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9
99화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 냈지만, 그 덕에 손의 감각을 상실했다. 나는 저린 손을 부여잡고 뒤에 있는 마허윤에게 속삭였다.
“…둘 상태 좀 확인해 줘. 상처가 깊으면 포션 뿌리고.”
마허윤이 떨림을 겨우 억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나 생각보다 귀가 밝아서 그런데, 다 들리거든? 방해해 달라는 거야?”
“설마.”
낫을 고쳐 잡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네가 노리는 건 나잖아?”
“글쎄?”
“아니. 나만 노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내가 왜 그래야~ 해?”
“안 그런다면, 콱 죽어 버릴 거다.”
“…죽이는 게 아니라?”
“왕을 죽일 사람이 필요하다며. 근데 지금까지 나한테만 이러는 걸로 보아 그 적임자가 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죽으면, 꽤 피곤하겠네.”
“…너무하네.”
“너는 안 그런 줄 아나 봐.”
“나 정도면 양반이지.”
“헛소리.”
휙! 나는 낫을 들고 달려가 공격했다.
“하지 마라.”
턱. 낫이 손쉽게 막혔다.
“헛소리라니, 나름 진심인데.”
“알 반가.”
파앗. 메마른 시멘트 땅에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우왁.”
겔탄은 그게 뭔지 아는 듯, 곧장 벽에 달린 실외기로 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으로 벽을 긁으며 겔탄을 공격하자 벽에도 꽃이 피어났다.
“잠깐, 이런 얘긴 못 들었는데!”
…이 능력이 이렇게 사용 가능한 건 나도 처음 알았는데. 뭐든 유용하니 됐나.
겔탄이 토끼처럼 폴짝폴짝 벽을 탔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낫을 거세게 휘둘렀다.
콰드득! 검기에 벽이 갈라지며 갈라진 사이로 꽃이 무성히 피어올랐다.
“많이 화났나 보네.”
나는 벽에 대롱 매달린 겔탄의 말에 답했다.
“딱히.”
“거짓말!”
“마음대로 생각해. 어찌 됐건 난 널 여기서 죽일 거니까.”
기력을 정신력으로 끌어올리는 건, 나중에 후폭풍이 조금 심하다. 그런데도 사용하는 건, 당연하게도 이기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그것 말곤 이유가 없지.
“애초에 넌, 날 못 죽이잖아?”
“너무하네, 진짜.”
피부에 하얗게 문양이 피어올랐다.
“너무하긴. 그냥 일행들 복수를 해 주는 거야.”
“난 한 대씩 친 거뿐이거든?”
“그러냐?”
소매에 드러나지 않은 팔 아래, 손목과 손에 드러난 문양이 유독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한 대 한 대씩 해서 두 대만 때릴게.”
“어, 잠깐.”
콰드득! 정통으로 맞은 겔탄이 그대로 바닥에 박혀 바닥이 갈라졌다.
“남은 한 대.”
나는 팔을 휘둘렀다. 정통으로 가격한 겔탄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누워 있는 걸로 보아, 죽은 건…….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지?”
죽을 리가 없지.
“아프잖아! 아파! 나도 통증은 느낀다고!”
“그거 잘됐네.”
퐁. 포봉. 좁은 골목길에 환하게 빛나는 별들이 생겨났다.
“움직여 봐.”
“…진짜 봐주질 않네.”
“봐줘? 웃기는 소리 하네. 난 너처럼 여유가 넘치지 않아서 말이야.”
겔탄은 내 말대로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제대로 된 공격도, 반격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력이 넘치면서 누구한테 봐 달라는 건지.
“봐주는 김에 더 맞아.”
“싫어!”
“어쩌라고.”
퍼버벙! 가만히 있던 별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폭발이 끝나고, 그 가운데에 겔탄이 엎드려 누워 있었다.
“일어나. 안 죽은 거 아니까.”
“죽었어.”
“난 장난칠 생각 없어.”
“…봐주고 있는 거 알면 좀 살살 쳐 주면 안 돼?”
“난 봐주란 말 안 했어. 날 못 죽이는 너를 탓해.”
“죽일 수 있거든?”
“죽여, 그럼.”
“…….”
왕을 죽일 수 있는 적임자가 어떤 건지는 몰라도, 그게 나라 다행이었다. 저 죽지 않는 미친 것을, 그나마 막을 수 있으니까.
‘만약 저게 나한테 흥미가 없었더라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죽었겠지.’
다른 S급들이 있으면 승산은 있었겠지만.
