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9)
돌연변이 -1-
나는 꼼꼼히 방어막을 살폈다.
그러다 있는 힘껏 주먹을 꽂았다.
꾸웅!
방어막이 굉음을 내며 흔들렸지만 금 하나 가지 않았다.
[거인의 힘][금강체][불사] [마력혼][실전 격투][강타]이 상태에서 주먹을 날렸는데도 불구하고.
3레벨 방어 전사가 전개한 마력 방어막도 깨뜨릴 일격.
거의 5레벨 방어막은 된다는 얘기다.
“좋네요.”
“그렇지요? 전 집주인도 여기서 오래 사셨습니다. 그분도 전사 계열 초인이셔서 전사 계열 초인에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셨지요. 이번에 강남으로 이사 가시느라 급전이 필요해서 내놓으신 거지, 안 그랬으면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대형 단독 주택.
아니, 주택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집과 정원을 합치면 200평이 넘는 크기.
수영장, 미니 영화관, 골프 연습장이 설치되어 있고 상당히 큰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수련실?
그 수준이 아니다.
비밀 연무장이라고 해야겠지.
서우진네 집에서 봤던 연무장만큼이나 좋은 시설이 지하 깊숙이 갖춰져 있었다.
보안도 엄청나다.
보안 요원을 상주시키는 것도 가능.
여기에 성역에 저택 방어막에 방어 드론에…….
이 세상 귀족의 정석적인 저택이란 느낌이다.
“고용인은 쓰지 않으시겠다고요?”
“예. 주기적으로 관리만 해 주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저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이런 저택은 의외로 손이 많이 갑니다.”
“전 보안만 좋으면 됩니다. 보안 요원 대신에 골렘이랑 마법 정령을 놔둘 예정입니다.”
저택에 성역은 이미 있다.
나는 지하실에 국한하여 성역 하나를 더 설치할 생각이었다.
김사제한테 받은 신상을 놀릴 필요는 없잖아.
옛 아버지 교단이 나를 여전히 탐내는 이상, 하나라도 더 대비해 두는 게 좋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주일에 한 번만 관리인들을 보내서 청소하고 수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하에는 안 와도 됩니다. 지상층만 관리해 줘도 충분해요.”
“네, 초인님.”
최 소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벅찬 얼굴로 저택을 둘러보았다.
무려 300억짜리 저택.
건물 면적만 200평에 가깝다 보니 침실이 5개에 욕실이 3개나 된다.
백미는 지하실.
전 주인이 어떻게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빈공간이 비밀 연무장의 2배나 되는 크기로 준비되어 있었다.
“저긴 차고로 써도 좋겠습니다.”
“차 좋아하시는 분은 그렇겠죠. 전 차를 별로 안 좋아해서…… 아 참, 저번에 차 부순 건 죄송합니다.”
“네? 에이, 그거야 제가 초인님한테 그냥 드렸던 건데요 뭘. 그 차 덕에 초인님이 위험을 잘 넘기셨다고 하니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수리 다 됐으니까 차고에 놔두고 가겠습니다.”
“매번 고맙습니다.”
차뿐만이 아니다.
내가 부탁한 건 더 있다.
최 소장이 스마트폰을 조작해 내가 부탁한 설비 목록을 불러 왔다.
“필요하신 게 정밀 측정 장치, 마법 정령 컴퓨터, 엘릭서 욕조, 재구성 영약 레시피, 이렇게 넷 맞지요?”
“정확합니다.”
게임에서 한계 돌파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를 퍼먹이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경험치 바가 깨지고 레벨 표기가 부서지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가끔 한계 돌파 실패로 [폐인] 디버프가 걸렸지만 마력천 욕조나 휴양지에 박아 놓고 잊어버리고 있으면 회복되었지.
문제는 여기가 게임 속이 아니고 나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
폐인 디버프에 걸리면 정말로 곤란하다.
최소한 몇 달은 정양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내겐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거의 0레벨 캐릭터만큼 약해지는데 무슨 놈의 휴양이야.
