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
분신으로 절대무신 7화
그런 장일의 깨달음이 그에게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그가 그처럼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당장 내일 아침 출정을 하게 되어 부대 전체가 떠들썩했다.
챙겨 가져야 할 것들이 많기도 한데다, 무엇보다 신입들을 다시 한번 교육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급하게나마 지식이라도 욱여넣어야지 실전에서 힘을 쓸 것이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신입들 중 혼이 나갈 듯한 표정을 보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장일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검을 들며 수련에 빠졌다.
달리 그가 챙겨야 할 식구도 없는 데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다.
그는 그보다는 출전을 앞두고 꾸게 될 과거의 장일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닭이 울기도 전에 부대 곳곳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른 아침에 출정을 가는 만큼 새벽부터 배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나마 낫네. 출정이라고 돈을 좀 풀었나 벼.”
오랜만에 입에 씹히는 고깃덩어리와 짠맛이 날 정도의 소금기, 이외 입을 즐겁게 하는 여러 향신료에 장패는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무리하게 작전 실행에 대한 불만을 좀 잠재우려는 개수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음식 상태에 불만이 많은 그로서는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출정을 위한 부대 정렬을 앞두면서 장패가 수하들에게 말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겁쟁이처럼 굴지도 말고 영웅 되겠다고 나대지도 말어. 딱 중간만 지키고, 내 말만 잘 들으면 병신이 될지언정 살기는 할 거여. 알아들었어?”
“알겠습니다!”
이에 십인장들은 평소와 달리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장에서 전술 수행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믿음직했기 때문이다. 신입들 또한 그런 십인장들의 모습을 따라 정신을 새로이 무장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출정이 시작되었다.
장일은 그제야 장패가 거지발싸개라고 하는 류만 천인장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한 가문의 사람이라고 하더니 확실히 겉으로 보기에도 귀티가 잘잘 흘렀다. 멀리서 보아도 범상치 않은 귀공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말을 타고 갑주를 갖춘 채 나아가니 마치 민가에서 말하는 영웅을 보는 듯했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장일과 달리 장패는 비웃음을 흘렸다.
“하. 아주 지랄을 혀. 기습 작전을 수행한다는 놈이 눈에 띄는 흰말을 타고 있네. 거기에 무장은 왜 저리 번쩍거려. 하여간 겉멋만 잔뜩 들어서는.”
오랫동안 전장을 굴렀던 이라서인지, 아니면 그 보는 심보가 달라서인지 관점이 너무도 다른 그에 장일이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실력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그 대단하다는 류 씨 가문 사람 아니여. 모르긴 몰라도 네가 잡은 그 작자와 비슷하지 않겄어?”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최소한 그가 지원 부대의 수장을 상대할 수 있어야 이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 보일 테니 장일의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부대가 목적지에 도달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서였다.
적지에 풀어둔 세작들에게서 받은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아, 정찰병을 풀어 정보를 살펴봐야 해서다.
그러니 오히려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더 대단한 일이었는데, 이는 장패가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정찰은 시켜서 한 것보다는 장패가 앞서 지원한 것이었다.
정찰이라는 것이 신경 써야 할 게 많은 만큼 피로가 많이 쌓일 일임에도 그가 그리 나선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요즘 잠도 설치는 게 어째 느낌이 좋질 않네.”
단순히 수장인 류만이 미덥지 않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쪽에서는 촉이 좋은 편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그 위험한 임무들에서 그처럼 살아 돌아왔을 리 없었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촉을 믿고 직접 움직였고, 그 결과 그는 자신이 움직이길 잘했다고 판단했다.
부대를 이끄는 자를 알리는 깃발에 백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마 오대무가 사람이 아닐 줄이야.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구만.”
차라리 이나라의 오대무가 사람이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류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대무가 사람이 움직였다면, 그럴듯한 공적과 자리를 채우기 위한 애송이가 투입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이름 높은 무가의 사람이 아닌 이가 수장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는 그 자리에 맞는 실력자가 수장으로 있다는 말이 되는 탓이다.
그 말은 가문의 보호 아래 천인장에 오른 류만 같은 애송이가 상대할 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장패는 정찰을 갔다 오기 무섭게 류만에게 작전을 포기하는 것을 종용(慫慂)했다. 그가 보기에는 이 작전이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하지만 류만은 장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히려 무례하다는 눈빛을 보이며 일갈을 터뜨렸다.
“갈! 감히 나에게 겁쟁이처럼 도망가라는 말을 하다니.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되었나 보군.”
그리 말하는 류만의 안색은 오히려 밝았다.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자신의 명성이 생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장패는 그런 류만의 생각을 알아보았고, 하여 더 이상 종용하지 않았다. 다만 바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시다면 저의 부대 진형을 바꾸고 싶습니다. 후방에서 중앙으로 올라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호오. 그래. 그 정도는 정찰한 공을 보아서라도 허락하지. 영리한 자로군.”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만은 장패의 말에 크게 기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외적으로 본다면 확실히 장패가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이 전투가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후방에서 버티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류만의 막사를 나서는 장패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저 거지발싸개 같은 놈. 아예 날아오는 칼날에 모가지를 들이미네.”