“기력 다 소모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기절했다가 어느새 깨어난 윤시아가 뒤에서 물었다.
“…회복했습니다.”
“그걸 믿는 헌터가 있을까요?”
“…넘어가죠, 그냥.”
“나중에 방법이나 알려 주세요.”
“…….”
사용하기 힘들 텐데. 이전 회차에서 류천화 씨도 습득하지 못한 거라.
‘윤시아라면 다르려나.’
그건 나중으로 하고.
“한지언 헌터. 그래서 저거 어쩔 거예요? 저거 못 이겨요.”
“저도 알아요.”
“그럼 도망이라도 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하는데, 저희가 도망쳐 봤자 아닐까요.”
“그건, 그렇죠.”
“그나저나 윤시아 헌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윤시아가 고개를 움직였다.
“저거, 능력 사용했나요?”
“아뇨, 능력의 능 자도 안 느껴져요. 순전히 본인의 힘이에요.”
“맞아. 나는 능력도 부여받지 못한 쓰레기라고. 흑흑.”
“쓰레기면 좀 불타서 없어지면 안 되나.”
“안 타는 쓰레기예요.”
뒤에서 마허윤이 지랄하네, 라고 짧게 읊조렸다. 그 말, 나도 동의한다.
‘…나 혼자였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시선을 끌어야 했다. 아니, 이미 겔탄이 봐주고 있으니 그건 성공한 거다만, 문제는 어떻게 이 싸움을 끝내느냐였다.
‘끝날 기미가 안 보여.’
차오르는 숨을 삼켰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서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은, 이거밖에 없으려나.
나는 숨을 고르고 겔탄을 잠시 쳐다봤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가장 평화로우면서, 얻어야 하는 것들을 얻을 방법. 그건…….
나는 숨을 삼키며 겔탄에게 말했다.
“겔탄. 거래 하나 하자.”
“거래? 내용은?”
“간단해. 화해하자.”
“응?”
“그 대신 일행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음…….”
잠시 생각하던 겔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내용 하나 추가할래.”
“…뭔데.”
“왕을 죽여 줘. 반드시.”
“…만약 죽이려고 해도 죽이지 못한다면?”
“아니, 넌 죽일 수 있어.”
“…그래. 그럼 나도 내용 하나 더 추가한다.”
“그래!”
내 제안이 애초에 두 개였던 걸 눈치챈 듯한 겔탄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수긍했다.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 알지?”
겔탄은 아무 말 없이 웃음을 유지했다. 저 성격상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테니 말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는 뜻일 터. 그래. 알겠지. 이걸 말한 게 본인이니까.
“그걸 알려 줘.”
“음……. 그러지, 뭐.”
“잠깐만. 그걸로 거래 끝?”
마허윤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거래 증표나 뭐 그런 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저게 언제 돌변할 줄 알고…….”
“화해를 목적으로 한 거래니까.”
“아니, 화해라고 해도……. 그게 실질적으로―”
어느새 일어난 강희민이 마허윤의 입을 틀어막았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딱히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서로가 원하는 게 있으니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알아서 어련히 약속을 지킬 거야.”
“…….”
“그래서. 가만히 있지 말고 말해.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 그건―”
쑤욱. 겔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이 꺼졌다. 입을 열고 뭐라 소리칠 새도 없이 툭, 우리는 다른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이런 씨.”
주변이 어두컴컴했으나 앞이 아예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건물 안인가?”
타다닥. 누군가 뛰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통 공포 게임에선…….’
꾸득. 꾸드득.
‘뒤에 뭐가 있지.’
낫을 휘두르자, 무언가가 닿은 감각이 느껴졌다.
―꾸어어억!
이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입이 여섯 갈래로 갈라지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라는 건 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이 몬스터가 미래 도시에 없었던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미래 도시를 벗어났나?’
그건 벽을 뚫어서 확인하면 되겠지.
그나마 가까운 벽을 향해 걸었다. 어디가 안쪽이고 어디가 바깥쪽인지 잘 모르겠으니 그나마 가까운 벽으로 다가가, 텅! 벽을 무너뜨렸다.
“꽝이네.”
무너뜨린 벽 너머에는 방이 있었다. 그럼 반대쪽인가 싶어 반대도 무너뜨렸으나, 똑같이 방이 있었다.
‘어디를 고를까.’
왼쪽, 아니면 오른쪽.
‘아, 맞아. 오른손 치료해야지.’
뒤늦게 생각난 상처에 오른손에 포션을 뿌리고, 오른쪽으로 향했다.
