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17장 밀사
김방경의 노력으로 몽골군의 화약 타진의사를 내비친 후 서경과 고려 조정이 화약 문제로 관심이 쏠리고 있었을 때, 고려 동북면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일이 찾아왔다. 정말 놀라운 손님이었다.
“고려의 세자 전하의 승전을 진심으로 감축드리옵니다!”
동하국[東夏國]의 밀사가 찾아왔다.
동하국은 동진국[東眞國]으로 금나라의 포선만노라는 장군이 야율유가의 동요국을 진압못한 끝에 병사들을 이끌고 만주 동쪽으로 가서 세운 나라다.
야율유가를 진압하지 못하여 만주 동쪽으로 도주한 패잔병들이 만든 나라라곤 해도 동만주 일대를 석권하여 그곳의 유목민족들을 지배하여, 몽골 제국에서도 초기에는 야율시불의 대요수국(후요) 문제나 기타 문제를 피하고자 그 힘을 이용하기 위해 거란족 유민들이 고려로 침입 할때 황제국으로서 고려의 인사를 받는 것을 허락했을 정도다.
비록, 김취려 공의 유연한 태도로 황제국 대접은 몽골만 받았으나 사전에 몽골 제국에서 인사를 받을수 있게 허락을 했다는 시점에서 힘을 나름 인정받았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역수에게 듣기로는 고려와의 온건한 관계는 거기까지였고, 이후로는 시도때도 없이 고려 동북면을 쳐들어와 약탈을 자행하여 격퇴한다고 양국의 관계는 최악이었다고 한다.
동하국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하국은 몽골에 항복하여 속국이 되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몽골과도 전쟁을 택했는데, 역수의 말로는 동하국은 고려보다 더 맞닿아있으며 자연적인 방어선도 없어 굴복한다는 것은 정말 지배당하는 것 말고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몽골과 전쟁이 시작되면서 포선만노는 줄기차게 고려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고려를 쳤는데 영악하게도 고려를 칠때는 몽골군으로 변장하였고, 몽골군을 칠때는 고려군으로 변장을 하여 끉임없이 서로 따른 마음을 품고 있다며 이간질을 했다.
심지어 1차 여몽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몽골사신 저고여 살해사건의 진범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이 동하국이었으니 그들이 얼마나 몽골과 고려의 관계를 망치고 싶어하는지는 이이상 말할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 동하국은 반 몽골로 고려보다 더 전쟁이 한창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관계가 어찌되었든 승리를 축하하니 나쁜 기분만은 아니다. 하지만 기쁜 소식만이 아니며, 유감스럽지만 이 밀사에 대해 좋냐 싫냐를 따지면 싫은게 더 많다. 이는 우선 밀사가 택한 그 대화 방식에서부터 큰 문제가 나타난다.
“고려 세자께 우리 대하국 황제께서 내리시는 성지를 전하옵니다.”
동하국의 밀사들은 나에게 몽골군의 승전을 축하하면서 성지(聖旨)-동하국은 황제국을 자칭했다.-를 보여주며 고려와 몽골의 화약을 반대한다며 협력을 구하였다. 그들이 왕이 있는 강화가 아니라 서경에 온 것은 강화에 있는 고려왕 보다 북방에 있는 나를 설득하는 것이 보다 군을 움직이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나에게 지속적으로 고려에 있는 몽골군을 칠 것을 권유하였다.
“영민하신 세자 전하시라면 아실 것 입니다! 저 몽고가 얼마나 난폭하고 믿을수 없는 금수 같은 자들인지…”
밀사들이 계속 몽골을 칠 것을 권하자 나는 안내를 빙자하여 밀사들을 서경 의 별궁에 감금시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어린 내가 어찌 결정할수 있겠소? 조정에 고하여 답을 들을 것이니 대하국의 사신들은 이곳에서 평안히 있으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그들이 들고 온 서신만을 강화에 보냈다.
‘타국 문제라고 아무렇게 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최우 문제도 있는데 이만한 월권 행위를 내가 할수 있겠냐!’
물론 이 감금 행위조차도 문제가 될 것 같아 책이 잡히지 않기 위해 글로 하나 하나 이유를 상세히 적었다.
