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조조 괴롭히기.
소수의 호위병만 대동하고 가는 길. 그곳은 처음 우리가 지나왔던 매복지로 내가 병법서를 읽으며 눈여겨보았던 곳이다.
수풀이 무성한 갈대숲.
‘이곳에서 활과 화공을 이용하면 크게 이기리라.’
그 생각으로 멍하니 보았다. 그 순간 충! 하고 외치는 소리에 놀랐다. 그리고 갈대숲에 숨은 자들이 얼굴을 드러내 서영에게 군례를 올렸다.
서영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마치 어떤가? 여기도 준비했네, 라는 얼굴.
서영은 가르치듯, 또 자랑하듯 나를 보았고, 나는 그 얼굴에 물어봐 줬다. 상대가 원하니 답해줘야지.
“미리 준비하셨습니까? 어쩌면 민둥산 매복이 진짜고, 이곳은 가짜입니까?”
“그렇지. 이해가 빠르네. 이곳은 미끼이지. 커다란 물고기를 건지려면 작은 건 내줘야지.”
서영의 웃음은 한동안 계속이었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였다.
다시금 말을 달렸다. 민둥산에서 멀리, 낙양으로 내려가는 길. 애써 올라왔다가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조금 전에 말했던 절벽이 무성한 곳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치니 이번에도 충,이란 외침이 들었다.
서영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나는 혀를 찼다.
“도대체, 적장을 얼마나 기만하시려고. 오늘 많이 배워갑니다.”
“허허허. 효기 교위. 배워야지. 많이 배워가시게. 나는 자네에게 목숨을 빚진 사람이 아닌가. 내가 아는 건 다 내줄 테니.”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부족했던 경험이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칭찬하며 절벽지를 지나치고
더 남쪽으로, 낙양과 가깝게 접근하자 이번에는 북문 근처의 숲속에서 충,이라는 구호가 들렸다.
서영은 그들을 바라보고 내게 말했다.
“여기가 마지막이네. 그리고 저들을 보게.”
서영의 손가락에, 수풀에 매복한 자들을 보았다. 이들은 앞서 군병보다 사기도 낮고 복장 또한 허접한 게 징집병인 걸 알았다. 그럼에도 간신히 매복은 유지하고 있어 용했다.
“쉽게 와해 될 병력입니다.”
그러자 서영이 끄덕이며 답했다.
“잘 보았네. 첫 번째 미끼지. 저들은 적병을 보자마자 흩어질 병력이야. 그리고 저들을 쫓아 연맹의 군병들이 어떻게 나오나 보세.”
그 말과 함께 서영은 병사들과 섞였다.
그렇게 최고 지휘관이 같이 서자 징집병은 안심했고 사기도 유지가 되었다.
그렇게 반나절.
멍하니 성문을 바라보며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성문이 덜컹 열리고 수많은 군마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서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씨익 웃으며 빨리 뛰라고 매어놓은 말을 가리켰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말인가? 뛰라니??
여기서 한차례 접전을 벌이는 것 아니었어??
하지만 서영이 뛰자 나도 뛰었다.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도망.
병사들도 놀라서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고 무너졌다. 모두 다 도망. 오합지졸. 적장이 도망치고, 병졸은 흩어지고, 그걸 바라본 연맹의 병사들은 소리쳤다.
“잡아! 죽여라!”
“동탁의 잡병들이다.”
“감히 이곳에 매복을 해! 멍청한 것들!!!”
그 소리를 들으며 도망쳤다.
서영과 나는 화려한 갑주를 입었기에 저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잡아라! 저놈이 대장이다!”
“서영이다! 저놈은 낙양 수비대장 서영이 아닌가?!”
“서영을 잡는 자에게 백금을 내린다고 하였다.”
그 소리에 더 열나게 도망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는 도망치고, 징집병은 흩어지고, 그걸 쫓던 연맹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른다.
매복한 수풀 반대편에서 함성이 울리고 또다른 병력의 기습.
이들은 서영의 정예병 중 하나였는지 연맹의 병력을 덮쳤다. 그리고 도망치던 서영이 돌아서서 소리쳤다.
