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0
80화
나는 터진 눈알 사이, 그나마 멀쩡한 것을 들어 올렸다.
“한지언 씨? 그걸 왜 가지고 오세요?”
“벽에 붙어 있었으니까, 다시 벽에 가져다 대면 붙지 않을까 싶어서요.”
눈알을 벽 가까이 가져다 대자, 찢어 놓았던 촉수가 다시 자라나며 벽에 꾸물꾸물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알은 내 손 위에서 멀어져 벽에 딱 달라붙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인지 공격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움직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
벽에 붙은 눈알은 겉보기에 단단해 보였다. 힘을 강하게 주어 내려찍어도 멀쩡했다.
‘그렇다면…….’
거의 터진 눈알을 건드리자, 예상대로 훅, 바닥에 떨어졌다. 눈알을 감싼 껍데기를 건드리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디디고 올라가기 딱 좋네.
“위쪽 껍데기 부분은 건드려도 안 떨어지니까 잘 붙이면 밟고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렇네요.”
“그럼 저것들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걸 주워야겠네요.”
그러며 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것들을 바라봤다. 으깨고 터뜨린 것들이 가득해 쓸 만한 것은 얼마 없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나는 그나마 상태가 나은 것들을 주워 벽을 향해 던졌다. 어느 정도 눈알을 붙인 다음에는 그 눈알들을 밟고 뛰어올라 더 높은 곳에 눈알을 붙였다. 차근차근 순조롭게 눈알들을 붙인 끝에 어느새 장벽의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눈알이 쌓였고, 우리는 눈알을 쌓는 걸 그만두고 장벽 위로 뛰어올랐다. 계획은 말끔히 성공했다.
우리는 장벽 위에 다다랐다. 아득히 높은 장벽 아래의 터진 눈알들이 한 톨의 먼지만큼이나 작게 보였다.
장벽 위에 서자 이곳으로 이동했을 때부터 느껴지던 거슬리는 감각이 살갗을 찌르는 듯했다. 아득히 높은 장벽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위협적인 건…….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유아한 씨가 경악 어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하얀 날개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참으로 오묘한 것이, 무언가가 받쳐 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날개들은 스스로 구의 모양으로 겹쳐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장벽 너머에는 그것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광활하면서도 휑한 풍경이 펼쳐졌고, 바닥은 깊은 안개가 차올라 보이지 않았다. 척 보기에도 함부로 내려가기에는 위험했다.
“바닥으로 가서 꿈의 파편을 찾는 건… 무리일 듯하네요.”
“이 날개들 사이에 꿈의 파편이 있는 걸까요?”
“확인해 보면 되는 거 아닌가.”
“류천화 씨. 마석 집어넣어요.”
유아한 씨의 말에 류천화 씨가 어느새 꺼낸 마석을 도로 인벤토리인 시계에 넣었다.
“함부로 건드리기는… 위험하죠?”
“아무래도 그렇죠.”
유아한 씨가 흠, 하며 머리를 쥐어 싸맸다.
무언갈 감싼 형태의 몬스터. S급 이상에서 자주 나오는 것들이었다. 마치 힘을 봉인한 것처럼, 무언가에 감싸인 것들은 하나같이 강했다. 높은 확률로 저것도 그럴 터.
나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날개를 장벽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나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해 보여서요.”
“하지만 장벽 안에 저런 것이 들어오면 움직일 공간이 없을 거예요.”
“혹시 모르잖아요. 저것이 날개를 펼치면 작은 몬스터가 나올 수도.”
“어찌 됐건 간에 건드리는 게 우선이겠네요. 그럼 어떻―”
터엉! 갑작스레 들이닥친 바람에 반사적으로 눈이 감겼다. 이윽고 뜨인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언갈 강하게 던진 류천화 씨였다.
“결국 어떻게 건드리냐가 고민이면, 시간을 절약하는 해결 방안이 가장 낫지 않나.”
“잠만……!”
구우웅. 날개를 향해 쏘아진 마석이 날개에 닿기 직전 허공에 막히며 분해됐다. 허공에서 원형의 물결이 일어나며, 마석의 조각이 흩어졌다.
―시이이.
쿠르릉. 천둥 번개가 요란히 내렸다. 장벽에는 번개가 내리치지 않았지만, 그 너머, 안개가 피어오른 바닥으로는 몇 번이고 번개가 내리쳤다.