최 소장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초인님은 7레벨까지는 무난하게 가시지 않을까요? 신열도 극복하시고, 마력 회로 중첩도도 6중 회로로 나오셨잖아요.”
SSR급 아니냐는 물음.
태생 N급의 성장 한계가 4레벨이라면 R급은 5레벨, SR급은 6레벨, SSR급은 7레벨이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4레벨이 된 후, 저는 제 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의외네요.”
“어쩌면 제가 너무 빨리 성장한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필요한 게 재구성 영약이다.
게임에서는 레벨 올릴 때 넥타르만 먹였지만 이 세상에서는 넥타르 법제, 특성 영약을 마시는 게 상식인 것과 비슷하다.
한계 돌파에 최적화된 영약.
폐인이 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춰지는 기적의 약.
“네 가지 다 주문은 해 놨습니다. 그나저나 깜짝 놀랐습니다. 건우봉 집에 마력천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저번에 보셨잖아요.”
“그때는 초인님이 따로 주문하신 줄 알았죠.”
건우봉에서 청소부 협회와 싸운 직후, 나는 집에서 공수한 마력천 물에 몸을 담그고 기절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내가 미리 물을 빼놨었구나.
지하 수련실까지 개방하진 않았지.
“제자분들께서 좋아하시겠습니다. 집을 파시진 않을 거죠?”
“당연하죠. 마력천 가치만 해도 엄청납니다.”
수십억 하는 엘릭서 욕조를 사지 못했다면 차라리 지하실 확장 공사를 하는 선에서 끝냈을 것이다.
설비가 착착 들어왔다.
빈 곳에 측정 장치가 설치되고 엘릭서 욕조도 자리를 잡았다.
슈퍼컴퓨터보다 큰, 대형 IT 회사의 서버실을 연상시키는 마법 정령 컴퓨터도 설치 완료.
재구성 영약 레시피를 마법 정령 컴퓨터에 입력한 후 사람들이 싹 빠져나갔다.
“정신없네.”
이사 완료.
두 번째 집이다.
게임에서는 건우봉 집을 거쳐 철권 타워로, 송파구 마천루로 옮겨 가니 인연이 없었던 장소.
내 힘으로 마련한 집이란 생각에 저절로 힘이 났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사하고 설비 설치한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빨리 레벨을 올려야 한다.
여러 상위 특성이 있어서 5레벨보다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레벨을 올리는 게 성장의 첫 번째 조건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특성은 결국 레벨에서 오는 기본 능력치에 곱연산으로 작용하니까.
파팟!
5레벨 마력핵을 넣고 작동시키자 컴퓨터가 부팅된다.
SSD보다 빠른 속도.
단 0.1초만에 부팅 완료되어 또렷한 형상이 떠올랐다.
투명 나비 날개를 단 손바닥 크기의 소녀.
페어리 형태 마법 정령이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을 보조하기 위해 태어난 마법 정령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우선 저택 시스템 장악하고 보안 레벨 최고로 올려.”
[넷!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지상 3층, 지하 5층 소규모 저택 입력되었습니다. 보유한 전산 자원 마법 정령 컴퓨터 1대, 보조 컴퓨터 10대, 정밀 측정 장치 1개, 스마트 TV 2개, 스마트 냉장고 4개, 스마트 에어컨 10개, 스마트 침대 2개, 엘릭서 욕조 1개, 개인 태블릿 PC 없음, 검색된 스마트폰 1대…… 스마트폰도 연결할까요?]“연결해.”
[넷! 연결 속행합니다. 성역 2개, 방어막 3겹, 보안용 전투 골렘 10기, 방어 드론 20기, 자동화 방어 기관총 25정, 비밀 CCTV 25개, 정규 CCTV 25개, 클레이모어 50개…….]솔직히 말하면 과화력이다.
하지만 나는 강박증에 가깝게 보안 시설을 설치했다.
돈도 많이 들었지.
지금까지 모아 둔 돈을 이 집에 거의 털어 넣었을 정도로.
