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32
11화. 마법의 1이닝 (1).
1.
거듭된 행운은 불행과 같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누구든 간에 행운이 계속되면 의심이 생기고는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진용이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거 설마 보이스피싱인가?’
시작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이진용, 그의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번호 한 곳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 전화를 한 사람은 말했다.
– 서울 엔젤스 운영 2팀의 성경훈 대리입니다. 이진용 선수와 입단 계약을 하고자 합니다. 직접 오시겠습니까, 아니면 고양 스타즈 홈구장으로 찾아갈까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이진용은 대답에 앞서서 자신의 옆에서 태블릿 PC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던 김진호를 불렀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저기, 엔젤스에서 절 영입하겠다고 하는데요?”
그 말에 김진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 장난 전화네. 전화 건 놈한테 그런 장난 전화할 시간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사랑해요, 힘내세요, 효도할게요, 라고 말하라고 일침 한 방 넣은 후에 끊어.
“그렇죠? 보이스 피싱이겠죠?”
– 아무렴. 아마 프로 입단하려면 위탁금을 내야 하니까 문자로 보내준 계좌로 돈 보내라고 할걸? 뻔하지.
이 순간 이진용과 김진호는 감히 그것이 진짜라고 믿지 않았다.
– 여하튼 나 아니었으면 보이스 피싱에 당했을 텐데, 내 덕분에 보이스 피싱 피한 거니까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 잊지 마.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그 둘의 판단은 정상적으로 보였다.
“죄송합니다.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 예? 자, 잠시만······.
그렇게 이진용은 전화를 끊었다.
그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이진용이 알고 있는 번호였다.
“아이고, 감독님! 선수 이진용! 전화 받았습니다!”
정범석 감독의 번호였고, 이진용은 당연히 각을 잡고 전화기를 그대로 받았다.
– 야, 허리 안 숙여? 감독님 전화 받는데 90도 각도로 허리 접는 건 기본이지! 그보다 갑자기 이런 시간에 전화 온 거 보니까 드디어 방출 통보 하나 보다. 그래, 운빨이 너무 심하면 의심이 생기는 법이지. 범석 형이 감이 많이 좋아졌네.
옆에 있던 김진호는 그런 이진용을 거들었다.
그런 그 둘의 행동이 정지한 건 정범석 감독이 그 말을 하는 순간이었다.
– 엔젤스 구단에서 자네에게 전화를 했는데 자기들이 엔젤스라고 믿지 않는다고 해서 나한테 다시 연락하더군. 혹시 전화를 못 받았나?
“예?”
– 엔젤스 구단이 자네를 영입하고자 하네.
“그, 그게 사실입니까?”
– 자세한 건 엔젤스 구단과 이야기하게.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내게도 전화로 통보 부탁하네. 부디 좋은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군.
그 통화를 끝으로 이진용은 엔젤스 구단과 다시 통화를 했다.
통화는 짧았다.
“아무렴요, 제가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진용은 그대로 스마트폰을 자신의 침대 매트리스 위에 던졌다.
그리고 김진호를 보며 말했다.
“씨발 이거 꿈은 아니죠?”
– 꿈이었으면 좋겠다. 무슨 놈의 운빨이 이렇게까지 따를 수가 있는 거냐?
운빨.
그 말에 이진용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획득한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이 떠올랐다.
[마법의 1이닝]– 스킬 랭크 : 없음
– 스킬 효과 : 1이닝 동안 모든 스킬을 체력 소모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 스킬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법의 1이닝!
말 그대로 1이닝 동안 마법에 걸린 것처럼, 가진 스킬을 체력 소모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플래티넘 등급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이 스킬이 나왔을 때 이진용은 자신에게 이보다 더한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말도 안 되는 기회가 또 온 것이다.
“미치겠네.”
이진용은 이 순간 손이 떨릴 정도였다.
– 야, 그런데 아까 분명 엔젤스가 널 영입하겠다고 했지?
“그렇죠.”
– 그럼 네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거겠네?
“조건이요?”
– 팀 우승에 기여하면 방출시켜주겠다는 조건 말이야.
그제야 이진용은 자신에게 영입 제안을 한 구단이 엔젤스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그럴 리가요?”
이진용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말이 안 되잖아요?”
