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73
분신으로 절대무신 173화
‘육신 하나만 따진다면 드래곤도 다다르지 못한다, 라고 했던가?’
그 기록을 읽었을 때 장일은 믿지 않았다.
이는 시영을 통해 알고 있던 지식과 더불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드래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시영이 상대했던 초월 마법을 다루는 현자 정도가 아니고서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을 만큼 드래곤은 터무니없는 마항력을 자랑했다.
어디 그뿐일까?
고룡은커녕 이제 막 성인이 된 드래곤의 육신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초월 전쟁 이전 무학의 정점에 있는 오러 정도였다.
오러는 유형의 형태를 띠는 무의 결정체로 처음 장일이 그 오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자연 자신의 유검을 떠올렸다.
하지만 3등급 유적지를 공략하고 얻게 된 유물에서 그는 유검에 다다를 수 있는 무학을 얻게 되면서, 그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반쯤이 맞았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결국 오러 또한 유검과 같은 격을 풀어낸 힘의 일종이었지.’
실제로 유검을 다루는 존재들은 당시 인류의 신으로 여겨지던 존재들이었다. 천신은 물론 장일의 세상에서 지선이라 여겨지는 반신들 정도는 되어야 겨우 이를 다루는 게 가능했다.
이 오러가 대단한 점은 과거 장일의 유검보다 효율이 높다는 점에 있었다.
아무래도 이 거대한 별에 의해 생긴 법칙인 듯한데, 과거 장일이 천마를 상대하던 수준의 유검과 유사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절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힘이 오러인 것으로, 그런 오러조차도 성인 드래곤을 꿰뚫는 것도 버거웠다.
한데 그보다 더 우월한 육신을 가졌다고 하니 장일이 과장이 심하다고 여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내 생각이 틀렸군!”
장일은 인정했다.
지금 눈앞의 타이탄은 그야말로 완전무결(完全無缺)하다는 말에 가장 가까운 절대자라는 것을 말이다.
상처받고 오랫동안 혼돈에 빠져 있음에도 장일은 이 눈앞의 타이탄에게서 노쇠한 기색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육신만 완벽한 게 아니었다.
정신과 육신은 따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바, 타이탄의 거대한 세 개의 눈에서 느껴지는 지혜는 밤하늘만큼이나 광활했다.
장일은 이 같은 절대자가 이런 혼돈의 공간에 그렇게 망가져 가고 있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가 그처럼 타이탄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타이탄 또한 장일을 다채로운 눈길로 바라보다 이내 심어로 그에게 말을 꺼냈다.
-그대는 다른 세상에서 온 자로군.
“그렇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는 타이탄이었지만 장일은 놀라지 않았다. 저와 같은 격을 갖춘 자라면 그리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서다.
담담히 인정하는 장일에 타이탄은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그 거대한 얼굴의 입 부분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말을 이었다.
-도와주어서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미혹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네.
“……드래곤이 그대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장일이 드래곤을 거론하자 타이탄은 슬픈 눈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잇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네만…… 글쎄. 과연 그게 드래곤이었을까?
“괜찮다면 당시의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드래곤을 상대했음에도 의문을 가지는 타이탄의 모습에서 장일은 직감했다. 그가 상대했던 드래곤은 다름 아닌 이 세상의 후보자라는 것을 안 것이다.
다행히 타이탄은 장일의 물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장일로 하여금 완전무결을 떠올리게 만든 타이탄답게 그는 여느 타이탄과는 다른 존재였다.
최초의 타이탄의 시체에서 깨어난 타이탄이었던 것으로, 그가 탄생한 순간 타이탄들은 그를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그는 증명했다.
당시 아홉 초월 종족들 사이에서 가장 약했던 타이탄족을 드래곤도 위협하는 종족으로 끌어 올렸던 것이다.
첫 번째 초월 종족 전쟁에서 소멸된 초월 종족 중 두 종족에게서 그 육신의 특성을 취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간단히 말해 흡수하여 진화한 것이다.
