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become my concept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415
413화 이곳에 있노라고 (8)
“도시 전체와 함께 진격한다라. 성공한다면 엄청나겠군요.”
나는 토마토만 골라 다시 떠낸 후, 담담히 입을 열었다. 충격적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예상 못 할 일은 또 아니었던 까닭이다.
“저희가 선발대고, 도시 전체가 후발대 같은 느낌의 작전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정확하네.”
돌격하는 도중 색욕과 나태가 우리의 뒤를 치려고 하면 도시가 뒷받침해 준다.
오만이나 사탄과의 결전 전에 놈들이 덤벼 주면 더 좋다. 망치로 모루를 내려치는 것처럼 두 놈을 작살내면 되니까. 모종의 사태가 발생해서 퇴각이 필요할 때도 보다 쉬운 후퇴가 가능해질 테고.
“이쪽 도시만 너무 돌출돼도 악마에게 당할 여지가 있을 텐데.”
“아, 그건 어려울 걸세.”
그때 베르세르크가 제법 예리한 지적을 했다. 정말이지, 저쪽은 머리를 쓸 수 있는데 머리를 안 쓰는 쪽이라는 게 새삼 체감됐다.
“이 도시에 마탑주 다섯을 비롯한 추가 병력이 올 예정이고, 오는 마탑주 중 한 명의 특기는 결계 마법이요, 다른 한 명은 포격 마법이니까.”
“이쪽에 전력을 몰빵하는 전략입니까요? 그럼 다른 도시는…….”
“다른 도시는 내주겠다, 이거네.”
그사이 드디어 음소거에서 풀려난 마이스터가 계명을 노려보며 말했다.
“색욕이든 나태든, 본신의 능력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라 전해지니까. 그러니 그들이 약해진 다른 도시를 노린다면 그냥 그들끼리 막으라 하고, 본대를 노리면 역으로 잡아 버린다. 그런 생각이겠지.”
“잠깐… 그럼 희생이 생기잖습니까요.”
“무엇을 택하든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면 적의 선택지를 좁혀, 싸움을 빨리 끝내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겠지.”
“…비정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군요.”
희생이 불가피하다라. 나는 계명의 말에 미간을 살풋 모으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전쟁의 본질은 희생 위에 승리를 쌓는 것이었다.
“우리나 본대를 막지 않으면 전선이 좁혀지고, 우리나 본대를 노리면 악마에게도 불리한 싸움이 된다. 나쁘진 않네. 하지만 녀석들이 다른 도시를 무너트리는 것으로 오만의 마법진을 더 강화하면? 그 점은 어떻게 할 거지? 거기에 전선에 나서는 건 나태나 색욕만이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악마도 있다고 들었는데.”
“부패하는 하와. 그 혼자서는 결코 도시 하나를 몰락시키지 못한다. 또한 그가 대악마와 손잡거나, 그 형제들끼리 힘을 합쳐 도시를 함락시킨대도 큰 상관 없지.”
계명은 식사를 마친 듯, 차를 들었다. 하얀 손가락이 데운 우유를 차 안에 부었다. 항상 열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부인들이 쓰는 또 하나의 차 마시기 방법이었다.
“그 도시 하나가 박살 나는 동안, 우리는 방해 없이 마왕성 앞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
“하루 만에… 그곳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주작이 그곳으로 지원 가지 않기를 택한다면, 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건 너무 희생이 큽니다! 차라리 주작을 따라 저희가 그곳으로 가서 대악마를 잡는 게 전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마음대로. 그것도 나쁘진 않은 방도일 터이니.”
투명함을 잃는 대신 농밀해진 밀크티가 달콤한 갈색을 띠었다.
“하지만 내 예상하건대, 두 대악마가 나설 수는 있어도 그들이 나서는 일은 더 이상 없으리라.”
“어째서요?”
“마법진이 완성된 이상, 우리만 죽이는 데 성공하면 밀려난 전선은 언제든지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니 오만으로선 공연히 전력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 그의 눈에 전쟁의 판도를 결정하는 건 다수의 약자들이 아니라 바로 그대 둘일 터이니.”
그러니까… 이왕 불리해진 판, 구질구질하게 시간 끌기보다 한 호흡 쉬고 다음 호흡에 한타 싸움을 하려 한다는 건가. 나는 그런 식으로 계명의 말을 이해했다. 아마 틀린 해석은 아닐 것이다.