감금 이유로는 조선 후기에 조선에 온 일본 사절단들을 동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 이유를 떠올리고는 그대로 적었는데, 예를 들어 사자를 돌려보내지 않은 것은 아직 고려에 잔존하는 몽골군의 시선을 경계하고, 저들을 동하국과 불화를 막기 위해였고, 서신만을 보낸 것은 동하국의 사자가 고려의 길을 익히게 둘수 없으며, 함부로 왕이 있는 강화를 오고 가게 하면서 혹시 모를 약점을 보여줄수 없다고 했다.
이런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조정에서 내려온 답서에서는 나를 책망하는 글귀는 보이지 않았다.
[태자의 보고는 들었다. 동진국[東眞國](=동하국)은 본래 금의 포선만노라는 장수가 야율유가의 반란을 진압하려다가 실패하자 옛 발해 땅으로 도주한뒤 국명을 대진으로 하여 세운 국가다. 그들은 지금은 몽골의 문제로 다급하여 아조에 도움을 청하고 있으나, 배가 부르거나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아조를 침탈하는 도적 떼 나 다를바 없으니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허나, 몽고라는 대적을 앞둔 상황에서 저들을 마냥 내쳐서는 안되는데, 태자는 몽고군의 문제로 바쁜 상황에서도 사자를 홀대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함부로 길을 열어주는 우행도 범하지 않고 서신만을 보내 짐의 명을 기다렸으니 실로 바른 대응이 아니라 할수 없다. 짐이 동진국에 답장을 보내니, 태자는 이후로도 동진국에서 사자가 온다면 지금처럼 사자는 서경에서 받고 서신만을 조정으로 올려 보내도록 하라. 또한 이어 올라온 보고에 따른 백성들의 처우또한 태자에게 맡기도록 한다.]
‘밀사가 왕자에게 온 것에 대해선 상황이 상황이라 그냥 넘어가는 건가. 아니면 조정에서는 동하국을 이용해보려고 그러는 걸까?’
“도읍에서 답이 내려왔네. 귀국의 황제께 이 답장을 전해주게. 금상께선 그대들에게 몽골군들을 조심하라 당부하셨네. 과인 또한 추후 귀국의 백성들이 아조에 온다한들 최대한 내치지 않도록 하겠네.”
“……감사하옵니다. 전하.”
답신을 받으며 감금에서 풀려난 동하국의 사자들은 불만어린 모습을 보였으나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떠났다. 그들에게 입장에선 밀사라곤 하나 일국의 사신을 구금하고 왕과도 대면하지 못한 굴욕을 받은 셈이다.
거기에 마지막에 백성들이 아조에 온다는 것은 나라가 망해 유민들 오는 것을 염두한다는 말로도 해석되니 불만이나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지금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쪽이 고려가 아닌 동하국 자신들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닌 말로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아 달라는게 주목적에 가까운 고려랑 달리 동하국은 아예 몽골과 전면전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것만 해도 벌써 5년이 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와 척을 질수는 없었다. 그나마 고려의 답변이 불손하긴 하나 자신들을 잡고 몽고에 파는 것을 하지 않았던 것에서 위안과 일말의 희망을 걸고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고려에서는 저들을 도울 가능성이 없었으니 동정심 밖에 생기지 않는다.
