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96
역전 (2)
존 스필버그 감독이 대뜸 캐스팅 회의의 의미를 찾자, 모인 모두의 시선이 감독에게 박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존 스필버그 감독은 코끝에 걸친 안경을 한번 들어 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의미가 없어. 사실, 캐스팅 회의라는 건 결정자들의 고민이 있을 때나 하는 거고, 진짜 다들 고민이 되는 건가?”
동그란 안경을 통해, 모두에게 되묻는 존스필버그 감독이었고,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곧 감독의 속뜻을 파악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몇몇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그- 감독의 말은 이해가 되는데……”
“아무래도 회의는 해보고,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잖아요? ”
“그렇지. 내 의견도 같아.”
곧, 헛웃음을 뱉은 존 스필버그 감독이 받아쳤다.
“그 남자는. 강주혁은 극 중 루이스를 완벽하게 재현해냈어. 아니, 내가 생각했던 루이스 그 자체였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였나?”
그때 긴 다리를 꼰 여자가 팔짱을 꼈고,
“감독의 말대로, 그 남자의 연기는 나도 놀랐어요. 하지만 내 눈에는 루이스가 보이기보단 그 남자가 재창조한 인물이 보이던데? ”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존 스필버그감독이 안경을 다시금 들어 올리며 답했다.
“모든 연출자가 같겠지만, 감독이나 작가는 작품을 쓰며 인물을 만들어내지. 하지만 창조한 인물을 정확하게 어디에 떨어트리고, 어떤 마스크를 씌울지 쓸 때는 몰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점차 완성 시키는 거지.”
“알아요. 나도 아는데.”
“그런데 강주혁의 연기를 본 지금. 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그가 보여준 루이스는 살아 숨쉬고 있었어. 그 남자의 연기가 경험에서 우러나왔든 아니면 연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루이스가 숨 쉬고 걸어 다니고 나와 말하고 있었다고!”
평소 투박하고, 건조한 존 스필버그 감독은 지금 약간 흥분해 있었다. 당연했다.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연출자로서 자신이 쓴 작품 속인물이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일은,
이미 그는 감독으로서 강주혁에게 반해있었다.
연출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희열.
일반인에게는 더러워진 바닥이 깨끗해지는 영상 또는 차곡차곡 쌓인 블록 중 딱 한 칸이 비어 있는 공간에 블록을 딱 맞게 끼워 넣는 기분일까?
어쨌든 흥분을 가라앉힌 존 스필버그 감독이 모두에게 다시 물었다.
“다시 묻지. 이 회의 속행할 의미가 있나?”
곧,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그런 정적이 대충 1분 정도 이어졌고, 어렵게 물꼬를 튼 것은 민머리 남자였다.
“감독의 마음. 공감하긴 어렵지만, 이해는 해요. 그런데 괜찮으려나?”
“뭐가?”
“동양인이잖아요. 주연이 동양인인데, 나머지 배우 전부가 헐리웃 배우라면 그림이 좀.”
그의 말에 존 스필버그 감독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문제가 되나?”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에 민머리 남자 대신, 배불뚝이 남자가 진화에나섰다.
“하하하. 감독, 문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니즈를 봤을 때, 동양인이 주연을 하면 그~”
“난 분명, 이 작품의 배우를 뽑을 때, 인종, 성별, 외형 등 상관없이 연기만을 본다고 말했었어. 다들 동의한 부분 아니었나?”
“아니아니.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치겠군. 다들 그런 쓰레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었나?”
말을 마친 존 스필버그 감독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고,
“헐리웃이고 나발이고, 아직 멀었어. 오히려 요즘은 아시아보다 우리 미국이 미개해 보일정도야.”
그의 시선이 정장 입은 마크 헤이스 사장에게 닿았다.
“난 빠지겠네. 다른 감독을 구해.”
그러자 회의실이 단번에 충격에 빠졌다.
“예?! 아, 아니! 감독, 일단 진정하고, ”
“맞아요. 너무 그렇게 극단적으로 우리 생각을 받아들이지 마시고!”
진화를 나서는 두 남자를 마크 헤이스 사장이 째려봤고,
“그만. ”
마크 헤이스 사장의 시선이 존 스필버그 감독의 주름진 얼굴로 옮겨졌다.
“감독, 우리의 실수를 인정합니다. 다들 들어요. 처음부터 우리는 감독에게 결정권을 넘긴다는 조건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우리는 거들뿐이야.”
던져진 선언에 존 스필버그 감독이 민머리 남자와 배불뚝이 남자를 쳐다보며 검지로 입구를 찍었다.
“나가.”
“……예?”
“나는 차별을 혐오하는 사람이야. 같이 있기가 역겹군, 나가라고.”