–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안 받아줄 이유는 없지.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닌데. 하물며 우승이잖아? 팀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조건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컵스나 레드삭스를 떠올려봐. 우승할 수만 있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걸?
“그래도······.”
– 하물며 구단 입장에서 넌 무슨 우승을 위한 대단한 복권이 아니라 그냥 동네 지나가다 보면 볼 수 있는 뽑기 같은 거야. 좋은 거 나오면 오케이, 아니면 말고.
뽑기.
그 비하에 가까운 표현에 이진용은 반문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마땅한 말이었기에.
– 어쨌거나 중요한 건 영입 제안이 왔고, 이제 네 선택만 남았다는 거겠지.
더불어 지금 이진용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조건만 들어준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아니,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없지.’
이진용이 요구한 조건을 엔젤스에서 수락해준다면 이진용에게는 더 이상 좋을 게 없다.
마다할 게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김진호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말해줬다.
– 지금 고민해야 할 건 계약이 아니라 계약 다음이지. 100포인트짜리야 계약한다면 1군 엔트리 자리를 보장받겠지만 넌 아니잖아? 그럼 퓨처스리그부터 네 가치를 증명해야 해.
가치 증명.
그 표현에 이진용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주물렀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달구어진 얼굴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될까요?”
– 일단 내 경험상으로 보자면······ 그러니까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본다면 구단이 선수 영입하는 거랑 감독이랑은 별개의 일인 경우가 많아. 쉽게 말하면 구단은 선수 영입했으니, 감독이랑 코치들보고 알아서 키우라고 하는 거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갑자기 구단이 키우라고 선수를 툭 던져주는 느낌이고. 그러니까 엔젤스 2군 코칭스태프는 일단 이진용, 널 테스트하고자 할 거야.
“테스트라니, 어떤 테스트죠?”
– 나야 모르지.
“예?”
– 솔직히 난 이런 경험이 없어서 말이야. 너도 알잖아? 나 김진호, 어디 가서 아쉬운 대접 받았던 적이 없는 사내라는 거.
말을 하던 김진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 막말로 테스트 같은 것도 없었지. 비슷한 건 있었지만.
“비슷한 경우요?”
– 내 헝그리 정신을 키우겠다고 카디널스 구단이 날 트리플A에 처박았고, 명령을 받은 감독은 날 테스트한답시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갑자기 날 선발로 출전시켰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엿이나 먹어라, 이거였지. 하지만 그 경기에서 5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잡은 후에 마운드를 내려오니까 더 이상 테스트 따위는 없더라고.
“정말 제게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군요. 감격스러워 죽을 지경입니다.”
– 뭐, 이해해라. 너와 내가 살아온 길이 너무 다르잖니?
“예, 대단하신 거 잘 알겠고요, 그럼 그 대단하신 능력 좀 발휘해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좀 해주시죠? 엔젤스에서 어떤 방법으로 절 테스트하실 것 같아요?”
– 굳이 나보고 널 테스트하라고 한다면 마무리로 올려볼 거다.
툭, 김진호가 던진 말에 이진용이 반응했다.
“마무리 투수요?”
–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만큼 투수의 자질을 평가하기 좋은 무대는 없거든.
“이유는요?”
– 사실 선발투수는 되게 편해. 선발 로테이션이 있고, 그 로테이션에 따르면 내가 언제 어느 순간 어느 팀을 상대로 던질지 아주 정확하게 정해지지. 어떨 때는 시즌 시작과 함께 짠 계획대로 한 시즌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 그런데 마무리는 어떻지?
“팀이 언제 이기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든 팀이 이긴 채로 9회를 맞이하면 올라올 준비를 해야죠.”
김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이진용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작 구속 120짜리인 저를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9회에 올려놓을까요?”
– 호프먼은 80마일대 패스트볼 가지고 모든 타자들에게 지옥의 종소리가 뭔지 알려줬어.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리베라랑 호프먼, 둘 중에 누가 더 세이브 많이 거뒀어? 레드삭스에 있을 때 리베라가 더 많이 할 거라는 데에 1천 달러 걸었는데.
“리베라가 더 많이 했습니다.”
– 역시 샌드맨이군! 내 예상이 맞았어. 리베라 커터가 최소한 그가 호프먼보다 50세이브는 더 쌓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 리베라 커터는 진짜 달랐다니까. 나한테 그 커터가 있었으면 난 절대 포심 따윈 던지지 않았을 거야.
