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1)
서우진 -3-
“뭐요!”
대표가 격노하여 소리쳤다.
입에서 불을 뿜는 듯한 모습.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야.
가주와 직계에게만 전해지는 비전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아랫 단계, 장로와 방계에게 개방된 무공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파산검법은 어디까지나 중급 검법.
현재는 민간군사기업으로 변신한 제검문의 부장급만 되어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협상할 만하지.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실행 보수도 아니고 성공 보수로 말씀드린 겁니다만, 그게 그렇게 화 내실 일입니까?”
“아니, 이 자가?”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파산검법 정도 무공은 대학교나 초인 학원에만 가도 배울 수 있잖습니까? 대표님께서도 그동안 갖은 수를 다 쓰셨을 텐데 실패했던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겁니다.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크흠!”
대표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부대표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말씀은, 우리 진우를 반드시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지요?”
“장담합니다.”
“만약 실패하면, 저랑 이이가 진심으로 화를 낼 건데 그래도 괜찮으세요?”
부대표가 슬며시 기세를 피어올린다.
6레벨 초인의 마력 파장이, 살기와 결합된 힘이 저릿저릿하게 나를 찔러왔다.
전신의 솜털이 올올이 일어서고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입이 바싹바싹 말라오지만 나는 대범한 척 웃어 보였다.
“그럼요. 그만한 각오 없이 파산검법을 입에 담았겠습니까?”
속으로는 살짝 투덜거렸다.
정보화 시대에 비전이 웬 말이냐고.
하기야 말이 중급 검법이지 파산검법은 제대로 익히면 4, 5레벨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검법이다.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인맥이, 사립 학원에서 배우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1레벨에 거지인 내 처지로는 파산검법이 가장 적당하다는 뜻.
‘나중에는 3대 검법 익힐 거지만.’
제세검법? 일기검?
줘도 안 가진다.
대표가 탐탁잖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성공 보수로 넥타르에 더하여 파산검법을 걸지요. 원한다면 내가 직접 지도하겠습니다.”
“거기까진 원하지도 않습니다. 기억칩만 주셔도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단, 내 앞에서 기억칩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흐아······”
여태 숨죽이고 있던 최 소장이 짧은 한숨을 불어냈다.
내가 과욕을 부리는 거 아닌지 싶다가, 대표 부부가 승낙하자 안심이 됐나 보다.
“또 필요한 게 있나요?”
“마력 집중진과 중급 마력 물약 200병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많이요?”
“이건 제가 쓰려는 게 아니라 소모할 물건입니다. 혹시 남으면 돌려드리지요.”
“마력 폭주로 강제 각성을 유도하려는 건가요? 그건 안 돼요. 강제 각성한 초인들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요?”
“제가 마실 겁니다. 우진 씨가 아니라.”
“흠······”
대표 부부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겨우 1레벨.
당연히 마력 총량이 극도로 적다. 최하급 마력 물약만 마셔도 절반은 차고, 중급 마력 물약 기준이면 한 모금만 마셔도 꽉 찰 정도로.
“그리고 마력 집중진은 비밀 연무실에 설치해주시고, CCTV나 마력 감지기 같은 물건으로 감시하지 않는 게 조건입니다. 저와 우진 씨, 단둘이 실행하기를 원합니다.”
“그 정도야······ 분명히 성공하실 수 있는 거지요?”
“저도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압니다. 대충 사기치고 도망갈 생각이면 밀실 달라는 말을 하겠습니까?”
“그야 그렇죠. 좋아요. 또 필요한 게 있나요?”
“마지막으로 우진 씨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요?”
멍하니 앉아 있던 서우진이 화들짝 놀란다.
얘 어째 맹해 보이네.
악신의 검 맞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대한 우진 씨의 부담을 줄이긴 할 거지만, 어쨌든 장갑을 벗어야 일이 진행이 되거든요.”
