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7
6.
포스트시즌 무대에 다음은 없다.
어제 선발로 뛴 투수가 오늘 다시 불펜 투수로 나오는 경우는 포스트시즌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이진용, 그의 잇단 등판은 이제까지 존재했던 투수들의 분투, 역투와는 전혀 달랐다.
– 호우맨이 작정하고 다저스를 죽이려고 하네.
압살, 그리 부를 수밖에 없는 행위였다.
더 놀라운 건 세간의 반응이었다.
– 그런데 호우맨 이틀 연속 선발해도 될까?
ㄴ 못할 게 뭐임? 못 나와서 안달이 난 놈인데.
ㄴ 어차피 어제 오른손으로 50구밖에 안 던짐. 호우맨 스타일이면 오늘 완봉이라도 할 걸?
ㄴ 디비전 시리즈 한 게임도 안 나왔는데 힘이 넘쳐서 문제이겠지.
세간은 선발투수가 이틀 연속 선발로 등판한다는 사실에 이렇다 할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려의 대상은 다저스가 됐다.
– 호우맨 피하려다 오히려 1차전만 내준 셈이군.
– 2차전은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그야말로 끝장이겠군.
실리를 위해서 자존심을 팔아치운 것에 대한 그 어떤 대가도 받지 못하게 됐으니까.
동시에 그 경기를 통해 세상은 깨달았다.
– 호우맨을 상대로 꼼수는 안 통해.
– 패배를 당하는 것도 전력을 다해야지.
– 지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야해.
이진용을 상대로 정말 승리를 거두고 싶다면, 패배하는 게임조차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됐다.
7.
홈경기가 가지는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단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다. 최소 4만 명이 넘는 인원들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이 된다.
반대로 그 응원의 반대편에 있는 입장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이 된다.
그러한 부담감은 이진용의 경기에서는 곱절을 뛰어넘어, 아득한 악몽으로 변한다.
지금 시티 필드가 그러했다.
시티 필드는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이미 관중들은 자신들의 열기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들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하나의 외침으로 표현했다.
호우!
“대단하군.”
“소름이 돋을 지경이야.”
“진다는 생각이 조금도 없는 거야.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분위기가 나올 리가 없잖아?”
이 순간 메츠 팬들의 머릿속에 패배라는 글자는 없었다.
“어제보다 더 뜨거운 것 같군.”
사실 1차전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단순히 상황을 보면 어제보다 나을 게 없는데 말이야.”
더불어 2차전인 오늘 경기는 어제 경기보다 승산이 훨씬 더 낮은 경기였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마주한 팀은 작년 시즌 월드시리즈 준우승팀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다저스!
“그렇지. 어쨌거나 커쇼이니까.”
심지어 다저스가 내놓은 카드는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아껴놓은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현존하는 최고의 좌완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
“반면 리는 분명 어제 던진 여파가 없진 않을 테고.”
반면 2차전에 나오는 이진용은 어쨌거나 1차전에서 6이닝을 소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메츠 팬들은 자신했다.
“이대로 그냥 시리즈 스윕을 가는 거다!”
“호우!”
더 나아가 메츠 선수들도 오늘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한 광경 속에서 1회 초 등판을 앞둔 채 마운드를 바라보던 이진용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미소가 아니었다.
더 큰 무언가를 준비한 이의 미소였다.
8.
이진용 대 클레이튼 커쇼.
두 투수는 기량만 놓고 본다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채 9이닝을 마쳐도 이상할 게 없는 투수였다.
장담컨대 만약 그들이 수치로만 하는 단순한 게임을 했다면 그 두 투수는 9회는 물론 10회나 11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무실점 피칭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 투수는 기량에 어울리는 피칭을 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 삼진 아웃! 리! 그가 오늘 왼손만으로 여섯 번째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이진용은 클레이튼 커쇼를 마주해 오른손이 아닌 오로지 왼손만을 이용해 다저스 타자들을 무자비하게 두드렸고, 최고 105마일까지 나오는 이진용의 왼손 앞에서 다저스 타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웃카운트를 내주는 것밖에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우우웃!”
– 커쇼! 그가 다시 한 번 커브로 삼진을 잡아냅니다! 오늘 커브로만 무려 다섯 개의 삼진을 잡아냅니다!
클레이튼 커쇼 역시 전력을 다한 피칭을 통해 메츠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개중에는 이진용과 조 존스도 있었다.
“조, 네가 보기에 오늘 커쇼의 공은 어때?”
“본인이 실투를 하기 전까지는 틈이 없을 정도야.”
그 둘마저 머리를 맞대도 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
“커쇼가 커쇼답게 던지고 있군.”
“그래, 커쇼가 커쇼답게 던지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게 클레이튼 커쇼라는 투수였다.
사이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며,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투수!
한 시즌 동안 1점대 방어율을 찍을 수 있는 기량의 투수!
그런 투수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는 건 타자 입장에서는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였다.
그런 클레이튼 커쇼의 피칭 앞에서 다저스의 분위기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 저쪽도 괴물이지만 이쪽도 괴물이다.’
‘우리에게도 커쇼라는 괴물이 있다!’
