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그 모습에 내가 반응 없이 내려다보자, 사이비가 언제 웃었냐는 듯 훌쩍였다.
박우윤이 훌쩍이는 사이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 사이 뒤에서 다른 협회 직원이 다가왔다.
“한지언 헌터. 일반인 폭행죄로 체포하겠습니다. …얌전히 연행되어 주십시오.”
“싫다면요?”
“…….”
“농담.”
내가 두 손을 내밀자 철커덕, 손쉽게 부술 수 있는 겉만 번지르르한 수갑이 채워졌다. 곧이어 그 위로 보라색 빛을 내는 무력화 실이 감긴 후, 나는 공원 바깥에 세워진 차로 인도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누군가는 두 눈으로,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전부 담았다. 아마 곧, 아니, 어쩌면 아까 전부터 이미 곳곳으로 사건이 퍼져 나가고 있을 것이었다.
‘이걸 원하는 거겠지.’
어쩌면 나를 노리는 게 아니라 나부터 스타트를 끊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S급 전체를 노리기 위한 시작. 그중 내가 가장 약하니, 가능성 있는 생각이었다.
머리를 꽤 굴린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그런다고 쉽게 무너질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뭐, 욕 좀 먹고 말지, 뭐. 어차피 곁에 남을 사람은 남을 테니까.
차로 연행되고, 서울 협회에 도착했다. 협회에서 떠난 지 별로 안 된 거 같은데, 돌고 돌아 협회네.
협회에 감옥이 있는 건 아니었다. 헌터용 감옥이 있는 건물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S급의 헌터들을 수용하지 못했다. S급들은 어떻게 하건 건물을 부수고 나올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협회로 온 거였다. 감옥은 없어도, 임시로 가둬 둘 정도는 되니까. 물론 부수고 나올 수는 있겠지만 바깥에 헌터가 많으니, 그걸 노린 것이었다.
끼익. 쇠로 된 두꺼운 문이 열리고, 나는 그곳에 홀로 들여보내졌다. 안쪽은 평범했다. 책상도 있고, 침대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평범한 방처럼 보였다.
책상에 다가가 의자를 끌어당겨서는 가만히 앉아 있자 곧 누군가가 들어왔다.
“한지언 헌터.”
“박우윤 헌터가 면담하시는 건가요?”
“네…….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하셔서, 그나마 친분이 있는 제가 자원했어요. 그리고…….”
떠밀린 것 같은데.
박우윤이 입을 벙긋거리다 겨우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든 양쪽의 말을 들은 후에 판단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요…….”
“저쪽에서 뭐라고 말했길래.”
“그… 숨어 있었는데 한지언 헌터가 갑자기 본인을 공격했다고 하셨어요.”
“음.”
…맞는 말이긴 하지. 일부러 본인을 드러내고 내가 찾게 했으니까.
내가 뭐 답하지 않자 박우윤이 여린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질문은… 간단하게만 할게요. 왜 그분을 공격하셨나요?”
“그 전에 이걸 봐 주셔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주머니에 꽂혀 있던 구겨진 편지지를 책상 위에 올렸다. 박우윤은 그걸 조심스레 가져가 펼쳐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며 보는데,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표정 변화가 일어나는 게 꽤 볼만했다.
“저희 집 앞에 놓여 있더라고요.”
“집… 앞에요?”
“네. 그래서 부모님을 이용한 협박문이구나 싶어서, 바로 공원으로 갔죠.”
“…….”
“그런데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최근에 서울 협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고요. 갈색 망토를 걸친 사이비들의 소행이었죠. 그리고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지금은 갈색 후드 티로 보이지만… 분명 망토였고요.”
“혹시 세뇌는…….”
“걸릴 리가 없죠. 만약 걸렸으면 완전히 사회적 매장을 시키려 저쪽을 죽여 버리게 조종하지 않았을까요.”
“…….”
“옷이 망토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긴 해요. 정말 제가 착각했을 수도 있죠. 오히려 그걸 노리고 갈색에 품이 넓은 후드 티를 입은 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박우윤은 분명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으나, 정신은 어째서인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박우윤 헌터.”
“네……. 네?”
“얼핏 힘이 없어 보인다고 무작정 보호하려고만 하지 마세요. 그러다 단숨에 가요.”
“그게 무슨 뜻…….”
“아까 제가 목을 졸랐던 그 사람, 박우윤 헌터가 못 보는 방향으로 얼굴을 숨기고 저를 보면서 웃었어요. 아주 사악하게. 꼭 염원을 이룬 구미호처럼요.”
“…일단, 일단 알겠습니다. 더 자세히 조사해 볼게요. 이 편지에 대해서도 위에 말해 볼게요. 그런다고… 한지언 헌터가 바로 나가지는 못할 거 같지만요. 한번 열심히 해 볼게요.”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양쪽의 말을 전부 들어 봐야 한다면서 중립을 지키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 들어 봤으니 이제 어느 쪽이 옳은지 정한 거예요! 그리고 한지언 헌터가… 나쁜 일을 하실 분도 아니시고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네!”
그러며 박우윤은 편지를 들고 곧장 나갔다.
박우윤이 나가자마자 나는 다리를 쭉 뻗으며 천장을 멍하니 응시했다. 이 방 구석구석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능력을 사용하는 즉시 알림이 울린다. 창문 하나 없는 이 방은 무척 익숙했다. 예전에 제집처럼 들락날락했으니.
