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형주 마씨를 품안에.
조촐하게 차려진 식탁에 마대 일행과 마량의 가족이 모여 앉았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시지요.”
형주 마씨 가문의 가주는 일행과 이적을 쳐다보며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환대해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러자 마량의 아버지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뭐 이 정도를 가지고요. 기백(이적의 자)의 주군 되시는 분인데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계상을 통해 어느 정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서량, 마씨 가문에서 오셨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씀 낮추십시오. 저에게 숙부뻘이 되십니다.”
그 말에 마량의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먼 친척이라지만 추켜세우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허허허. 그것참. 그 말도 맞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운명이지요. 복파장군께서 서량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두 가문이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 오랜 세월을 건너 이렇게 만나다니요. 참으로 기이하지요.”
감탄사에 손뼉을 두들기며 보조를 맞췄다.
서로가 훈훈하게.
그걸 듣던 마초가 입을 열었다. 그도 기분이 좋은지 한마디 거들었다.
“기이한 인연이라니요? 형제가 다시 만나는 데 기이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핏줄이니깐 당기는 게지요.”
“그런가요?”
“당연합니다.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
마량의 아버지는 반색하면서도 마초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초는 나를 한 번 쓱 쳐다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가주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저희 아버님. 그러니깐 서량 자사께서 항상 인재에 목말라 계십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보니,
역시 마원 장군의 후손들은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저랑 같이 서량으로 가시지요.”
굉장히 직선적인 이야기. 거기다가 마초의 박력까지 더해져 듣는 나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마초를 쳐다보았다.
이 형, 어째서 나서서.
물론 숙부께서 사람이(문관) 없다고 입버릇처럼 어렵다고는 했지. 하지만 다짜고짜 임관을 청하는 건 조금 빠르지 않아?
그 눈으로 마초를 바라보았고, 마초는 씨익 웃는 것으로 날 안심시켰다.
그리고 가주를 바라보자 여러 가지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다행히 마지막에 웃음을 보여서 긴장이 해소되었다.
“하하하. 역시 무가의 자손입니다. 하지만 저희 선조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두지 마라.’ 그 조언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아시겠지요.”
그 말에 마초는 바로 답했다. 잠시의 쉼도 없이 바로 말했다.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압니다. 형이 고달픈데 동생이 찾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 그 말은 알고 있습니다.”
“…..”
마량의 아버지는 이 막무가내의 사내에게 곤욕을 치렀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마초는 멈추지 않았다. 뚫어지게 쳐다보며 승낙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후.”
짧게 숨을 토했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 저절로 숨이 삼켜졌다.
혹시나 안 좋게 흘러갈까? 걱정했다.
작업은 다 해놨는데. 친분을 계속 이어가며 마량, 마속이 커가는 걸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내 생각과 달리 마초는 대답을 원했고, 가주의 눈은 떠질지 몰랐다.
그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내가 나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싶어 입을 열었다.
“가주님.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오늘 마량, 마속을 처음 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좋더군요. 참으로 알 수 없는 마음이라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혈족인 걸 알고 다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주님. 서량 자사와 저희 아버님도 지금 이야기를 듣는다면 만나보고 싶어 할 겁니다.
또한, 선조께서(마원)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지 말라는 건 그때의 역모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대는 끝났습니다. 마원 장군을 경계할 조정 대신도 없고 남은 건 저희뿐입니다.”
그 말에 가주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걸 보고 다음 말을 이었다.
“지금은 난세입니다. 수많은 군벌이 난립한 시대입니다. 혈족끼리 뭉쳐야 합니다. 그것만이 난세를 해쳐나갈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량의 아버지는 침음을 삼켰다. 그도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까닭이었다.
“나도 조정의 이야기를 들었네. 장안이 혼란하다며…”
“어디 장안뿐이겠습니까? 하북에서 원소와 공손찬이 겨루고, 중원을 차지하려고 조조와 여포가 싸우고 있습니다. 그 전쟁이 끝난 뒤는 어디겠습니까? 저는 형주라고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 생각하는가?”