“하하하! 이건 몰라겠지. 멍청한 연맹의 장수들. 이게 매복이고 기습이란다.”
그 말에 연맹의 장수 중 왕광의 눈이 뒤집혔다. 그는 큰 칼을 뽑고 서영에게 달려왔다.
나는 그걸 보고 허리춤에서 맥궁을 꺼냈다.
-피잉!
왕광이 칼을 뽑아 막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린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전쟁은 계속.
-와아아아! 잡아라!
-맞서 싸워라! 서영의 정예병은 많지 않다.
-보라! 대부분 도망치지 않느냐!
그 말처럼 싸우는 병사보다 흩어지는 자들이 많았다. 물론 정예 병력이 초반 기습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도망쳤다.
정예병은 우리를 쫓아 도망쳤고, 서영은 고삐를 내리쳤다. 그리고 왕광 놈이 나 하나 죽인다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저, 어린 놈을 잡아! 감히 내게 활을 쐈겠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서영의 명령.
“도망쳐! 적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하다. 어서 물러서라!”
자연스러웠다. 서영의 연기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그리고 그것에 속은 자들이 두서없이 쫓는다. 저들의 대열은 흐트러지고 우리는 더욱 우왕좌왕하고,
그걸 바라본 서영의 고함.
진짜 패장처럼 죽어라 고함치는 연기.
멋진 연기였다.
그 연기에 한몫하듯 도망쳤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도망.
실제로 좌우에서 죽어가는 병사와 함께했다. 저들은 창질에 꿰이고, 날아오는 화살을 맨몸으로 받았다.
으, 질린다. 이거 유인계인 건 알겠는데. 잘못하면 죽겠다.
서영은 그걸 잘도 했다.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가?
서영이 이자는 정말…
서영의 심계는 깊고도 놀랍다.
나는 고삐를 내리치며 서영을 바라보았다.
서영은 나보다 기마술이 뛰어난데도 빨리 달리지 않았다. 나와 보조를 맞추고, 또 어떨때는 도망치는 병력과 함께하기도 하고,
멀리서 본다면 뒤처지고, 또 앞섰다가 뒤처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혼란에 빠진 장군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말했다.
“이건 전쟁이야. 병사란 말그대로 졸卒이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답이네.”
수업인가? 도망치는 중에도 가르치는?
정신없다. 정신없어.
고삐를 내리치자.
두 번째 매복지에 도착했다. 험준한 바위산이 적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우리는 승기를 잡았다. 바윗돌을 굴리고 연맹의 병사들을 압살하고,
그 과정 중 왕광이 죽었다. 굴러떨어진 돌덩어리에 압사.
놈은 죽기 전까지 나를 노려보며 ‘너, 죽인다고 외쳤다.’ 하지만 놈이 먼저 죽었으니 다행. 왕광이 죽고 그 다음에 포신이 달려들었다.
포신은 우리와 결렬하게 싸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밀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도 서영은 외쳤다.
“물러서! 더는 상대할 수가 없구나.” 참으로 뻔뻔한 연기. 물론 아군 숫자가 작아서 이길 수가 없었다.
그후, 또다시 도망. 나와 서영은 미끼였고, 병사들은 먹이였다.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지? 모르게 도망쳤다. 입에서 단내가 펄펄나고, 땀은 삐질삐질 흘렸다.
달리고 달려.
타고 있던 말이 거품을 물때쯤, 갈대숲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언제 준비했는지?
나와 서영은 생생한 말로 갈아탈 수 있었다.
나는 그 준비에 놀라워하자 서영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잡히면 끝이네.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지.”
그 후에 시작된 수풀의 전투.
이번에 나선 것도 포신이었다. 포신은 갈대숲을 바라보고 부대를 멈췄다.
그리고 그가 가진 궁수대를 이용해 수풀을 난사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때마침 불화살이 날아오자 이곳에 준비한 화공은, 사용도 못하고 역으로 당했다.
“하하하. 멍청이들. 매복과 화공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크게 웃는 포신의 목소리. 또한 조조도 함께했는지 포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잘했다고 소리쳤다.
아군은 패전했다. 크게 패해 물러섰다.