장갑을 벗어야 한다······
그 말에 서우진의 눈이 흔들렸다.
당연하지.
신열로 인한 작열통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통증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고통스러우니까.
단 1분 1초라도 겪고 싶지 않을 터.
서우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 할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평생 이렇게 사느니 잠깐 아프고 말죠. 무공도 수련할 수 없고 집에서 제대로 나갈 수도 없고······ 대신 꼭, 반드시 성공하셔야 해요?”
“그것만큼은 약속드리죠. 우진 씨는 오늘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서우진이 내 옆에서 떠도는 검은 불꽃을 힐끔 보았다.
그러더니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잔뜩 달아오른 분위기.
소뿔도 단김에 빼야 하는 법. 나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바로 시작하죠.”
“지, 지금요?”
“으흠?”
“저한테나 우진 씨한테나 그게 좋습니다. 대표님? 혹시 마력 집중진 설치된 비밀 연무장이 있습니까? 마력 물약만 준비해주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명색이 대한민국에서도 유서 깊은 전통의 무문.
그런 곳에 비밀 연무장이나 마력 물약이 없을 리 없다.
대표가 감탄한 듯 기가 막힌 듯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있지요. 정말 지금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마음의 준비 한답시고 시간 끌어봐야 우진 씨만 스트레스 더 받습니다.”
“어, 선생님, 그래도요······”
서우진이 나를 엉겁결에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부대표가 그런 서우진을 한 번 보고는 날 따라 일어섰다.
“초인님 실행력이 마음에 드네요. 그럼요. 기세 탔을 때 검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죠. 마력 집중진도 마력 물약도 다 있으니까 바로 시작하죠.”
“어머니!”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다. 아들? 이번 기회에 다 털어버려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 무공 수련도 하고 회사 수업도 받고 연애도 하려면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없어.”
서우진은 며칠이라도 미루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기 어머니를 이길 수는 없었다.
거의 붙들리다시피 해서 주택 지하에 있는 비밀 연무장으로 오게 되었다.
상당히 널찍한 공간.
천장에는 마법등이 반짝이고 벽면과 천장, 바닥에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익숙한 그 문양.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입체 마력 집중진이었다. 평면 마력 집중진만으로 충분한데, 비싸기는 수십 배 비싸고 효율은 몇 배밖에 안 나온다는 그것.
쿵! 쿵!
대표가 직접 플라스틱 상자를 가져와서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생긴 건 소주병 담는 상자처럼 생겼는데 속에는 파란 액체 찰랑거리는 유리병이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중급 마력 물약입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충분합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는 그 말만 남기고는 휑 나갔다.
부대표가 내 손을 붙잡고는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초인님. 우리 우진이 정말 불쌍한 아이입니다. 10년도 전에 성녀에게 강제 세례받고, 학교에 가기는커녕 친구도 못 사귀었어요. 집에서 게임만 하는 걸 보면 가슴이 다 미어집니다. 이제 믿을 건 초인님밖에 없어요. 꼭 우리 우진이, 건강하게 만들어만 주세요. 그럼 넥타르든 파산검법이든 뭐든 다 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초인님만 믿겠습니다. 우진아? 초인님 말 잘 듣고 힘들어도 견뎌야 한다. 알았지?”
“알았어요.”
부대표가 서우진을 한 번 다독이고는 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도어락 잠기고, 마법 잠금 발동하고, 자물쇠까지 거는지 철컥 쇳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서우진이 본격적으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여태 침착함을 가장하던 얼굴.
두 눈에 진한 두려움이 번지고 있었다.
“저, 선생님.”
“네?”
“저거 진짜 제가 마시는 거 아니죠?”
마력 물약에 고정된 눈동자.
속사정을 알 만했다.
나는 힘주어 머리를 끄덕였다.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물약은 제가 마십니다.”
“예전에 선생님들은 안 그랬는데······”
“뭔지 알겠네요. 묶어놓고 플루이드 달았죠?”