텁. 더불어 내 손은 계명을 따라 물─찻물이 아니라 그냥 물에─에 우유를 부으려는 소녀를 멈춰 세웠다. 애가 애다워도 된다는 걸 알자마자 어리광을 마구 부리기 시작한 건 좋은데, 이럴 땐 정말 곤란하다. 정말이지 호기심 천국이 따로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란 말이 있습니다. 오만이 강화된다는 것에 쫓겨 서두르다 도리어 사달이 날 가능성은 없습니까?”
“오만이 강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본연의 힘만의 증강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이 부리는 권속, 그것이 만드는 생명 그 전부가 더 거대한 힘을 움켜쥔다는 뜻이다.”
“…사탄이야 후대에 맡기는 한이 있더라도 오만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단 소리군.”
“적확하다.”
“으… 이러면 결국 작전의 변경은 없겠네요.”
“애초에 이미 실행되고 있는 작전일세.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있겠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걸세.”
“그렇군요…….”
데스브링거가 묘하게 주눅 든 얼굴로 책상에 철푸덕 엎어졌다. 식기를 다 밀어 둔 채라 음식에 얼굴이 처박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럼 저는 여기까지겠네요.”
“……? 그게 무슨 말이냐, 망종.”
“아니, 마역은 먹을 것도 부족하고 시시때때로 악마가 나타난다면서요. 애초에 땅이 말라붙어서 먹을 걸 구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거기에 길잡이는 저 계명 나리가 해 줄 거잖습니까요? 하면 저로선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지는 셈이니… 따라가서 식량을 축내는 것보단 여기에 남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요.”
“그건…….”
“맞는 말이야. 관련해서 나도 남는 게 확정이네.”
“저도… 여기선 빠지는 게 더 나을 것 같군요. 솔직히… 제가 이번 싸움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다, 다니엘 형제님까지…….”
데스브링거와 마이스터, 다니엘이 차례차례 빠지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러자 인퀴지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데스브링거의 말마따나, 이런 환경에선 그들은 따라오는 것보단 남는 게 더 효율적이다.
“나는 갈 거다. 너희만큼 강하진 않지만, 잡졸들을 처리하는 데 손을 보탤 순 있을 테니.”
“투사 나리는 뭐, 가도 될 만하죠.”
“그럼 선발대로 출발하는 건 저 네 명이 다인가.”
“네 명?”
“나도 따라가서 좋을 건 없으니 말일세.”
“아크메이지님까지…….”
결국 가게 되는 건 나랑 인퀴지터, 베르세르크, 계명인가.
나는 인퀴지터처럼 아쉬워하는 대신, 인원 구성을 보며 눈썹을 애매하게 찌푸렸다.
“또 물딜만 가득인가…….”
“……?”
물리 딜&마법 딜 밸런스가 맞아야 어떤 기믹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젠장, 하필이면 환경적 문제라서 해결할 방법이 없네. 이런 출격 제한 시스템, 조금도 필요 없는데.
“너무 아쉬워하진 마십쇼.”
별도로 내가 쓸데없이 세상을 욕하는 동안, 데스브링거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인퀴지터를 위로했다.
“여기서 저희가 뭘 해낼지 누가 압니까요? 베뮈르헨에서도 명장 나리랑 제가…….”
물론 그의 위안은 특정 주제를 무심코 꺼냈다가 그대로 흐려졌다. 그때 내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뒤늦게라도 떠올린 게 분명했다. 뭐, 사실 난 그때 일 말해도 신경 안 쓰는데.
“그래. 네 말이 맞다.”
솔직히, 제대로 기억나는 게 있어야지.
「죄, 죄송해요. 소거한 기억을 돌리려면 이것저것 건드려야 할 게 많아서…….」
‘아냐. 그냥 기억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아.’
그때 기억이라고 해 봐야 전기통닭구이 된 정도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그 뒷부분 따위 알아봐야 과연 행복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숨어든 악마숭배자들을 처리해 준 캄이나, 엄청난 포격 장비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테이, 언제나 든든하게 서포트해 주신 금풍 님, 이단심문관으로서 숨어들 악마를 색출해 줄 다니엘까지. 너희가 뒤에 있기에 우리도 안심하고 나아갈 수 있는 거니까.”