[모든 동기화가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주인님의 저택은 제가 관리합니다.]“좋아. 정밀 측정은 언제 시작할 수 있지?”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바로 시작하자.”
측정 장치에 들어갔다.
커다란 유리관처럼 생긴 측정 장치.
이내 장치 전체가 빛나며 나를 샅샅이 비췄다.
바로 앞에 설치한 초대형 모니터에 결과가 실시간으로 전송되었다.
붉은 인체 그림 위 파란 마력 회로가 죽죽 그어졌다.
거미줄처럼 복잡하던 마력 회로가 하나하나 분리되더니 말풍선이 쭝쭝 뜬다.
[4레벨] [전사 계열] [6중 회로] [근골격계 – 거인] [근골격계 – 금강] [회복계 – 불사] [마력계 – 영혼] [마력계 – 시구르드] [전투계 – 호왕검법]이런 식으로 표기가 되네.
내가 유리관 안에서 팔짱을 끼고 보고 있자 마법 정령이 살랑살랑 날아왔다.
[주인님. 재구성 영약 맞춤 설계 시작할까요?]“어, 그래. 데이터는 충분해?”
[예. 삼위일체 영약과 더블 파워 영약을 잘 조합하여 만들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굳이 비싼 마법 정령 컴퓨터를 산 이유.
재구성 영약 레시피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밀 측정 다시해 봐.”
내 특성 전환 능력.
특성을 싹 다 바꾸었다.
그러자 화면이 재출력되며 새롭게 바뀐다.
[4레벨] [전사 계열] [6중 회로] [방어계 – 마법] [방어계 – 불굴] [감각계 – 육감] [감각계 – 통찰] [전투계 – 실전] [전투계 – 총잡이]완전히 달라진 마력 회로.
마법 정령이 빽빽거리며 경고음을 냈다.
[오류! 오류! 마력 회로 측정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재측정에 들어갑니다. 재측정 시작!] [오류! 오류! 마력 회로 측정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재측정에 들어갑니다. 재측정 시작!]몇 번을 반복한 다음에야 날 빤히 보는 마법 정령.
나는 집게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유출하면 안 된다. 알겠지?”
[넷! 주인님. 저는 주인님한테 완전히 귀속된 정령이라 정보 유출은 아예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인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내 능력이야. 난 마력 회로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가 있어.”
[그게 가능해요? 제 데이터에는 없는 능력이에요.]“직접 봤잖아.”
나는 특성을 몇 번 더 교체했다.
그때마다 측정 장치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심지어 체형이 변하는 것도 보여 주자 마법 정령이 드물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킹 불가에 해킹되면 즉시 자신을 삭제하는 마법 정령이 아니었다면 절대 밝히지 않았을 일.
마법 정령이 화면 한쪽에 띄워 놓은 재구성 영약 레시피를 보다가 꾸깃꾸깃 던져 버렸다.
[주인님은 평범한 재구성 영약을 드셔서는 안 되겠어요.]“그렇지?”
[네. 삼위일체 영약에 더블 파워 영약을 더하면 그쪽 방면으로만 특화돼요. 하지만 주인님은 근골격계와 마력계, 회복계, 전투계 능력만 있는 게 아니시잖아요. 방어계는 포함되겠지만 감각계와 이동계 능력은 제대로 활용하시기 힘들 거예요. 아, 제작계도요.]솔직히 털어놓길 잘했다.
내가 가장 잘 쓰는 건 역시 거인의 힘이나 금강체 등이지만 총잡이와 탐지 계열 특성도 잘 활용하고 있으니까.
총잡이나 육감, 통찰 같은 게 약해지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제작계도 그렇지.
나중에 장인이든 약사든 조합할 생각이니까.
[주인님의 능력을 모두 알려 주세요. 범용적으로 쓸 수 있게끔 재구성 영약을 설계하겠습니다.]“오케이. 우선…….”
하나하나 꼽아 본다.