빛 한점 보이지 않은 아득했던 지옥 속에서 드디어 자신들만을 비춰주는 광명 한 줄기에 다저스 선수들은 점차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 커쇼라면 완봉도 가능하다. 반면 리는 어제 던진 여파가 분명 남아있어.’
‘연장으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지. 하지만 최소한 연장으로 가면 호우맨은 내려간다.’
‘불펜은 마에다를 비롯해 켄리 젠슨까지, 우리쪽이 훨씬 강하다.’
이진용의 피칭에서 틈을 찾긴 힘들지만, 이진용이 오늘 모든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저스 선수단은 가능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비단 다저스만 그런 게 아니었다.
– 이대로 가면 최소한 7회까지는 점수 안 나올 것 같은데?
– 커쇼는 몰라도 호우맨이 오늘 경기에서 7이닝 이상 던지기는 힘들 거야.
– 그럼 불펜 싸움인데, 불펜은 다저스가 위 아닌가?
ㄴ 훨씬 위지.
ㄴ 이거 잘하면 다저스가 연장까지 가서 잡을지도 모를 듯?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이 흐름의 변화를 파악했다.
다저스만을 향했던 참담함과 절망감이 점차 메츠 쪽으로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지는 거 아니야?’
‘설마 오늘 패배하는 거야?’
메츠 팬들의 머릿속으로 패배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호우맨이 나오고 패배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메츠 팬들의 머릿속으로 자연스레 패배했을 때 메츠가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한 상상이 시작됐다.
시티 필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 메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어느 정도 예상대로 흘러가는군.”
메츠는 이미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역시 커쇼는 커쇼이니까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다저스는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승리를 위해 2차전에 클레이튼 커쇼를 배치했다.
배수의 진을 치고 2차전을 준비했고, 그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클레이튼 커쇼가 단순한 피칭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피칭을 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커쇼를 상대로 점수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 슬슬 긴 전쟁을 준비해야겠군.”
당연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준비했다.
“디그롬에게 몸을 풀라고 전해주게.”
보다 확실하게 이기기 위한 작전을.
9.
경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6회 초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진용이 이진용답게 6회 초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무렵.
“호우!”
이진용이 자신이 잡아낸 아웃카운트에 대한 환호성을 내지를 무렵.
호우!
그리고 시티 필드의 메츠 팬들이 그 환호성에 기꺼이 환호성으로 대답할 무렵.
‘응?’
– 어?
그 순간 이진용과 김진호는 분명하게 느꼈다.
– 소리가 아까보다 작네?
메츠 팬들의 환호성 소리가 작아졌다는 것을.
메츠 팬들의 이목 중 일부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 이진용은 미소를 지은 채 곁눈질로 불펜 투수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드디어 몸 푸나 보네요.”
이진용과 김진호, 그 둘은 어째서 환호 소리가 줄어들었는지 알고 있었다.
모를 리 없었다.
– 그래, 디그롬이 몸을 푸는 모양이다.
애초에 이진용이 오늘 2차전에 등판하는 건 그가 혼자서 기획하고, 준비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메츠라는 팀이 기획하고 준비한 시나리오였다.
이진용이 2차전에 선발로 올라오고, 그 뒤를 이어서 제이콥 디그롬이 나오는 것!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2차전 선발로 제이콥 디그롬이 올라오게 된 상황이었고, 그런 그가 2차전에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단지 예상하긴 힘든 일일 뿐.
“뭐야? 디그롬이 불펜이라고?”
“디그롬을 아끼려고 호우맨을 올린 거 아니었어?”
메츠가 이진용을 내보낸 것이 선발투수를 아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제이콥 디그롬이라는 팀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선발 카드를 불펜으로 쓴다는 걸 상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그렇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 디그롬이 불펜이라니, 이거 어떻게 되는 거냐?
– 맙소사, 호우맨하고 디그롬 조합이었어?
– 누가 메츠 불펜이 부족하다고 했냐? 호우맨 + 디그롬, 18이닝 무실점도 가능한 조합이잖아!
세상 모든 이들이 놀랐다.
물론 개중에서 가장 놀란 건 다저스였다.
‘맙소사······.’
‘디그롬을 불펜에 준비할 줄이야······.’
제이콥 디그롬이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저스는 침묵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탄식조차 나오지 않았다.
딱!
그런 다저스의 더그아웃 안으로 소리 하나가 들어왔다.
이진용이 외야 플라이로 6회 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소리였다.
이제 다저스가 그라운드 위에서 메츠의 타자들을 막을 때가 됐음을 알려주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의 더그아웃을 채운 야수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리 다음 디그롬이라고?’
‘디그롬은 이번 시즌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작년 시즌과 전혀 다른 수준의 투수가 됐다.’
‘똑같은 100마일짜리 투수라는 걸 제외하면 둘은 전혀 다른 타입인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괴물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선수는 없었으니까.
때문에 다저스 선수들은 느끼지 못했다.
– 어때? 다저스 애들?
“놀라서 말도 안 나오는 것 같네요.”
– 커쇼는?
“고민 중이겠죠. 이 분위기 속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을 주시하는 이진용의 시선을.
