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180
180. 혹, 공자께서는 해남파(海南波)라고 들어보셨습니까?2016.07.22.
“여기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밤이 깊은 시각.
장웅은 자신의 처소로 찾아온 묵객을 맞이하며 연유를 물었다.
“공자, 제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내줄 수 있겠습니까?”
“예?”
갑작스러운 제안에 장웅이 눈을 껌뻑이며 바라보자 묵객은 나직이 말을 이었다.
“공자께서는 요즘 주변의 소문에 대해 귀를 열고 계십니까?”
“매일매일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씨세가 안팎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고 계시겠지요?”
“대충은…… 그렇습니다.”
장웅의 목소리에 한결 힘이 빠졌다.
그가 말한 안팎의 분위기란 바로 개방과 모용세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개방 방도들이 수시로 장씨세가를 찾고, 모용세가 식솔들이 장씨세가를 방문한 것을, 그도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묵객이 말했다.
“개방과 모용세가는 곧 장씨세가를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지금쯤 장 가주를 뵙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장씨세가는 홀로 풍화(風火)를 버텨내야 합니다.”
“하나같이 맞는 말씀입니다. 헌데, 그것과 제가 가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위기에 빠진 장씨세가를 도울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최소 한 달은 잡아야 하기에 그리 말씀드린 겁니다.”
“도울 곳이요? 저희 본가를 도울 곳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가라앉았던 장웅의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장씨세가를 도울 곳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흥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예. 제가 어릴 때부터 몸을 담았던 곳입니다.”
묵객은 잠시 숨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
“혹, 공자께서는 해남파(海南波)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해남파…… 해남파…… 아!”
문파를 읊조리던 장웅의 눈이 커졌다.
해남파라면 최남단 해남도(海南島)에 자리 잡은 문파다.
구대문파에 속해 있진 않지만 이는 세외 지역이라 그랬을 뿐. 그들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는 문파가 바로 해남파였다.
“대협께서는 이제 보니 해남파의 사람이셨군요? 들어보았습니다. 아니, 강호에 있는 사람치고 모를 리가 없지요. 해남파 장문인이 바로 진일강(秦日剛) 대협. 십대고수라 불리지 않습니까!”
십대고수 진일강(秦日剛).
구대문파도 아닌 데다 세외에 있는 해남파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이유가 바로 그의 존재 때문이었다.
해남파 독문무공인 남해삼십육검(南海三十六劍) 일인자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무적행을 걸었던 자.
그가 명실공히 십대고수라 불리는 이유였다.
“헌데, 대협. 아무리 대협이 그곳의 문도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연도 없는 장씨세가를 도와주겠습니까?”
잠시 기뻐하던 장웅은 이내 어깨가 추욱 처졌다.
천하의 묵객의 부탁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겐 일개 문도.
한 명의 부탁으로 해남파의 많은 인원이 장씨세가를 돕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해봐야 아는 것입니다. 다행히 제가 장문인의 직전제자이기도 하구요.”
“예? 대협이 그 십대고수의 직전제자란 말씀이십니까?”
묵객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웅이 탄성을 내뱉었다.
장문인의 직전제자의 부탁. 거기다 칠객의 이름을 걸고 부탁한다면,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장웅은 가슴이 뛰었다.
다른 곳도 아닌 해남파라면 지금 현 시국을 타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남파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소속도 아니다.
이는 장씨세가를 돕는 데에 맹(盟)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하긴, 당연한 것이겠지. 묵객의 사부라면 십대고수쯤 되어야 하지…….’
“공자, 제가 공자를 데려가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들뜬 표정의 장웅을 향해 묵객은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저희 해남이 제 부탁을 들어줄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사부님께서는 협행 중에서 보이는 기행(奇行)…… 으로 더 유명하셨던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 말씀은?”
“혹여 누구를 돕기로 정했다면, 먼저 그 사람이 도움을 받을 역량이 있는지를 본다는 겁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가문일 때는, 그 가문의 소가주라거나, 대계를 이을 만한 사람을 시험합니다.”
“아!”
장웅은 그제야 묵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자신을 데리고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바로 가문의 소가주. 묵객의 사부가 직접 시험을 해야 하는 그 대상이니까.
“이런 이유로 공자께 시간을 내어달라고 한 것입니다.”
“으음…….”
장웅이 신음을 흘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쾌재를 지르던 그가 까맣게 죽은 얼굴이 되자 묵객은 의아해했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그만한 역량이 될까 좀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장웅은 묵객의 물음에 그제야 반응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차라리 저보다는 련이를 데려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부끄럽지만 저는 협상 처리에 있어서 담력도 작고 실수도 많이 합니다.”
“…….”
묵객은 잠시 입을 다물고, 측은하게 장웅을 보았다. 스스로가 소가주임에도, 자신보다 역량이 뛰어난 여동생에게 일을 양보하는 장웅을.
“대해남파의 장문인이시라니. 그분과 마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복된 자리인 것은 압니다. 하지만 자칫 내가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차악.
