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
김전사가 되다 -1-
김전사가 되다
끼이이익!
도로 긁히는 소리.
번쩍!
급격히 커지는 불빛.
그리고 충격.
어마어마한 힘이 전신을 덮쳤다.
몸이 찢어지는 통증에 비명이 터졌다.
“으아악!”
상체를 벌떡 일으키자 맞은편 침상에 앉아 있던 중년 아저씨가 멀거니 쳐다본다.
“뭐야. 악몽이라도 꿨어?”
“어······ 여긴 어딥니까?”
“어디긴. 병원이지.”
병원?
이게 무슨 소리야.
주위를 둘러보자 TV로나 보던 병실이 시야에 들어온다.
흰 벽, 흰 천장, 몰개성한 수납장.
그리고 적당히 배치된 환자 침상도.
“어?”
나도 붕대를 칭칭 감은 채 환자 침상에 누운 상태.
왜 이러나 싶어 팔을 들려다가 끄응, 신음을 내뱉었다.
움직이려고 하자마자 찌릿한 통증이 올라온 까닭이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맞은편 아저씨에게 묻자 아저씨가 쯧쯧 혀를 찼다.
“기억 안 나나? 자네 교통사고 났었다던데.”
“교통사고요?”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의사들 회진할 때 얻어들었지. 간호사라도 불러줘?”
“예. 부탁드립니다.”
“어이! 보쇼! 여기 전사 씨 일어났수!”
어린 간호사 하나가 들어와선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전사 님! 깨어나셨네요!”
“어······ 저 말씀이십니까?”
“네! 잠시만요. 주치의 선생님 모셔 올게요.”
이상하다.
나를 왜 김전사라고 부르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침상 뒤쪽에 시선이 갔다.
환자용 이름표가 보였다.
[M/22] [김전사] [뇌진탕, 흉곽 전벽의 타박상]김전사?
이름이 왜 저래?
내 이름이 아니잖아.
의문도 잠시.
가운 입은 의사가 들어와서는 펜라이트를 들이댔다.
“동공 반사 좋으시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름이요? 김준수요.”
“개명하신 겁니까? 접수는 김전사로 되어 있습니다만.”
“김전사 님 맞아요. 경찰에서 확인해줬어요.”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속으로 질문을 던질 때, 간호사가 침상 옆 미니 수납장을 가리켰다.
마침 수납장의 뻥 뚫린 공간에 낡은 지갑이 놓여 있었다.
그걸 열어 보자 세종대왕님 지폐 몇 장과 신용카드 하나,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니 저절로 머리가 아찔해진다.
[김전사]이름 석 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또.
주민등록증의 사진이 너무나 낯이 익었고.
바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던 그 김전사였다.
왼쪽 뺨의 흉터도 없고 보던 것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김전사!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전사 님이시라고요.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는 아시겠습니까?”
“5월 1일이요.”
“이런.”
의사가 난처하다는 듯 한쪽으로 눈을 돌렸다.
벽에 걸린 전자 달력.
5월 30일이라는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아시겠습니까?”
“병원이죠.”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구죠?”
별걸 다 물어보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대답했다.
“윤주열이요.”
“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몇 가지 잡다한 질문을 더 하더니 의사가 머리를 흔들었다.
“단기 기억상실증 같습니다. 덤프트럭에 정면으로 치었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게 용하지요. 내출혈도 없고 골절도 없으니까요.”
“덤프트럭이요?”
“네. 기억 안 나십니까?”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장면이 부유하듯이 떠오른다.
끼이익, 도로 긁히는 소리.
번쩍, 다가오는 불빛.
그리고 충격!
“으으윽!”
내가 머리를 싸매자 의사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장기 입원하시고 정밀검사해야겠습니다. MRI도 찍어야 하고 마법 투시 검사도 필요하고 할 게 많아요.”
“마법······ 뭐요?”
“정식으로 접수부터 하시죠. 보호자가 없다고 되어 있네요?”
“예.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에 전화했지만 모두 접수를 거부하셨습니다.”
“먼저 원무과부터 들르세요.”
의사는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빠져나갔다.