강화 조정에서 내려온 답서를 밀사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세자인 나의 임무였으며 이후 동하국과의 대응도 나에게 맡겼기에 답서를 미리 볼수 있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소위 몽고라는 나라는 시기심이 많고 무지막지하기 때문에 아무리 화친을 맺었다고 해도 절대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하니 우리 조정에서 몽고와 화친을 맺은 것이 꼭 본의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앞의 편지에서 통지한 것과 같이, 지난 기묘년에 강동성(江東城)에서는 형세가 부득이해 화친의 맹약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일 년 전 몽고군이 쳐들어와 맹약을 저버리고 거리낌 없이 잔악한 행위를 저질렀어도 우리들은 잘못은 저쪽에 있지만 그들의 과오를 따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과 같이 잘 대우했습니다.(중략)
금년에 결국 몽고군이 쳐들어와 서경성에서 아조의 세자가 이끄는 군대와 맞서 싸우는 도중 태자가 적의 괴수인 살례탑[撒禮塔]을 사살하고 많은 적군을 포로로 사로잡자 그 나머지 군사들은 궤멸해 철군하였습니다. 몽고군은 지금 서북쪽으로 퇴각을 하였는데 대다수가 요동(東遼)에 갔으나 그 중에는 압록과 백두에도 갔고 일부는 동북면으로 향하였을 가능성도 짐작할 수 없으니 귀국은 비밀리에 정탐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군대를 지원해주지는 못하지만 고려도 너희가 말하는 대로 몽골이 싫다. 몽골군이 쳐들어왔는데 우리 세자가 격퇴했는데 저들이 불쌍하고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번에도 화약 맺어서 보내줬다. 하지만 지금 저들 우두머리 잃어서 오합지졸로 사기가 꺾인 상태로 고려 밖으로 도주했고 도주한 곳도 아니까. 너희가 상황을 알아보고 처리해라. 이거다.
즉, 동하국이 가장 바라는 고려에서 군대를 지원해주거나 몽골을 치러 요동으로 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 역사대로라면 시간이 지난들 고려에선 딱히 해주지 않은 것도 맞다. 어쩌면 북방의 백성들의 처우 문제를 일임해준 것도 동하국의 침탈을 염두하라는 건 동하국도 조심하라는 의미로 허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쩔수 없는게 앞서 말한 일들로 동하국에 대한 고려의 인상은 최악에 가깝다. 높은 확률로 전쟁의 발단을 일으킨 국가로 꼽히는 곳인 만큼 무턱대고 도울수는 없었다. 결국 동하국이 고려에게 몽골과 이간질을 했듯 고려에서도 몽골과 동하국 양국에 저들은 믿을수 없으니 동하국과 몽골이 서로 싸우도록 부추겼다는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진작에 고려한테 잘하든가, 아니면 다른 여진 군벌들과 힙을 합쳤어야지. 그것도 아니면 철저히 준비를 하고 시작하거나…’
몽골이 금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는 도중 친다는 포선만노의 생각은 나쁘지 않으나 가장 중요한 몽골의 역량을 너무 얕봤다. 이것은 포선만노와 동하국의 실수이며, 앞으로 나와 고려가 범하지 말하야 할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 * *
동하국의 밀사가 떠나고, 화약이 끝나고 보름(15일)이 지나 11월에 접어들어 겨우 몽골 사신이 압록강을 건너고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서경성 밖까지 나와 사신을 직접 접견하였다, 그 덕분에 비록 받는 것은 왕이며 먼저 확인하는 것도 왕이어야 한다는 말에 칸의 칙서를 받거나 직접 볼수는 없었지만 몽골이 고려를 칠 의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그 날은 오랜만에 길고 긴 긴장을 풀수 있었다.
‘일단 금나라를 먼저 치겠다는 거구나. 이로서 1차 위기는 넘겼구나.’
현 상태로 몽골의 주력과 싸우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사신의 말에 따르면 금나라의 완안진화상과 완안합달이 유독 골치가 아파. 금 정복을 힘들게 했으나 올해 삼봉산 전투에서 전사 하면서 금나라는 급속도로 명운이 다해가고 있다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완안진화상이 죽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확실히 걸물 중 걸물이었다고 찬사를 하였다.
역수와 대붕이 녀석이 금나라에 대해 말하였을 때 유독 내 기억에 남던 금나라 장수 2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완안진화상이었다. 내 기억 속에서 진화상은 금나라판 조선의 이순신과 대월의 쩐 흥다오처럼 나라의 위기에서 연전연승을 하며, 희망으로 꼽혔던 명장 중 명장으로 부상하였으나 그 둘과 달리 결국 패하여 죽으면서 나라를 지키지 못한 비운의 명장이란 인상이다.
‘확실히 완안진화상이 없는 금나라는 도박할 껀 덕지 조차 없지.’
이제 금나라는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 비록 남은 명장이 있다곤 하나 그들은 진화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만약 진화상 그가 살아있었다면 금나라와 협력 하는 계책도 한번 궁리나 해봤겠지만 결국 궁리를 안했다.
