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good RAW novel - Chapter 179
179
제179화: 지배의 법칙(2)
박상황이 한사코 택시를 타고 간다는데도 조태수는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기사가 룸미러로 뒷좌석에 있는 조태수를 본다.
“자리가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한심한 새끼, 그런 놈이 집권당 원내대표라니.”
조태수가 유리를 내리고 담배를 물며 중얼거렸다.
차는 조용한 도로를 달려 사라졌다.
구기동 집 앞에 차가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재빨리 내려 문을 열어주려고 했으나 조태수가 먼저 내렸다.
“내일 보자고.”
“편히 쉬십시오.”
운전사가 인사를 하고 차를 끌고 사라졌다.
조태수는 우두커니 서서 사라지는 차를 바라보다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피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더불어,
“욱!”
조태수는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푸슉!
연거푸 총알이 날아왔고 조태수는 땅바닥을 굴러 벌떡 일어나더니 30여 미터 떨어진 계곡으로 뛰어내렸다.
깊이는 2미터 가까이 되고 며칠 전 내린 비로 흐르는 물이 많았다.
조태수는 더듬거리며 안주머니에서 집이 있는, 15센티미터 가까이 되는 칼을 꺼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칼을 뽑았는데 칼날이 묵직한 단검이다.
단검은 칼끝이 손잡이 쪽보다 무겁다.
표적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조태수는 총을 맞은 복부를 왼손으로 감싸고 오른손으로 핸드폰으로 문자를 찍었다.
급히 찍다 보니 받침이 엉망이다.
「원당님 엠즈란스 존 버내 주심사오(원장님 앰뷸런스 좀 보내주십시오). 기서에개는 뭉자로 하라고 하세요(기사에게는 문자로 하라고 하세요). 통화는 이험한이다.(통화는 위험합니다)」
알고 지내는 개인병원 원장이었다.
전화를 끊고 칼을 쥐고 여차하면 던질 기세로 길 위를 노려보았다.
모든 감각 기관을 길 위에 집중했다.
누굴까.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인 걸 보면 아마추어가 아니다.
팟!
조태수의 눈이 빛난다.
머리 위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상대는 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공을 해야 한다.
먼저 공격을 하지 않으면 당한다.
조태수는 재빨리 계곡 맞은편으로 몸을 눕히면서 길 위에 선 사내를 향해 단검을 던졌고 사내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푸슉!
“후욱!”
“웃!”
동시에 비명이 들렸다.
사내는 칼을 맞고 조태수는 어깻죽지에 한 방을 더 맞았다.
휘익!
조태수는 주먹만 한 돌을 들어 힘껏 던졌다.
빠악!
돌이 사내의 머리를 정통으로 찍었다.
휘익!
조태수는 계곡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푸슉!
푸슉!
사내는 길 위를 달려 따라오며 조태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다행히 도로와 계곡이 멀어지면서 조태수는 사내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출혈이 심하다.
복부는 어떻게 지혈을 할 수 있지만 어깻죽지는 대책이 없다.
그냥 줄줄 흐른다.
「어디야.」
앰뷸런스 기사에게 문자로 물었다.
「광화문 지났습니다. 응급의 김 선생과 같이 갑니다.」
「아묵 오도창 방향으로 올라오면 왼쪽에 한식집 있자(이북 오도청 방향으로 올라오면 왼쪽에 한식집 있지). 서둘러 줘.」
「총입니까? 상태는 어느 정돕니까?」
「어지어워(어지러워). 출혈이 심해.」
「알겠습니다.」
조태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에 돌덩이 한 개를 쥐고 어둠 속을 노려봤다.
길가로 단층짜리 식당이 있고 뒤란은 바로 계곡이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식당은 높다.
적이 나타날 곳은 식당 건물의 좌우다.
좌우에서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부터, 지금 조태수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20미터쯤 된다.
그러나 숙련된 킬러라면 사격이 가능한 일이고, 더구나 적은 오른쪽 눈에 야간 조준경을 끼고 있었다.
