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16
4월 26일 화요일 에르바의 바르디아 총독부 지하에 자료 보관실 옆에 있는 정보부의 임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던 카레나는 전혀 코디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대충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남성이 안으로 들어오자 살짝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와. 어째 오늘은 트레이닝복이 아니네?”
카레나가 살짝 웃으며 말을 건네니 그 남성은 짐짓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으면 이곳에 들여보내 주지 않더라구요. 입고 다니면 얼마나 편한데 말이죠. 이해할 수 없어요.”
건들거리는 태도로 다소 불퉁거리고 있던 그는 순식간에 자세와 표정을 수습한 후 카레나의 앞에서 그간 자신이 벌였던 첩보 활동에 대한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하는 내용은 해적들과 바르디아 해방 전선의 활동 감소에 관한 첩보 보고였다. 그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게릴라들이 철수했고 해적들이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는 종전의 보고를 되풀이 하면서, 바르디아 해방 전선에서 해방 전선 소속의 전체 전사들에게 어디론가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제가 조사한 모든 해방 전선의 게릴라 부대들에게 RQ7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중립 지대에서 암약하던 우주 해적들도······RQ7이라는 장소로 집결하자는 통신이 오가는 것도 포착했습니다. 이 RQ7이 어느 지점을 뜻하는 암호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무엇을 뜻하지는 지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소 겸연쩍어 하면서도 당당하게 보고를 올리는 남성을 바라보면서 카레나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정도라도 알아낸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이거, 매번 수고를 끼쳐서 미안하군······아참! 자네, 그 금발 머리 여자들이 있던 집단하고는 어떻게 되었나?”
“그것도 마저 보고 드리겠습니다. 발바이스측 특수 공작원들과 5번에 걸쳐서 정면으로 맞부딪쳤습니다. 우리측 요원은 9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발바이스측 특수 공작원 1명을 처리하고 3명을 부상케 하기는 했습니다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 금발 머리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말끝을 흐리면서 보고를 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카레나는 쓰게 미소를 지었다. 안타까운 마음과 적의가 함께 강하게 배어 있는 남성의 표정을 바라보자 그가 느끼고 있는 씁쓸한 감정이 카레나에게도 전해졌던 것이다.
“발바이스의 특수 공작원들은 아마 전부가 능력자인 것 같습니다. 능력자의 힘을 가진 요원의 절대 숫자에서 우리가 밀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숫자야 비슷한 상태인 데다가 우리쪽에는 능력자와 비슷한 힘을 가지는 강화된 육체를 가진 요원들이 있으니까 대등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역시 문제는 마법사의 수인 것 같습니다.”
“미안하군.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테지만······”
왠지 미안해진 카레나가 다소 말끝을 흐리면서 그를 바라보니 그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쓰게 웃고는 보고를 마쳤다.
“그래. 수고 많았다.”
카레나에게 보고를 마친 그가 물러 나가자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바이스측의 특수 공작원들의 활동이 증가되고 있고······우주 해적들이 활동을 멈추고······바르디아 해방 전선의 게릴라들이 어디론가 집결하고 있다······이건가?’
그녀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전쟁이 벌어질 여건이 착실하게 갖추어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 것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전면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지 카레나 스스로도 이해하기는 좀 힘들었다.
“······좋지 못해······모든 것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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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슬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군요…토호호호호홋~!!
음…에이센의 ‘강화인간’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왔습니다…흐흐흐…강화인간의 모티브는 FSS나 건담이 아니라 PS와 PS2용 게임인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서 따 왔지요…^_^;;;
이들은 정신적인 개조 보다는 육체적인 개조를 우선시하여 일반인을 능력자로 만든 것 입니다…물론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비밀이지요…^_^;;;
…그렇습니다….제가 전향한 ‘사시미 부대’를 그리 만들었다는…그러니 돌을 던지시려면 저에게…작가넘과 순결당원들은 죄가 없어요!!!
