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8
분신으로 절대무신 78화
다만, 이번 여정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죄송할 건 또 무엇이더냐? 이참에 신법의 운영과 응용법을 다루어 보면 되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장일은 이번 사왕의 장보도에 조한을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조한을 태울 말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지난 1년 사이 조한은 마치 신장을 거듭 갱신하며 성장했다.
마침내 칠 척(210㎝)을 넘겨 버렸고, 지금에 와서는 칠 척 하고도 세 치(9㎝)에 이르렀다.
어디 키만 성장하였을까?
그의 육신 또한 바위처럼 커지고 단단해졌는데, 자연 그의 신장의 무게도 어마어마해졌다.
300근(150㎏)을 훌쩍 넘겨 버린 것이다. 여기에 검과 봇짐을 함께 한다면 400근에 달할 것이니, 당연히 그를 버틸 만한 말을 구하기가 쉬울 리 없었다.
저 서역 너머에서나 볼 수 있다는 한혈마 정도는 되어야 가능했으니, 결국 장일과 조한은 말을 두고 움직이기로 했다.
“저, 사부님이라도 말을 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괜찮다 하지 않았느냐. 어차피 막상 도착하면 말을 관리할 여지도 없을 것이다.”
장일은 그리 말하며 이제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그의 등을 툭 쳤고, 그제야 굳어진 조한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예나 지금이나 제자는 순둥순둥한 태도를 보였지만, 장일은 그런 제자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순해 보이는 모습 아래에는 장일 그조차도 깜짝 놀랄 만큼 광폭한 살성이 숨겨져 있었다.
‘아마 천하가 놀라겠지.’
장일의 이 생각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지난 1년 조한은 끝내 매화이십사수검법을 대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0성을 이룬 것으로, 그렇게 펼쳐진 조한의 매화일검은 장일의 상식을 뒤흔들어 놓았다.
“마치 12성 대성한 매화일검을 보는 듯했다.”
그 말은 조한의 매화일검은 그만의 매화일검으로 재탄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백준에게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자연 그 이유를 알고자 했던 장일은 얼마 가지 않아 그 의문을 풀어낼 수 있었다.
“천살성의 마성을 통제하려 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거로군.”
말하자면 이러한 마성의 통제의 영향으로 처음부터 백준은 무의식적으로 그만의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당장이야 그 같은 검을 다루게 되었으니 더할 수 없이 기쁠 일이다.
검존조차도 검귀라 불리며 겨우 이루었던 성취를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다루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는 현 강호의 노강호라고 할 수 있는 정파의 검왕, 사파의 검존, 혈교의 마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장일이 우려를 한 것은 이제 그가 성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거짓말인 것처럼 10성을 넘기는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어쩌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조한이 자신만의 매화일검을 완성하게 된다면 그 검은 장일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예 기존의 매화이십사수검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검을 내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기에 장일은 느긋하게 조한을 이끌 생각이었다.
“이제 가르칠 것이 매화이십사수검법만 있는 것도 아니니.”
어찌 되었든 매화이십사수검법을 대성한 조한은 이제 더는 천살성의 마성에 휘둘릴 가능성은 없어졌다.
이는 조한과 상성이 맞지 않았던 도가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즉 유검은 어려울지라도 무검을 이을 방도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조한의 매화일검이 도가의 검으로 재탄생될 수 있을지도.”
그 시작이 살검이었던 매화이십사수검법이 도가의 검으로 바뀐다는 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일이라 장일은 벌써부터 그의 검이 기대가 되었다.
“가지 마! 바보. 멍청이.”
“미, 미안.”
하지만 이러한 장일의 기대는 저 한 편에서 떼를 쓰는 다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조한의 모습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다행히 다숙이 다미를 제압하면서 조한은 풀려났지만, 조한은 그 덩치에 맞지 않은 소심함을 내보였다.
“어휴.”
장일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여정의 준비를 끝마쳤다.
사왕의 장보도는 남부 대륙의 서쪽을 잇는 천산산맥의 한 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은 이 장보도를 뿌린 혈교를 제외한다면 없었다.
이는 장보도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혈교가 교묘하게 복잡한 암호와 수수께끼로 그 위치를 숨겼기 때문이다.
현재는 남부 대륙 서쪽에 위치한다는 것 정도로 알려져 있었으며, 그보다 앞선 자들이라고 해보았자 천산산맥에 숨겨져 있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최소 한 달은 더 지나야 그 위치가 드러날 것이며, 그때부터 정파 사파 가릴 것 없이 치열한 쟁탈전이 시작될 것이다.
조한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스승으로부터 듣고는 크게 의문을 보였다.
“이해가 안 됩니다. 겨우 장보도 하나에 무림맹이 흔들릴 수 있다니 말입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왕이 남긴 기록을 본다면 그리 욕심을 부릴 만하다.”
사왕의 본명은 태소라는 자로 술사 가문의 방계 쪽 사람이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귀신을 보고, 그를 부릴 줄 알았다.
그의 특별함을 알아본 가문은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였고, 그 결과 태씨 가문은 10년도 안 되어 그 나라 제일가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3년도 채 이어지지 못했다.
태씨 가문이 멸문을 당했기 때문이다.
연유는 다름 아닌 전염병이었고, 이 과정에서 태씨 가문의 사람과 그들이 머물던 마을 전체가 몰살되고 말았다.
하지만 태소는 그 전염병에서 살아남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으나, 원인을 알고 나면 간단했다.