장웅의 말이 끊겼다. 묵객이 그에게 잘 접은 서찰 하나를 내민 것이다.
“이건?”
“여차할 때의 방편이라더군요.”
“련이에게 다녀오셨군요! 뭐라던가요?”
장웅은 해결이라도 된 듯 반가운 얼굴을 했다.
현 가문의 소가주의 위치임에도 참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며 묵객은 쓴웃음을 지었다.
“련 소저는 장웅 공자께서 이 일에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오라버니는 큰일을 맞아 긴장하는 버릇이 있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누구보다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허. 그 녀석이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는군요……. 대협?”
스슥.
막 서신을 펼쳐보려던 장웅의 손이 묵객에게 막혔다.
“먼저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후에.”
“……예?”
“장 소저가 그럽디다. 먼저 깊이 고뇌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바를 최대한 짜내고, 그 다음에 보게 되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그 녀석다운 말이군요.”
장웅은 자신의 소심한 모습을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습니다. 오라버니라면 이 서신을 꺼내 보지 않고도 능히 해낼 것이라고.”
‘련아…….’
뒤이은 묵객의 말에 장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상대를 만나지도 않은 상황에 누이에게 의지하려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 것이다.
크게 숨을 몰아쉬며, 품속에 서신을 갈무리하고, 장웅이 물었다.
“알겠습니다. 언제 출발하시렵니까?”
“지금.”
해남도 왕복에는 한 달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것도 하오문에서 도와주었을 때의 일이었다.
*
다음 날.
예상했던 대로 능시걸과 모용상이 장원태의 서재를 찾았다.
능시걸은 개방 방주라, 한시라도 빨리 관(官)과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모용상은 모용세가의 식솔들을 안심시켜야 했기에 그를 찾은 것이다.
“미안하게 됐소.”
“면목이 없소이다.”
“아닙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장원태는 의외로 담담했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관(官)이 거지들을 잡아가는 소식을 들은 데다 모용세가 일가가 장씨세가를 찾았다는 소식도 접한 상황이었으니.
“하아.”
능시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원태가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된 것이다.
개방이 빠져나가는 것도 그럴진대, 한날한시에 모용세가마저 손을 떼겠다고 밝혀 왔으니 그가 받을 서운함과 야속함은 이루 말도 할 수 없으리라.
다만, 일가의 가주이기에 차마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 모용상, 일단 본가로 돌아가면 관의 개입만은 반드시 막아보겠소. 그대도 알다시피 관과 무림은 불가침. 이걸 강조하면 분명 그들도 적극적인 개입은 할 수 없을 것이오.”
모용상은 말을 하고도 스스로 머쓱해졌다.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허황된 것임을 아는 것이다.
관무 불가침이란 것도 무력 앞에선 한낮 모래성일 뿐. 장씨세가가 기대고 있는 것은 그 얄팍한 명분뿐이다.
그에 반해 팽가는 관(官)과 맹(盟)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대항하기는커녕, 피할 방법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내 지금은 장씨세가를 떠날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거네. 맹주의 행방만 알면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으니까. 그 역시 천중단 출신이지 않나.”
능시걸이 말을 거들었다.
“마지막까지 도움을 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장원태의 의례적인 인사에 두 노인은 시선을 바닥에 떨구었다.
“이런 말 하긴 좀 서두른 감이 있지만…….”
잠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모용상이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항복도 나름 방편이오. 비록 팽가가 지금이야 안하무인으로 나오지만 그래도 명문 세가. 장씨세가가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영역은 보장해 줄 것이외다. 혹여나 그렇지 않다면 이 모용세가가 앞장서 주겠소.”
큰 결례가 되는 말이었으나 그럼에도 모용상은 패전의 가정을 입에 담았다.
상황이 어려웠고 위험했기에,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 주는 것이다.
“아직 장씨세가에는 사람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받은 장원태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광 호위…….”
말의 의미를 되새기던 모용상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이내 뭔가 한마디를 첨언하려 입을 열려는데 능시걸이 그의 대답을 거들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그를 한번 믿어보시게.”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단 말이오…….’
장씨세가를 지키는 호위무사.
실력이 묵객보다 뛰어나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맹주 외에 살아남은 천중단 출신이라는 것도.
그러나 모용상은 그가 오더라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 하더라도 일개 무인이다.
팽가와 맹, 관이 압박하는 이 상황에서 혼자서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장원태의 말이 마치 마지막 희망처럼 들렸기에 모용상은 속내를 꺼내지 않고 가슴에만 담아 두었다.
“도움이 못 되어서 미안하오.”
“나오지 마시오.”
능시걸과 모용상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장원태는 문밖까지 배웅했다.
곧 그들이 사라지자 그는 힘없이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
“콜록콜록. 콜록, 콜록콜록.”
장원태는 한동안 기침을 했다.
마음을 너무 쓴 탓인가, 요즘 들어 없던 기침병까지 생겨났다.
일전에 입었던 큰 내상이, 최근 들어 며칠간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보니 지독하게 심해졌다.
“약, 약이…….”
덜덜덜덜.