하지만 지명된 두 남자는 눈을 끔뻑일 뿐, 딱히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자 고개를 작게 젓던 존스필버그 감독이움직였다.
“됐어. 내가 나가지.”
그런 그를 붙잡은 것이 마크 헤이스 사장.
“잠깐. 둘 다 나가요. 나중에 나랑 따로 얘기하고.”
“……”
곧, 얼굴이 구겨진 두 남자가 어금니를 살짝 깨물며 일어났다. 그쯤 존 스필버그 감독의 시선은 마크 헤이스 사장에게 있었다.
“추가로 저 두 명은 이 프로젝트에서 영원히 빠졌으면 하는데.”
“……그렇게 하죠.”
순식간에 자리를 박탈당한 두 남자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회의실을 나가는 것뿐.
-끼익.
결국, 와장창 깨진 얼굴로 두 남자는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갈색 머리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감독, 아무리 그래도, 테스트 한 번으로 주연을 맡게 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다리 긴 여자도 동의했다.
“음~ 확실히 우리가 본 것은 루이스의 어두운 면의 연기였지.”
그러자 서 있다 앉은 존 스필버그 감독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고,
“그러니까.”
양손을 비빈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2차 테스트는 봐야겠지. 물론, 그 남자 단독으로,”
이틀 뒤, 12월 11일 아침. 넷플렉스 소극장.
며칠 전 비공개 오디션이 진행됐던 넷플렉스본사의 소극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공개 오디션과 비교하면, 사람이 적었다.
당연히 존 스필버그 감독과 마크 헤이스 사장은 있었고,
“약속이 몇 시라고? ”
“10시에 맞췄어요.”
2명으로 줄어든 심사위원, 다리긴 여자와 갈색 머리 남자.
“제작자로 살면서 또 이런 경우의 테스트는 처음이군.”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자체가 평범하진 않잖아요? ”
추가로 넷플렉스 직원 몇 명. 그리고,
“난 그때처럼 그냥 그의 대사를 받아주기만 하면 돼요? 애드립을 쳐도 되나 싶어서.”
영화 ‘Control’의 여주 엠마 메이까지.
다들 소극장의 좌석에 앉았지만, 엠마 메이는 무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대답은 긴 다리 여자 쪽에서 나왔고,
“메이는 마음대로 해도 돼요. 그런데 메이. 이런 거 할 시간 있어요? 안 바빠? ”
카키색 항공점퍼의 지퍼를 내린 엠마 메이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쉬는 중이었고, 오늘은 나에게 꽤 중요한 날이에요.”
바로 그때.
-덜컥!
소극장의 문이 열리며 싱글 코트를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주혁이었다. 비공개 오디션과는 다르게, 평소의 모습으로 담담히 나타난 그는.
“……”
잠시간 모두의 얼굴을 훑다가, 천천히 무대 쪽으로 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대에 오르지 않은 그가, 모두와 적당히 가까워진 시점에 멈춰섰다.
“연락이 빨라서 놀랐습니다.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곧, 강주혁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던 존스필버그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군.”
“이게 평소 모습입니다.”
“그럼, 오디션 날에 보여준 모습은. ”
“아- 연극 쪽 오디션을 봤었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의상은 그대로 입었었습니다.”
“다른 오디션을 봐?”
다른 오디션은 본 적도 없지만, 어쨌든 픽 웃은 주혁이 답했다.
“배우가 오디션을 많이 보는 게 이상한가요?”
곧, 덕을 슬슬 긁은 존 스필버그 감독이 고개를 저었고,
“아니. 이상하지 않지.”
강주혁이 시선을 회색 정장의 마크 헤이스사장에게 던졌다.
“그런데 왜 저뿐인가요? 2차 오디션이라고 들었는데요. ”
“계획이 좀 변경됐어요.”
“변경?”
“맞아요. 오늘 2차 오디션은 당신 단독으로 갑니다.”
대답을 들은 주혁이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입에서 뱉어진 말은 꽤 간단했다.
“그렇군요.”
이어 마크 헤이스 사장의 시선이 모인 직원 중, 주근깨 남자에게 닿았다. 그러자 자리서 벌떡 일어난 주근깨 남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오디션은 애초 계획했던 자유연기와 같습니다. 대신에 형식이 좀 달라요. 자유연기지만, 장르는 정해드릴 예정이에요.”
“장르를 정해요?”
고개를 끄덕인 주근깨 남자가 강주혁에게 장르를 설명했다.
“로맨스 코미디, 느와르, 스릴러에 맞춰서 자유연기를 보여주세요.”
그의 말을 강주혁이 이해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러니까, 오늘 저는 세 가지 종류의 자유연기를 해야 된다는 거네요? ”
“맞아요.”