그렇게 멍때리고 있으니 기분이 가라앉으며, 녀석들이 뭘 원하는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놈들이 나 하나를 노리는 게 아니라는 거다. 내가 사이비 쪽에 뭘 한 것도 아니니 나 하나를 적대할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3대 길드니 뭐니 하는 그 세 사람을 집중해서 공격했겠지. S급 헌터의 명예 실추뿐만 아니라 길드의 몰락도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S급을 공격하는 이유는… 가장 효과적이니 그렇겠지.’
가장 강한 헌터. 그게 S급 타이틀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수식어였다. 그런데 그런 강한 헌터가 일반인을 이유 없이 공격한다? 영웅에서 곧장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한 명이면 다른 S급 헌터가 제압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S급 전체가 그런다면? 재앙이나 다름없겠지. 그럼 서서히 그 아래 등급도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헌터 전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될 거였다. 그리고 아마, 사이비들은 그걸 노린 게 아닐까.
‘…이전에는 안 그랬는데.’
사이비는 힘없는 자들이었다. 그저 현실을 부정하며 도피하려 하는 자들. 그런 자들이 갑자기 머리를 쓴다. 그건 무언가 어색했다.
‘우두머리가… 생겼나?’
오합지졸이었던 자들이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건 누군가 이끌지 않으면 힘들 터.
‘던전과 연관이 없을 거라 판단하긴 했지만,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네.’
던전을 숭배하는 사이비. 그렇다면, 던전이 이끌기 딱 좋지 않은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렇다면 진짜 최악의 상황인데. 던전이 그나마 할 수 없었던 게 우리 세상에의 간섭이다. 그런데 우리 쪽 사람들을 이용해 간섭한다면…….
덜컥! 그때 쇠로 된 문이 손쉽게 열려 뒤로 밀려났다. 또 누가 들어와서 면담이라도 하나 싶어 고개를 트니.
“…형?”
“가자.”
“…나 문제 일으켜서 여기 있는 건데?”
“해결됐어.”
“뭐가.”
“네 억울함.”
형이 내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부수고, 실을 풀어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곤 곧장 나를 이끌어 방 밖으로 나왔다. 주변 직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형. 일이 제대로 풀린 거 맞지?”
“어.”
“뭐가 어떻게 풀렸는지 하나하나 자세히 길게 설명해 봐.”
“…네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는 게 밝혀졌어.”
“고의 맞는데.”
“…그 사람이 입고 있던 갈색 후드 티와, 사이비들의 갈색 망토의 재질이 같아.”
“겨우 그걸로 혐의가 풀릴 리가 없는데.”
형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 고집 피워서 들어온 거지.”
“…아니.”
아니라고 답했지만,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으니까. 무엇보다, 연행된 지 한 시간 만에 혐의가 풀릴 리가 있나. CCTV도 없었는데. 사람들이 찍은 영상이나 사진에 그 녀석의 행보가 처음부터 담겨 있었을 리도 없고. 무엇보다 형의 지금 행동은.
“형, 제발……. 그러는 게 사이비들이 더 원하는 거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사이비들은 지금 우리의 명예가 추락하길 바라고 있어. 폭력적인 방향으로. 그런데 형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내 혐의를 풀어서 내보내려고 하면, 그거야말로 그 녀석들이 원하는 그림이라고.”
“너야말로 하나하나 자세히 길게 설명해.”
“형, 머리를 굴려. 왜 사이비들이 나를 노리겠어? 내가 S급 중 가장 약하니 그렇겠지. 내가 먼저 무너지면 그다음은 누구 차례겠어? 다른 S급이야. 그것들은 우리들의 추락을 원하는 거라고.”
쌓는 건 어려워도,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그들은 그걸 알기에 강한 우리를 추락시키고, 무언갈 하려는 속셈이고.
“그건 네 생각이지.”
“뭐?”
“저들이 무얼 원하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어. 그저 난동을 부리려는 걸 수도 있지만, 정말 너만 노리는 걸 수도 있지. 편지 얘기는 들었어. 그걸 보고도 너 하나만 노리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난 한 것도 없는데, 이유가 없잖아.”
“한 거. 있지.”
형이 입을 벙긋거렸다. 회귀.
“이걸 저쪽에서 알고 있다면? 던전을 숭배하는 저들이 너를 이용해 과거로 가서 이전의 왕을 부활시키려는 거면?”
“…내가 그런다는 건 모를걸. 그리고 후계가 왕이 됐을 가능성이 더 큰데 굳이?”
“그러니까. 지금 아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당장 확실하지도 않은 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네 일이나 생각해.”
“아니, 미리 생각해야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그건 이해해. 그런데, 왜 혼자 생각하고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 네 생각이 틀릴 수도 있잖아.”
“…형. 대화의 논점이 흐려졌는데. 어찌 됐건 내 혐의는 다 안 풀린 거잖아.”
“…….”
“혐의가 풀리지도 않은 마당에 함부로 행동하는 건 위험하다는 거야. 또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아직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났으니―”
협회의 문을 열고 나간 순간,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그 소리가 중첩되며 몇 개의 카메라가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방이 셔터 소리로 가득 찼다. 그와 함께 온갖 질문들이 쏟아졌다. 누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옆에서 형의 중얼거림이 작게 들려왔다.
“…분명히 전부 막아 두었다고 했는데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