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6
분신으로 절대무신 156화
“원한다면 백귀를 당장에라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수도 있네.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겠지.”
“…….”
“이건 선수금이네.”
“!!!”
그 말과 함께 장일은 탕륭에게 손을 펼쳐 보였고 이에 탕륭의 육신의 그의 의지를 반해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강제로 허공에 띄워진 채 끌려갔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덥석!
장일은 그렇게 끌려온 그의 머리를 잡아챘고, 그 광경을 끝으로 탕륭은 정신을 잃었다.
“으음!”
탕륭이 정신을 차렸을 때, 해는 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찾아온 어둠 속에서 탕륭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바로 무리한 노동과 노화로 인해 유독 어두웠던 밤눈이 거짓말처럼 밝아진 것이다.
젊었던 시절 때와 비교해도 몇 배는 더 밝아진 밤눈에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저 광기에 일그러진 정신처럼 망가진 그의 육신도 달라져 있었다.
그의 육신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다리 한쪽을 잃은 상태에서 극한 노동을 일삼자,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장일이 그에게 힘을 주겠다는 말에 그가 그처럼 비웃었던 것은 그 자신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라서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렇게 망가졌던 육신이 어떻게 된 것인지 젊은 날의 그때처럼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잃었던 발을 대신해 박아 놓은 나무다리가 제 것인 것처럼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자 탕륭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믿어가던 차, 그런 그의 생각을 누군가 일그러뜨렸다.
“생각보다 일찍 깨어났군.”
“!!”
탕륭은 그 목소리에 놀라 서둘러 몸을 돌렸고, 이내 그의 앞에 정신을 잃기 전 만난 장년의 사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장일은 자신을 보고 경계하는 탕륭의 그 모습에 제법 만족하는 눈치였다.
탕륭은 한나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탕륭이 정신을 잃은 시점은 이틀이었다.
그러니 이틀 만에 깨어난 그를 두고 일찍 깨어났다는 장일의 말은 맞지 않은 것이었으나, 하나의 전제를 두고 본다면 장일의 말이 옳았다.
그도 그럴 게 장일은 탕륭에게 무려 세 번의 개정대법을 펼쳤기 때문이다.
개정대법은 환골탈태를 흉내 낸 것으로, 이를 받은 자는 그 근골이 급이 최소 한 등급 이상 높아진다.
최하품의 근골을 지닌 자조차 개정대법을 받는 것만으로 중품의 근골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그처럼 대단한 대법이었으나, 이를 시행하는 것은 천하의 십대세가에서도 쉬이 다루지 못했다.
이는 그만큼의 막대한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초절정에 이른 자 세 명이 나서야 겨우 시전을 할 수 있으며, 이후 이를 시전한 이들은 최소 5년 동안 몸을 보양해야 했다.
완전히 회복하려면 10년이 걸렸으니, 아무리 천하십대세가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데, 탕륭은 그러한 개정대법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받은 것이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나 장일의 북명신공 덕분이 컸다.
외단전에 자리 잡은 구음은 놀라울 정도로 그 순도가 높았으니, 그를 무한하게 다룰 수 있는 장일에게 이 같은 개정대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워낙 망가진 상태이다 보니 몸에 무리가 크게 갈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본래라면 닷새는 지나야 깨어날 일이었다.
그럼에도 겨우 이틀 만에 깨어난 것은 탕륭의 정신력이 범인을 크게 초월한 수준이기 때문이라서다.
하기야 탕륭은 마경과 같은 마물을 만들어낸 장인이었다.
무공으로 친다면 천하제일까지는 어려워도 한 손 안에 드는 절대경지에 이른 장인인 것이다.
그런 이였으니 그 정신력이 남다른 것은 당연했다.
“선금은 마음에 드는가?”
“당신이 저를 이렇게 만드신 것입니까?”
“그럼 누구겠는가?”
“……꿈은 아니겠지요.”
“하하하하!”
믿기 힘든 현실에 꿈을 거론하는 탕륭에 장일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웃음에서 탕륭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장일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줄 수 있다면 백귀를 벨 힘을 주겠다는 말을 말이다.
