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상황은 갑작스레 변했다.
유다한이 나타나 유주한과 유아한 씨가 싸우는 걸 보고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유주한의 등부터 때렸다. 타격은 없었으나 어리둥절해하던 유주한이 곧이어 상황을 파악하고 유다한에게 미쳤냐느니 소리를 질렀으나 유다한은 가뿐하게 넘기며 미친 건 두 사람이라며 소리쳤다.
내가 곧장 유다한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하는 말이…….
“정신만 돌아오면 된다 이거죠?”
“그렇긴 한데… 뭘 하시려는 겁니까.”
“가족이 도와야죠, 이런 건.”
“유다한 씨는 일반인입니다. 위험해요.”
“언니가 저를 해치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유아한 씨 몸에―!”
“몸에 뭐가 있건, 난 언니를 믿어요.”
그러곤 그녀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충분히 말릴 수 있었으나 거칠게 올라오는 화염이 기분 탓인지 유다한을 피해 가는 듯해, 꼭 유아한 씨가 유다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능력을 조절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유다한의 손등에 불길이 닿고, 화상을 입고, 파편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유다한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움직였다. 그리고 기어코 유아한 씨에게 닿아.
“정신 차리라고!”
거침없이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첫째로서 책임지는 언니가 멋졌어. 그래. 솔직히 안 기댔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언니가 만약 의사가 아니었어도, 우리를 위해 헌신하지 않았어도! 나는 언니를 멋지게 생각했을 거야. 언니니까!”
“시끄러워. 나는 이러기 싫었어. 책임지기 싫었다고.”
“책임 안 져도 돼! 이젠 다 컸어! 나도 주한이도!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 평범해도 된다고! 그러니까―”
불안정한 불 속에서 유다한이 아프지도 않은지, 유아한 씨를 더욱 꽉 붙잡았다.
“헛소리 줄줄 늘어놓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휘익. 거센 바람에 휘몰아치던 불꽃들이 모두 사그라졌다. 푸르르던 유아한 씨의 눈에 점차 검은색이 뒤섞이고, 당장이라도 유다한을 찢어발길 것 같았던 손톱이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유주한 때처럼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것 같은 뒤섞인 모습에 나는 긴장을 놓지 않고 조용히 유아한 씨를 바라보았다.
“역시 언니야! 돌아온 거지? 그치?”
“아니.”
“응?”
“다한아, 이제 도망쳐 있어.”
그러며 유아한 씨가 내게 턱짓을 했다. 뭔가 또 일어나려는 건가 싶어 나는 이번엔 유다한을 유아한 씨의 곁에서 떨어지게 했다.
“이제 저희가 해결할 테니 멀리 도망쳐 계세요.”
“하지만 아직…….”
“유아한 씨에게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부탁해요. 정말 소중한 언니예요.”
그래 보인다.
나는 유다한이 멀리 도망치는 것을 확인하고 뒤로 돌았다. 유아한 씨가 멀뚱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유주한이 물었다.
“멀쩡한 거야?”
“아니. 곧 이상해질 것 같으니까, 빨리 말할게. 유주한. 다시 네 몸으로 옮겨.”
“어? 그걸? 또? 그럼 뭐가 바뀌어?”
“아니. 옮겨지는 틈에 불태워 버려야 해.”
“…그게 가능해? 내 몸에 들어오기 전에 공격했는데 안 통하던데.”
“글쎄.”
“뭐? 그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어?”
유아한 씨의 말에 유주한이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벙긋거렸다. 이내 유아한 씨가 다가가자 유주한은 주춤거리다 말고 가만히 서서 유아한 씨를 기다렸다.
“한지언 씨.”
“예.”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말려 주세요.”
“저도 말려들 것 같은데요.”
“뭐 그럼 같이 망하는 거죠.”
“협박이에요?”
“농담이에요. 뭐, 진담이 될 수도 있는 거지만.”
유아한 씨가 유주한 바로 앞에 섰다. 곧이어 유아한 씨는 유주한의 양손을 잡더니 숨을 깊게 내쉬며 아래로 내렸던 시선을 유주한의 눈에 맞추었다.
“못 하겠으면, 바로 손 떼 버려.”
그 이후로는 잠잠했다. 유아한 씨가 무언갈 하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주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본인의 능력을 마구잡이로 뿜어냈다.
“잠깐만. 누나! 떨어져!”
“그럼 네 몸으로 단숨에 들어가. 계속해.”
“누나가 다치잖아!”
“유주한. 눈 감고 집중해.”
유주한의 능력에 유아한 씨의 손과 팔이, 얼굴이 붉어졌다가 사그라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유주한이 얼굴을 찌푸리다가 눈을 꽉 감았다.
‘…유아한 씨도 참 대단해.’
아무리 바로 치료해도 아픔이 느껴질 텐데 신음 한번 안 내고 일에 집중하는 게 말이다. 나야 회귀했으니 익숙해졌다고 쳐도, 유아한 씨는 회귀를 한 것도 아닌데.
유주한은 유주한대로 최대한 유아한 씨에게 불길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듯 보였으나, 양손을 잡은 채 이어져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피해가 아예 안 가게 할 수는 없었다.
