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family's escort warrior RAW novel - Chapter 43
43. 정말 감사합니다. 제 호위무사님.2015.04.01.
턱.
묵객을 향해 달려가던 광휘가 동작을 멈췄다.
발걸음 소리가 들린 것이다.
누군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 여기 계셨네요?”
장련이었다.
광휘는 이미 검과 도를 회수한 상태였다.
“왜 여기 계세요. 오늘 하루는 제가 쉬라고 그렇게 일렀더니!”
“…….”
묵객과 달리 광휘는 별다른 표정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응? 묵객께서도 여기 계시네요.”
장련이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묵객을 바라보았다.
철컥.
장련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묵객은 급히 단월도를 자루에 집어넣었다.
괜히 오해를 사선 좋을 것이 없었다.
“하하하. 소저. 이 밤중엔 무슨 일이오?”
“아, 이거요?”
장련은 손에 들고 있는 걸 내보였다.
“오늘 제가 한번 만들어봤거든요. 한번 보여드리려고 묵객님을 찾다가…….”
묵객의 시선이 죽립으로 향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럴듯한 죽립을 들고 있었다.
“곧 위험한 일을 하시러 가시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해서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하다가 부족한 솜씨로나마 만들어봤어요.”
“무슨 소리요. 소저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시고 계시오. 그리고 부족한 솜씨라니.”
묵객은 다가와 그녀가 만든 죽립을 보고 말했다.
“음. 적당히 크기도 좋고. 손질도 잘되어 있구려. 좋은 솜씨요. 아주.”
“정말요?”
장련은 웃음빛을 띠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서 있는 광휘를 향해 물었다.
“무사님도 한번 봐요. 잘 만들었죠?”
광휘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묵객과 그를 보며 활짝 웃는 장련이 보였다.
광휘는 미간을 찡그리며 짧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별로요.”
“네?”
반문하는 장련에게 광휘는 답하지 않았다.
곧장 걸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장련은 광휘가 사라진 길을 멍하니 바라보다 묵객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아니오.”
“그런데 왜 저럴까요?”
장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저 형장이 저렇지 않소. 신경 쓰지 마시오. 날씨도 좋은데 좋은 정자 한 곳에서…….”
묵객은 왠지 모르게 변명해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다음에 봬요. 더 만들어야 하거든요.”
장련은 생글 웃으며 그렇게 갔다.
“정이 없구만. 정이…….”
그 모습에 묵객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그는 광휘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읊조렸다.
“우검좌도라……. 우검좌도. 맹에 그런 인물이 있었던가?”
*
끼익끼익.
촤아악-!
“…….”
끼익끼익.
촤아악-!
해가 중천으로 향하는 사시(巳時, 9시-11시)
광휘는 우물물을 머리에 끼얹고 있었다.
반 각이 지나자 잠시 쉬던 광휘는 또다시 우물물을 머리에 끼얹었다.
한 시진 전 광휘는 이곳에 나와 이 같은 행동을 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지 이곳을 떠나지 않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
이제 끝난 것일까.
광휘는 우물 옆 터럭바위에 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자신을 손을 내려다보았다.
‘멈췄는가?’
조금 전까지 떨리다 말다를 반복하던 손이 더는 떨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광휘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발작이 일어났다. 술로 달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가 다음으로 찾은 것이 바로 차가운 냉수를 머리에 끼얹는 것이었다.
‘이 몸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술이 더 이상 몸을 진정시키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발작을 멈출 수 있는 것일까.
멈출 수 없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뚝뚝뚝.
광휘는 머리카락에 머금은 물기를 두 손으로 쥐어짰다. 그리고 우물가를 벗어나 장련이 있는 거처로 이동했다.
“장련 아가씨의 손재주가 괜찮소?”
“그러게 말이오. 시중에 파는 것보다 더 잘 만들었소. 이것 보시오. 내 머리와 딱 맞지 않소?”
황진수가 죽립을 머리에 쓰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곡전풍은 눈을 찌푸렸다.
“그만하시오. 그 좁은 구멍이 터지려고 하고 있소.”
“무슨 섭섭한 소리요? 소인의 머리가 얼마나 작은데 그러시오? 자, 보시오.”
“그렇게 집어 눌리니까 들어가지 말이오. 소인은 이렇게 슬쩍 올려놓아도 들어가오.”