추억을 회상하는 김진호의 모습에 이진용은 잠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김진호 선수 말이 맞아.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무의미한 고민이야. 결국 내가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고개를 든 이진용의 눈빛에 더 이상 망설임이나, 초조함 같은 기색은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리베라 은퇴 영상이나 보여드리죠.”
– 오! 네가 드디어 뭘 좀 알게 됐구나. 그런 거 있었음 당연히 보여줘야지!
“지터 은퇴 영상도 보여줄까요?”
– 데릭 지터? 아니, 걘 됐어.
“왜요?”
– 난 걔 싫어.
“왜······ 아, 그동안 지터가 사귄 여자들이 화려하긴 했죠. 그게 부러우신 거죠?”
– 부럽긴! 야, 인마 그때 말했잖아! 내가 얼마나 할리우드에서 인기 있었는데!
“예예, 진심으로 믿어드리겠습니다.”
비웃음을 머금으며 태블릿PC를 터치하며 리베라 은퇴 영상을 검색하는 이진용의 모습에 김진호는 피식 웃었다.
– 새끼.
이제 침착함을 되찾은 그의 모습에 김진호는 기꺼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 축하한다. 프로가 된걸.
“예, 감사합니다.”
이진용, 그가 드디어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2.
2017년 4월 3일.
이제는 4월에 접어든 이천의 날씨는 그야말로 꽃이 피어오르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 날씨 속에서 이진용과 박준형은 엔젤스의 2군 구장인 이천 챔피언스 파크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곳이 체력단련실입니다. 언제든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니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단, 개인사용은 안 됩니다. 특히 중량 운동을 할 때는 코치 또는 선수나 관계자의 도움 하에 하십시오.”
“이곳은 재활실입니다. 수중 재활 시설을 비롯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할 만한 최첨단 재활실입니다만, 되도록 이곳에 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실내 연습장입니다. 크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대 크기의 실내 연습장입니다. 비 내리는 날 아마 가장 지옥 같은 훈련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서울 엔젤스의 일원이 된 그들에게 구단 관계자가 그들이 머물게 될 2군 시설을 설비해줬다.
설명만으로도 두 시간이 훌쩍 넘어버릴 정도로 대단하고도 놀라운 설비였다.
– 이야, 현성 그룹이 돈을 엄청 때려 박았네. 이러고도 우승 못하면 억울하지. 그보다 94년도에 엔젤스가 우승하고 봉인한 술은 지금 어떻게 됐냐? 내가 봤을 때 증발했거나, 썩었거나 아니면 구 회장이 홧김에 마셔서 비었거나 셋 중 하나같은데.
김진호마저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이진용과 박준형을 놀라게 하고, 가장 긴장케 한 곳은 그런 설비들이 아니었다.
“이곳이 감독실입니다.”
감독실.
이제는 이진용과 박준형의 프로야구선수 운명을 가늠하게 될 이가 있는 그곳 앞에서 이진용과 박준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똑똑!
“우지욱 감독님, 두 선수를 데려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직원 관계자가 그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그리고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이진용과 박준형은 며칠 전에 적으로 마주했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지욱 엔젤스 2군 감독.
“자리에 앉도록.”
2대8가르마에 반듯한 외모를 가진 그는 이렇다 할 자기소개나 인사 따위는 하지 않았다.
통보를 했고, 그 통보에 이진용과 박준형은 군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1군 엔트리 보장.”
대화는 그 둘이 앉음과 동시에 시작됐다.
“대단한 조건을 걸었군.”
“예.”
우지욱 2군 감독의 말에 박준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제까지 독립구단 선수인 주제에 콧대를 높였던 그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박준형은 엔젤스와 계약을 했고 이제부터 박준형은 엔젤스 구단이 놓아주거나, 그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엔젤스의 선수로 감독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무엇보다 제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처음 프로가 됐다는 사실에 떨리지 않을 리 만무할 터.
우지욱 2군 감독이 그런 박준형을 보며 실소를 머금은 후 시선을 돌렸다.
“여긴 더 대단하군.”
그의 시선이 이진용을 향했다.