그것도 불꽃에 놀란 병사들이 미친 듯이 도망치고 서영도 연기를 뒤집어쓰고 물러섰다.
시커먼 얼굴,
불꽃이 그을려 봉두난발의 모습.
나 또한 시커먼 연기를 뒤집어쓰고 봉두난발이 되었다.
낭패. 진짜 낭패였다.
패전이라는 게 실감날 정도로 괴로웠다.
그만큼 포신과 조조의 대응이 상당했다. 완전히 조조와 포신이 이긴 것처럼.
나는 서영의 뒤덜미를 쫓으며 인상을 구겼다.
죽겠다. 진짜 고생이다.
입에서 욕설이 나올랑, 말랑, 나도 알지 못한 채 지른 욕설. 그 모습에 서영은 나를 힐끗 보았지만. 난 그때마다 ‘조조’를 부르며 잡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시커먼 얼굴로 달렸다.
시커먼 병사가 줄줄이 따르고 있었다.
적들은 신이나 추격했다. 아니 학살했다.
포로는 가치는 없었다. 동탁의 부하들은 죽여야 할 대상이지 포로가 아니었다.
그때, 또다시 서영은 소리쳤다.
[후퇴하라! 장안! 장안으로 물러서야 한다!!!]진짜 같다. 진심 도망치고 싶어서 내지른 명령같았다.
그걸 들은 적병은 진심으로 우리를 쫓았다. 우리가 도망치면 낭패니깐 잡아서 몰살시키려고.
우리는 민둥산 소로길을 타고 장안으로 향했다. 그렇게 민둥산 그늘이 우리 몸을 가려줬을 때,
서영은 말했다.
“다 보았는가? 이것이 마지막이네.”
그 말과 함께 서영의 눈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패장의 그것도 아니, 야수의 그것.
그리고 민둥산 그늘에 숨은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대기하라! 아직이다. 아직 더 끌어들인다.”
민둥산으로 숨어든 우리는
조조의 병사가 깊숙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또한, 수뇌부를 제외한 패전 중인 병력이 민둥산 둘레 길을 따라 정신없이 도망치는 중이다.
그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진짜 장안으로 도주 중이고, 조조는 패잔병을 잡으려고 안달 난 상태고.
이 모든 게 서영의 매복계.
정신없이 조조의 눈과 귀를 홀려버린 술책.
그리고 그것도 모르는 조조는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쫓아라! 서영의 부대를 완전히 괴멸시키고 장안까지 들어간다.”
멀리 조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전과 확대를 위해 다급히 소리쳤다.
조조의 목소리가 가까워지자 이쪽도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됐다! 쏴라!!”
서영의 단호한 명령. 그 명령에 따라 하늘 위로 수많은 화살이 날았고, 화살 끝단에 불꽃을 품었다.
그리고
떨어졌다. 화공의 시작이다.
쾅! 콰콰콰콰! 펑!!
화르르!
숨겨진 기름 항아리가 일시에 터졌다.
“크아악!”
“뜨, 뜨거워!!!”
비명이 들렸다.
불꽃은 적 전열 중간을 태우고 사방으로 번졌다. 불길에 의해 조조의 병사는 순식간에 와해. 또한, 후속으로 따르던 포신의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화르륵!
화아악!!
전장은 불바다였다.
내 눈에 비친 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곳저곳에서 아직도 터지지 않은 항아리가 일시에 터지고, 간신히 살아남은 조조의 병사는 화염과 연기를 피해 흩어지기 바빴다.
그러나 저들이 살아날 구멍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다면 서영의 병사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장량의 십면매복이 저럴까?
항우를 붙잡은 것처럼 끈적끈적하게 조조를 옥죄었다.
“이제 우리가 사냥할 차례지.”
멀리서 서영의 명령이 들렸다. 그 명령에 민둥산에 숨었던 병력은 각자 목표에 따라 나아갔다. 물론, 나에게도 일정 목표가 할당되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오직 그자밖에 안 보였다.
조조.
잡아야 할 숙적.
우리 가문을 멸문으로 이끈 놈이니 반드시 잡아야 했다.
여기서 끝내자 조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