타이탄의 진화는 단순히 그들의 영광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끝도 없을 것 같았던 거대한 전쟁 첫 번째 초월 종족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두 번째 초월 종족 전쟁 때도 그랬듯이 첫 번째 초월 종족 전쟁 또한 드래곤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 힘만큼이 탐욕스러운 드래곤이 행성의 절대자가 되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인데, 타이탄의 각성은 그들의 야욕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완전무결한 타이탄의 육신 앞에서는 법칙과 같은 드래곤의 용언은 대부분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타이탄이 드래곤보다 우위에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상성 관계상 타이탄은 드래곤보다 크게 우위에 놓였다.
“전쟁에 지친 불사족을 비롯해 여러 초월종들은 종전을 원했고 그렇게 우리는 길고 긴 평화를 맞이할 수 있었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평화가 깨진 것은 바로 드래곤 사회에서 생긴 큰 파동이었다.
그 시작은 처음으로 어린 한 드래곤이 자신의 종족 드래곤을 죽이면서였다.
그것도 단순히 죽인 정도가 아닌 자신이 죽인 드래곤의 사체를 먹어치우는 일이 벌어졌다. 살점은 물론 뼈와 내장 등 피 한 방울까지 모두 먹어치운 드래곤의 등장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일에도 드래곤 사회는 생각보다 고요했다.
워낙 드래곤 사회가 폐쇄적인 데다 개인주의가 강하다 보니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기며 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드래곤에 먹힌 드래곤의 숫자가 두 자릿수가 넘어가고 끝내 태초의 용에게서 태어난 고룡 중 하나가 그에게 잡아 먹히자 이내 그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타이탄의 왕과 같은 위치에 있는 고룡이 잡아 먹혔다는 것은 이제 그가 먹어치우지 못할 드래곤은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 위기가 곧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라, 그 위협에 맞서 드래곤들은 모였으나 이내 그를 본 순간 그들은 자신의 뜻을 꺾어야 했다.
과거 타이탄들이 최초의 타이탄의 시체에서 태어난 타이탄을 왕으로 모셨던 것처럼, 그들 또한 그 드래곤을 본 순간 자신들의 왕이 탄생하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드래곤 로드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악몽 같은 두 번째 초월 종족 전쟁이 시작되었지.”
인류연합에 알려진 것과 달리 초월 종족 전쟁은 다섯 초월 종족들이 서로를 노리며 다툰 전쟁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타이탄을 중심으로 한 네 초월 종족들이 연합을 한 전쟁이었다.
1:4였으니 당연히 드래곤 종족이 밀려야 하는 게 정상이건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전쟁 초기부터 밀리기 시작한 것은 연합 초월 종족이었고, 결국 연합 초월 종족들은 인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은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네. 그들도 알고 있던 것이지. 드래곤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초월 종족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인류의 모든 격을 가진 자들이 뛰어들었다.
인류의 신들로 추앙받는 천신들은 물론 아주 작은 부족의 대정령마저 함께했다.
“그제야 겨우 밀리기만 하던 전선을 멈출 수 있었네. 그리고 반격에 나서기로 결정했네.”
그러나 그 반격을 시도한 것은 실수였다.
마치 그들이 반격할 것을 기다렸다는 듯, 드래곤 로드는 나를 비롯해 초월 종족들의 수장들을 포식(捕食)하려 했지.
실제로 그 반격에서 라탄이라는 초월 종족이 소멸당하고 말았다.
드래곤 로드가 라탄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자를 포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초월 종족에게 있어 중심이 되는 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으니 그들이 첫 번째로 소멸당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라탄의 왕을 포식한 드래곤 로드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격을 자랑했다.
그가 다루는 용언은 절대적 법칙마저 뒤틀어버렸으며, 삶과 죽음조차 어지럽히기에 이르렀다.
“그런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네. 우리는 하나로 존재하기로 하였지.”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기 위해 타이탄의 왕은 자신의 육신을 내놓았다.
불사의 왕은 자신의 죽음을 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초월 종족은 자신의 이름을 내놓았다.
“아마 그 종족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으로도 남겨지지 않을 것이네. 우리는 패하였고, 그로써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우주로부터 부정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네.”
