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우리는 우선 헤어진 장소로 걸음을 향했다. 다행히 그곳에 형과 승현 헌터가 있었다. 둘 다 한 손에 무언갈 쥐고 있었다.
“무슨 문제는 없으셨습니까.”
“네. 별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손에 쥐고 계신 건…….”
“아. 몬스터에게서 얻은 전리품입니다. 두 마리가 나와서 처치했더니 제각기 붉은색의 구슬과 흰색의 구슬이 나오더군요. 한지언 헌터도 혹시 얻은 게 있으십니까.”
“네. 저희는… 검은 진주를 얻었어요.”
“이게 진주였습니까?”
“네. 신서하 헌터의 능력으로 확인하니 진주라더군요.”
“아……. 확실하진 않은데 아마 맞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문제는 이걸 어디에다가 사용하느냐일 테지.
“혹시 수색하면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물이나 거대한 건물 같은 건 없었나요?”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건물들이 많아서 모두 살펴본 건 아니지만요.”
“그건 그렇죠.”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다 냅다 뛰어 건물 위로 올라섰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만, 수색하려는 거니까 잠시만 기다리시죠. 그 와중에 겔탄은 꿋꿋이 따라왔다.
높은 건물 위로는 높은 건물투성이였다. 뭔가 미래 도시랑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던전이 거기서 거기니, 뭐.
나는 계속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더 이상 높은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건물들의 지붕이 깔린 사방을 살피는데, 문득 이질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키가 같은 지붕들 사이, 툭 튀어나온 건축물 세 채.
‘딱 세 채네.’
뒤따라 올라온 형이 말없이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 모습에 나는 방금 발견한 사실을 형에게 말했다.
“유독 높은 건물이 세 채 있어. 아마 우리가 얻은 진주랑 연관돼 있겠지.”
“그래.”
짧은 대답과 함께 대화가 끊겼다. 이번 탑에 들어온 이후 유독 말이 없다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형이 빙의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에는 형의 그런 모습을 보고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누가 무얼 말하건 아무런 동요도 안 하니까.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어차피 소설 속 사람들의 말이니 들을 필요 없어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 나에게 이해한다는 소리를 지껄인 거지.
‘위선자.’
형은 이 세상은 거짓이고 자신만이 진실한 자라 생각하는 사람.
“가자.”
“엉? 그랭.”
그리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멍청이였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
나야말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지독하게 연연하고 있으니. 그러지 않겠다 다짐해 놓고 늘 과거의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형을 증오하는 것이었다. 그 추억 속에 잠겨 있는 나였기에, 영원할 줄 알았던 형을 형이 과거로 만들었으니.
‘멍청하게 반복만 하던 내 잘못도 있지.’
모든 것이 잘못됐다. 그러나 누굴 탓하기엔 너무 늦었다. 누군갈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부조리하고 잔혹한 세상의 탓이지.
건물을 내려오던 와중, 겔탄이 물었다.
“둘이 싸웠어? 저번보다 공기가 무거운 게―”
“닥쳐.”
“힝.”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나대로, 우선 앞만 봐야 했다. 멍청한 생각에만 잠겨 있을 순 없으니까. 바보 같은 추억 팔이는 시간 낭비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간 어느 순간 헤어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건물 아래로 내려오자 승현 헌터가 물었다.
“뭐 찾으셨습니까?”
“네. 유독 눈에 띄는 높은 건축물이 세 채 있었어요. 삼각형으로 떨어져 있고요. 각각 북동, 북서, 남쪽에 있어요.”
“세 채……. 그렇군요. 그게 이번 퍼즐일 확률이 높겠습니다.”
“그럼 아까처럼 흩어질까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혹여 무슨 일이 날 경우 중앙으로 모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따 뵙죠.”
승현 헌터와 형이 먼저 자리를 떴다. 승현 헌터는 북서로, 형은 남쪽으로 가는 듯 보였다.
‘그럼 우리는 북동인가.’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진 두 사람에 나는 이내 뒤로 돌아 팀원들을 바라봤다.
“저희는 북동쪽으로 갑니다. 혹시 이상 있으신 분 없죠?”
마허윤이 손을 작게 들며 물었다.
