 나올 거 같은데.”
그 말에 다른 작가들은 깜짝 놀랐다.
“다단계요?”
“저도 그 소문 들었던 것 같은데, 진짜였어요?”
“무슨 소문이요?”
“하이령 작가님이 몇몇 작가들한테 다단계하라고 권유했다던데.”
권수련은 그 말에 속으로 살짝 당황했다. 왜냐하면 주변 작가들에게 그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어머! 다들 알고 계셨구나. 저 말고도 여기저기 연락했던 모양이네요.”
“서련 작가님은 더 알고 계신 게 있나요?”
“저희한테만 말씀해주세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입을 열었다.
“혹시 제일골드코인 사건 아세요?”
“아! 그거 강진후 친척이 사기꾼이었잖아요.”
“뉴스에서 봤어요.”
제일골드코인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규모가 워낙 컸던 데다가 강진후 친척이 연루되어 있었던 사건인 만큼,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시사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권수련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이령 작가가 그 다단계에서 일했거든요. 어느 날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
청담동 명품거리의 한 카페.
명품매장 건물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고, 명품브랜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늘 예약이 가득 찼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기는 가운데, 한 테이블에는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20대 청년이 앉아있었다.
복장과 외모만 봐서는 동네백수가 따로 없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냥 사요. 9천이면 싼 거예요. 한 차례 가격을 낮췄으니, 거기서 더 낮추긴 힘들 거예요. 필요한 거니까 팔리기 전에 어서 사요.”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는 생각했다.
‘근처 마트에서 휴지를 9천 원에 세일하나? 그래서 다 팔리기 전에 사야 한다고 하는 건가?’
설마 9천만 달러에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인수하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또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로 3천 보내요. 2천 보내면 안 되고, 3천 보내야 돼요.”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는 생각했다.
‘통장에 7천 원밖에 없어서 ATM기에서 안 뽑히니, 3천원 보내달라고 해서 1만 원으로 뽑을 생각인가?’
설마 ‘3천’이 ‘3천만 달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통화를 끝낸 청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를 손에 들었다. 잡지의 이름은 타임(TIME). 다름 아닌 미국의 유서 깊은 시사주간지다.
그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은 생각했다.
‘혹시 맥심 사려다가 잘못 샀나?’
‘뭘 저렇게 페이지를 빨리 넘겨? 읽는 척만 하는 거야?’
‘그래도 거꾸로 들지는 않았네.’
그 순간, 정장을 입은 프랑스인 여성 지배인이 청년에게 다가갔다.
‘드레스 코드가 안 맞으니, 나가라고 하려나 보네.’
‘저 복장에 여기 오는 게 말이 안 되지.’
‘이제 일어나서 9천 원에 할인하는 휴지 사러 가면 되겠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지배인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영어로 말했다.
“Thank you for your visit. May I help you withanything?”(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놀랍게도 청년은 영어로 대답했다.
“No, thank you. I am good.”(예. 괜찮아요.)
“Please letme know ifyouneed anything.”(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I will. Thank you.”(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대체 쟤 뭐야?’
‘누군데 콧대 높은 명품매장 지배인까지 나와서 인사하는 거야?’
‘혹시 나만 누군지 모르는 건가?’
청년은 주위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잡지를 훑어보았다.
‘이번 호에도 우리 진후 얘기는 빠지지 않는구나. 어디 보자. 그 기사가…… 아! 여기 있구나.’
한창 기사를 읽고 있는데, 잠시 후 머리를 묶고 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여성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늦어서 미안해, 택규야. 다 했는데, 마지막에 수정할 게 있어서.”
“무사히 끝났어?”
“응. 간신히 맞춰서 올렸어.”
“요즘은 마감 잘 지키네.”
“당연하지. 이제는 성실작가야.”
택규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은 자세야. 요즘 VRMMORPG 개발하느라 돈이 많이 부족해. 그러니까 니가 휴재나 연중하지 않고 열심히 그려야 돼.”
로스트 판타지 IP 사용권한이 공짜는 아니다. OTK게임즈는 웹툰수익의 10퍼센트를 IP사용료로 가져갔다.
물론 OTK게임즈가 벌어들이는 전체 수익에 비한다면, 티도 안 날 만큼 미미했다.
민하영은 혀를 내밀었다.
“칫!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
“이사한 집은 어때?”
“좋은 것 같아.”
얼마 전, 그녀는 골방에서 나와 삼성동에 작업실을 새로 구했다. 탄천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였다.
“그런데 왜 삼성동이야?”
“나, 나도 전부터 강남에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굳이 얘기하지는 않았다.
민하영은 택규의 손에 들린 잡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와! 너 이런 것도 읽어?”
“원래는 안 읽는데, 이것 때문에 사봤어.”
택규는 페이지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한국 웹툰의 미국 진출에 대한 내용과 함께’로스트 판타지 사가 -세린의 탑’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이야! 돈 많이 번다고 타임에까지 실리다니. 대단하다.”
민하영은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놀리는 거야?”
그녀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한들 세계 2위의 부자랑 비할 바겠는가?
둘은 애프터눈 티세트를 시켜먹었다. 민하영은 홍차와 스콘을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마감 끝나는 날이 진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하지만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마감이 기다리고 있겠지.”
“나도 알거든.”
민하영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 네오틴웹툰에서 작가모임 한대. 연예인들도 많이 온다니까, 같이 갈래?”
“호오, 작가모임이라. 그런데 나도 가도 돼?”
“응. 각색가로 같이 가면 돼.”
“각색가?”
“니가 스토리 잡아주고, 원고도 검토해주니까 거짓말은 아니잖아.”
“그렇군. 그럼 그쪽 대표한테 나 봐도 모른 척해달라고 해야겠다.”
“응? 대표님이 니 얼굴 알아?”
“전에 네오틴웹툰 이백훈 대표랑 박세나 팀장 만난 적있잖아.”
OTK컴퍼니라는 초거대기업의 부대표이자, 세계 2위부자지만, 정작 오택규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한번 얼굴이 알려지면, 미디어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얼굴이 알려지면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지금 이 자리에 강진후가 앉아있었다면, 모두가 쳐다보지 않았을까?
‘주인공은 얼굴을 숨겨야지.’
***
네오틴웹툰 작가모임 당일.
택규를 만난 민하영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너 오늘 왜 이렇게 꾸미고 나왔어?”
평소 회색 트레이닝복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과는 달리, 오늘은 댄디한 복장에 구두를 신었다.
안경도 바꿔 끼고, 머리도 깔끔하게 빗어 넘겼다.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였다.
‘설마 나한테 잘 보이려고?’
민하영이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살짝 붉히는데, 택규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츄리닝 입고 집에서 나오다가 진후한테 걸렸어. 어디 가냐고 묻기에 너랑 같이 작가모임 간다고 하니까, 당장 안 갈아입으면 츄리닝 다 찢어버리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갈아입었어. 아! 엘리가 옷 골라주고, 머리 만져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