아무튼 후방에 남는다고 할 일이 아예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들이 원해서 남는 쪽인 것도 아니니 아쉬워하거나 찝찝해하거나 할 이유는 하등 없다.
나는 그것을 피력하며 새로 탄 밀크티를 소녀에게 주었다. 꿀을 풀었더니 입에 꽤 맞는지, 소녀가 꼴깍꼴깍 잘도 삼켰다.
“나, 나, 나리야말로.”
“하, 그렇게 아부해도 그거 다시 못 만든다.”
“이것 참, 진심임을 알아 더욱 부끄럽구만.”
“저, 저는 경에 비하면 하는 게 없습니다만.”
“모, 모험가님, 저, 저도…….”
근데 왜 또 단체로 고장 났어. 컨셉 풀리고 나선 칭찬 그래도 많이 해 줬잖아. 아직도 안 익숙한 거야? 그리고 인퀴지터는 왜 또 그래. 너도 밀크티 먹고 싶어?
“내가 우유를 너무 독점했군. 자, 원하는 만큼 부으면 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으… 네. 감사합니다.”
내가 우유를 밀어 주니, 인퀴지터가 무언가 시들시들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원하던 것을 알 것도 같았다.
“밀크티가 싫다면 억지로 먹지 마라, 사야.”
“……! 네!”
이제부턴 별명을 자주 불러 줘야 하나. 그렇지만 지금껏 부르던 게 있다 보니 영 입에 안 붙는데.
“별개로, 꼭 우리 넷만 갈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이 잠깐 드는군.”
“군더더기를 붙일 셈인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인재 풀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만 한정 지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말이다.”
“비현실적인 말이군. 그대들쯤 되는 인재가 있었다면 전선은 진즉…….”
“아니, 나는 모험가의 말이 타당하다고 본다.”
고기에 이어 과자까지 소녀에게 빼앗긴─혹은 빼앗겨 준─베르세르크가 팔짱을 끼며 의자에 기댔다.
“저 둘까진 못되도, 나만 한 실력자가 두엇 있다면 잡졸 처리나 시간 끌기에 도움이 될 테니.”
이 말에는 계명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도 이 부분은 인정한단 뜻이었다.
“하면, 출발하기 전까지 그런 능력자들을 찾아 포섭해 보는 게 좋겠군요.”
인퀴지터가 마지막으로 못을 박듯 결정을 내렸다. 동료 포섭. 초심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대, 잠깐.”
“……?”
뭐, 아무래도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전에 계명과 말을 좀 나눠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 * *
“아아. 이번에야말로 결혼까지 갈 사람을 발견했다 생각했는데.”
그 시각, 화살 하나로 십 리 밖의 악마도 잡아낸다 하여 신궁 소리를 듣는 사냥꾼, 호크아이는 고개를 축 늘였다. 그의 감은 눈에서는 실망감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다.
“넌 아직도 그 생각이냐.”
“하지만, 아이에게 상냥한 사람은 보기 드문걸. 그리고 보통 그런 사람은 백이면 백 평상시 성격도 좋더라.”
“뭐어,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애초에 그놈, 북부 출신도 아니라서 그게 가능한 거 아니야?”
“어, 출신을 어떻게 알아? 아는 사이야?”
“그러겠냐. 그냥, 피부가 희잖아. 그리고 그렇게 강한 놈이 전선에 있었으면 지금껏 소문이 안 났을 리 없어. 분명 이번에 새로 온 거겠지.”
“그런가…….”
호크아이의 말에, 단련된 주먹과 발 하나로 악마를 분쇄해 온 격투가, 크러셔가 그의 어깨로 손을 올렸다. 누가 보아도 낙담하는 친우를 도닥이는 모양새였다.
비록, 둘의 키 차이로 인해 어깨에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으며 다소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연출되었지만 말이다.
“에잇, 그러지 말고 술집이나 가자!”
각설하고, 친우의 우울함을 두고 보지 못한 크러셔가 외쳤다. 호크아이의 고개가 쓱 하고 들렸다.
“최근에 장비 바꿔서 돈 없다며.”
“에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의뢰 있잖아!”
“선수금을 쓰게!?”
“어차피 거절도 못 하는 의뢰인데 뭐 어때?”