왜냐면 그가 죽은 삼봉산 전투는 내가 최우의 손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몽진 날 이전이라 처음부터 진화상의 생존시킬수 있다는 전제는 만들수가 없었고, 자연히 금과 협공도 논외가 될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천조의 승전을 기원하겠소이다.”
“고려 세자께서는 참으로 영특한 것이 훗날 고려국에 태평성대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과찬이오.”
‘몽골이 없다면 더 태평성대겠지만 말이야. 이 몽골 사신을 떠나보내고 나면 나도 당분간 북방에서 떠날 수 있겠구나.’
몽골의 침략이 당분간 없음을 안 이상 이 시간을 유용하게 써야 한다. 우선 개경을 들렀다가 민심을 다독이고 남으로 가자.
* * *
벽란도 포구에서 조운선에 물자를 챙기고 있었다. 조운선 12척이 싣고 갈 쌀과 간장, 어물(말린 물고기)은 물론, 해구(물개)와 탐라의 밀감(귤) 등 고려 각지에서 올라오는 각종 물산들이 었다. 이들 모두 강화에 있는 고려 조정으로 갈 물산들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전쟁을 대비하여 화살과 창 등 무기들도 충분히 실어져 있었다.
“서경에서 태자 전하께서 몽고군을 격퇴하시면서 전쟁이 끝났다고 들었으니, 황상께서도 조만간 나오시는게 아닌가?”
“아직 나오신다는 말은 들은 적은 없네만 그렇지 않겠는가? 그보다 짐이나 어서 옮기세.”
그러나 배에 짐을 챙기던 만수는 친구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들고 있던 짐까지만 옮기고는 잠시 일을 멈추고 따졌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가? 몽골과의 전쟁도 끝이 났다고 해놓고, 폐하께서는 섬에서 나올려고 하지 않으시고, 병장기를 더욱 구하고 계시니.”
“몽고군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라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해보게. 이번 전쟁만 해도 지난 전쟁이 끝난지 얼마나 됬다고 다시 일어났던가?”
“그렇다면 강화에서 연일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천자께선 응당 황도로 돌아오셔서 국정을 다스려야···.”
“쉿! 말조심하게.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도는 구분하게.”
“···그래도 그렇지 않은가. 안그래도 성을 보수하거나 증축한다 힘든데 폐하께서 강화로 가신 이후 연일 연회를 개최하고 전쟁이 끝났는대 되려 강화를 간척한다며 사람을 부리니 우리 같은 백성들은 섬이고 육지고 할것 없이 당채 살 수가 없지 않은가?”
화약을 맺기 전까지만 하여도 전란 중에 민심이 불안정하니 간척을 반대하던 제추들도 화약을 맺은 이상 간척을 해야 한다는 대집성의 격렬한 주장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뭍에 있는 백성들은 강화로 끌려가 노역에 시달려야만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 몽고와의 관계가 안정되면 나오시지 않겠는가?”
친구의 말에 만수도 투덜거릴뿐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주변이 어수선해지고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모습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이 두리번거렸다. 무슨 영문인가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대는 지금 황도에 있는 세조와 태조 대왕님들의 재궁[梓宮:임금의 관]을 실고 있다는 소식을 못들었는가?”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누가 감히 두분의 재궁들을 황도에서 빼내올수 있단 말인가?”
“그야. 이 나라 천자님의 명 아니겠는가?”
그 말을 듣고 가보니 정말로 조심 조심 배 위로 올라가고 있는 두 관이 보였다. 비단으로 소중히 감싸 앉은채 살얼음 판을 걷는 듯 조심하는 모습이 재궁이 분명했다. 만수는 그 광경에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자신을 말렸던 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걸 보고도 정말로 곧 나오실 것이라고 보는가?”
“…….”
“캬악. 퉷! 젠장. 뭐가 곧 나오시고 뭐가 이제 평화란 말인가!”
만수는 바닥에 침을 거하게 뱉어내곤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사태가 이러자 말리던 그도 더이상 말리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천자시여. 천자시여. 만년천자(萬年天子:고종을 부르던 호칭중 하나)시여. 우리들은 그저 천자 님만을 우러러보며 기대어 사는데 어찌 우리에게서 멀어지시어 눈과 귀를 가리시는 것 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