그런 그의 말에 장일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품에서 작은 목함을 그에게 내어주었다.
-딸깍!
목함을 받기 무섭게 열었던 탕륭은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목함 안에 든 것은 조잡하기 그지없는 부서진 낡은 칼날 조각이었던 탓이다.
이것을 왜 자신에게 보여주었는지 의문이 일던 탕륭이었지만, 그의 그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지워졌다.
“이…… 이건!”
대장장이로서 그 끝을 바라보던 자답게 그 칼날 조각 안에 무엇이 깃든 것인지 알아본 것이다.
장일은 탕륭이 칼날 조각에 담긴 신살의 천명을 알아보는 듯하자 안도하며 물었다.
“나는 이거와 같은 칼날 조각들을 녹여 하나의 검을 만들 생각이네. 자네는 할 수 있겠는가?”
“부,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녹이는 것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것들을 녹여 새로운 검으로 만드는 것은 감히 저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째서인가?”
“이미 이것은 이것으로서 완성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에서 그 쓰임을 변형하는 것은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 다른 것을 접해 새로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아예 격을 달리하는 일입니다.”
간단히 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그것이 같은 칼붙이라고 해도 그러한가?”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한들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설의 구야자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힘들 것입니다.”
“구야자라.”
구야자는 고금십대무구 이전 기록으로만 전해진 신검 간장과 막야를 만든 이였다. 대장장이의 일을 하는 이들 중에는 그를 신으로 모시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 일이다.
당연히 장일이 만나고자 했던 이 중 하나였으나, 장일은 그를 만날 확률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너무도 오래되다 보니 그에 대한 기록들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을 녹이고 그를 변형할 수 있게 나를 가르쳐 주시게.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네.”
“……쉽지 않을 것입니다.”
탕륭은 설마 그런 것을 바랄 줄은 몰랐다는 듯 당혹스러워했으나, 이내 장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장일이 원하는 것은 자신을 마경과 같은 것을 만들 정도의 명장으로 이끌어달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그리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런 그들을 두고 명장이라 칭송할 리 없었다.
섬세한 손놀림 날카로운 직관력이 필요로 하며 이외에도 뛰어난 공간지각능력을 타고나야 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나 끝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자기성찰이었다.
의외라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르나, 이 자기성찰이야말로 명장과 여느 대장장이들을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다.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장인은 세상과 자연스럽게 고립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주체적인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는 말이 된다. 자연 어긋난 기준점을 가지게 되며 그 자신의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자기성찰은 그러한 기준점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상태를 볼 수 있게 되고, 이는 끝없는 실력의 증진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처럼 쉽지 않은 길임에도 탕륭이 장일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그 자신의 복수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만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는 장일이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명장으로 가져야 할 자질은 갖추었을 것일 테니, 그로서는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장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치이이익!
붉게 달구어진 철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괴는 반듯한 모양의 여느 철괴와 다름없었으나, 다만 그 부피는 매우 작았다. 성인 사내의 새끼손가락 정도였던 것으로, 그 크기만 본다면 철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나쁘지 않군.”
장일은 아직도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철괴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매만지다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그러나 그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탕륭은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다.
그 자신이라고 해도 크게 고난해야 했을 작업을 겨우 석 달 배운 장일이 반나절 만에 그를 이루어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망치도 화로도 필요 없이 그저 두 손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 비현실적인 신비 앞에 탕륭이 넋을 잃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랬다.
장일은 겨우 석 달 만에 명장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는 아무리 무의 정점을 찍은 장일이라고 해도 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다루는 구음 덕분이었다.
-화르르륵!
반야의 경지에 올라 천마심법을 통해 다루게 된 장일의 그 터무니없는 구음의 순도로 피워올린 불꽃은 신살의 천명을 띤 신물조차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장일의 손은 명장의 망치보다도 더 섬세하고 강력했다. 자연 그 구음의 불길을 버티지 못한 신물이 그의 손길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석 달 동안 탕륭의 아래에서 장일이 망치를 들었던 것은 탕륭이 알려줄 수 있는 가르침이 그러해서였다.
