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4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74화
“……그럼, 모시겠습니다.”
에단은 말이 없어진 사라를 품에 안은 채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다가 침대에 앉아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클로드를 발견하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같이 갈 테냐.”
“네!”
클로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침대에서 내려와 에단의 옆에 섰다.
“…….”
부자지간에 오고 가는 말은 더 이상 없었지만 에단과 클로드가 마주 보는 시선 속에 담긴 의미는 같았다.
‘그 같잖은 제자들에게 사라를 빼앗길 순 없지.’
* * *
사라의 제자들이 있는 곳은 암브로시아 저택 지하에 있는 밀실이었다.
그녀가 에단의 품에 안겨서 밀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바로 눈앞에 세 명의 제자들이 보였다.
올리븐과 벤야민, 그리고 벨루나는 각각 은회색의 마력으로 빛나는 마법진 안에서 사지가 구속된 채 갇혀 있었다.
사라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콰직, 하고 마법진에서 충돌을 일으키며 사라의 손을 튕겨 내었다.
“벤야민, 올리븐, 벨루나…….”
마법진은 벨루나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말은, 그녀의 제자들이 스스로를 저 마법진 안에 가뒀다는 뜻이었다.
저 안에 들어가면 몸은 잠들어 있지만 정신만큼은 선명하게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정신은 바로 끔찍한 악몽 속으로 처넣어진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끊임없이 겪게 하는 악몽 속으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저 ‘영원한 잠의 늪’이었다.
“스승을 해친 죗값을 스스로 받겠다고 했습니다.”
에단의 말에 사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들이 저렇게 ‘영원한 잠의 늪’에서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사라는 복잡해져 가는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며 말했다.
“왜 마탑이 아닌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데요?”
“마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네?”
에단은 아주 간략하게 지금 마탑의 상황을 사라에게 설명해 주었다.
마탑에서는 저 사고뭉치들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암브로시아에서 마탑으로 흘러가는 물자들을 막아 놓은 탓에 게으른 마법사들이 오랜만에 마탑 밖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겨우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입을 것들을 사기 위해서 밖으로 나온 마법사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잠시라도 마법에 관한 탐구를 하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마법사들에겐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세상에.”
사라는 입을 틀어막으며 작게 신음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탑은 암브로시아 공작에 의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마탑의 대장로인 사라에게도 매우 치욕적인 일이라서, 그녀는 미간을 좁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탑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 저들을 넘겨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마탑에서는 저 아이들을 가만히 두진 않을 거예요.”
마탑은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었다. 그 은밀하고도 신비로운 집단이 대륙에서 존재감을 지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마탑을 암브로시아에서 아주 단기간에 찾아내 물자를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은 사라의 제자들이 밖에서 활개를 치고 다녔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품에 늘 지니고 다녔던 회중시계 아티팩트를 꺼내었다.
[대장로님이 뭐라고 하시든 그 녀석들을 데려가야겠습니다!] [와, 대장로님 귀족이셨어요? 진짜 대박.] [이게 다 대장로님 때문입니다! 왜 말없이 사라지셔서 이 사달을 만들어요!] [대장로님 젊으실 줄은 알았는데 제 딸뻘이시군요. 물론 나보다 젊을 줄은 알았지만, 뭔가, 씁쓸하고 씁쓸해.] [더는 못 참아요. 마탑이 한낱 제국 귀족의 손에 이렇게 놀아날 순 없습니다! 대장로님의 제자들은 마탑이 겪은 치욕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대장로님 저택 커요? 놀러 가도 돼요?]그녀에게로 이어진 메시지들이 아주 무수히 많이 쌓여 있었다.
마냥 해맑은 메시지부터 분노에 가득 찬 경고가 담긴 메시지까지 아주 다양했다.
“아, 망했다.”
사고 치기 좋아하는 제자들 때문에 여태까지 꼭꼭 숨겨 왔던 사라 밀런의 신원은 물론이고, 마탑 내부의 반발까지 사게 생겼다.
사라는 에단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절망했다.
마냥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 보니 이제 에단의 품이 그 어떤 의자보다 더 편안했다.
“…….”
제게 푹 기대 오는 사라의 몸짓에 에단의 몸이 살짝 굳은 것은 덤이었다.
사라의 행동에 아무런 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긴장으로 굳는다.
에단은 그것을 깨닫고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황궁에 마력석을 두고 간 저 녹색 머리 녀석은 황실에서도 신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리븐을요?”
“2황자가 직접 주최하는 파티에서 테러를 감행했던 자입니다. 황제가 찾는 것도 당연하지요.”
황제가 올리븐이 암브로시아에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정말 올리븐에게 황실의 처벌을 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법사라는 존재는 매력적이었다. 곁에 두고 마음껏 컨트롤을 할 수만 있다면 아마 무엇이든지 시도하리라.
아니면 암브로시아에 아주 값비싼 거래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저 녀석은 1황자에게 접근했습니다.”
“……왜 하필!”
사라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아무래도 올리븐을 두고 황실과 아주 값비싼 거래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제자들이 쳐 놓은 사고가 하나같이 대단한 것들뿐이어서 머릿속이 팽글팽글 돌았다.
하나하나 수습하기에도 굉장히 벅찼다.
마탑도 화가 났고, 황실에서도 단단히 뿔이 났다.
하지만 그 두 집단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따로 있었다.
“공작님은 이 아이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세요?”
“마탑과 황실로 각각 찢어서 원하는 대로 넘겨줄 생각입니다.”
“…….”
마탑과 황실, 두 집단을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암브로시아 공작 또한 화가 났다는 사실이었다.
사라는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애타는 마음으로 못난 제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전부 내 잘못이에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그녀의 손을 튕기려고 들었다.
사라는 손에 힘을 더 강하게 주며 마력으로 손을 감싸려 들었다.
“윽!”
그러자 심장에서부터 강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녀의 몸이 크게 앞으로 기울어졌다.
“사라!”
“유모!”
사라를 지켜보던 에단과 클로드가 놀라 소리쳤다.
“아직 마력을 쓰면 안 됩니다. 암브로시아의 힘을 온몸으로 받아 냈으니 몸에 무리가…….”
에단은 사라를 좀 더 단단히 끌어안는 와중에 고통으로 젖은 그녀의 시선이 세 명의 제자에게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절박한 얼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세 명의 제자가 사라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것을 깨달은 에단의 깊은 곳에서, 무언가 질척하고도 케케묵은 감정이 울컥 차올랐다.
“……유모, 저 사람들을 좋아해?”
그때 클로드가 사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분명 저 사람들 때문에 유모가 다쳤다. 그리고 억지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토록 소중하다는 얼굴로 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유모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왜?”
순수하게 느껴지는 아이의 질문에 사라는 손을 내려 클로드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하나하나 내가 다 가르친 아이들이에요. 내가 스승 노릇을 할 때도 있었지만, 저 애들에게서 내가 배운 것이 더 컸어요. 그래서…….”
사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이 일에 저들을 끌어들이기 싫었다. 이토록 위험하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그녀조차도 이토록 버거우니까.
호랑이는 제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린다던데, 그녀는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벼랑 근처에도 제자들을 데려가기가 싫었다.
“저 애들을 아껴 주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