풍이 든 노인처럼 떨리는 손으로 환약 하나를 털어 넣고, 장원태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개방방주와 모용세가의 가주 앞에서는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 그가 느끼는 것은 하루아침에 집과 가산을 모두 잃고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것 같은 막막함, 그리고 두려움이었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우훼엑!”
장원태는 또다시 격한 기침을 내뱉은 뒤 눈을 감았다.
모든 걸 잊고 싶었다.
눈을 뜨면 다시 얼마 전처럼 평화롭고 걱정 없는 나날이 이어졌으면 하고…….
“가주님.”
얼마가 지났을까.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었던 장원태는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무슨 일이냐?”
“구룡표국주가 찾아왔습니다.”
“콜록콜록!”
애써 약 기운으로 눌러버렸던 기침이 다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무슨 사달이 나도 났나 봐.”
“이 일을 어떡하지.”
대전 밖에는 장씨세가 사람들이 어지럽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 개방과 모용세가 무사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그런 와중에 구룡표국의 국주가 찾아왔다고 하자 대전으로 몰려든 것이다.
대전 안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장씨세가에 직계 가족들, 직위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다 나와 한 노인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장 가주, 오랜만에 뵙소이다. 그간 별고 없으셨소?”
표국주 송방은 단상 위 장원태를 향해 읍을 해 보이며 인사했다.
장원태는 착잡한 얼굴로 그의 말을 받았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많이 어렵습니다.”
“허허허. 별안간 장 가주께서 노고가 많으셨다는 얘길 들었는데…… 소문이 사실인가 보구려.”
분명 뭔가를 알고 온 것이면서도 짐짓 예를 차리는 그의 모습이 장원태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내 그저 단순히 안부를 묻는 것임을 깨닫고는 말했다.
“귀가 밝으시니 국주께서도 잘 아실 겝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들리는 소문 대부분이 사실일 겝니다.”
“이런, 안타깝구려.”
표국주는 인상을 쓰며 탄식했다.
그러고는 어깨에 힘이 빠진 채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오신 것은 아마도 그 일 때문이겠지요?”
장원태는 그의 행동을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물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개방과 모용세가가 빠져나간 사이에 표국주가 찾아온 것은 당연히 예전과 상황이 달라진 이번 일에 대해 구룡표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아닌가.
“어. 음. 그렇소.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표국주가 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장원태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어진 말에 크게 부릅뜨고 말았다.
“우리 구룡표국은 장씨세가와 함께할 것입니다.”
“표국주……?”
“장 가주, 우린 표국이외다. 심주현만이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하는 표국.”
송방이 씁쓸한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조금씩 단호해지고, 굳센 결의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미 귀 세가와 상호 협정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맺은 처지요. 팽가의 위명이야 알지만 그렇다고 표국이 같은 밥을 먹은 사람들을 두 번이나 외면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야 강호의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오.”
“아!”
“아아!”
지켜보던 장로들과 각주들은 저마다 감탄을 터트렸다.
그런 중에 송방의 마지막 말이 떨어졌다.
“구룡표국은 장씨세가와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오. 자칫 세(勢)를 잃더라도, 혹은 멸문한다 해도.”
이익집단인 표국이니, 개방과 모용세가처럼 손을 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들은 목숨을 잃더라도 장씨세가 편을 들기로 한 것이다.
“참으로 감사드리외다!”
“그렇게 환대하실 것 없소, 장가주. 우리도 순수하게 호의에서만 하는 결정은 아니니까. 우린 장씨세가의 저력을 믿소. 그리고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장련 소저의 재지(才智)를 믿는 거요.”
‘련이를?’
송 국주의 말에 장원태가 장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바라봤다. 그러자 단상 밑에서 지켜보던 장련은 허리를 숙여 깊은 예를 표했다.
“국주께서 베푼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잊지 말아야지. 암.”
목에 힘을 준 송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탄하듯 말했다.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먹고살기 참 힘들구만.”
투덜거리며 뒤돌아서는 송방.
의아한 듯 바라보는 장원태와 웃음을 보이는 장련을 뒤로하고 대전 밖을 나섰다.
그리고 장내에 약간의 안도의 기운이 감돌았다.
“련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더냐?”
송방이 나간 뒤, 장련을 향해 장원태가 물었다. 그러자 일 장로가 일어나 말했다.
가주가 무림맹에 가 있었을 때 장련이 몸을 빼려는 구룡표국과, 표국주 송방과 담판을 지어 그들을 설득한 것을.
“저는 그때 소저가 마치, 소진이나 장의(소진과 함께 장의 전국시대의 합종과 연횡을 끌어낸 외교관)인 듯하였소이다.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가히 놀라운 언변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장련의 칭찬이 오갔다.
장로들과 각주들은 저마다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련을 좋게 보지 않던 몇몇 사람들까지 끄덕이자 장원태는 뿌듯한 얼굴로 장련을 바라보았다.
“가주님!”
그러던 그때 갑자기 대문의 문이 열리며 사내 한 명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이어진 사내의 말에 대전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팽가에서 사자(使者)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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