“오디션치곤 특이하네요. 이런 건 처음이네.”
이쯤 어느새 동그란 안경을 낀 존 스필버그감독이 끼어들었다.
“부담되나?”
“아니요.”
“가능하다는 얘기지?”
“가능하죠.”
대답에 망설임 없는 강주혁에게 존 스필버그감독이 추가로 질문했고,
“준비에는 시간을 얼마나 주면 되겠나?”
이번에도 강주혁의 대답은 빨랐다.
“바로 해도 상관없어요.”
“지금 바로?”
“네. 지금 바로.”
그의 후진 없는 대답에 모인 모두의 눈이 살짝 커지거나, 작게 웅성거렸다. 존 스필버그 감독도 마찬가지였고,
“허 – 좋아. 그럼 일단, 메이. 준비를. ”
“그런데.”
존 스필버그 감독이 엠마 메이를 보며 말할 때, 강주혁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주혁이 마크헤이스 사장을 쳐다봤다.
“만약 제가 이 작품에 주연으로서 참여하게 된다면, 나는 이 작품에 투자자인 동시에 주연배우가 되죠. 저도 부탁 하나 해도 됩니까? 물론, 제가 떨어진다면 안 들어주셔도 됩니다.”
“부탁?”
“예.”
“뭐죠?”
“자세한 건 합격하면 말씀드리죠.”
이어 주혁이 입었던 싱글 코트를 벗으며 미소지었다.
“간단해요. 그냥 연출된 기사 하나만 쏴주시면 됩니다.”
며칠 뒤, 12월 중순, 한국.
강주혁이 사퇴 후 어느덧 2달이 훌쩍 넘었다.
국내서 흔적조차 사라진 강주혁은 작은 소식조차 접할 수 없었다.
이쯤 되니, 당연하겠지만 언론은 찌라시를 퍼다.
날랐다.
『 [스타is]여전히 보이지 않는 ‘강주혁, 역시 도망친 걸까? 보이스프로덕션 위기설 솔솔』
『사라진 강주혁에게 실망한 대중들 “책임감 없다”』
『 [실시간 스타]연예계 관계자 “강주혁 없는 연예계 큰 문제 없어” 단언』
사라진 강주혁을 까거나, 있지도 않은 위기를 조성하거나, 어디 관계자인지도 모를 인터뷰등으로 알맹이 없는 찌라시가 만연하게 퍼지고 있었다.
와중에,
“재윤씨. 어차피 보이스프로덕션은 계약이 1년인데, 1년 가지고 무슨 플랜을 짭니까? 안그래요?”
강주혁이 없어진 틈을 타, 여러 엔터테인먼트가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들에게 침투했다.
“거기다 보이스프로덕션이 지금 덩치가 워낙 커서, 그 많은 배우를 어떻게 커버해? 하나하나 세세하게 못 챙겨주지.”
“……당장은 그렇긴 한데.”
“배우가 당장을 보면 어떡해요? 미래를 봐야지, 미래를, 내년엔 우리랑 하시죠. 재윤씨 미래는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
그간 숨죽이고 있던 여러 엔터 회사들은 강주혁이 없어진 지금이 기회다 싶어, 여기저기를 쑤셔댔다.
물론,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보이스프로덕션 내년 상·하반기 들어가는 드라마. 넷플렉스 빼고 뭐 있어?”
“당장 들어온 정보만 봐서는 없던데요. 종편이나 공중파랑 얘기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 제작사까지.
“그럼, 이런 때 좀 공격적으로 공중파랑 쇼부치자. 그간 강주혁만 너무 해먹었잖어~ 이럴때 자리 잡아 놔야지!”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뭣보다 신난 것은 언론사들.
“자 회의에 앞서, 박기자! 다음 주 기획 기사는 박동윤 말고, 강주혁으로 가자! ”
“예? 아니, 박동운으로 뼈대 잡아 놨는데요? ”
“지랄! 박동윤 기획이 지금 팔리겠어? 안팔리지! 강주혁으로 가, 강주혁으로.”
자취를 감춘 덕에, 쓰면 팔리는 강주혁이라는 소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언론사였다.
“기사 타이틀은! 음~ 그래, 소문만 무성한 강주혁, 이대로 침몰하나? 어때?”
하지만,
“편집장님!!”
“뭐야 임마! 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여?! ”
“이, 이 기사 좀 보세요!”
이런 상황을 종결지을.
“왜! 뭔데 그래?”
“일단, 보세요!!”
한방이 터졌다.
『 [해외Topic]사라진 ‘강주혁, 헐리웃 거장감독 ‘존 스필버그와 미국서 나란히 포착… 어째서? /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