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과 그 밑으로 늘어선 환한 조명들.
한성태는 조명이 비추는 도로에 있었다.
그가 탄 차는 부르릉거리며 당장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덩달아 한성태의 입가에도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칙…… 치직…… 스탠바이.
차에 달린 무전기에서 브리튼 리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곧 촬영이 시작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목소리.
그 소리에 한성태는 핸들을 꽉 말아쥐며, 자꾸만 올라가려고 하는 입꼬리를 억눌렀다.
“후우…….”
그는 자신이 지금 긴장하고 있는 건지, 흥분하고 있는 건지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엔진에 맞춰 두근거리는 심장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지만, 한성태는 그 두근거림이 좋았다.
이런 두근거림이야말로 제대로 운전하고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자신은 준비되었다며, 언제든지 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신의 메시지와 함께.
―……액션!
감독의 신호가 떨어졌다.
한성태가 모는 차가 한순간에 도로 위를 달려갔다.
부아앙!
빠르게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배기음 소리가 도로를 가득 채운다.
차 내부에 달린 카메라가 운전석을 찍었고, 카메라에 비친 운전석에는 ‘유’가 앉아 있었다.
폭군처럼 액셀을 밟으며, 기어를 잡은 손이 난폭하게 움직인다.
그의 손과 발이 움직이면서, 유가 몰고 있는 차의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칵, 카카칵.
드리프트를 할 때마다, 속도를 급격하게 낼 때마다.
기어를 잡은 손이 빠르게 움직였고, 그의 모습을 카메라가 전부 담아내었다.
위용위용!
뒤에서 경찰차가 따라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잡히면 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다.
라엘라가 도와줬던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경찰을 관뒀고, 경찰 중 도와줄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무엇보다 유가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믿는 건 자신의 친구들뿐.
그 외에는 모두 적이다.
그렇기에 유는 잡히지 않게 달렸다.
―7152, 7152는 당장 멈춰!
자신의 차 넘버를 말하는 경찰의 목소리에 유가 입꼬리를 올렸다.
잡히면 감옥행인데 멈출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는 멈추는 대신 드리프트로 그들을 추월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전히 경찰차가 따라붙었지만, 유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얼마든지, 경찰들을 따돌릴 수 있는 코스를 알고 있으니까.
‘보스턴은 내 구역이야.’
이곳은 보스턴.
그가 평생을 나고 자란 곳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보스턴에서는 그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보스턴의 도로 위, 스포츠카를 탄 유는 폭군이었다.
―칙…… 치직……. 앞에 다리를 넘어야 해. 할 수 있겠어?
무전기에서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라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도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칙……. 경찰이 다리에 따라붙었어! 다리는 무리야!
라엘라가 황급히 말을 덧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니엘과 그녀가 황급히 방법을 찾고 있을 때.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유가 입을 열었다.
“내가 유인할게.”
―치직……. 뭐? 미쳤어?
―유! 그건…… 치직…… 미친 짓이에요!
친구들이 그를 만류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부터 잘 들어. 내가 신호를 하면 그대로 도로를 질주해. 나는 내가 알아서 따라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을 구할 수만 있으면, 여기서 경찰들에게 붙잡혀도 상관없다.
그것도 의미 있는 희생이니까.
친구를 위해 감옥에 가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유는 바로 핸들을 틀었다.
다리를 채우기 시작하는 경찰들이 보였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경찰차들.
유는 그들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경찰차가 그를 피해 양쪽으로 나뉘고, 유는 바로 차를 꺾어 옆에 있는 도로로 따라 들어갔다.
그를 따라 경찰차들이 따라온다.
“지금!”
순간적으로 도로 위가 비고, 유의 신호에 차 두 대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경찰차 몇 대 따라붙었어. 그 정도는 따돌릴 수 있지?”
―칙……. 당연하지.
―집에서 봐요……. 치직…….
친구들은 그의 희생을 두고 더 말하지 않았다.
이미 일은 벌어져 있고, 유가 벌어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
유는 친구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웃음 짓고는 액셀을 꾹 밟았다.
미친 듯이 치고 달려가는 유의 차.
경찰차가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었지만, 유는 그 사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 모든 경찰을 따돌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유가 달린다.
어느새 200km가 넘어가는 속도.
바로 앞에 차가 있고.
‘부스터.’
니트로를 키자 그의 속도가 한순간에 확 높아졌다.
순식간에 300km를 넘어선 차에, 경찰들의 차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유, 멈춰! 그 앞은 벽이라고!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는지, 무전기로 다니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유는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서 멈추라고?’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지금 속도라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같은 레이서로서 어떻게 멈추라고 말을 하는 걸까.
‘레이서는 죽어도 달리면서 죽어.’
유는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말을 무시했다.
―미친! 멈춰, 멈추라고! 죽는다고!
다니엘이 욕하며 말리는 소리에도 유의 시선은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니엘이 말했던 건물의 벽이 보이고, 유가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익!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차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옆으로 치우쳐졌다.
큰 원을 그리며 달린 차가 아슬아슬하게 건물을 피해냈다.
부아아앙!
그 상태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차.
―커엇!
촬영이 끝났다는 소리와 함께, 한성태가 모는 차도 멈춰섰다.
“허억…… 허억……!”