“나 하나 궁금한 거 있는데.”
“뭔데.”
“건축물 세 채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건 우리가 얻은 진주랑 연관이 있을 테고?”
“그래.”
“각기 짝이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붉은 진주는 북서쪽, 하얀 진주는 북동쪽 이런 식으로.”
“…그걸 지금 말하는 이유는?”
“어? 아니, 그으으…….”
멀뚱 서 있던 윤시아가 마허윤을 대신하듯 말했다.
“S급들이 말하는 사이에 낄 배짱이 없어서요!”
“누가 배짱이 없다고!”
“응? 마허윤 헌터.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S급이랑 대화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S급이랑 대화하면 대부분 거북하다는 느낌을 많이들 받아요. 그러니까 마허윤 헌터가 정상이에요!”
그런 말을 듣긴 했다만, 난 모르는 일이었다. 그야 나도 S급이니까.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만만하다는 거지?”
“왜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건데!”
“맞아요, 한지언 헌터! 만만한 게 아니라 편하다는 거죠!”
윤시아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듯 말했다.
“확실히… 다른 S급 헌터분들은 벽 같은 게 느껴지는데 한지언 헌터는 처음부터 안 그랬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벽이라기보다는, 음……. 아, 그래. 잠기지 않은 문 같았죠.”
“형은 예전부터 그랬어요.”
“예전에는 각성을 안 했으니까 그렇지, 멍청아.”
“허윤 형. 자꾸 멍청이라 할래요?! 저 나름 과대도 해 봤거든요!”
“와, 그걸 하냐. 멍청이네, 진짜.”
“…….”
급격히 조용해진 강희민의 옆으로 윤시아가 다가와 물었다.
“무슨 학과였어요?”
“네? 저… 시각 디자인과요.”
“그림 그려요? 잘 어울린다!”
강희민이 어색하게 웃어 댔다.
“그럼 한지언 헌터도 시각 디자인과예요?”
“아뇨.”
“얘랑 나랑은 경제학과였지.”
“마허윤 헌터, 안 어울려요!”
“뭐?”
…쓸데없는 대화에 시간이 지나치게 허비됐다. 도대체 탑이랑 진주 얘기를 하다 대학 얘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 건데.
“시간이 많이 허비됐습니다. 슬슬 이동하죠. 마허윤 헌터가 말한 건은 우선 가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앞장서 지붕 위로 올라 이동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재빨리 이동하고 있자, 옆에서 겔탄이 말을 걸어왔다.
“일부러 봐주고 있는 거야?”
“뭐가.”
“벽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들 하는 거 말이야.”
“…글쎄.”
나는 말을 더하지 않고 조용히 겔탄을 바라봤다. 겔탄과 시선이 닿은 듯한 순간, 겔탄이 휘청이며 넘어지려 하여 붙잡았다.
“와, 방금 그 기운 뭐야? 나 방금 조금 설렜어.”
“…….”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 줄래? 나도 상처받거든? 장난도 안 받아 주고.”
겔탄이 곧장 중심을 잡아 다시 달렸다. 그러며 계속 입을 나불거렸다.
“왜 굳이 숨기는 거야? 네 힘이 그리 크진 않아도, 그 정도면 어지간해선 얕잡아 보진 않을 거 같은데.”
“글쎄……. 그런 걸 일일이 따지는 건 부질없어서.”
“그런가? 짜증 나지 않아?”
“별로.”
얼마나 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새 유독 툭 튀어나온 건축물에 도착해 있었다. 지붕 아래로 내려가자 이 건축물이 무슨 용도인지 확실해졌다.
“등대인 것 같습니다.”
신서하의 말에 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등대의 안에는 등이 있었으나 등 안은 텅 빈 상태였다. 그리고, 등은 딱 진주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였다.
“마허윤.”
“어?”
“진주를 등에 넣어.”
마허윤이 잠시 버벅거리다 이내 진주를 꺼내 들어 등에 집어넣었다. 진주가 등에 들어간 직후, 아무 일도 없는 듯하다가 이내.
파앗. 검은 빛이 퍼져 나갔다.
“나가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테니 여기 계세요.”