“분명 연장전을 위해선 자신이 1이닝이라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저라도 같은 생각을 할 테니까.”
드디어 상대의 틈을 발견한 맹수의 시선을.
그렇게 6회 말이 시작됐다.
타순은 1번, 이진용부터 시작이었다.
10.
클레이튼 커쇼.
리그 최고의 투수.
그의 피칭을 본다는 것 자체가 야구팬에게 있어서는 평생의 추억이나 기념이 될 만한 투수.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투수를 기량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타자는 리그에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마이크 트라웃, 골든 슈미트 같이 언제든 리그 MVP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타자들.
그럼 그 외의 타자들, 기량만으로 클레이튼 커쇼 같은 위대한 투수를 상대할 수 없는 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기량적인 면이 아닌 부분을 공략하는 것.
6회 말 선두 타자로 나온 이진용이 노리는 바는 그 점이었다.
‘이제부터는 투구수 관리를 시작하겠군.’
일단 이진용은 변화를 포착했다.
1회부터 5회까지,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클레이튼 커쇼가 이제는 완벽함 대신 효율적인 피칭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디그롬이 불펜에 나온 보람이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역시 이미 이진용이 기획한 시나리오 속의 내용이었다.
제이콥 디그롬이 불펜 피칭을 4회도, 5회도 아닌 6회 초에 시작한 건 결코 아무런 노림수도 없이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그럼 내 역할은 간단하지.’
이런 상황에서 이진용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물고 늘어지는 것.’
투구수 관리를,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를 그러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
그럼으로써 다저스의 마운드에 균열을 만드는 것.
그렇기에 타석에 서는 순간 이진용은 배터 박스의 하얀 라인을 짓밟으며, 포수를 향해 말했다.
“Do you know Howoo?”
다저스의 악몽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11.
투수가 가장 짜증나는 상황은 무엇일까?
홈런을 맞는 순간? 분명 짜증이 나는 일이다. 그러나 의외로 홈런을 맞는 순간 짜증은 크지 않다. 대개 홈런을 맞는 순간 투수들은 짜증보다는 자책을 시작하니까.
야수가 실책을 하는 순간? 이 역시 투수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다. 하지만 투수들은 안다. 야수들이 평소에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하고 노력을 하는지. 그리고 실책을 한 야수를 질책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만약 지금 이 메츠와 다저스의 경기를 보는 이들은, 이진용과 클레이튼 커쇼의 승부를 보는 이들은 그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볼넷! 볼넷입니다!
타자를 상대로 13구나 던지고도 아웃카운트를 잡기는커녕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내는 경우만큼 짜증이 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 리! 그가 커쇼와의 13구 승부 끝에 결국 승리합니다.
그것을 이진용이 해냈다.
클레이튼 커쇼,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무려 13구나 되는 공을 던지게 한 후에 볼넷으로 살아남았다.
– 크네요, 이건 어떤 의미에서 홈런보다 크네요.
홈런을 친 것보다 대단한 일.
그 일에 이진용은 당연히 자신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배트 플립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게 배트를 내던지며 1루로 향했고, 그러면서 1루 관중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당연히 1루 관중들, 메츠 팬들은 그 손가락질에 소리쳤다.
호우!
메츠의 홈이기에 가능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반면 다저스의 분위기는 참혹할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 욕은커녕 푸념조차 내뱉지 못할 정도.
하지만 메츠는 그런 다저스가 참담함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다저스의 틈을 어느 때보다 살벌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상황 속에서 타석에 2번 타자가 섰다.
– 조 존스가 곧바로 타석에 섭니다.
타석에 선 타자는 조 존스.
레드삭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월드시리즈 MVP 경력을 가진 타자였다.
12.
빠악!
순간이었다.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던 메츠와 다저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은 6회 말에 터진 조 존스의 2점 홈런과 함께 끝났다.
‘졌다.’
2점이란 점수는 언제든 뒤집혀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다저스 선수단은 그 2점을 도무지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2점은 클레이튼 커쇼, 다저스의 에이스가 무너졌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이제 7회부터 제이콥 디그롬이라는 리그 최정상급 우완 투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예고였으니까.
– 아! 백투백 홈런! 데이비드 라이트! 메츠의 캡틴이 해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메츠의 3번 타자 데이비드 라이트가, 메츠의 캡틴인 그가 다시 한 번 추가점을 얻어내는 순간 다저스는 더 이상 역전을 꿈꾸지 않았다.
이제는 몸부림을 치는 것조차 포기했다.
– 진용아, 뭐해?
“글러브 챙겨요.”
– 글러브? 7회에도 던지려고?
“딱 한 타자만 상대하려고요.”
하지만 다저스는 몰랐다.
– 한 타자만? 무슨 소리야?
“6이닝 내내 100마일짜리 좌완 파이어볼러 공만 보다가 100마일짜리 우완 파이어볼러 공을 보면 느낌이 어떨까요?”
– 좆같겠지.
“그런데 그 사이에 80마일짜리 우완 투수가 갑자기 끼어들면?”
– ······악마 같은 새끼.
이진용, 그는 이 상황에 만족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