그는 핸들을 꽉 잡은 채 숨을 거칠 게 몰아쉬고 있었다.
고무와 타르가 타는 듯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콜록콜록.
한성태는 기침을 내뱉으며 힘들게 참에서 내렸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액셀을 밟으면서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그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게 만들었다.
숨조차 멈춘 채 달리던 그 순간은 한성태에게 기묘한 감각을 만들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한성태는 ‘유’가, 아니,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되어 운전했었다.
그 감각은 한성태의 심장을 마구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당장 심장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센 두근거림.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오랜만에 즐거운 질주였다며, 만족스럽게 웃습니다.]신의 메시지를 보며, 한성태가 희미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여기야!”
“빨리 소화기 가져와!”
스텝들이 소화기를 들고 와 방금까지 한성태가 타고 있던 차의 바퀴에 분말을 뿌렸다.
흥분으로 시야가 좁아졌던 한성태는 그제야 자신이 타고 있던 차의 바퀴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괜찮아?”
“아……. 응.”
“미친놈. 너 방금 죽을 수도 있었어!”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는 옅게 웃었다.
그가 자신을 걱정하며 말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알아. 걱정시켜서 미안.”
“좀 적당히 하면 안 돼? 네가 연기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죽으면 좋아하는 연기도 못하고,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연기하다 죽으면, 배우로서 멋진 죽음이 아닐까? 그래도…… 조심할게.”
“하……. 너는 진짜…… 미친놈이야.”
로저스의 중얼거림에 한성태 어깨를 으쓱였다.
안다.
자신이 남들이 보기에 미쳐 있는 것처럼 느끼는걸.
하지만, 어쩌겠는가.
미칠 정도로 연기가 좋은데.
우웅.
잠시 휴식을 위해 자리로 돌아온 한성태의 스마트폰이 당장 전화를 받으며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에 떠오른 익숙한 이름의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람이 왜……?’
그는 전화를 받았다.
* * *
“파티 준비는 다 끝났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도미닉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야에 닿는 곳에, ‘본능의 질주’의 주연 중 하나인 레티가 있었다.
도미닉의 혈육이 아닌 가족이자, 소중한 동료.
그녀가 도미닉의 앞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기존에 있는 애들이랑 가볍게 할 거지?”
“응.”
“오랜만에 다들 얼굴 볼 수 있겠네. 요즘, 로만이 차 샀다고 온스타로 엄청 자랑하더라고. 한번 태워달라고 해야지.”
그녀의 말에 도미닉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로만도 본능의 질주의 동료 중 하나로, 최근에 차를 수집하는 버릇이 생겼다.
레티도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새 멤버 안 받을 거야? 지금 멤버도 좋지만, 슬슬 빈자리를 채워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한 사람 새로 초대했어.”
“……뭐?”
도미닉의 말에 레티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가 물은 거기는 하지만, 농담 삼아 한 말이었다.
실제로 새로 사람을 추가할 마음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아주, 가끔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을 초대하는 거 빼고는.
기존에 있는 멤버들로도 충분했으니까.
무엇보다 그녀가 말한 빈자리의 의미를, 도미닉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괜찮은 배우가 있거든. 너도 보면 좋아할 거야.”
“누구길래.”
레티의 질문은 도미닉에게 닿지 못했다.
우웅.
도미닉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그는 이름을 확인하기 무섭게 웃으며 바로 전화를 받았으니까.
“루나, 네가 먼저 다 전화하고 무슨 일이야?”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뭐 하고 계세요?
“지금 레티랑 파티 이야기하고 있었어. 너도 올 거지?”
―가야죠. 제가 파티 안 가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없지. 이번 파티는 기대해도 좋을 거야. 좋은 배우가 새로 들어올 거거든.”
―좋은 배우요?
“어, 본능의 질주 외전 찍은 배운데, 괜찮더라고.”
―삼촌.
“어?”
―그 사람 운전 잘해요?
루나의 말에 도미닉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그의 핏줄인가.
“잘해. 네 아빠만큼이나.”
루나 워커.
그녀도 차에 미친 사람이다.
* * *
―성태 씨, 영화 개봉 날짜 잡혔어요.
한성태는 최예찬과 통화하는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건 최예찬은 ‘그가 온다’의 개봉 날짜가 잡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잔뜩 신난 목소리에 한성태의 입가에도 미소가 서린다.
최예찬의 목소리가 좋다는 건, 그만큼 결과물이 좋게 나왔다는 거였으니까.
―성태 씨 덕분에 좋은 장면 많이 만들어졌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백만도 넘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잘됐네요. 다 같이 고생했으니까요. 반응 좋으면 좋겠어요.”
최예찬의 말에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말했다.
―개봉되면 보러 와줄 수 있죠? 티켓 보내줄게요.
“물론이죠. 그때 무조건 갈게요.”
자신이 출연한 게 아니더라도 지인이 만든 영화인데, 당연히 보러 가야지.
최예찬과 대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은 한성태는 다음 촬영을 위해 걸음을 옮겼다.
세트장에 올라가려는 그에게 브리튼 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한, 오늘 손님이 오는데 괜찮죠?”
“손님이요?”
“네, 기대해도 좋아요.”
그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손님이길래 기대를 하라고 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브리튼 리는 말해주지 않았다.
의문 속에서 촬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