하얀 날개가 살랑였다. 꽃이 피어나듯 한 겹 한 겹 날개가 펼쳐지며 이윽고 만개한 꽃송이 같은 모양새를 이루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개가 펼쳐지며 그 안에서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수없이 많은 손이 들러붙은 새하얀 무언가가, 검은 눈을 감고 있는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네요.”
나는 유아한 씨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바였다. 아직 상대가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압도되는 공포에 흥분이 일 정도였으니.
번개가 그쳤다. 거세게 불던 바람이 살랑이는 봄바람으로 바뀌며 번쩍, 겹겹이 쌓였던 날개에서 태어난 무언가가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터어엉! 날개가 터지듯 사라지며, 그 여파가 우리에게까지 미쳤다. 우리는 장벽 아래로 밀려났다.
‘겨우 올라왔건만……!’
쿵. 굉음을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충격에 몸에 진동이 일었다.
곧장 하늘을 바라보자, 아까와 달리 그나마 작은 날개들이 팔락이며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발을 디디고 감정이 깃들지 않은 검은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아까 장벽에 달렸던 눈과 같은 패턴일 수 있으니까요.”
유아한 씨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만, 과연 저것도 그럴까. 한 걸음만 움직이기라도 하면 나 같은 건 힘없이 날아갈 것 같은데.
‘꿈의 파편을 얻고 빨리 나가는 게……. 잠만, 꿈의 파편이란 건 어떻게 생긴 거지?’
가장 중요한 걸 깜빡하고 있었다. 애초에 나는 그게 어떻게 생긴 건지도 몰랐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슬며시 입을 열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저희가 꿈의 파편을 보면 그것이 꿈의 파편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요?”
“…운에 맡겨야죠.”
내 말의 뜻을 이해한 유아한 씨가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가만히 우리를 응시하던 것이 한 걸음 다가왔다.
“뭔가 이상한데. 공격 의사가 없는 것 같군.”
류천화 씨의 말에 동감했지만, 혹시나 해 긴장을 놓지는 않았다.
―…….
노이즈 낀 목소리가 웅얼거렸다. 저것이 말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기에는 저것엔 입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시 …… 것 …… 들.
서서히 형태가 잡히기 시작한 목소리는 이윽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여기엔 어째서 온 것인가.
“꿈의 파편을 얻으러 왔는데.”
유아한 씨가 답했다.
―꿈의 파편이라……. 시련에 도전이라도 할 생각인가?
“그래.”
―어리석은 잔불이 또 지려 하는구나. 시련을 쉽게 생각하는 것들이여. 어째서 시련에 도전하려는가?
자기들이 하게 만들어 놓고, 라며 유아한 씨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선택을 하도록 시련을 내놓는 자들. 시련에 도전하고 안 하고는 그대들의 선택이니, 다시 한번 묻겠다. 왜 시련에 도전하려 하는가?
유아한 씨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세상을 지키려고?”
―그건 답이 되지 못한다.
답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네.
이번엔 류천화 씨가 답했다.
“탑을 부수려.”
―그것 역시 답이 되지 못한다.
이것들이 원하는 답이라면… 어쩌면 이미 우리에게 알려 준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기억을 되감아, 떠오른 것을 말했다.
「그럼, 꿈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
“꿈의 끝자락에 도달하려고.”
―어째서 꿈에 도전하는 것인가.
“…마음에 안 드니까?”
―겨우 그것뿐인가.
꿈의 끝자락까지는 맞는 모양이었으나, 그다음이 틀린 듯했다.
대화를 듣던 류천화 씨가 말했다.
“애초에 그런 것을 왜 묻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싸워서 이기면 꿈의 파편을 주는 것으로 끝내도록 하는 건 어떤지.”
―나의 시련을 겨우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인가. 어리석은 잔불이구나.
시련. 그것은 꿈의 파편을 뜻하는 듯 보였다.
‘난이도가 설정되어 있는 이유는 시련의 난이도 때문일 테고. 시련을 통과하면 꿈의 파편을 얻는 거라면, 난이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꿈의 파편이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제각기 다른 꿈의 파편이 있는 이유는, 다음 층에서 알 수 있겠지. 지금 추측해 봤자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지금은 현 상황에 집중하는 게 나았다.
―시련은 곧 꿈. 꿈에 도달하려면 시련은 필연적 존재. 하나 너희가 시련을 그리 받아들이는 걸 보아 시련을 내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돌아가라. 너희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얕은 꿈의 시련에 도전하라. 너희의 수준은 거기까지니.