간호사가 등에 대고 꾸벅 인사하고는 김전사의 팔을 잡았다.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으윽, 네.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세요. 몇 분이 같이 사고를 당하셨는데 다른 분들은 모두 즉사하셨어요.”
“주, 죽었다고요?”
“네. 사고가 워낙 크게 나서요······ 김전사 님,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스테이션에 간이 원무과가 있어요.”
발을 내디디니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
억지로 다리를 옮겼다.
간호사 스테이션은 고작 십여 미터 앞.
고작 그 조금 걸었다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부축해준 간호사는 다른 병실로 쏙 들어가고, 스테이션에 앉아 있던 원무과 직원이 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교통사고 때문에 입원했다고 들었는데요, 접수부터 하라고 해서요.”
“아. 접수가 안 되어 있으신가 봐요. 성함이?”
“김준······ 김전사요.”
“신분증도 같이 주시겠어요?”
눈치 빠른 간호사가 환자복에 지갑을 넣어놓았다.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주자 원무과 직원이 키보드를 후려갈겼다.
“사흘 전에 입원하셨네요? 응급실 비용, 입원 비용, CT랑 X-ray 촬영 비용, 주사랑 약, 식대까지 다해서 22,370,569원입니다.”
“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
2천 2백만 원?
장난해?
사흘 입원했는데 2천 2백이 말이 되냐!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본인 부담금이 2천 2백이에요?”
“보험 없다고 나오는데요. 보험 없으면 전액 본인 부담이죠.”
“보험이 왜 없어요?”
“없는데요? 전산에 안 떠요.”
“국민건강보험은요?”
“국민건강보험? 그게 뭐예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옆에서 일하던 간호사들도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본다.
원무과 직원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군단 보험이나 마탑 보험, 교단 보험 같은 거 없으세요? 신화생명이나 금오생명도 괜찮고요.”
“없어요······”
없는 게 아니라 애초에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다.
군단? 마탑? 교단?
그게 다 뭐냔 말이야.
‘아!’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케인 서울 설정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서울을,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네 갈래의 세력.
군단, 재벌, 마탑, 교단.
방금 원무과 직원이 말한 보험의 이름이 이들과 일치한다.
신화니 금오니 하는 것도 아케인 서울의 5대 재벌 중 하나였으니까.
원무과 직원이 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보험 없으신 것 같은데 결제는 어떻게 하실래요?”
“······카드 됩니까?”
“당연히 되죠. 할부 몇 개월로 해드릴까요?”
“무이자는 몇 개월까지 되죠?”
“네? 무이자요? 세상에 무이자 할부가 어디 있어요?”
또다시 숨이 턱 막혔다.
무이자 할부가 없다고?
어떤 가능성이 스멀스멀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애써 현실을 외면하면서 신용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12개월 할부로 해주세요.”
“12개월이면 49% 적용되서 33,332,147원이고 매달 2,777,678원씩 내셔야 해요.”
“이자가 그렇게 비싸요?”
“49%가 뭐가 비싸요? 저희는 병원이라 적게 받는 거예요. TV나 냉장고 안 사보셨어요? 기업에선 70%도 받아요.”
법정이자 한도 같은 거 없냐?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원래 알고 있던 세상이 저 멀리 도망쳐 버린 것 같다.
어떻게든 결제를 마치자 원무과 직원이 신용카드를 들고 흔들었다.
“지금 추가 입원 오더랑 검사 오더 떴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더 입원하실 거면 선납하셔야 해요.”
“어, 얼마나요?”
“MRI랑 정신 분석, 마법 투시 검사까지 떴으니까 검사비만 3천만 원 조금 넘네요. 한 달 입원까지 하면 대충 1억 7천 넘을 것 같은데 10% DC해서 1억 6천으로 맞춰드릴게요.”
한 달 입원에 1억 6천.
정신 나갈 것 같은 소리다.
“됐습니다······”
“그럼 퇴원하세요.”
“퇴원요? 지금요?”
“하루 더 입원하시게요? 입원비가······”
“아, 퇴원할게요! 퇴원한다고요!”
온몸이 아프다.
상황 파악도 안 된다.
진저리를 치면서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제가 교통사고 피해자인데 보상 같은 건 안 나옵니까? 그, 가해자 측에서요.”
“그 사람도 죽어서요.”
