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303
303. 대체 어떤 무공을 익혔기에…….2017.09.27.
“대장, 저거, 이제 끝난 거 아닙니까!”
광휘의 구마도가 깨어지자 저두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는 이제껏 상대가 폭굉을, 반경 십 장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폭발을 몇 번이나 버티고도 살아 있는 게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다.
저자가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저 신병이기 같은 대도(大刀) 때문 아닌가. 그게 깨진 이상, 이 많은 신자와 신마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
“대장?”
한데, 백령귀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이제껏 희희낙락하던 즐거운 표정이 사라지고 목에 가시가 걸린 사람처럼 매우 불편해 보였다.
“약묘.”
“예, 대장.”
갑작스러운 백령귀의 부름에 젊은 여인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신자와 신마들을 통제해라. 가까이 붙이지 마.”
“대장?”
“대장!”
저두와 이공이란 사내가 동시에 반문했다.
약묘는 신수(神手)라는 자로 권능을 가진 여인이다.
과거 서역의 길 안내를 맡았던 여인인데, 묘족(苗族) 출신으로 일행에 합류한 자였다.
비록 신재처럼 염력을 부리거나 신녀처럼 신도들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대신 신마와 신자에게 생각을 즉각 전달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미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놈을 상대로…….”
“바라칸.”
그러나 백령귀는 반발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또다시 입을 열었다.
“옙.”
온몸을 천을 칭칭 두른 사내가 대답했다.
그는 서역 땅을 지배한 자. 회회족의 수장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백령귀는 단호하게 지시했다.
“신수를 보호해.”
“…….”
좌중이 조용해졌다.
바라칸이 나서서 직접 보호하라는 말에, 약묘는 물론이고 그를 알고 있는 진숙공까지 놀라움을 내비친 것이다.
“꼭 그래야 합니까?”
저두와 이공의 입이 벌어지고 바라칸이 참다못해 나섰다.
그 역시 한 지방의 패주다. 이미 신수가 나선 마당에 자신까지 나서야 막아 줘야 한다는 것에 반발한 것이다.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새끼야.”
“……!”
백령귀가 으르렁거리자, 바라칸의 미간이 슬쩍 좁혀졌다.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령귀는 후욱!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적어도 세 배는 빨라질 거야.”
“……!”
수하들이 긴장했다. 평소와 다른 백령귀의 경직된 얼굴이,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긴장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강해진다. 보면 알 거야. 저놈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촤라라라락.
백령귀의 손에서 연검이 흐물흐물하게 치솟았다.
요지유의 검. 허리에 둘둘 감고 있던 연검이 쫙 펴지니 길이가 무려 삼 장에 육박했다.
“얼마나 엿 같은 놈인지를.”
*
광휘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는 자신의 주위를 에워싸는 흑의인을 관조했다.
‘신마들도 있군.’
셋에 한 명 꼴로 보인다.
아마도 무력이 약한 신자들의 틈을 메우려는 방책일 터.
“응?”
스스스슥.
은자림의 대열들이 갑자기 변했다.
운집해 있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간격을 띄우기 시작했고 마기가 느껴지는 신마들이 벌어지는 그 틈을 메우고 있었다.
자아가 없는 신자들이 대형을 바꿨다는 건.
‘저 여인인가.’
누군가 손을 쓰고 있다는 거다.
광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겹겹이 보호를 받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신수라…… 재밌군.”
툭.
광휘가 자루만 남은 구마도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잠시 고개를 숙인 그가 검지를 까닥였다.
“덤벼.”
구마도가 깨져 나갔지만, 그는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도 몇 번이고 거쳐 온 이력이랄까.
파팟.
광휘의 도발이 끝나기 무섭게 가장 앞의 신자 하나가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가 지척에 당도할 즈음, 광휘의 신형도 함께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폭굉이 터지자마자 강한 열기와 함께 튕겨 나온 광휘.
‘신자 셋. 신마 하나.’
이제껏 천중단에서부터 폭굉의 폭발에 대한 경험은 누구보다 많은 그였다. 딱 아슬아슬할 정도로 폭발 범위를 벗어난 광휘는, 검을 역수로 잡으며 신법을 펼쳤다.
“카악!”
광휘가 움직이는 지점을 포착, 신자 셋이 괴성과 함께 재빨리 몸을 던졌고.
신마는 마공을 뿌렸지만.
쇄애애애애액!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팟. 팟. 팟. 팟. 팟. 팟.
광휘의 이형환위가 한 동선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펼쳐지며 좌우, 사선 방향으로 서 있던 그들이 반응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목을 날려 버린 것이다.
‘신자 다섯. 신마 둘.’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앞선 자들과 달리 이번엔 신자들이 광휘를 보자마자 스스로 자폭했다.
그러나 광휘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는 폭굉의 폭발력을 오히려 반발력으로 이용하며 이동한 것이다.
‘신자 둘. 신마 둘.’
촤아악! 촤아악!