거대한 마을 하나를 몰살시킨 그 전염병은 사실 태소가 만들어 일으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수만 명을 몰살시켰던 이유는 술법의 전설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바로 살아있는 강시인 활강시의 재현이다.
태소는 스스로 이 활강시가 되고자 했고, 그의 뜻은 결국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활강시가 된 태소는 그야말로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칼날 따위는 아예 흠도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내공과 체력은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정말 무서운 점은 바로 강시술이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던 이들을 강시로 만들어 끌고 다녔는데, 이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를 사왕이라 불렀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사람들은 그의 패악(悖惡)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은거기인이 그를 주살한 것이라 이야기하였고, 그것이 정설이 되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활강시가 되어 천하제일인이 되었던 그였지만, 그는 자신의 술법이 사실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그 주술을 부리는 자가 그 본인이기에 생긴 일이었다.
“만약 다른 이가 나의 주술을 완성해 준다면, 나는 영원한 절대자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대계를 완성하기 위해 장보도의 형태로 꾸민 진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의 도움인지 사왕의 계획은 묘하게 꼬였고, 끝내 장보도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장보도가 세상에 나왔다면 사왕의 뜻대로 되었을 것이다.
그는 장보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수십 년간 절대자로서 모은 보물들을 그 안에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그가 다시 부활하여 쓰고자 할 때 그의 재산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도였을 뿐이었지만.
“그러나 그 사정을 모른 강호인들은 그 끔찍한 지옥불 속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겠지.”
-꿀꺽.
그와 같은 비사를 들은 조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사왕의 계책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천하의 모든 이들을 속인 사왕의 대계를 스승이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과연 스승님이시다!’
조한은 겪으면 겪을수록 자신의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스승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인지했다.
‘스승님께서는 나를 천재라고 하셨지만, 사실 스승님에 비하면 달 아래 반딧불만도 못하지.’
덕분에 조한은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무공이 증진하였음에도 오만함에 빠지지 않았다.
장일과 나이라도 크게 차이 난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조한과 장일의 나이 차이는 겨우 세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 비교 대상이 스승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하늘 위에 하늘을 보았던 그로서는 자신의 부족함이 현저하게 보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타닥, 타닥!
장일은 모닥불을 살피다 자신을 존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자에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만 자거라. 내일도 일찍 움직여야 할 것이니.”
“네. 그럼 먼저 눈을 붙이겠습니다.”
그리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자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장일은 미소를 지어 보이다 고개를 높였다.
곧 별로 수를 놓은 듯한 장황하게 펼쳐진 밤하늘이 그의 시선에 가득 들어섰다.
고초성.
천산산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는 도시다.
도시라고 하지만 그 입지가 그리 좋지 않아 사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천산산맥의 험준함이 길을 막아 그 교통이 불편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 천산산맥 덕분이었다.
천산산맥이 산양과 말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큰 규모의 암염 광산이 있어 적잖은 상행이 이곳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상업의 발전과 달리 인구가 겨우 십만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이처럼 작은 고초성에 최근 시끄러운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었다.
“감히 나한테 사기를 치려고 해!”
“사기라니! 분명 내가 들은 정보는 확실하오. 보시오. 이미 여러 인사들이 오지 않았소!”
“이 새끼야! 그럼 뭐 해. 이 넓은 산맥에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데.”
“그, 그건 곧 알게 될 것이니. 부디 시간을 주시오.”
“시간 같은 소리 하네. 내가 그딴 말 들으려고 비싼 돈 주고 너를 고용한 줄 알아!”
바로 사왕의 장보도의 비밀이 일부 풀리면서 강호인들이 이곳에 모여든 것이다.
모여든 이들은 강호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사기를 치려는 사기꾼들도 모여들었으며, 새로운 비밀을 선 독점하려던 정보 단체들도 모여들었다.
정보가 하루 앞서면 그만큼의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러하다 보니 어느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고, 이는 곧 수많은 시비를 다루게 되어 하루에도 수십 번의 칼부림이 일게 만들었다.
“혼란스럽군요.”
그와 광경을 성문을 넘기 무섭게 보았던 제자의 말에 장일은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예상보다 비밀이 풀리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음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서둘러야겠구나.”
본래라면 이곳에서 며칠간 좀 더 자세한 위치를 알아보며 준비를 하려 했지만, 이제 그런 여유는 부릴 수 없어 보였다.
장일은 고초성에서 간단히 식량을 구하는 등 정비를 마치기 무섭게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조한은 그런 스승의 결정에 묵묵히 따랐다.
말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간의 여정이 참으로 험난했으니 마음 같아서야 편히 하루라도 쉬고 싶었으나,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너는 이곳에서 정비를 마치거라. 나는 길잡이를 구해봐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제자와 헤어진 장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큰 돈을 주고서야 길잡이를 구할 수 있었다.
기존에 이곳에 먼저 도착한 이들이 길잡이로 쓸 이들을 대부분 독점하다시피 고용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보통 이런 길잡이는 한, 둘이면 충분했음에도 이처럼 많이 고용한 것은 역시나 후발주자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덕분에 위약금마저 물리며 고용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값을 할 인물인 것은 분명했다.
잠시 알아본 것이지만 길눈도 밝은 데다, 무엇보다 성격이 꼼꼼해 따로 자신만의 지도를 작성해 움직이는 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치기를 고용한 장일이 제자를 만나기로 한 객잔에 돌아왔을 때, 그는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어느 강호인이 조한에게 시비를 걸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간이 큰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아니, 어쩌면 두 개 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장일은 짧게 한숨을 흘리며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