쿵. 쿵. 부서지는 벽들이 굉음을 울리며 길을 텄다. 그러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방들에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 무렵.
쿵. 벽이 열리고, 환한 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캄캄했던 다른 방들과 달리 환한 전등과 알록달록한 벽지, 널브러진 과자와 책, 그리고 장난감과 블록. 마지막으로.
“뭐야? 누구야?”
하얀 머리에 번쩍 선 토끼 귀, 그리고 동글고 붉은 눈을 지닌 작은 남자아이가 물었다.
“그러는 너는―”
아. 생각났다.
‘분명 탑에 들어오기 전, 우는 척 나를 이끌어서 함정을 팠던 그 아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도 내가 생각났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저번에 못 움직이게 잠깐 멈췄던 애네…….”
그 말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달항에서 내 몸을 멈췄던 것 말이다. 아이템인지 능력인지, 도통 정체를 몰라서 묻어 뒀는데, 이 아이 때문이었나.
“이동을 잘못 시켰어. 또 왕님이 형을 혼낼 텐데.”
형, 이라면.
「동생 뒤에 빌빌 붙어서 겨우 여기까지 온 주제에!」
폰이 떠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남색 토끼 귀의 동생인가 보네.’
달라도 너무 다르게 생긴 거 아니냐. 적어도 색은 좀 통일하지.
“…혼나면, 안 되는데. 안 돼.”
아이가 들고 있던 장난감을 놓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혼나면 안 돼. 형이 아파. 형이 아프지 않으려면…….”
“무슨……!”
우웅. 사방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뒤이어 게이트에서 촉수나 기괴한 팔, 다리, 거미의 다리 등 온갖 해괴한 것들이 나를 향해 쭉 뻗어 나왔다.
“죽여야 해.”
콰장창! 뚫린 벽 너머로 도망치자 온갖 것들이 길어지며 끈질기게 뒤를 쫓아왔다.
‘그동안 게이트를 열고 공격한 게 쟤였나 보네.’
하필 만나도 이런 귀찮은 능력자를 만나다니.
‘애를 죽이는 건 좀 그런데.’
마음속 유일하게 남은 양심을 건드리기는 조금 그랬다. 하지만…….
‘안 그럼 내가 죽지.’
양심 좀 버리지, 뭐.
걸음을 멈추고 곧장 뒤로 돌았다. 갑자기 돌아선 내 행동에 나를 쫓아오던 것들이 서로 뒤엉켜 쫓아오길 힘들어했다.
“미안.”
나는 단숨에 가까이 다다른 아이에게 낫을 휘둘렀다. 그러자 뒤에 있던 인형들이 커지더니, 휘둘러진 낫을 막아 내고 도리어 반격을 했다.
“윽…….”
어느새 다가온 기괴한 것들이 내 몸을 조였다. 관절이 꺾이는 감각에 낫을 놓치고, 고통에 몸이 움찔거렸다.
“죽여야 해. 죽여야 해. 하물며 너는, 형을 괴롭힌 악당이야. 그리고 나도 아프게 했어! 이 악당!”
“누가 누구보고 할 소리인지.”
먼저 괴롭힌 건 그쪽인데.
펑. 퍼벙! 별들이 터지며 몸을 죄던 것들이 고통에 도망쳤다.
곧장 뒤로 물러나던 와중 발에 무언가 걸려 무심코 시선을 돌리자, 돌린 시선 끝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아주 얇은 책 한 권이 펼쳐져, 찢어진 페이지를 드러냈다.
‘…이 책, 어디선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나가는 기억 중, 하나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미래 도시에서, 여기서 보았던 가짜 산타.’
그 산타가 들고 있던 종이의 그림체와 똑같았다.
‘…얘가 보고 있던 게 떨어져 나간 모양이네. 그걸 산타가 주운 거고.’
왜 없던 이변이 생겼나 했더니. 이변이 이변을 낳은 거였군.
…동화라.
지금 아이와 싸우는 건 위험했다. S급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나는 기력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정신력으로 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지만 한계는 반드시 있었다. 아니, 한계 이상까지도 올릴 순 있지만… 그건 여기서 쓰기는 좀 위험했다.
그럼 방법은.
“우리 세상의 동화가 재밌었나 봐.”
“죽여야 해. 죽여야 해.”
“내가 재밌는 동화 하나 아는데, 알려 줄까. 아마 네가 못 본 거일 거야.”
“…….”
흥미 없다는 듯 아이의 표정이 찌푸려졌지만, 귀는 흥미가 있다는 듯 쫑긋거렸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