그처럼 이름이란 그들의 모든 것이나 다름이 없어 패한 것만으로 그들은 사라졌다. 타이탄의 왕과 불사의 왕 또한 그 신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육신의 의미가 없는 혼돈에 잠긴 것처럼, 불사의 왕 또한 같은 꼴을 당했겠지. 아마도 영원한 운명의 윤회에 던져지지 않았을까?”
“…….”
장일은 그 터무니없는 스케일에 잠시 말문을 잃어버렸다.
눈앞의 타이탄만 해도 그가 있는 세상의 별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그 같은 존재가 셋이 하나가 되었음에도 끝내 패하였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가?
-두근두근!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대적의 등장은 장일의 가슴을 다시금 떨리게 만들었다.
다시금 무인으로서 치열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 그는 너무도 기뻤다.
그러나 장일은 이내 자신의 설렘을 뒤로한 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일이었으나, 자신의 치욕을 이처럼 담담히 이야기해 준 그에게 보이는 예의였다.
지고한 존재의 후계자 전쟁.
드래곤 로드가 그 후계자 전쟁에 뛰어든 후보자였음을 이야기한 것으로, 장일은 그 드래곤 로드가 받은 권능이 포식이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드래곤 로드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존재라는 것까지도.
그러며 장일은 자신의 존재의 격을 그가 느낄 수 있도록 드러냈고, 이에 타이탄의 왕은 한동안 말문을 잃고 말았다.
-인간의 격이 이렇게까지 높아질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타이탄 왕은 겨우 그리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저어댔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드래곤 로드를 죽일 수 없네. 그대의 말대로라면 드래곤 로드는 이미 자네가 이룬 격을 넘었을 것이니 말일세.
포식은 분명 그것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어디 넘어선 것이 격뿐일까?
그 외에도 길고 긴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참여한 전쟁에서 수많은 권능들을 얻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타이탄의 왕의 말에도 장일은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포식으로 얻어진 격이 과연 진짜이겠습니까? 무절제한 탐욕은 그저 힘을 탐하는 괴물로 만들 뿐입니다. 저는 나름의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
오만하기 그지없는 장일의 말에 타이탄의 왕은 달리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혼돈의 공간에서 자신을 쉽사리 일깨웠던 장일의 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장일은 당시 그를 이렇게 만든 드래곤 로드를 뛰어넘었다.
잠시 침묵을 잇던 타이탄의 왕은 이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대에게 나의 육신을 주겠네.
“!!!”
과거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였을 때처럼 자신의 육신을 장일에게 준다는 그의 말에 장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타이탄의 왕의 말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육신이라면 아무리 강해진 드래곤 로드라고 해도 쉬이 넘보지 못할 것이네. 그러나 그것으로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기 어려울 터. 자네에게는 또 다른 존재가 함께해야 하네.
“불사의 왕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러하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를 운명의 윤회에서 깨우치게 만들게. 그리하면 그 또한 자네에게 죽음을 내어줄 것이네.
“……불사의 왕의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장일은 불사의 왕의 죽음에 대해 달리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아는 죽음이라면 분신을 다루는 그에게 있어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서다.
이런 장일의 생각을 아는지 타이탄의 왕은 처음 그에게 보였던 웃음같이 입가를 크게 일그러뜨리며 답했다.
-불사의 왕의 죽음은 그대가 아는 죽음과는 다르네. 그보다 더 원초적인 것을 의미하지.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것의 법칙을 거스르는 힘이라는 뜻이었다. 그의 죽음이 있었기에 그들은 과거 몰아치는 드래곤 로드의 용언을 비틀어 상대할 수 있었다.
-만약 그대가 그의 죽음에 담긴 힘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다면 드래곤 로드조차도 그대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지겠지.
이후 타이탄의 왕은 다시금 입가를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부디 그자의 탐욕을 여기서 끝내주기를…….
그리고 마지막 그 말을 끝으로 뿌옇게 흐려진 그의 육신은 장일에게 스며들었고, 이에 장일은 아찔한 충격 속에서 잠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