우쭐대는 곡전풍에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황진수가 구겨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곡 대협께서는 얼굴이 말처럼 얼굴이 기니까 유리한 것이 아니오?”
“바, 방금 뭐라고 했소?”
“왜 내가 틀린 말을 했소?”
서로 눈이 마주치자 곡전풍과 황진수가 갑자기 으르렁댔다.
아침에 장련이 건네준 죽립이 평온하던 이들의 관계를 깨트린 것이다.
“좋소. 능 형께 물어봅시다.”
“그럽시다!”
그들은 옆에서 양지바른 자리에 앉아 말없이 죽립을 보는 능자진에게 다가섰다.
“능 형. 보시기에 누구의 정수리 부분이 큰 것 같소?”
“잘 보시오. 정수리만 보시지 말고 전체적으로 말이오.”
“…….”
능자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기다렸다는 듯 황진수와 곡전풍은 서로 얼굴을 자신 쪽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빨리 뭐라고 말 좀 해보시오.”
“지금 확실히 정해 주시오! 제가 작지요?”
황진수와 곡전풍은 답을 반드시 받아내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 뭐라 설명할 길이 없군.’
그 모습에 능자진은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보기엔 둘 다 큰 것 같은데 그 말을 했다간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능지진이 바닥에 시선을 내리깔고 있을 때였다.
“광 호위?”
황진수가 의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능자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오랜만입니다.”
황진수가 몇 걸음 달려 나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광휘는 그런 황진수의 얼굴을 바라보다 자연스레 시선이 위로 향했다.
“아, 이거요? 장련 아가씨가 준 겁니다. 아침에 오셔서 주고 가셨소.”
광휘는 별다른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능자진을 확인한 광휘가 짧게 목례를 했다.
“신세를 졌소.”
“아닙니다. 광 대협.”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그때 그의 행색을 훑어보던 황진수가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광 대협은 받지 못했습니까?”
“……?”
“죽립 말입니다. 장련 아가씨가 호위무사들에게 준다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때 곡전풍이 끼어들었다.
“방각대사는 거절하지 않았소?”
“그분은 원래 스님이니까 그렇지요.”
“무슨 소리요? 스님이라도 죽립은 쓰오.”
“스님이 왜 죽립을 쓰오?”
“그럼 황 대협은 스님이 왜 죽립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거요?”
“소림사 안 가봤소? 그곳에서 스님들이 쓰는 것 봤소?”
“그거야 소림사니까 그렇지요. 황 대협은 시주 한번 해보신 적 없소?”
“무슨 소리요? 거기서 시주가 왜 나오는 거요?”
둘은 또다시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애도 아니고…….”
능자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젓고는 광휘를 고개를 숙였다.
광휘가 한 번 더 예를 표하고는 그렇게 그들을 지나쳐갔다.
*
“소저. 광휘요.”
광휘는 장련의 거처 앞에서 말을 걸었다.
몇 번의 물음에도 안은 조용했다.
광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디 갔는지 방 안에는 장련이 보이지 않았다.
방은 대부분 정리되어 있었다.
석가장이 왔을 시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한쪽에 꾸려놓은 짐도 보였다.
그리고 죽립 하나가 한곳에 올려져 있었다.
광휘는 천천히 걸어가 죽립이 놓여 있는 곳에 섰다.
“그런데 광 대협은 받지 못했습니까?”
조금 전 사내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방각대사는 거절하지 않았소?”
그 말에 광휘는 죽립을 슬쩍 들어보았다.
잘 어긋매껴진 대나무가 보였다.
‘나는 왜…….’
광휘가 읊조리듯 말했다.
그러다 문득 등 뒤, 세워져 있는 면경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가 오늘따라 너저분해 보였다.
스윽.
죽립을 천천히 손으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몇 걸음 걸어 면경 앞으로 다가갔다.
스윽.
광휘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았다. 그러고는 죽립을 들어 정수리에 눌렀다.
“괜찮군.”
나쁘지 않은 모습에 자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언제 왔어요.”
“헛!”
순간 들리는 인기척에 광휘는 죽립을 급히 화장대에 놓고는 한 걸음 물러섰다.
평소 표정이 없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왜 이렇게 놀래요?”
“아, 아니오.”