마력 물약과 생명 물약 모두 입으로 마시는 것보다야 정맥 주사가 훨씬 효과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네. 마력을 각성해야 한다고······”
“그런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
1레벨도 되지 못한 0레벨 캐릭터에게 가해지는 신열에는 한계가 있고, 마력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 신열로 불타는 마력보다 공급되는 마력이 많아지는 시점이 반드시 오니까.
그 마력을 강제 각성 중인 정신을 통해 느끼고, 미리 익혀둔 마력 운영법에 따라 운영하여 신열에 대항하기 시작하면 절반은 완료.
이후 넥타르를 복용하면 신체가 초인에 걸맞게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열을 극복하게 된다.
문제는 그 대상이 어디 뒷골목 사는 김철수가 아니라 서우진이었다는 점.
태어나자마자 벌모세수를 받았을, 또 걸음마 시작할 무렵 영재 교육을 받았을 서우진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 마력을 얻진 못했어도 기틀은 잡혔고 체내에 막대한 마력이 잠자고 있었다는 뜻.
당연히 신열도 차원이 다르게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거 말고 또 뭐 해봤어요?”
“몸 묶은 다음 신경계에 전극 꽂아서 마력 자극을 주기도 했고, 마법사가 와서 절 재우고 신체를 강제 각성시키려고도 했어요.”
“어휴, 미개하긴.”
다 욕 나오는 방법들이다.
그러니까 실패했지.
사실 게임 속 인물들이야 한계가 있으니까.
나처럼 게임 내외 설정과 게임 내 모든 특성 획득 조건을 외우고 있지 않다면 그게 최선일 것이다.
“어쨌든 시작합시다. 우진 씨는 제가 하라고 하는 대로만 하면 돼요.”
“어······ 뭘 하죠?”
“지금은 내가 할 일이 많으니까 그냥 앉아서 구경이나 하세요. 낮잠 자도 되고요. 아, 그래도 한 가지 명심할 게 있습니다.”
“뭔데요?”
“지금부터 보는 거, 절대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됩니다. 대표님이나 부대표님이 물어보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셨죠?”
“비밀로 하라면 비밀로 할 수는 있지만, 왜요?”
“제 비밀이어서요. 남자 대 남자의 약속입니다. 비밀, 지키실 수 있지요?”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서우진을 직시했다.
서우진은 게임 설정상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킨다고 되어 있던 인물. 설정이 그러니 믿어봐도 좋을 것이다.
살짝 흔들리는 눈으로 날 마주 보던 서우진.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절 치료해주실 분인데 믿어야죠. 이상하게 선생님은 믿음이 가요.”
그야 확신이 있으니까.
100% 될 거라서 질러대는 거니까, 안 되면 말고 되면 좋고 하던 다른 사람들이랑 같아?
나는 마력 물약 상자를 가져와 내 옆에 대충 늘어놓았다.
“그럼 시작할게요.”
심호흡 한 번.
아울러 특성 전환.
[마력 방어막][활기][심호흡] [마력 회복][마력 흡수][마력심]신성 저항을 걷어내고 마력 방어막 외에는 마력 회복 관련 특성만 장착했다.
우우웅!
연무장의 마력 집중진이 발동하며 내게 마력을 쏟아붓는다.
내 특성들과 상승효과를 일으킨 덕에 회복되는 마력량은 나조차 무서울 지경.
대신 신성 저항이 빠진 탓에 신열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물론 방어막을 뚫지는 못한다.
내 마력은 신열에 앞서 마력 방어막에 먼저 공급되니까.
“후우우.”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마력 방어막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거침없이 불어나는 마력 방어막.
넓어진다. 커진다. 뻗어나간다.
원래는 내 몸만 간신히 덮고 있었으나 이젠 그 이상으로 확대된다. 거의 2배 가깝게, 부피로 따지면 8배까지.
파직! 파지직!