…씨우우웅~!! 퍽! 파팍! 콰직!!….아아아아악~!!!…(←셀 수도 없이 날아오는 짱돌에 맞아 다구리를 당하고 있는 아뒤쥔장)…으으으…나 하나의 희생만으로 순결당의 총수 작가넘과 우리 순결당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으으으…풀썩~ (←기절하는 아뒤쥔장…)
…순결당이여 영원하라~! 지~~~~크! 디!…퍽~!! 아악!!…털썩…(←잠간 정신이 들어 구호를 외치려다 유탄(?)에 맞아 다시 기절…)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1…
에…오늘도 부고를…쿨럭~ 생후 3주쯤 된 아기 강아지 둘을 남기고…쿨럭~ 집에서 기르던 개 한 마리가 또 운명했습니다…ㅜ_ㅜ…11년이나 키운 녀석이었는데 아침에 갑작스레…쿨럭~ 에고고…죽은 어미를 찾아 낑낑대는 어린 것들을 보고 있자니…ㅜ_ㅠ…아직 젖먹이라 주사기로 조금씩 우유를 주고 있습니다만…에고고…불쌍한 것들…ㅠ_ㅠ
여이은 강아지들의 사망 원인은…추정컨대 주변 이웃들이 놓은 ‘쥐약’인 것 같다는…멀쩡하던 놈들이 갑자기 죽는데에는 그것밖에는 없는 듯 하더군요…아니면 아뒤쥔장과 작가를 음해하려는 누군가의 저주?…쿨럭~ 아니겠죠…ㅠ_ㅠ
● ‘내멋대로할꼬야’님…1타를 축하드립니다~ ^0^)/~ 어쩐지…최근 며칠간 얼굴이 보이지 않으시더만…쿨럭~ 짱보고 계셨었군요…^_^;;; 으음…감기라…사실은 저도 요즘 몸이 으실으실한 것이 좀…쿨럭~ -ㅅ-;; 음…그건 그렇고…패러디…라…허허허…-ㅁ-;;; 아마도 야설이 되지 않을까…합니다만…^_^;;
● ‘검은묵시록’님…으음…아깝게도 불과 몇초의 사이로 1타를 놓치셨군요…^_^;;; 위로를 드립니다…음…크라우프가 인기작인 아니라는 것은 실감하고 있고, 재미없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니 굳이 위로를 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_^)/ 음…그런데 약은 언제부터? 빨리 끊으세요…쿨럭~ ^_^;;;;;;
● ‘다크크라이드’님…으음…아쉬워 하시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만…‘검은묵시록’님께서 설명하신 그것을 느껴보신다고…쿨럭~ 약을 하지는 마세요…-ㅅ-;;; 에…그리고 보병 챕터…라기 보다는 음모 챕터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듯…시아 등의 보병들이 이동하는 이유도 다 그것이라는…쿨럭~
● ‘toyr’님…음…쿨럭~ 사실 ‘toyr’님의 아이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솔직히 처음 뵈었을 때에는 troy인 줄 알았거든요…^_^;;; 헌데 쓰다보니 아니더군요…근데 무슨 뜻 입니까? 궁금합니다…음…그리고 요새의 구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음…오징어 땅콩과 같은 구조입니다…중앙에 땅콩이 있고…그 주면을 기둥이 받치고 있으며 껍데기가 있는 형태이지요…^_^;;; 껍데기와 땅콩 사이의 공간과 기둥에는 각종 시설들이…비유가 이상한 것 같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것밖엔 없군요…^_^;; 그리고 요새포는 큰 것과 작은 것 모두 달려 있습니다…미사일 발사구와 바리스타 발진구도 물론 있구요…
● ‘나만의천사’님…음…훗…누구 맘대로 디네스 다음에 디나란 것인지? 흐흐흐…디네스는 몰라도 디나는 제가 두 눈을 부릅!! 뜨고 있는 한 어림도 없습니다…-ㅅ-)/ 음…헌데 작가넘이 옆에서 이렇게 말하는 군요…“형…디네스도 안넣을 생각인데?”…쿨럭~ -ㅁ-;
● ‘chise’님…음…저는 기동무투전 G건담을 보지 않아서리 무어라 말씀을 드리긴 힘들군요…^_^;;;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08소대의 전투신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뭐…W건담의 경우는 쿨럭~ 난 꽃미남이 싫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 듯 하군요…-ㅅ-;; 그나저나…동아리 이름이 참…^_^;;; ‘검은묵시록’님께서도 그러셨지만…저도 순간적으로 ‘아프사라스’인 줄 알았다는…쿨럭~