「내 말 잘 들어. 지급 청을 가진 놈에게 쫓기고 있어(지금 총을 가진 놈에게 쫓기고 있어). 일단 데문을 나와 적당히 소란만 피워(일단 대문을 나와 적당히 소란만 피워). 아마 그럼 놈이 신경이 스여 한부로 날 공격하지 못항 거야(아마 그럼 놈은 신경이 쓰여 함부로 날 공격하지 못할 거야).」
조태수는 집 안에 있는 경호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식당 건물 쪽으로 바짝 붙었다.
푸슉!
돌이 튄다.
바짝 붙었다.
어둠 속 사내는 계곡 벽 쪽으로 붙은 조태수를 향해 연속 다섯 발을 당겼다.
총알은 식당 오른쪽에서 날아왔다.
보인다.
적은 오른쪽 눈에 적외선 망원경을 끼고 두 손으로 권총을 쥐었다.
다다다!
조태수는 내려왔던 길을 반대로 다시 올라갔다.
꽈당!
현기증에 나뒹굴었고 머리를 돌에 찧으면서 피가 흐른다.
“회장님!”
그때 강렬한 라이트가 비치며 사내들의 외침이 들렸다.
“왜 이렇게 시끄러? 무슨 일이야!”
경호원들이 밖으로 나와 떠들었는데 사내를 쫓아내기 위한 유인 작전이다.
예상대로 사내는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살았다.’
조태수는 전화를 걸었다.
“식당에서 위로 20여 미터 올라온 계곡일세.”
다다다다!
사내들이 나타났고 랜턴이 비쳤다.
“맙소사!”
피로 범벅이 된 조태수를 발견한 구급요원들이 내려왔고 경호원들도 합세했다.
“회장님!”
“빨리 옮겨!”
경호원들에 의해 길 위로 올려지고 들것에 담겨 앰뷸런스에 실렸다.
애애앵!
앰뷸런스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달린다.
병원으로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대략 30명이 넘었는데 차영준이 보였다.
블랙 툰드라 소속 경호원들이다.
한밤중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왕식도 나타났다.
“어느 정도요?”
앰뷸런스 기사에게 물었다.
“총을 두 군데 맞았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도착하기 전에 피도 섭외해 놓았고 큰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군. 천하의 조태수를 상대로 총질이라니. 상대는 알아요?”
블랙 툰드라 사장 차영준을 향해 물었다.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회장님을 노렸다면 오래전부터 차분하게 준비를 했다고 봐야죠.”
“설마.”
“왜요?”
이왕식의 눈이 빛난다.
눈앞으로 천만오의 부친 천삼억이 떠올랐다.
조태수와 달리 한국에서 쭈욱 살아온 이왕식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는 나라도 팔아먹을 위인이다.
국회에서 천삼억이 하는 발언을 보면 도무지 한국 국회의원인지 미국 상원의원인지 구분이 안 간다.
오로지 미국 타령이고 모든 걸 미국과 의논해야 한다고 설친다.
대통령을 미국 대통령 밑에 있는 직원쯤으로 여긴다.
거기에 일본에 대한 애정은 도를 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막말은 물론이고 일본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인물이 집권당 대표가 되었다.
자기 아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조태수를 가만둘 리 없다.
그의 명령 한마디면 군 특수 부대나 국정원 내 암살 부서로 불리는 6팀을 불러내지 못할 것도 없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수술 복장의 이대준 원장이 나타났다.
“원장님!”
이왕식이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했다.
“이 부장.”
“괜찮죠?”
이왕식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많은 건지, 조 회장 보면 신기해. 얘기 들어 보면 미국에서도 몇 번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던데? 아직은 살아 있을 운인가 봐. 총알이 사지를 움직이는 신경 하나 건드리지 않고 박혔어. 장기도 스치듯 지나갔고.”
“감사합니다.”
“조금 있으면 나올 테니까 얘기해 봐.”
“들어가십시오.”
이대준은 손을 들어 보이고 사라졌다.
5분 정도 지나자 다시 문이 열리고 수술진에 둘러싸인 조태수가 침대에 실려 나왔다.
“태수야.”
조태수는 아직 마취가 덜 풀린 듯 눈에 힘이 없었다.
“왕식이구나.”
“이게 뭔 날벼락이냐?”
“글쎄다. 나 피곤하다.”