“누가 누굴 보고.”
쾅! 류천화 씨의 주먹이 검은 눈이 있는 하얀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하나.
―어리석은 것아.
허공이 류천화 씨의 주먹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물결쳤다. 공격이 닿지 않았다.
―겨우 그것으로 닿으리라 생각한 건가.
“이걸로 닿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닿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말을 끝으로 류천화 씨가 손바닥을 펼쳤다. 류천화 씨가 일렁이는 허공을 짚자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가로막혔던 허공이 깨지고, 반대편 주먹이 날아가 놈에게 닿았다.
그 모습에 유아한 씨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한지언 씨는 모르고 있으시겠네요.”
“네? 뭘요?”
“류천화 씨의 공격 능력이 힘인 건 아시죠?”
“네, 그렇죠? 공식적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까요.”
“류천화 씨는 공격 능력이 두 개예요. 흔친 않지만 없진 않은 케이스죠.”
“두 개요?”
“류천화 씨의 두 번째 능력은 무력화예요. 성격상 딱히 숨기려 하지 않아 한지언 씨 앞에서도 사용했을 텐데, 아마 눈치 못 채셨을 거예요. 저건 아무런 느낌도 안 드는 능력이라.”
물론 알고 있었다. 과거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지만, 유아한 씨의 말대로 류천화 씨가 딱히 숨길 생각을 하지 않기도 했다.
무력화. 몬스터에게 손이 닿으면 몬스터의 힘이 약화되거나 해제된다. 단, 누군가에게 걸린 저주나 독은 풀 수 없으며, 저주 같은 경우는 건 당사자를 건드리고 있으면 해제된다. 단,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만 저주가 풀린다. 즉 손을 놓으면 다시 저주가 발동하는 형식이었다.
“몬스터에겐 닿기만 하면 발동되지만, 헌터의 경우에는 문양이 닿아야지 발동돼요. 그러니까 한지언 씨는 되도록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네? 조심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
“한지언 씨는 문양이 손목에 있잖아요. 찾기도 쉽고 만지기도 쉬운 부분이니까 되도록 류천화 씨랑 닿으려고 하지 마세요. 보이지도 말고.”
“류천화 씨가 제 힘을 무력화할 일이 있을까요? 애초에 힘 차이도 큰데 숨겨 봤자…….”
유아한 씨가 생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다,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사람 인생 어찌 될지 모르잖아요.”
쿵! 맹수 같은 눈으로 달려든 류천화 씨가 몬스터의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 뒤로 하얀 깃털이 류천화 씨를 노리자, 유아한 씨의 천이 가뿐히 움직여 하얀 깃털들을 쳐 냈다.
“우리를 잊은 모양인데, 싸움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구경만 하겠다는 건 아니라, 3 대 1인 걸 생각했으면 좋겠네.”
―…좋다.
바닥에 붙잡혀 있던 것이 순간 사라졌다가 어느 틈에 다시 눈앞에 나타나 서 있었다.
―시련을 내 주지.
몬스터의 몸에 들러붙어 있던 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몬스터의 팔과 손, 종아리와 발에 붙었다, 펑! 스스로 터졌다.
손들이 터지고 나자 하얗던 것의 모습이 조금 변해 있었다. 오른손으로 추정되는 손에는 우주를 담은 듯한 검이 쥐어져 있었다.
―너희는 본래 내가 내야 할 시련에 도전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련을 내 주겠다. 싸우려 달려들기만 하는 너희의 시련은, 나를 이기는 것이다. 너희의 수준은 딱 그 정도이니, 이 시련을 통과하면 꿈의 파편을 주도록 하겠다.
저거 혀 엄청 기네.
“너무 간단한 시련인 듯한데.”
“저희를 완전히 얕보고 있네요.”
둘은 그러며 싸울 준비를 했다.
―불쌍한 잔불이 오늘도 한 줌 흩어지겠구나.
“그 잔불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되나? 우리는 잔불 같은 게 아니라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는 생명체인데.”
―한꺼번에 덤벼라. 결국, 아스러지는 건 같을 터이니.
“말이 안 통하네. 그건 알아?”
쾅! 말을 하다 만 유아한 씨가 주먹을 휘둘렀다.
“우리가 싸우려 달려들기만 하는 이유는, 굳이 너와 대화할 필요가 없어 보여서야.”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들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