우선 상위 특성은 [거인의 힘][금강체][불사][불굴][마법 저항][실전 격투][총잡이][육감][호왕검법][시구르드 연공법] 이렇게 11개.
범용 특성과 계열 특성을 다 포함하면 어떨까?
답은 136개.
장비에만 있고 이식하지 못한 격노나 탐지, 신속 같은 걸 다 빼도 그랬다.
[……136개요?]“어.”
[주인님 능력이 136개라고요?]“그렇다니까.”
[와, 와아, 와아아…….]갓 태어난 마법 정령인데도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
한참을 눈을 떨던 마법 정령이 겨우 진정했다.
[그거 다 알려 주세요.]“알았어. 우선 거인의 힘이랑…… 아니다. 보여 줄게. 그게 더 낫겠다.”
하나하나 특성을 장착하며 정밀 측정을 시행했다.
한 번에 특성 하나.
총 136번의 정밀 측정.
처음에는 6개씩 묶어서 하려고 했는데 몇 번 하더니 마법 정령이 요구한 거였다.
하나만 장착해야 마력 회로가 제대로 보인다고.
거의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보조 컴퓨터 10개가 돌아가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마법 정령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고개를 갸웃하고, 볼을 부풀리면서 내 측정 결과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와…… 주인님 진짜 엄청나네요. 어떻게 특성 바꿀 때마다 몸이 그렇게 막 늘어났다가 줄었다가 해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하하하.”
[진짜 다른 사람 같다구요. 마력 패턴도 바뀌고 뇌파도 변하고 세포도 달라져요.]“진짜? 그런 것까지 보여?”
“그건 좀…… 너무 비싸서 말이지.”
[나중에는 꼭 구해 주세요. 그런데 특이하네요.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셨는데 벌써 초인의 벽에 부딪히셨어요. 몸이 자꾸 바뀌어서 그런가? 마력 회로가 확장될 공간이 없네요.]그야 태생 N급이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고 쓰게 웃었다.
마법 정령이 모니터 앞으로 날아가 두 팔을 활짝 펼쳤다.
화면이 136개로 분할되며 마력 회로 136개가 바둑판처럼 늘어섰다.
입을 삐죽 내밀며 계산하는 마법 정령.
[삼위일체 영약이나 더블 파워 영약은…… 썼다간 너무 편중되니까 패스. 주인님도 지금 능력 계속 갖고 가실 거라고 하셨죠?]“응. 어떤 한 분야에 150% 능력을 내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120%, 아니 110%만 돼도 만족해.”
[전 분야 만능이요? 우리 주인님 욕심이 많으시네요. 천겁지고좌 영약을 참고해야겠어요.]“천겁지고좌 영약?”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영약이에요. 전설에 나오는 천겁지고성이라는 축복에서 따온 이름이죠. 전사, 강화병, 마법사, 사제 전 계열 재능을 아울러 강화하는 영약이에요.]“나랑은 안 어울리겠다.”
[네. 주인님은 엄연히 전사 계열이시니까요. 관건은 전사 계열에 특화되어 있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초능력에 일정 이상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건데…….]구아아앙!
컴퓨터가 제트기 이륙하는 소리를 냈다.
저러다 과열되어 터지는 거 아닐까 싶을 지경.
마법 정령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에어컨을 풀로 틀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계산이 끝났다.
[주인님! 완성했어요!]“고생했다.”
[그런데 재료가 조금 많이 들어가는데 괜찮을까요?]“얼마나 들어가는데?”
마법 정령이 허공에 양피지를 출력했다.
기껏해야 불사조 심장이나 천둥 이무기 뿔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엉뚱한 재료가 튀어나왔다.
[거인 돌연변이 마력핵] [악마체 돌연변이 마력핵] [야차 돌연변이 마력핵] [천둥새 돌연변이 마력핵]돌연변이 마력핵.
일반적인 변이체와는 다르다.
인간의 이성을 유지한 돌연변이들.
현대에 비로소 인권을 인정받은 존재.
그들의 심장을, 마법 정령이 내 재구성 영약에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