“분명합니다. 저희가 형주 마씨 가문을 보호하겠습니다.”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그럴만한 능력이 됩니다.”
“신야 태수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이참에 서량 자사와 저희 아버님을 만나보시지요.”
간곡하게 청했다. 마초와 다르게 부드럽게 말했다. 상대에게 여지를 주고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상황을 보라.
조조의 서주 대학살을 보라.
절대 강요가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
그 말에 가주의 얼굴이 여러 번 바뀌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하게 웃기도 했다.
“마대라고 했던가?”
“평안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숙부님.”
그 말에 끄덕였다. 마량의 아버지는 결심한 듯 보였다.
“평안이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언제든 오십시오. 숙부님.”
“좋아. 시간을 잡아보지. 큰아들과 둘째를 데리고 서량을 방문해보지. 거기서 마음이 동하면 두 아들을 임관시키지.”
결정을 보았다. 마량의 아버지는 첫째, 둘째, 아들을 임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내가 원한 건 넷째, 다섯째, 마량과 마속이지만, 이들이 성인이 되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했다.
아무튼, 처음이 중요하지. 첫발을 떼었으니 다음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고 믿었다.
*
식사가 끝난 뒤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도 정원을 거닐며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내게 누군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를 보자 수심에 잠긴 얼굴이다.
“맹기 형님.”
“그래. 할 이야기가 있다.”
“어쩐 일이십니까? 형님답지 않게 고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마초가 난색을 보였다. 예전과 다른 얼굴. 그럼에도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숨길 수가 없어. 평안이 네 눈을 숨길 수가 없구나. 나도 난감한 상황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무슨 일입니까? 속 시원하게 말씀해보시지요.”
“….. 그래. 너라면 이해하겠지.”
마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듣고 보니 끄덕일만한 상황.
매파가 왔다.
하북 견가장에서 마초에게 매파를 보냈다. 그리고 그 상대가 견희이니 마초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고
내게 묻는 것이다.
나는 손사래를 쳤고, 마초도 손사래치며 대답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어떻게 동생과 인연이 깊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느냐?”
당혹해하는 마초. 나도 곤란했다.
“형님 아닙니다. 저는 그녀와 무관합니다. 견가장은 상행을 위해 오갔을 뿐. 다른 경우가 없었습니다.”
“…..”
“견가장이 힘들 때 도움을 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
그 말에도 마초가 지그시 쳐다본다. 스쳐 가는 미묘한 표정. 그리고 다음 말을 이었다.
“평안. 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말씀하시지요.”
“매파가 오고 가고, 견가장에서 사람이 하나 찾아왔다. 그것도 혼담의 주인공인 견희가 말이다. 나는 그녀를 보고…”
그 말을 하는 마초가 얼굴을 붉혔다.
“그래.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졌구나. 활달하면서 밝은 그녀의 모습에 말이지…”
“형님.”
“평안아.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너에게 물어는 봐야지.”
“형님.”
헛바람이 뱉었다. 어쩐지 무위에서 지원 나온 장수치고 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이런 이유가 있을 줄이야.
아무튼, 생각을 정리하고 마초를 보았다.
“맹기 형님.”
“그래 말해보게. 혹여 그녀를 좋아하느냐?”
“네?”
당혹스러운 질문. 하지만 마초의 나이도 한창 떼이니 이해는 했다. 그리고 견희가 그냥 견희겠는가? 지금 나이면 예전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겠지.
나는 마초가 오해하기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혼인한 몸입니다.”
“혼인?”
“채염을 아내로 들였습니다. 얼마 후면 아기도 태어납니다.”
“금시초문이다.”
“아버님께 서신을 보냈는데 숙부님께 전달이 안 됐나, 봅니다.”
