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5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75화
사라의 목소리는 씁쓸하게 갈라졌다. 전부 다 그녀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어둠의 꽃’도 그녀의 제자들도 디엘린도 전부 다.
그녀는 잠시 에단의 품에 기대 숨을 골랐다.
시무룩하게 가라앉은 감정은 그녀를 단단하게 받쳐 주는 에단의 품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근데, 뭐 어때. 난 이제 암브로시아의 사람이고, 공작님은 무서운 사람인데. 황제도 쉽게 건들지 못해.’
사라는 힐끔 에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의 얼굴은 약간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저 얼굴이 웃어 줄 때 얼마나 부드럽게 바뀌는지 알고 있었다.
“공작님.”
“예.”
“저 꼭 안아 주실 거죠?”
사라의 물음에 에단의 고개가 의아한 듯 기울었다.
대체 어떤 의미로 물어보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 듯했지만, 에단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 공작님만 믿어요?”
“……그게 무슨?”
에단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사라는 다시 한번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곤 온몸에 남아 있는 기운을 죄다 퍼붓는다는 느낌으로 마력을 짜내어 손에 집중시켰다.
“……사라!”
이제야 그녀가 뭘 하려고 하는지 눈치챈 에단이 벌컥 화를 내었지만 이미 늦었다.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져 나갔으니까.
마법진이 깨지자마자 구속된 사지가 풀리면서 사고뭉치 세 명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그 모습을 본 클로드가 눈가를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프겠다.”
에단이 마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말을 가뿐하게 씹어 버린 사라가 개운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정도는 괜찮아요.”
‘영원한 잠의 늪’을 파괴했지만 사라는 여전히 제자들을 재워 놓았다. 아마 저대로 그녀가 깨울 때까지 푹 잘 것이다.
모든 일이 해결될 때까지 잠이나 자고 있는 게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잘 수 있도록 재워 놓았어요. 다시 일어나서 사고 칠 일도 없고, 저 괴로운 마법진 안에서 벌을 받을 필요도 없어서 아주 좋겠죠?”
“하지만―.”
“저 애들에 대한 벌은 제가 줘야 해요. 내가 제일 큰 피해자인데.”
“…….”
“이것 봐요, 쟤들이 사고 친 탓에 작은 마법에도 손이 이렇게 떨리고 온몸에 힘이…….”
거기까지 말하던 사라의 몸이 갑자기 뒤로 넘어가며 에단의 품 안에서 축 처졌다.
약해진 몸으로 무리하게 마력을 쓰니 지쳐 버린 것이다.
“사라, 사라!”
놀란 에단이 그녀의 몸을 흔들며 불러 보았지만 사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을 뿐이었다.
“안 되겠군. 방으로 돌아가자, 클로드.”
“네, 아버지.”
에단은 미간을 좁히며 성큼성큼 밀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도무지 사라 밀런이라는 여자는 종잡을 수 없었다.
일단 사라를 침대에 눕혀 놓고 생각하기로 하며 뒤를 돌아 그를 따라와야 할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
클로드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서 언제 깰지 모르는 잠에 빠진 사라의 제자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드.”
“네!”
하지만 에단이 다시 한번 재촉해 부르자 시선을 떼고는 서둘러 쪼르르 달려갔다.
* * *
사라는 밀실을 빠져나와 그녀의 방 앞에 다 와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주 짧게 기절했던 것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 것을 눈치챈 에단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신이 좀 듭니까?”
“네에……. 고작 이 정도도 무리여서 어떡하죠.”
“천천히 회복하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사라의 몸은 이제 기운만 회복하면 얼추 괜찮아질 것 같았다.
암브로시아의 힘을 받아 낸 대가치고는 적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라는 제 몸을 이 정도까지 치료했다는 클로드의 힘이 신경 쓰여 에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작님, 클로드 님이 저를 치료했다고 했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암브로시아의 힘은……, 아니었죠?”
