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good RAW novel - Chapter 9
9
제9화: 알 카포(1)
“꼼짝 마!”
경찰 두 명이 벽 뒤에 숨어 권총을 겨눴다.
조태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한참 조태수를 살피던 경찰은 슬그머니 총을 거두더니 무전기를 꺼내 911을 호출했다.
“웃!”
“웃!”
“웃!”
조태수는 한 번씩 누를 때마다 기합을 질렀는데 양쪽 팔이 뻐근해 왔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수시로 심장이 뛰는지를 확인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경찰들이 몰려 들어왔으며 마트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911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조태수의 눈이 빛났다.
‘뛴다!’
멈췄던 마가디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911 구급 요원들이 나타났다.
조태수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 물러났다.
911 요원이 마가디노의 상태를 체크하더니 재빨리 이동 들것에 실어 차로 옮겼다.
비는 여전히 거칠게 내렸고 911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911이 사라지고 조태수는 벤츠를 돌아봤다.
운전사와 조수석의 레조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총격을 가한 세 명의 사내들은 히스패닉 계였다.
조태수는 지친 듯 한쪽에 있는 과자 박스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경찰이 두 명이 다가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조태수는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진열대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 한 개를 뜯어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때 목격자들에게 조태수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은 듯 경찰들이 다가왔다.
“대단합니다.”
한 경찰이 손을 내밀었다.
조태수는 마주 손을 잡았다.
“이 친구야?”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대머리에 덩치가 좋은 백인이 다가왔는데 오른쪽 팔뚝에 직사각형 모양의, 흔히 벽돌로 불리는 계급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우리로 말하면 경감이다.
흔히 캡틴1로 부르며 현장을 지휘한다.
맬런 마스, 올해 마흔한 살이다.
“재패니스?”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아니오, 한국인입니다.”
“코리안?”
“그렇습니다.”
마스는 현장을 조사하는 과학 수사반원들을 흘깃 한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뭔가?”
“조태수요.”
“미스터 조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오. 신분증 꺼내보시오.”
조태수는 멈칫했다.
자신이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대사관에서 정식으로 인터뷰를 받고 발행해 준 6개월짜리 단기 취업 비자였다.
6개월 만기가 되면 재발급 신청을 해야 하며 3년간 근무를 하게 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에서 조치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그리고 5년이 지나면 시민권을 얻는다.
“6개월짜리 단기 취업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가지고 있소?”
“집에 있습니다.”
“이봐. 머더, 체포해.”
악수를 청했던 머더 경사가 미소를 지으며 손목을 잡아끌더니 수갑을 채웠다.
조태수는 멈칫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했는데 손에 수갑이 채워지자 표정이 굳어졌다.
“뭐 해? 데리고 가라구.”
조태수는 순찰차에 태워져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
머지않아 조태수가 체포되어 끌려온 이유가 밝혀졌다.
어떻게 아무런 총기도 휴대하지 않은 맨손으로 자동소총을 든 범인들과 맞설 생각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놀라운 일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의심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제 살길을 찾아 여기저기 숨기 바쁘다.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무려 세 명의 무장한 사내를 날려 버린 대범한 행동과 사격술을 의심했다.
동료들에게 얘기를 들은 다른 경찰들이 조태수 주위로 몰려들었는데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누군가 람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조태수에 대한 의심은 월세 950불짜리 집을 찾아간 머더 경사가 취업 비자를 가져오고 직장인 그랜드 카지노에 전화를 걸어 신원이 확인되어서야 풀렸다.
“불쾌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미국이라는 곳이 그런 곳입니다. 좋은 일을 해도 의심을 하고 칭찬만 하지는 않는 곳이죠.”
머더 경사가 비자 서류를 넘겨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사과의 악수를 청했다.
조태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서를 나온 조태수는 곧바로 보안팀장인 맥그리거에게 전화를 걸어 마가디노의 사고 소식을 전했다.
맥그리거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듯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렸다.
“저…… 정말인가? 회장님께서 공격을 받았단 말인가?”
“경찰에 물어봤더니 도미니칸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하더군요.”
“알겠네.”
맥그리거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집으로 돌아온 조태수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음식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다.
이곳에도 한국인은 많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와 생선가게가 적지 않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10곳이 넘었다.
뿐만 아니라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관광객 중 중국인, 일본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낮보다 밤이 화려한 도시, 그래서 환락의 도시라고도 부르는 라스베이거스는 항상 축제 중인 도시였다.
최첨단 조명과 특수 효과를 동원한 화려하고 환상적인 쇼가 매일 저녁 호텔마다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태양의 서커스 등 유명한 작품들이 공연되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여서 세계 각국의 문화 예술 관계자들의 방문이 수시로 있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텔레비전을 켰는데 뉴스가 흘러나왔다.