“예에?”
“보험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요즘 누가 트럭 몰면서 보험에 가입해요? 무보험이고 가해자는 죽었고, 가해자 가족들도 다 상속 포기해서 방법이 없어요.”
“나라에서 나오는 것도 없고요?”
“없죠.”
매몰찬 한 마디.
상식이 실시간으로 거부된다.
국민건강보험도 없고 트럭 운전수는 무보험이었고 병원비 지원도 안 된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짐을 챙겨서 병원을 나왔다.
다행히 갈 곳은 있었다.
주민등록증에 기록된 주소, 신림동의 한 고시원.
끼기긱!
고시원 문을 열자 들리는 쇠 찢어지는 소리.
원래 세계의 고시원보다 더 낡고 더 볼품없었다.
공용 주방은 비좁았고 퀴퀴한 지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그래도 집이라고 1평짜리 방에 들어오자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좁다.”
원래 살던 고시원은 2평짜리였다.
2평에서 1평.
그 작은 차이가 마음을 더 옥죄게 만든다.
벽에 슨 곰팡이도 그렇고 다 썩은 미니 책상도 그렇고.
아무리 싸구려 고시원이라곤 하지만 너무한 거 아냐?
최소한 도배는 해주고 가구 정도는 갈아줘야지!
쾅쾅쾅!
항의라도 할까 생각할 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학생! 전사 학생! 안에 있어?”
“아, 네. 있습니다. 잠시만요.”
문을 열자 불독 닮은 아줌마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학생! 이번 달 월세는 언제 주려고? 벌써 두 달이 밀렸어! 석 달 밀리면 강제 집행 들어가는 건 알지?”
“아······ 보증금 안 남아 있어요?”
“진작 다 까먹었지! 하여간 언제 줄 거야? 일 안 해? 그리고 옷은 왜 그래? 얼굴에 붕대는 뭐고?”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서요.”
“교통사고?”
사납게 몰아붙이던 아줌마가 움찔하며 놀랐다.
“사고가 꽤 크게 났나 봐?”
“예. 죽은 사람도 있대요.”
“저런······ 보상금은?”
“못 받았어요. 가해자가 무보험이라서.”
“큰일 났네. 그럼 여태 병원에 있다가 온 거야?”
“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대요.”
“다행이네, 다행.”
사고가 난 걸 알아서일까?
아줌마의 태도가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어디 탈 난 곳은 없고? 다 건강하대?”
“네. 다행이죠 뭐.”
“그래. 젊은 사람은 몸이 재산인데 어디 아프면 안 되지. 입원까지 했으면 병원비가 꽤 많이 나왔겠어. 전사 학생은 보험 있나? 보험 없으면 병원비 그거, 정말 부담스럽거든.”
첫인상과 다르게 공감 능력이 좀 있는 사람인가 보다.
역시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제가 보험이 어딨겠어요. 한 달은 더 입원해야 한다는 거 그냥 나왔어요.”
“아니. 그럼 어떻게 해? 의사 선생님이 입원하라고 하면 입원해야지, 돈 없다고 그냥 나와?”
“어쩌겠어요. 돈 나올 구석도 없는데.”
“그렇단 말이지······”
아줌마가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내가 아는 병원을 소개해줄까?”
“소개요?”
“그래! 정식으로 면허증 걸고 진료하는 의사는 아닌데 실력 하나는 최고야. 우리 같은 신림동 토박이들은 다 그 선생님한테 간다니까? 저번에 207호에 이씨 아저씨 간경화도 내가 소개해서 치료했잖아!”
“치료비는 받으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치료비가 문제지. 그래도 평범한 병원보다는 훨씬 싸! 거의 삼 분의 일? 그 정도밖에 안 한다니까?”
삼 분의 일이라고 해도 많다. 오늘 결제한 금액이 3천 3백이니까 삼 분의 일이면 천만 원 이상.
아줌마가 뱀처럼 입맛을 다셨다.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뭔데요?”
“그 선생님은 치료비를 꼭 돈으로만 받지는 않아.”
“그럼 뭘로 받아요?”
“글쎄? 여러 가지 있지. 가장 좋은 건, 응······ 역시 의체 재료겠지.”