자연히 밀도와 강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검은 불꽃이 좋다고 달려들었다. 아귀처럼 덤벼들어 방어막을 물어뜯는다. 쉽사리 구멍이 뚫리고 검은 불꽃이 내 몸을 살라 먹기 시작했다.
“으으윽!”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
방어막이 없을 때와는 천지 차이지만 그래도 고통스럽다.
몸을 태우지는 못해도 달군 인두로 마구 찔러대는 느낌.
저절로 신음이 나오고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서우진이 눈을 크게 떴다.
“서, 선생님?”
무시한다.
대신 방어막을 더욱 키운다.
마력 방어막의 한계까지.
통증이 짙어지고 허탈함이 몰려온다. 무식하게 공급되던 마력까지 끊기려는 전조다. 그걸 자각하자마자 마력 물약을 땄다.
뽕!
마력 물약을 입에 단숨에 털어넣는다.
쭉쭉 차오르는 마력. 몸에 충만함이 깃들고 마력 방어막이 또렷해진다. 그러나 잠깐에 불과했고, 나는 또다시 마력 물약을 따서 들이부어야 했다.
마력 물약이 들어간다. 맛 좋은 술 마시듯 쭉쭉쭉 들이킨다. 그때마다 마력 방어막은 강해지고 약해지길 반복했고, 검은 불꽃은 성을 내며 내 신경계를 갈기갈기 찢었다.
“서, 선생님. 그러시면······”
안다, 나도.
단기간에 마력 물약을 이렇게 처먹으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사실 그거야말로 내가 노리는 거였다.
몇 병이나 마신 다음이었을까.
어느 순간 마력 물약이 꿀처럼 달게 느껴지더니 탄산음료 마셨을 때처럼 청량함이 전신으로 번졌다.
눈을 떠서 확인하니 내 손등에 온통 시퍼런 핏줄이 올라와 있었다.
[약물 의존]평소 받는 피해와 소모 마력량을 소량 증가시키는 대신 약물 효과를 일정량 증가시키는 특성.
그러나 이게 내가 원하는 특성은 아니다.
가는 길에 주운 것뿐.
활기 대신 약물 의존을 장착했다. 마력 공급이 원활해진 것을 느끼며, 마력 방어막에 집중하여 범위를 키워나가는 것을 지속했다.
그렇게 마력 물약 100병을 작살 냈을 때였다.
얼마나 마력 물약을 많이 마셨는지 [약물 의존]이 [약물 중독]으로 진화한 시점.
마침내 마력 방어막 표면이 번들거리며 무지갯빛 광택이 감돌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고 눈을 치떴다.
‘지금이다!’
언젠가 말했지.
마력 방어막은 방어 전사라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그 답이 여기에 있었다.
무지갯빛 광택이 감도는 마력 방어막.
나는 그걸 보며 속으로 집중하여 외쳤다.
‘커져라!’
마력 방어막은 3가지 형태 중 하나로 진화한다.
갑옷, 방패, 영역.
내가 선택한 것은 그중 영역이었다.
마력 방어막이 내 의지를 담고 급격히 팽창한다.
원래는 내 주위, 나로부터 1미터 남짓한 곳만 감싸고 있던 마력 방어막.
빠르게 커져서는 배 이상 넓어진다.
그로 인해 지름 5미터는 될 정도로 커져서 비눗방울처럼 번들거렸다.
[영역 방어막]원래의 마력 방어막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견고한 방어막.
여태 날 괴롭히던 검은 불꽃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아니, 소실되어버린다.
신열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내 몸에 잠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넥타르를 마시면 완전히 소멸하는 것도 사실.
“와아······”
서우진이 날 존경에 찬 눈빛으로 쳐다본다.
눈앞에서 신열 소멸시키는 걸 봐서 감명 깊은 모양.
“다 된 건가요?”
그럴 리가.
지금부터 시작인걸.
너도, 나도 개고생할 일만 남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