● ‘마이트레야’님…음…보내주신 ‘당신도 할 수 있다! 무지 쉬운 요새 격파법!’…다시 읽어 보아도 끌리는군요…^_^;; 하지만 정치적, 혹은 윤리적인 이유로 실행을 하기엔 조금…쿨럭~ -ㅅ-;;; 요새 하나 먹자고 몰살-_-;은 좀…쿨럭~ 으음…하지만 자꾼 손이 그리 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 ‘창세전쟁’님…끄~~~~~~응…(←화장실에서 힘스는 소리가 아님에 주의!!) 음…그 약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심 안되나요? 짐작이 가는 것이 너무 많아서리 도저히 딱 하나만을 끄집어 낼 수 없다는…쿨럭~ 응? 이게 무슨 냄새지?…앗~! 작가넘 속이 타는 소리잖아~!! 물~! 무울~!!…쿨럭~ -ㅅ-;;;
● ‘제로나인’님…흐흐흐…여기에서 하렘을 주장하지 마시고…‘제로나인’님의 소설 ‘고려제국건국기’에서 하렘을 추구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합니다만…이제 겨우 두명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역사적 사실과 같이…아니 더 많게…부인을 한 100명쯤 두는 것입니다…아니 차라리 3,000궁녀의 영광(?)을 재현해 보시는 것도…^_^;;
● ‘우주인엘로힘’님…음…에이센 황가의 가계도…라…별 것 없는데요? 일단 살아있는 사람이 그다지 으니…쿨럭~ 리하르트 황제가 물러난 이후에 황권 다툼이 벌어졌고, 이때 대부분의 황자들이 다 죽어버렸거든요…^_^;;; 음…4대 황제 리하르트 이후…5대 황제부터 현 10대 황제인 게르트까지 모두 현제였다는…쿨럭~ 알고보면 상당한 콩가루 집안이라는…-ㅅ-;;
● ‘soulschaos’님…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_^;;; 음…생각해 보니 진짜로 묘 주변에서 곧은 나무를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음…그건 그렇고…반란을 획책하고 계셨을 줄은…티아라를 꼬셔서 일으키시려 하는 것 같은데…흐흐흐…그녀는 이미 코프의 기술에 넘어간 상태입니다…지금은 몸과 마음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는 것 뿐이지요…^_^;;;
● ‘시지프스’님…뭐…엄청나게 크긴 합니다만…쿨럭~ 중요성 자체는 이젤론 요새가 더 클 것입니다…데카우 요새는 거의 상징적인 의미였으니까요…물론 요새 자체의 힘도 훨씬 쎄겠지만 말이죠…‘검은묵시록’님께서 코멘트에 남기셨듯이 요새는 지정학적인 위치가 가장 중요하니까요…^_^;;
● ‘아이페르’님…음…설마 테러를 착실히 준비하고 계신 것은 안시겠지요? 아니면 그만큼 많은 오류를 찾아내셨다던가…설마…쿨럭~ 음…혹시 오류를 발견하셨다면 즉시 지적해 주세요…언제나 세이경청 하겠습니다…^_^;;; 아차차…보복 테러는 없을 것이니 안심하세요…그렇게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라는 눈빛은 하지 마시고요…^_^;;;
● ‘勇者’님…으음…언젠가 한번 ‘씨앗건담’을 봐야 하는데…쿨럭~ 으으음…일단 오프닝은 뭐 그럭저럭…그리고 제가 야동을 본다는 것이 그리 이상합니까…쿨럭~ 여친이 없다보니…대리만족을…음…더 이상 이야기 했다가는 ‘ㅂㅌ’가 될 것이 뻔하니…쿨럭~ 이쯤 줄이지요…
● ‘휴식시간’님…음…비자금이면 비자금이지…웬 怪자금이란 말씀입니까…혹시 怪獸를 판매하시고 남기신 돈이신지…쿨럭~ ^_^;;; 음…그나저나 그 돈으로 ‘피르다룬’님께서 핵탄두를 구입하셨다는 군요?…훗…굳이 제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요…흐흐흐…세계의 경찰의 자처하는 모(某)국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흐흐흐…“여보세요? 거기 쌀국이죠?…”…흐흐흐…
● ‘피르다룬’님…제가 쌀국에 ‘피르다룬’님을 고발했습니다…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저로서는…크흑~ 아무리 독자님의 한 분이시라지만…두고 볼 수 없었다는…아마 학원의 입구에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줄지어 있을 겝니다…흐흐흐…이미 학원에 가셨을 테니…이 글은 이미 늦은 것이로군요…흐흐흐…
음…밥 먹으러 갑니다~ 저녁식사 맛있게 하세요~! ^0^)/~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리하르트 황제력 267년 5월 6일 08시 57분 금요일 크라우프는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의 선두가 이미 에르바 행성계 외각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함대 참모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대단하군요. 우리들은 이제야 겨우 데이고 기지에 도착했는데 말입니다.”