“음.”
사라의 물음에 에단은 잠시 고민했다. 그것을 암브로시아의 힘이라 불러도 맞는 걸까.
생명력을 빼앗는 것이 아닌, 돌려주는 힘이라니.
암브로시아의 그 어느 역사에서도 없었던 일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 당시 클로드에게서 느껴지던 것은 분명, 암브로시아의 힘이 맞았습니다.”
“…….”
에단의 대답에 사라의 얼굴은 복잡해져만 갔다.
몸을 회복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생겼다.
클로드의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확인해야만 했으니까.
‘어둠의 꽃에서도 미래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야.’
점차 그녀가 모르는 일들이 늘어만 갔다.
소설의 내용을 점차 바꿔 나가면서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기쁘면서도 불안했다.
‘그러고 보니 분명 깨어나기 전에 박혜연을 봤는데 왜 기억이…….’
사라는 자신이 깨어나기 전에 보았던 것을 떠올리려고 할 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오는 걸 느꼈다.
“읏.”
그녀가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작게 신음했다. 그러자 에단은 사라를 좀 더 단단히 품에 안으며 걸음을 더 빨리했다.
사용인들이 사라의 방문을 열어 주자 그는 안으로 들어서며 조용히 눈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침구와 사라가 먹을 약을 준비해 주고는 사라졌다.
“다 왔습니다.”
“으음.”
에단이 사라를 침대에 눕혀 주자마자 그녀는 폭신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정말 온몸이 다 뻐근하고 나른했다. 못난 제자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쉬어야 합니다, 사라.”
“네에…….”
사라는 나른하게 대답하며 클로드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저 쉬어야 하니까 빨리 안아 주세요, 클로드 님.”
“……!”
에단의 뒤에서 사라가 쉴 수 있도록 방에서 나가려고 했던 클로드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마치 허락이라도 구하듯이 에단을 올려다보며 눈을 빛냈다.
“그렇게 하거라.”
에단의 허락이 떨어졌다. 클로드는 두 뺨을 예쁘게 물들이며 사라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꺄, 클로드 님 너무 따뜻하고 좋아!”
사라는 그런 클로드를 꽉 끌어안으며 즐거워했다.
아이의 뜨끈한 체온이 굳은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풀어 주는 듯했다.
복잡하고 생각할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
클로드는 그렇게 맑게 웃는 사라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동안 손을 잡아도, 끌어안아도, 말을 걸어도 마치 죽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던 사라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서.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라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유모는 거짓말쟁이야.”
“네? 제가요?”
“응.”
클로드는 괜히 퉁퉁거리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놀기로 했으면서…….”
“아, 죄송해요. 우리 약속했는데, 그쵸?”
사라는 클로드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주며 토닥였다.
“공작님과 둘이서는 안 놀았나요?”
“그럴 수 있을 리가.”
에단은 씁쓸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클로드를 토닥이는 사라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차가웠던 그녀의 손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당신에게서 눈을 떼면 영영 사라질 것처럼 굴었습니다. 클로드와 내가.”
그 한 달 동안 에단은 모든 집무를 이곳에서 보았다.
클로드와 매일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약속도 이곳에서 지켰다.
에단이 한쪽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면 클로드는 사라의 옆에 앉아 공부를 했다.
에단이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클로드가 이곳을 지켰고, 클로드가 씻으러 가야 할 때는 에단이 사라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암브로시아 저택에 찾아왔던 기적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아서.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합니까?”
“어떤 말이요?”
“당신 덕분에 깨닫게 된 것이 있으니,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사라는 제 손등에 입을 맞추던 에단을 떠올리며 순간 얼굴을 확 붉혔다.
그때 느꼈던 충격에 가까운 떨림이 심장으로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사라의 속눈썹을 가만히 보고 있던 에단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잊지 않았군요.”
그는 그때처럼 사라의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러니 부디 잘 부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