다른 채널로 돌릴까 하다 리모컨을 내렸다.
앞으로 미국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뉴스만한 프로도 없다 싶어 놔두었다.
팟!
뉴스를 보던 조태수의 눈이 빛났다.
눈에 익은 장면이 나타난 것이다.
조금 전 다녀왔던 마트였다.
누군가 사고 당시의 동영상을 찍은 듯 총격 장면이 생생하게 나왔는데, 특히 자신이 술병으로 첫 번째 사내를 공격하고, 이어 소총을 빼앗은 뒤 가슴에 총알을 쑤셔 박는 역습 장면이 영화처럼 흘러나왔다.
그런 가운데 기자의 리포트가 이어졌으며 듣고 있던 조태수는 경악했다.
존 마가디노 회장이 뉴욕의 5대 마피아 중 한 곳인 감비노 패밀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이다.
‘마피아.’
자신이 마피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언젠가 우연히 보았던 신문 기사가 다였다.
‘야수’라는 잔학한 악명으로 불리며 이탈리아 마피아 역사상 가장 공포의 우두머리로 불리는 살바토레 ‘토토’ 리이나(Salvatore ‘Toto’ Riina)가 교도소 복역 중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당시 리이나는 수감 중이던 파르마 교도소에서 앓고 있던 신장암과 신장병으로 병사했는데, 최근 몇 차례 수술 뒤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87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을 거둔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법무부는 그가 사망하기 전 가족들이 병실을 방문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에 숨이 끊겼다.
리이나는 영화 대부의 배경이기도 한 시칠리아 코를레오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18세에 첫 살인을 저지른 것을 시작으로 감정 없는 손속으로 악명을 떨치며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에 올랐다.
공권력을 피해 24년 간이나 도주 행각을 벌였지만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993년 조직원의 제보로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검거되었고 북부 파르마 교도소 독방에 수감되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1970년부터 1993년까지 최대 200건의 살인을 지시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무려 26회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마피아와 전쟁에 앞장서다 1992년 사망한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의 사건도 그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세르지오 마타렐라 현 이탈리아 대통령의 형이며 시칠리아 주지사로 재직하다 1980년 암살당한 피에르산티 마타렐라 역시 리이나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지난 7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 집행 정지 요청을 신청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고 기사에는 나와 있었다.
변호인은 법원에 리이나가 고령에 중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가택 연금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그의 가석방 가능성에 분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했다.
일부에선 “마피아 수괴라도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여론도 제기됐으나 법원은 결국 리이나의 형 집행 정지 요청을 불허했다.
당시 법원이 형 집행 정지 요청을 묵살한 것에는, 리이나가 면회 온 아내에게 ‘나는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3000년이라도 감옥에서 살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결정타였다고 나와 있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가톨릭 교단은 리이나의 사망 직후 그의 장례식이 가톨릭 신부가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치러질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히 선까지 그었다고 했다.
기사에는 그의 죽음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교황이 마피아 조직원들을 파문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가 신의 심판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양심을 혼란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했다고 나와 있었다.
1992년 폭사했다던 그 팔코네 검사의 누이는 리이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죽음이 기쁘다.”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믿는 종교는 참회하는 자는 용서하라고 가르치지만 그가 속죄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또 팔코네 검사가 폭사한 지 몇 달 후 똑같이 암살당한 보르셀리노 검사의 형제는 ‘리이나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채 죽은 덕분에 그와 은밀히 연루됐던 많은 사람들이 안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고도 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치러진 그 마피아의 장례식에는 오직 두 딸만이 참석했다고도 했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지만 그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던 조태수는 몇 개의 뉴스 채널을 돌렸다.
놀랍게도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마가디노의 사고 소식을 전했고 역시 자신의 총격 장면이 계속 반복해서 나왔다.
헌데 사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갑작스런 벨소리에 조태수는 방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집 밖에 경찰차가 서 있었는데 조금 전 만났던 머더 경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조태수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현관문을 열자 비옷 차림의 머더 경사가 입을 열었다.
“다시 좀 같이 가야겠소.”
조태수는 짚이는 데가 있어 군말 없이 윗도리 한 개를 걸치고 따라 나섰다.
자신이 조사를 받고 나올 때까지는 마가디노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신원이 밝혀지고 뉴스에서 떠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온 것이다.
마가디노는 그랜드 카지노 호텔 회장이고 자신은 그곳 보안 직원이다.
경찰이 보기에는 자신의 도움이 계획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세 명을 죽인 살인자가 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