보아하니 붙잡은 손 사이에 몬스터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손이 불에 탈 터. 그걸 막기 위해 유아한 씨가 계속해서 본인의 몸을 치료하는 듯 보였다. 몇 번이고 뜯어지고, 찢어지고, 갈라져도 심각한 부상까지는 가지 않도록.
유주한은 이를 악물며 멈추지 않고 능력을 사용했다. 그런 유주한을 유아한 씨가 지긋이 바라보았다.
불길이 점차 사그라졌다. 강하게 눈을 감았던 유주한이 슬며시 눈을 뜬 앞에는, 옷만 좀 그을린 유아한 씨가 서 있었다.
“봐. 됐잖아.”
“…짜증 나.”
“뭐, 새삼.”
“…그래도 앞으로 이런 짓은 하지 마. 누나가 아무리 짜증 나도 없어져 버리라는 말은 아니라고.”
“의외네. 맨날 없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어?”
“안… 했어. 그런 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래도 가족인데.”
“…….”
“내 입장에서만… 말해서… 미안해, 그동안.”
“막내야. …나는 다한이처럼 살갑게 사람을 대하지 못해. 너처럼 예의 바르지도 못하고.”
“알아.”
“…그래도 네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그랬다면 진즉 다한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을 거야. 승현 헌터에게 부탁해서 부모가 네 친권을 포기하도록 하지도 않았을 거고, 너의 후견인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을 거고. 그러니까……. 아냐.”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맞아!”
슬금슬금 다가온 유다한이 어느새 유주한에게 합세했다. 그녀는 뒤로 빼려던 유아한 씨를 붙잡고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말은 끝까지 해!”
“…별거 아니야. 그냥, 당연하게 존재하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그거야 당연하지!”
“물론, 오늘만 이러고 내일은 또 투덜거릴지도 몰라. 심기 불편한 상태로 띠껍게 굴 수도 있고.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적어도, 원망이 너에게 향하진 않아.”
“그렇다기엔 누나, 나한테 너무 많은 화를 냈는데.”
“화는 안 냈어. 그냥…….”
“꼰대지! 성격 좀 더러운!”
“다한아.”
“꺄아아! 볼 뜯어져!”
그러다 유아한 씨가 나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전 한 게 없는데요?”
“여기서 지켜봐 준 걸로 충분했어요. 막내가 부담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의지하는 사람이 버팀목이 돼 주듯 지켜봐 주면 저나 주한이나 마음이 편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편하셨나요?”
“저는 늘 하던 대로 해서 모르겠네요.”
“저는… 그래도 있어 주셔서 마음 한편이 편하긴 했어요. 형, 고마워요.”
“난 한 거 없어.”
그래도 잘된 일이었다. 이전처럼 흐지부지 사이가 애매해지거나, 안 좋아지거나 하진 않아서. 이번 기회에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으니 몬스터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물론 정말로 고맙진 않았다. 이런 개고생을 시켰는데 고마울 리가.
“그런데 누나,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해? 평소처럼 왜 이런 거나 걸려서 난리야. 같은 말 했을 텐데, 오늘은 왜 그랬어?”
“나는 뭐 맨날 기분 나쁜 상태로 있어야 해?”
“봐. 지금처럼.”
“…그냥, 잠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던 거야.”
“무슨 기억?”
“그냥, 옛 추억.”
그 말에 유아한 씨를 제외한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묻지 않아도 두 사람을 화해시킬 정도로 좋은 기억이라는 건 잘 알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화해는 화해. 그로 인한 피해는… 한숨이 다 나올 정도였다. 무너진 건물과 도로. 게다가 근처에 학교도 있었던지라 피해와 민원이 빗발쳤다.
그런 데다 유주한과 유아한 씨가 싸우는 사진이 그대로 유포되어 인터넷을 떠돌다가 뉴스 헤드라인에까지 도착했기 때문에, 큰 피해 보상과 책임이 뒤따랐다. …솔직히 타격 있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 근처에서 말리지 않았던 나는, 자숙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의 휴가를 보냈다. 휴가라 해도 던전 안을 돌기는 했지만, 요즘 던전도 높은 등급의 던전이 튀어나오는 일 없이 잠잠했기에 실제로 던전을 돌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 했거늘.’
나는 태평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공화준이 또 잘 있던 나를 부른 거였다.
이번에도 사유는 없었다. 굳이 있다면 심심하니 나와라.
자숙 기간이라고 답하니 매체에 얼굴만 안 드러내면 그만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와 함께 나오지 않는다면 찾아오겠다고 하기에 그냥 나왔다. 다만 그렇게 만나 딱히 하는 건 없었다. 난 멍때리고, 공화준은 노트북 두드리고.
“아, 맞아. 한지언.”
“왜.”
“너 희민이랑 팀이었잖아. 아직도 연락해? 대학 이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가지고.”
“연락이랄 것도……. 그냥 가끔 일적으로 만나지.”
“그래?”
단순히 연락이 잘 안되기에 물어본 줄 알았는데, 표정을 보니 단순히 그런 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음료수가 든 컵을 빙빙 돌리며 물었다.
“왜?”
“…너 임하늘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