장련이 웃으며 다가오자 광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 게 아닌데요? 뭔가에 엄청 놀란 것 같은데요?”
“누가 놀랐다는 말이오. 난 전혀 놀라지 않았소.”
“그래요?”
“흠흠.”
광휘는 장련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잠시 나가 있겠소.”
광휘는 상황을 모면하려는지 급히 문 쪽으로 이동했다.
“이거…… 보시려고 들어온 거예요?”
순간 광휘가 멈칫했다.
장련이 화장대 위에 놓인 죽립을 가리키는 모습을 본 것이다.
“무슨 말이오. 그런 건 관심 없소.”
그 말에 장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별로라고 하셨으니.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거예요. 쓰지는 않았을 거고…… 그쵸?”
“물론이오. 그건 대단히 별로인 물건이오.”
“그래요.”
광휘가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장련의 이어진 말에 또다시 움직일 수 없었다.
“참 이상하죠? 이 죽립은 제가 저곳에 놓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 왜 이곳에 놓여 있을까요?”
“난 모르는 일이오.”
“그렇겠죠?”
“당연한 말을 왜 자꾸 내게 묻는 거요!”
광휘가 언성을 높였다.
허나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급히 시선을 돌렸다.
잠시 난처한 상황이 흘렀다.
광휘가 다시 나가려 할 때였다.
“풋.”
갑자기 장련의 짧게 웃었다.
“푸풋. 하하.”
그러다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냥 무시하고 나가려던 광휘가 뭔가 답답했는지 돌아보며 물었다.
“왜 계속 웃는 거요?”
“아니에요. 그냥 웃겨서.”
“아니, 그러니까 왜 웃느냐 말이오.”
“전 웃지도 못해요?”
“아니 그러니까…….”
말을 하려던 광휘가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화를 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장련은 화장대에 놓인 비녀를 집어 들었다.
“이리와 봐요.”
“…….”
“참…….”
광휘가 말없이 서 있자 장련이 장포를 들었다.
“계속 들고 있게 할 거예요?”
광휘가 머뭇거렸다.
그러다 계속 재촉하는 눈빛에 등에 있는 도를 한쪽에 세워두었다.
촤악.
광휘가 장포를 입자 장련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화장대에 놓인 죽립을 든 채 광휘 앞으로 다가갔다.
“소저…… 이게 무슨.”
“금방 끝나요.”
당황한 광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장련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비녀를 입에 물고는 광휘의 머리를 매만졌다.
한곳에 모은 뒤 입에 물고 있던 비녀를 그곳에 꽂았다.
그러곤 머리를 다시 정리했다.
“우울한 날이 참 많았었어요.”
“…….”
“석가장의 칼날에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갔어요. 약초꾼, 땅꾼, 도부꾼…….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저희는 다 알고 있었어요.”
“…….”
“그랬기에 두려웠었어요. 한 번이라도 웃어본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요.”
광휘의 시선이 장련에게로 향했다.
“그러던 그때 당신을 만났었어요.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당신이 들어오고서부터 모든 게 변했어요.”
비녀를 꽂은 그녀는 죽립을 들었다.
“당신 때문에 묵객을 만날 수 있었고 당신 때문에 구룡표국을 설득시킬 수 있었죠. 그리고 오늘 아침 황가장도 우리와 동맹을 맺는다고 답장이 왔어요. 우리에게 희망을 준 사람…… 바로 당신이에요.”
장련은 광휘의 머리에 죽립을 올렸다.
“저희 세가에 와주셔서…… 계속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호위무사님.”
광휘의 시선이 장련의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광휘는 뭔가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어때요? 죽립 괜찮아요?”
“나쁘지 않소.”
“그쵸?”
장련은 한 발짝 물러서며 환하게 웃었다.
“이젠 나가셔도 돼요.”
“…….”
광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죽립을 한 번 더 매만지며 장련을 바라보았다.
“소저.”
광휘가 장련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을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지금이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네 무사님.”
“약속 하나 해주시오.”
“약속이요?”
광휘는 장련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에 말이오.”
“…….”
“만약에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
“날 너무 원망하지 말아주시오.”
장련은 당황한 시선으로 광휘를 보았다.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게 무슨…….”
그때였다.
“련아.”
문을 벌컥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광휘와 장련이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빨리 나오거라. 석가장이 움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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