“의체 재료요?”
재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재료로 쓸 게 있나?
계좌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빈털터리일 게 뻔한데?
아줌마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정말 모르겠어?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사람 장기 말이야. 사람 장기!”
“예에? 장기라뇨? 농담이시죠?”
“전사 학생이 가진 건 그 젊은 몸뚱이밖에 없잖아. 월세도 밀리고 병원비도 빚으로 달아놓고 이대로 살 거야? 그러다 진짜 골로 가, 골로! 사람이 빚 무서운 줄을 알아야지! 차라리 각막 하나 떼서, 아니 눈알 하나 떼서 주고 몸도 치료하고 빚도 다 갚아버리는 게 낫지. 월세도 한 1년 선납해 버리고 말이야! 요새 인공 눈이 얼마나 좋게 나오는 줄은 알아? 마법 안구 아니라 광학 안구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어! 어떤 사람은 일부러 자기 눈 떼서는 인공 눈을 넣는다더라!”
“맙소사.”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정말로 맙소사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각막을, 눈을 떼서 팔라고 해?
이거 혹시 소개해준다는 의사도 무면허 돌팔이 아니야?
소름이 쫘아악 돋았다.
“나가세요!”
“어어, 어딜 손대?”
“다음 달에 월세 다 드릴 테니까 나가시라고요!”
“정말이지? 월세 준다고 했다? 지금 녹음하고 있어!”
“드린다니까요! 가세요!”
“월세 안 내놓기만 해봐. 진짜 강제 집행할 거야. 학생도 법원 집행자들 손 매서운 건 알지? 강제노역 끌려가기 싫으면 눈알이 아니라 신장이라도 팔아서 돈 마련해 놔!”
“가시라니까요!”
쾅!
겨우 문을 닫았다.
문밖에서 따발따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것들은 예의를 모른다느니, 지 생각해서 좋은 제안을 했는데 무시한다느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말.
한참을 그러다 쿵쿵대며 멀어진다.
몸에서 힘이 빠져서 벽에 기대고 겨우 주저앉았다.
“시발.”
진짜 시발이다.
설정으로만, 그래픽으로만 알았던 이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막장이었다.
[신은 죽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황금을 숭배하고 마도과학을 신앙하며,] [인류는 스스로 노예가 되었다.]아케인 서울을 처음 실행하면 나오는 나레이션.
대충 듣고 스킵한 그 나레이션을, 이토록 절절히 체험할 줄이야.
의체를 삽입하라고?
그게 그렇게 좋으면 자기나 하던가!
“후우.”
자, 이제는 인정하자.
자그마한 거울 하나 없는 살풍경한 방구석.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전면 카메라로 전환한다.
미니 책상에 적당히 기대놓고서 거울처럼 얼굴을 비춘다.
붕대로 칭칭 감싸서 눈과 코, 입만 덩그러니 보이는 얼굴.
“후우우.”
붕대를 푼다.
한 번, 두 번, 세 번······
허연 붕대가 켜켜이 풀리고 창백하게 젖은 얼굴이 드러난다.
평범한 외모.
다만 눈에 띄는 상처가 하나 있다.
왼쪽 뺨.
길게 패인, 아직 피딱지도 아물지 않아 흉측한 상처.
눈에 익었다.
조금 어리긴 했지만 스마트폰에서 매일 보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태생 N급이자 기본 캐릭터, 튜토리얼 처음부터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김전사였다.
“하하하, 하하하하.”
나오느니 웃음뿐.
현실이 칼이 되어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기분 좋게 천마 뽑고 잠들었는데 게임 속 튜토리얼 캐릭터가 되어 있을 줄이야.
“빌어먹을.”
현실을 자각하자 드는 것은 맹렬한 위기감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막장인 아케인 서울.
그런데 내가 아는 대로라면 조만간 고대신 부활이니 핵전쟁, 차원 균열 같은 에피소드가 실행된다.
가만히 넋 놓고 있으면 죽는다.
돈이 없어도 죽고 힘이 없어도 죽고 운이 없어도 죽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냥 죽어줄 수는 없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
나는 핏발 선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 속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김전사.”
그리고 아케인 서울에 태운 1만 시간.
믿을 건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