“그렇다고, 벌써부터 흥청망청하는 건…….”
“괜찮아, 괜찮아.”
크러셔는 호크아이의 등을 두들기며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장벽을 확장한다는 이 창대한 계획이 정말 성공하면, 이렇게 돈 버는 일도 많이 줄어들 테니까. 지금 즐겨야지.”
“아니, 보통은 거기서 저축을 생각하지 않냐고…….”
호크아이의 딴죽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크러셔의 손에 붙잡힌 호크아이의 몸이 질질질 술집으로 끌려갔다.
“크러셔어어어. 다른 건 다 돼도 선수금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
“악마다!”
“응?”
“으응?”
한데 두 사람의 몸이 술집에 다다랐을 즈음, 들어가려던 술집 안쪽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봐, 악마라니. 불쾌한 소리는 집어넣어 주지?”
“거, 거짓말 마! 생판 남에게 술을 사려는 사람이 악마가 아니고서야……!”
“뭐라는 거야?”
하여 두 사람이 술집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북부인과 생전 처음 보는 외관의 사람이 다투고 있으니.
“여긴 날씨가 추운 걸로 모자라 사람 마음까지 추운 거냐? 정말 별일을 다 당하네.”
두꺼운 털옷 위로도 주렁주렁 내려온, 생전 처음 보는 형식의 장식. 까무잡잡하지만, 북부인과는 썩 다른 결의 피부색. 호크아이와 같은 슬랜드족이지만 미묘하게 차이 나는 골격.
옷을 제외하면 외관을 형성하는 대부분의 속성이 결코 북부의 것이 아니다. 즉, 저 사람은 북부인이 아니다.
그것을 깨달은 크러셔와 호크아이의 눈이 살짝 가운데로 모였다.
“이봐, 나는 그냥 듣고 싶은 게 있어서 술 한잔 사 주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게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라고. 멋대로 사람을 악마로 몰지 말고.”
“그렇게 발뺌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당장 신관을……!”
끼어들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끼어들어야겠지. 무고한 피해자가 나타나는 것도 불쾌하고, 호크아이 위로하러 온 곳이 신관이니 경비병이니 하는 애들로 번잡해지면 짜증나니까.
무엇보다 주점 주인장이 그들을 보면 단골 주제에 이걸 두고 봤냐고 한동안 궁시렁거릴 것이다. 벌써부터 그려지는 미래에 크러셔는 목덜미를 쓸었다.
“이봐, 그만둬.”
“……?!”
“……?”
“보아하니 다른 지방 출신이고, 북부에 처음 온 것 같은데 그걸 가지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잖아.”
“그래요, 보아하니 악마보단 정말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너무 예민하게 굴진 말자고요.”
“…그.”
“너도 너무 화내진 말아 줘. 여기 오는 동안 색욕에 대한 이야기 정돈 들어 봤을 거 아니야?”
“…빌어먹을, 이렇게까지 심할 줄 몰랐지. 전선 아닌 도시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말 그대로, 거긴 전선이 아니니까.”
“그래. 내가 그걸 오늘 새로 배웠네.”
머리카락을 잘게 수십 갈래로 땋은 이가 그 머리를 쓸어 넘기며 감사를 표했다. 예상은 했지만, 최전선에는 처음 오는 인간인가 했다.
“어디 출신?”
“자크라티.”
“자크라티……?”
“저어기, 남쪽 바다 건너에 있는 땅이야.”
“바다 건너라니, 정말 먼 곳에서 왔네.”
“우와, 저 진짜 남쪽에서 온 사람은 처음 봐요.”
“그래? 여긴 남쪽 사람이 잘 안 오나 보지?”
“북부 전선, 그것도 딱 가운데니까. 양가 끝에 위치한 도시에서는 그래도 좀 보인다는데,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드물지.”
그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앉기로 했다. 크러셔도, 호크아이도. 은근히 다른 지방이 궁금하긴 했던 까닭이었다.
“그래서, 댁은 왜 온 거야? 이 먼 곳까지.”
“아, 나는…….”
다만 가장 먼저 술이 나왔을 때, 맥주 하나를 시원하게 들이켠 이가 씩 웃었다.
“악마기사란 양반을 찾고 있어. 그 사람에게 전해 줄 게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