짜증이 가득 담긴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류만의 생각에 반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중앙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것이 자신의 생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류만이 적장과의 전투에서 죽거나 패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에 자리를 잡는 게 옳았다. 전투가 벌어진 전장에서 후방에 위치해 있으면 전방에서의 일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패는 자신의 부대에 돌아오기 무섭게 수하들을 모아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들의 입단속을 시켰다.
-콰아아앙!
기다리고 있던 적들이 코앞에 다가오자 함정을 발동시켰다.
함정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위로 바위나 돌, 나무 따위를 굴린 것이 다였다.
다만 길폭이 좁은 것도 아니었고, 그 함정 규모도 큰 것이 아니었기에 입힌 피해는 대단치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발길을 묶고 혼란을 주는 정도는 되었고, 그것으로 함정의 역할은 다한 것이었다.
-와아아아!
류만은 자신의 가문의 사람들이 다수 자리 잡은 백인대 두 대대와 함께 몰아쳤다.
-서걱, 서걱…… 차아아악!
가장 앞서 하얀 백마를 타고 나아가는 류만의 무위는 확실히 대단했다. 약관의 나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만큼 일류 무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솜씨이다.
왜 그가 장패의 우려에도 그처럼 작전을 개시하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그런 류만의 옆에서 그를 호위하듯이 움직이는 두 백인대의 움직임도 대단했다.
정예롭다는 말은 그들을 위한 말인 것처럼 이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류만에 호응했다.
부딪히는 모든 이들을 부수고 깨뜨리며 숨을 끊어 놓으며 나아가니, 혼란에 휩싸인 적들은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호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요란히 이어지는가 싶더니, 적들의 진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백 씨의 성이 있는 깃발과 함께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등장에 류만은 잠시 말을 세웠고, 곧 적지에서 긴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장수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류의 성이 있는 깃발을 확인하고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류 씨? 이거 생각지 못하게 공적을 세우게 되었군.”
류만을 한참 아래로 내다보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에 류만이 이를 드러냈다.
“저놈! 내가 잡는다. 시간만 벌어.”
-이히히힝!
그러고는 바로 백마를 몰아 달리는데, 이에 그를 호위하던 두 백인장은 낙담(落膽 :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몹시 상함) 어린 낯빛을 드러내며 서둘러 그를 따랐다.
그렇게 결과가 뻔할 수밖에 없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콰아앙! 캉! 까강!
호기롭게 나아간 게 결코 괜한 것이 아니라는 듯 처음은 류만이 승기를 잡았다.
명마라 할 수 있는 백마가 그 도움을 주기 했지만, 그 이상으로 류만이 쏟아내는 창칼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백 씨의 적장은 그 창칼을 막는 데 급급해 보였고, 그 모습에 적들에 둘러싸이고 있어 좋지 못했던 두 백인장의 안색이 점차 좋아졌다.
이대로 류만이 적장을 잡기만 한다면 이 죄어오는 숨통은 역으로 적들에게 비수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아주 짧은 백일몽에 불과했다. 뒤를 생각지 않고 몰아치기 바빴던 류만의 숨이 거칠어질 때쯤, 백 씨 적장이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카아아앙!
“겨우 이 정도인가?”
“하아, 하아. 웃기지 마!”
자신을 무시하는 적장에 분기가 이른 듯, 류만은 가쁜 숨을 억지로 참으며 다시 창을 들었다. 그러나 좀 전 그가 보였던 날카로움은 더 이상 그의 창에 일어나지 않았다.
-서걱!
당연히 어느 순간부터 류만은 방어에 급급하다 결국 그의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툭. 푹!
“너희들 대장의 머리가 여기 있다. 항복하라!”
잘린 그의 머리를 그의 창에 꽂아 끼운 적장이 그것을 높이 들어 보이며 소리쳤고, 그것으로 전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기울어졌다.
“정말이지 끝까지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여! 뭐 저리 쉽게 끝나!”
장패는 낭패라는 기색을 보였다. 생각보다 류만이 빠르게 무너졌던 데다, 적장이 노련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진형을 중앙으로 올린 게 문제가 된 셈이다.
그때, 장일이 장패에게 물었다.
“저 장수를 죽이면 됩니까?”
“뭐?”
갑작스러운 장일의 물음이 장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 장일이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
“저 장수를 죽이면 살길이 생기는지 알고 싶습니다.”
“뭐, 죽일 수만 있다면야. 살길이 문제가 아니지.”
살길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무너진 기세가 다시 한번 역전이 될 수도 있었다.
장일은 장패의 말에 그와 자신의 거리를 재보다 이내 말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뭐!”
그제야 장패는 장일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말리려고 했으나, 그가 돌아봤을 때 장일은 이미 적지의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