“불의 기운이 금속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를 보고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비로소 대장장이라 스스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탕륭은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 경지에 이르기만 해도 능히 대도시에서 첫째가 아니면 서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를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할 명장의 경지를 노리는 장일에게 있어서 확실히 만족해할 수 없는 경지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타고난 재주와 수없이 많은 세월 속에서 이루어야 할 경지인 것은 분명했다.
한데, 장일은 이 경지를 겨우 열흘도 안 되어 다다랐다.
“……정말 망치를 처음 잡은 것입니까?”
그 시작을 옆에 보았음에도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을 만큼 탕륭은 자신의 눈을 몇 번이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야 할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장일은 탕륭의 가르침에 따라 칼들을 만들었는데, 그 만들어진 칼들 중 명검이 아닌 것이 없었다.
무서운 일은 그 명검의 수준이 갈수록 성장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게 두 달째가 되었을 때, 장일은 최상품의 명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났을 때 장일은 처음으로 신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도 운석에서 구한 금속으로 만든 것이 아닌 철괴에서 만들어낸 것이었기에 그 의미는 대단했다.
청강검이 질투를 하여 울음을 흘릴 정도였으니, 그 신검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진짜는 그다음 작품에 있었다.
장일은 자신의 청강검에 망치를 들었다.
“지금이라면 너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무려 열흘 동안 장일은 밤낮을 잃은 채 망치를 두드렸다.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두드리는 망치질을 하는 장일의 모습은 섬뜩할 만한 것이었다.
탕륭 조차도 끼니를 잃은 채 그 모습을 종종 지켜보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열흘을 넘어 새로이 탄생된 청강검은 그야말로 천하제일검, 아니 고금제일검이라 칭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탈각하여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 치솟는 용의 탄생을 보는 듯한 그 광경에 탕륭은 언제나 품고 있던 마경을 처음으로 품에서 내려놓게 되었다.
진짜를 보게 되자 그제야 그 복수와 한에 미쳐 가려 있던 시야가 밝혀진 것이다.
“무신의 검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우우웅!
장일 또한 그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크게 만족한 듯 그 같은 농을 보였고, 청강검은 그 말에 기꺼운 듯 한 차례 용명과 같은 검명을 흘려댔다.
“이제 망치를 내려놓을 수 있겠군.”
그 후 며칠이 지나 신살의 조각을 녹이게 되었으니, 그를 옆에서 보았던 탕륭으로서는 넋을 잃다 이내 조심스럽게 절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위대한 대장장이의 신이 탄생하는 것을 직감했으니, 그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장일은 자신이 바라던 경지에 이르자, 계약대로 탕륭이 원하는 힘을 내어주었다.
북명신공을 통해 강제로 그의 육신의 경지를 반박귀진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준 것이다.
장일이 내어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청심법이라는 것이네. 이를 익히면 최소한 마경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을걸세.”
반박귀진에 이른 육신과 마경이라면 백귀라고 한들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을 얻는 과정에서 탕륭은 마물이 될 것이니 복수를 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장일은 복수 이후 그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탕륭에게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탕륭은 담담히 그 짧은 인사를 끝으로 마경과 함께 길을 떠났고, 장일 또한 세상에 나섰다.
탕륭에게서 가르침을 받아 명장에 이르렀기는 하지만, 그는 이것으로 만족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는 탕륭과 비슷한 여러 명장들을 찾아 그 가르침을 얻고, 스스로 그 성장을 해낼 생각이었다.
그런 장일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새로이 찾은 명장들마다 얻어지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탕륭에 이어 두 번째 명장에게서 가르침을 마쳤을 때쯤, 저 멀리서 제법 놀랄 소식이 들려왔다.
-천하의 백귀가 한낱 대장장이의 칼에 목이 달아났다. 복수를 끝낸 백귀는 자신의 마검 마경을 그 자리에서 부서뜨렸고,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
“하하하!”
그 소식을 여느 객잔에서 듣게 된 장일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참 그렇게 크게 웃음을 터뜨리던 장일은 세 병의 술을 비우더니 다시 새로운 스승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