말을 끝낸 직후 나는 등대 밖으로 나왔다. 별일 없는 주변 상황에 다른 쪽 등대를 살피니 각각 흰색 빛과 붉은색 빛을 내뱉고 있었다.
‘순서가 있나?’
아무 일도 없어 어떤 기믹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있잖아, 있잖아.”
“또 왜.”
“저기 뭐 몰려온다?”
“뭐?”
겔탄의 말에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가 헤엄쳐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인어?”
이 폐허의 주민들인가?
‘주민들을 불러오는 게 이번 층의 클리어 조건이었나?’
그렇다면 이번 층은 해결…일 리는 없었다. 이 탑의 보스가, 그런 평화로운 걸 바랄 리 없으니까.
퉁퉁! 지붕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시큰둥히 답했다.
“옵니다.”
“뭐? 뭐가 온다는― 와아악!”
마허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 삼지창 하나가 날아왔다.
‘역시나.’
좋게 좋게 가는 일이 있을 리 없지.
강희민이 조용히 물었다.
“설마… 저걸 다 처치해야 하는 걸까요.”
“아마.”
“하아아.”
나는 낫을 몇 번 빙글 돌렸다. 확실히 많은 수였지만, 어디까지나 많기만 하지 그다지 위협은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단순히 삼지창을 휘두르거나 던지기만 하니까. 반대쪽에서 승현 헌터와 형이 홀로 군단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래 보였다.
선두로 나서 괜찮다는 것을 보여 주려던 차, 윤시아가 갑작스레 자라난 나무를 타고 선두로 나섰다. 신서하의 버프까지 받았는지 재빠른 속도로 나간 윤시아는 언제나 그러듯 화려한 검술로 몬스터들을 처리해 나갔다.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에 강희민을 바라보자, 강희민이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갑자기 길을 터 달라 해서…….”
“버프도…….”
“딱히 나무라려는 건 아닙니다. 본래 윤시아 헌터는 본래 근거리에서 싸우니까요. 다만, 조금 급한 감이 없잖아 있어서 그럽니다.”
상황을 파악한 후 나는 다시 몬스터에게 집중했다. 삼지창을 앞으로 두고 재빠르게 헤엄쳐 온 몬스터를 피해 처리하기 전 모습을 보니 가상 매체에서나 보던 인어와 똑같았다. 다만 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홍채가 붉고 흰자에 핏줄이 돋아난 정도.
‘콘셉트 한번 과하네.’
가볍게 처리 후 다른 몬스터들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인어 모습의 몬스터들은 손쉽게 처리되어 붉은 피를 흘리며 가라앉았다.
인어들을 처리하면 처리할수록 그들의 피로 주변이 붉어졌다. 몬스터의 시체가 바닥에 산처럼 쌓여 갔다.
그렇게 마지막 몬스터까지 처리하고 나니, 찝찝함이 느껴질 정도로 사방에 피가 일렁였다. 선두에 서서 몬스터를 처리하던 윤시아가 말했다.
“그거 알아요? 인어를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대요.”
“저는 피라고 들었는데, 살을 먹어야 하는 거였어요?”
“글쎄요. 들은 얘기라 저도 잘 몰라요. 근데 불로불사라는 거 말이에요. 정말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아요?”
“…불로불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아뇨? 전 지금이 좋아요. 한지언 헌터는요?”
불로불사라……. 어이없는 단어에 실소가 나왔다.
“별로 감흥 없어요, 저는.”
“그래요? 하긴 그래 보여요! 한지언 헌터는 인생 다 산 사람 같으니까요!”
다는 안 살았는데.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때, 박주완이 다가와 말했다.
“한지언 헌터, 저쪽에…….”
“뭐가 또 나타났나요?”
박주완의 말에 답하며 고개를 돌리자, 드넓던 폐허 너머, 뿌연 안개가 걷히는 게 보였다. 그 밑에 깔린 폐허의 형상 역시 거짓이었다는 듯이 흩어졌다.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안개가 걷히며, 맑은 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너머, 아까보다 훨씬 크고, 훨씬 장엄하며, 아름다운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허의 면적과 엇비슷해 보이는 크기의 궁전을 보니 꼭 제가 다음 퍼즐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궁전이 그 자태를 뽐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이동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