광휘는 마공을 뿌리는 신마 하나를 벤 뒤, 폭굉을 든 신자의 허리를 베고.
콱! 콱!
폭발에 채 반응하지 못한 신자, 신마들을 순차적으로 날려 버렸다.
“……!”
때마침 급습하듯 다가온 폭굉을 소지한 신자 하나.
팟!
동시에 펼쳐진 광휘의 이형환위.
콰아아아앙!
이번에도 그는 정확히 피해 냈다. 폭풍과 열기 속을 빠져나오며 다른 신마와 신자 사이로 질풍처럼 달려들었다.
쇄액! 쇄액! 쇄액!
숨 몇 번 쉴 사이에 무려 스무 명이 넘는 은자림을 혼자서 도륙해 낸 것이다.
“저런 미친!”
상황을 주시하던 저두가 욕을 내뱉었다.
저건 빠르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리 이형환위라고 해도 저럴 수 없었다.
그냥 앞으로 달려가는데 환영이 무려 여섯 번이나 나타났다.
본래 이형환위는 한순간 극도로 빠른 움직임과 방향 전환으로 환영에 가까운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누가 저걸 보고서 이형환위라 말할 수 있겠는가.
“약묘!”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백령귀가 소리쳤다.
그러자 약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
파파파팟.
양쪽에서 신자들이 달려들었다.
광휘가 우측으로 움직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
죽이기도 전에 신자의 몸에서 불꽃이 먼저 터진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쿨럭!”
열기와 함께 광휘가 뒤로 튕겨 나왔다.
이번에는 정통으로 맞았다. 충격파로 인해 입가에 진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휘청!
그는 몸을 다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저 여인을 죽여야 한다.’
신수는 확실히 골치 아픈 상대였다.
여기 모인 수많은 이들을 손발처럼 조종할 수 있는 자. 광휘 자신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모든 방향에서 착시를 일으킬 수는 없다.
어디선가는 궤적이 보일 것이고, 멀리서 순차적으로 자폭의 지시를 내리면 당할 수밖에 없다.
폭굉을 든 신자의 가장 큰 약점이 부족한 자아인데, 그게 보충되면 신마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퉤.”
광휘가 입가의 피를 뱉으며 재차 여인에게 질주했다.
파파파파팟.
그러자 주위에 있던 신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그리고 조금 전처럼 광휘가 지근거리에 도착하자 알아서 자폭해 버렸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광휘도 두 번 당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터라, 그 전에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스스로 죽게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신마가 문제였다.
패애액! 패애애액!
이형환위를 쓴 후, 잠시 느려지는 그 지점을 포착해 마공을 뿌려 대자 광휘로서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파파팟.
이를 악문 광휘가 엄청난 높이로 도약했다.
피유유유육!
그 모습을 본 주위의 신마들이 기회들이 저마다 마공을 뿌렸다.
동시에 폭굉을 든 신자 두 명이 같이 따라 뛰며 광휘와 맞닿는 지점에서 자폭하자.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광휘의 몸은 거대한 폭발에 휘말렸다.
*
“또 허상이라니!”
진숙공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번에는 당연히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허공을 밟고 공중으로 치솟던 상대가 다시금 이형환위를 쓸 줄이야.
“믿을 수가 없군. 저게 가능하다니…….”
재차 진숙공의 짤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허공을 계단처럼 밟고 올라서는, 경신술의 극의라는 허공답보 중에.
또 한 번 빠른 움직임으로 허상을 만들어 내는 이형환위라니. 전혀 다른 두 가지 절기를 동시에 펼쳐 보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대체 어떤 무공을 익혔기에…….”
허공답보는 그렇다 하더라도 이형환위는 디딤축, 즉 지면을 밟는 탄력으로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저자는 허공을 밟으며 이형환위를 펼쳐 냈다.
진숙공은 아무리 봐도 절세의 경신법 두 가지를 연속적으로 펼쳐 보이는 지금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경천동지할 무위도 무위거니와 그것을 뛰어넘는 발상과 임기응변이라니.
콰카카캉! 쇄애애액! 콰카카캉!
그사이 광휘는 차츰차츰 여인과 거리를 좁혀 갔다.
신자들이 폭굉으로 불꽃의 진을 치고 신마들이 몸으로 벽을 쌓으며 대비하고 있었지만 허공답보와 이형환위로 단번에 뚫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약묘란 여인 앞에 다다랐을 때.
피유유육.
기다란 실선과 함께 날아오는 암기의 소리를 들었다.
“……!”
검을 세워 받아치려던 광휘가 직감적으로 멈칫했다.
우득!
그의 허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이고,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며 피해 내자.
퍼퍼퍼펑!
사선으로 날아온 암기가 땅에 파고들어 몇 번의 불꽃을 튀기며 뒹굴었다.
‘석궁?’
광휘가 바닥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석궁용 화살. 그것도 화약으로 개조된, 불꽃을 머금은 활.
만약 받아쳤다면 화약이 폭발하며 얼굴 쪽을 덮쳤을 개량된 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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