쉬어야겠으니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는 뜻이다.
“차 사장님, 부탁 좀 합시다.”
차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사내들이 조태수의 병실을 에워쌌다.
***
이왕식은 병원을 나와 곧장 한강으로 달려갔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분쯤 지났을 때 라이트를 켠 승용차 한 대가 옆으로 다가왔다.
딸칵!
이왕식은 문을 열고 나와 지금 막 들어온 검정색 승용차 조수석으로 들어갔다.
운전석에는 노타이 차림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알아봤어?”
사내는 한참을 앞만 보고 앉아 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였어.”
“어떻게 알아?”
사내는 이왕식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국정원에 근무하는 권총찬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들어갔고 특전사에서 707특임대로 전입을 갔다가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화이트 요원이 아니라 블랙 요원이다.
블랙 요원은 말 그대로 영화 속 첩보원처럼 때로는 목숨을 걸고 잠입하고 적에게 접근하는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금 조태수의 암살 사건에 국정원 6팀이 동원되었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6팀은 암살 부대이다.
규모는 군 소대 병력 정도인 50여 명으로 이뤄졌고 국내외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블랙요원들의 위험한 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하며 명령이 떨어지면 권총을 뽑는다.
“오늘 천삼억과 만났는데 오늘 습격을 받았어. 그게 무슨 뜻이냐? 오래전부터 조태수를 제거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 아냐?”
“맞아. 그러다 오늘 조태수가 싸가지 없게 굴자 곧바로 작전이 떨어진 거지.”
“이런 빌어먹을.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나도 몰라.”
이왕식의 눈이 커진다.
“너 설마 가재는 게 편이라는 식 아니지?”
권총찬은 이왕식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우리가 지금 내 편 네 편 가릴 때냐? 제일 중요한 건 한 개인의 권력의 도구로 우리 국정원이 이용되고 있다는 거야.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조직이 한 개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에 분노하고 분통이 터진다.”
“태수를 이송했던 구급대원들 말을 빌리면 상대도 다쳤다. 칼을 맞았고 머리에 돌을 맞아 깨졌을 것이라던데…….”
“모르지. 분명한 건 6팀이 움직였다는 거야.”
권총찬은 시동을 걸었다.
그만 가봐야겠다는 행동이다.
“대책도 없이 가는 거야?”
“그럼 날더러 어떡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왕식이 내리자 차는 사라졌다.
이왕식은 한숨을 쉬었다.
대책이란 알고 보면 없다.
조태수가 운 좋게 살아나는 것 말고는 달리 손쓸 도리가 없다.
상대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다.
“후우!”
이왕식은 한숨을 쉬었다.
***
조태수는 우는 캐서린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어떻게 한국으로 이사를 온 뒤로부터는 걸핏하면 눈물을 뺀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총을 맞고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도 눈물 한 방울 없던 캐서린이었다.
“안 죽었잖아. 그러니까 어서 눈물 닦아.”
“죽을 뻔했잖아.”
“이렇게 살았잖아.”
“엉엉! 오빠 없으면 나 못 산단 말이야.”
“알았어. 절대 안 죽을 테니까 그만 뚝.”
캐서린은 겨우 눈물을 그쳤고, 집에서 만들어온 전복죽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맛있어?”
이제는 제법 한국 음식을 만든다.
“좋아. 아주 맛있다.”
맛있다는 말에 캐서린이 웃음을 지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 박상황이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캐서린을 보며 인사를 한다.
캐서린도 마주 보며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고 조태수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눈치껏 방을 나간다.
“대신병원입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박상황의 친구이다.
그를 통해 어젯밤 수술이 가능한 서울 시내 외과 병원에 비밀 지령이 떨어졌다.
칼과 돌에 맞아 머리를 맞아 부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한 병원 의사는 협회로 연락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조금 전 박상황에게 친구의 전화가 왔다.
“청량리에 있는 대신병원에 지금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칼은 아래복부에 맞았고 머리는 상처가 생각보다 큰 모양입니다. 57바늘을 꿰맸다고 합니다.”
조태수가 온힘을 다해 던진 칼이 하복부에 구멍을 내 버렸고 돌은 머리에 큰 부상을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