“안 왔다. 어쩌면 혼인를 치르지 않아 몰랐을지도.”
“집으로 돌아가면 혼례를 올리려고 합니다. 아버님과 숙부님을 모시고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그랬구나.”
마초는 웃기 시작했다. 모든 오해가 풀려버린 순간. 이제는 아이처럼 미소가 해맑다.
“하하하. 아내가 있었어. 아기도 낳는다고? 그래 제수씨는 어디에 있느냐?”
크게 웃으며 연신 두리번거리는 마초. 그럼에도 상대의 오해를 불식시켰으니 다행이라면 다행. 나는 손사례를 치며 답했다.
“여남에서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형님.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오늘은 이만 끝내고 내일은 수경 선생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그 도적놈을 잡아내야지.”
마초가 웃는다.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나는 그런 마초를 쳐다보며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사마휘를 찾아 떠났다.
가는 길 중간. 혹시? 융중이라는 곳을 들려 제갈량을 찾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갈량이 있더라도 아직 마량과 같은 소년이라 포기했다. 그것보다 눈 앞의 서서가 먼저겠지.
이적을 선두에 세우고 사마휘와 서복을 찾는데 안내역으로 두었다. 나와 화웅을 알아보면 안 되기에 조심, 또 조심하며 찾았다.
시간이 흘러.
수경 선생의 마을에 다가갈수록 나와 화웅은 숨었다.
차양이 처진 커다란 마차에 올라 눈만 살짝 내밀어
주변을 훑어보기를 여러 번.
서복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서 부하들에게 보여줬고, 이적은 이미 서서를 알기에 당연히 찾아낼 것으로 생각했다.
검은 천막 밖으로 보이는 풍경.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의 향연.
논밭의 추수가 한참인지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나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보았다.
세상은 어둡고 혼란해야만 하는가? 이런 난세가 아니라 평범한 시간에 왔다면 어땠을까?
나도 저들처럼 논두렁에 앉아 있겠지?
저런 삶도 나쁘지 않다. 평범하니 편안해 보이네.
하지만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만 보아도 그랬다. 훈련하고, 지식을 쌓고, 스승께 배우고, 위기를 몇 번이나 겪어보니, 안 배우려고 해도 살고자 한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배운 건지?
세상이 나를 가르친 건지?
좀 잔인하지.
그래도 살려면 어쩌겠나.
구르고 구르며 살아야지.
나는 그 생각과 함께 스쳐 가는 모든 걸 눈에 두었다. 그렇게 쏘아보는 시선에 수많은 사람이 지나친다.
그 중 한 사람.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걷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허리춤에 작은 검을 찼고, 얼굴은 수많은 자상으로 흉측하다. 마치 스스로 자해한 것처럼 엉망이다.
기괴한 얼굴에 마을 사람이 피해 간다. 그럼에도 그자의 복장은 학사들이 즐겨 입는 옷차림. 손에는 책까지 들고서 말이다.
정말 문사인 걸까?
흉측한 얼굴과 다르게 몸은 허약해 보였다. 왈짜패처럼 단련했다면 몸에 근육이 상당할 텐데. 이자에게 그런 게 없었다. 책만 읽는 서생처럼 허약해 보였다.
그런 그가 지나친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처음 보는 얼굴. 인상이 강하게 박혔지만, 내가 찾는 서복이 아니었다.
칠성검을 훔치고 나와 검을 맞대던 그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허리춤의 검은 너무 작았고, 얼굴은 역전의 용사처럼 상처로 가득했지만, 내가 찾는 서복이 아니었다.
그런 그와 스쳐 지나간다.
호수처럼 맑은 눈.
차가운 표정과 사연 많은 사람처럼.
혈족이 쉽게 몰살당하는 난세에 저런 상처쯤은 얼마든지 있겠지.
그를 바라본 내 생각이 그랬다.
하지만 그 얼굴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만나게 되었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되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