“한국시리즈 1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 2승 이상 거둘 경우 구단은 선수가 원할 경우 조건 없이 방출해준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닙니다.”
이진용은 말과 함께 조금 전 했던 계약 내용을 떠올렸다.
엔젤스 구단은 이진용의 조건을 들어줌과 동시에 그 조건을 좀 더 체계화했다.
팀의 우승에 기여한다, 같은 애매한 표현 대신 분명한 수치를 기재했다.
그 수치가 바로 조금 전 우지욱 2군 감독이 말한 것이었다.
한국시리즈 1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 2승을 거둘 것.
물론 엔젤스가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에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1승만 거두면 됐다.
“또 있군. 위 조건은 엔젤스가 한국시리즈 우승했을 때만 유효하다.”
더불어 이 모든 조건은 엔젤스가 이번 시즌 우승했을 때만 유효하다는 조항도 있었다.
장담컨대 이제까지 한국프로야구구단들이 한 계약 중에 그 누구도 하지 않았을 계약.
“방출은 혹시 메이저리그 때문인가?
우지욱 2군 감독은 그런 말도 안 되든 계약의 배경을 단숨에 짐작할 수 있었다.
“예.”
이진용은 그런 우지욱 2군 감독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말 그대로였다.
이 순간 대답하는 이진용은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여기에 오기 전 많은 고민과 각오를 곱씹었으니까.
그렇게 많은 고민과 각오를 곱씹은 이진용에게 이제 와서 똑같은 고민을 할 이유는 없었고, 그렇기에 이 무대에서 떨 이유도 없었다.
그 증거로 놀라고, 긴장한 채 손을 떠는 박준형에 비해 이진용은 담담했다.
그 모습에 우지욱 2군 감독은 살짝 놀랐다.
‘그때도 그랬지만 다른 건 몰라도 심장만큼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인 모양이군.’
우지욱 2군 감독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이진용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상천외함을 넘어 괴기하기까지 한 패스트볼로 6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하던 이진용의 피칭을.
더 나아가 단 한 번도 자신이 던져야 할 공을 의심하지 않고 던지던 그 모습을.
‘기량은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운이 따른 게 크지만 심장만큼은 인정해줘야겠지.’
그렇기에 우지욱 2군 감독은 분명히 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이진용, 이 선수에게서 심장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일 터.’
이진용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다른 것도 아닌 그 배포 그리고 심장이라고.
‘박준형 역시 마찬가지. 실력이 전부인 세상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겠지.’
박준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우지욱 2군 감독은 이 두 선수를 어떤 식으로 테스트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의중을 숨기지도 않았다.
“이제부터 자네 둘을 테스트할 생각이네. 박준형, 자네는 앞으로 있을 3연전의 모든 경기에서 득점권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하게 될 걸세. 투수가 누구든 상관없이. 그리고 이진용, 자네는 앞으로 있을 3연전에서 세이브 상황이 나오면 등판하도록”
단도직입.
이 순간 우지욱 2군 감독은 일방적인 시험을 통보했다.
그 통보에 이진용과 박준형이 동시에 반문했다.
“3연전이라면 어느 팀과의 3연전입니까?”
“데블스와 3연전이네.”
우지욱 2군 감독이 담담히 대답했다.
“데블스?”
“내일모레부터 하는 경기요?”
그 담담한 대답을 받은 둘이 곧바로 질문했고, 그런 그 둘에게 우지욱 2군 감독은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대답 대신 반문했다.
“문제라도 있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없습니다.”
‘쉬운 길은 기대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
박준형이 이를 꽉 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진용은······.
“우와! 진짜 세이브 상황에 올려주시는 겁니까?”
“응?”
“그것도 데블스 전에서? 당장 내일모레 경기에서? 진짜죠? 약속하시는 거죠?”
“그, 그러네.”
“캬! 감독님 싸랑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주 그냥 팍팍 굴려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구르겠습니다!”
기쁨에 날뛰기 시작했다.
– 씨발 완전 꿀을 퍼다 입에 떠먹여 주는군. 젠장, 설마 최초의 세이브 거뒀다고 골드 룰렛 이용권 나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래, 아닐 거야. 신이 양심이 있으면 그러진 않을 거야.
그리고 한 명이 푸념을 내뱉었다.
그렇게 이진용의 첫 데뷔전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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