부사령관 후안 마티니 준장은 전투함 및 수송함을 모두 함해 200만 척이 넘는 함대가 베르베라에서부터 차례대로 출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선두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투로 크라우프의 말을 받았다. 사실상 200만 척의 함대가 한꺼번에 항로에 쏟아져 나온 것이 아니었던 만큼 함대의 이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었지만, 오랜 항해에 지쳐있는 장병들에게는 희소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상당하 시간을 우주공간에서 보내야만 했는데, 그 이유는 항로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함대 단위로 차례대로 출발을 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과 바르디아를 연결하는 정규 항로는 군용함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센을 지탱하는 수많은 인력과 물자들 싣고 이동하는 민간 화물선들도 함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200만 척이 넘는 함대 전부가 한꺼번에 출발하는 일 따위는 아주 당연하게도 하지 못했다. 함대가 길을 막고 있다면 물자의 유통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에이센 내부의 항로를 관리하는 항로국과 군부만 피해를 본 시민들의 원성을 살 뿐이었다.
어쨌든 간에 기나긴 함대의 행렬 중 이제 그 선두가 목적지인 에르바 행성계에 거의 도착을 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자 이제야 겨우 데이고 기지에 다다랐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장병들은 희색이 만만해져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들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소식이 전해져 왔는데, 이제까지 들렸던 다른 주요 지점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 때문에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는 데이고 기지에 기항하지 않기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랜 항해에 지쳐 있는 함대 장병들이 가졌던 기대에 대한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 간 다른 함대도 똑같이 겪었을 테니 그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히며 데이고 기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거나 할 뿐, 불만 자체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에르바에 도착하면 그동안 지겹게 보아온 우주의 모습도 끝이라고 생각하여 선두 함대의 도착 소식에 힘을 얻는 사람들도 얼마간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오랜 우주여행을 끝내고 에르바에 도착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함대가 에르바에 도착하면 복무 기간이 만료되어 현지에서 제대할 사람들도 수두룩했고, 그들의 빈자리를 대체할 인원을 새롭게 보충받은 뒤 그들을 다시 훈련시키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었다. 그러니 이래저래 에르바에 도착하고 나서의 일을 준비하고 미리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 문제를 주제로 회의를 하고 있는 록시나 XI호의 회의실 공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함대 참모들도 오랜 우주여행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루함과 따분함으로 인하여 인상을 미미하게 쓴다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던가 하는 동작을 취했고, 그 덕분에 본래 따분한 것이 정상인 회의실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아 숨쉬기조차 힘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참모들 대부분은 애써 그런 분위기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사람이 크라우프라는 소장 계급장을 가진 자신들의 상관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크라우프도 이런 참모들의 분위기를 금새 알아 차렸다. 따라서 그는 분위기에 눌려 질식하기 전에 서둘러 회의를 끝마쳤다. 사실 크라우프도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 반복해서 벌이고 있는 오전 상황 보고 회의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별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정기적인 보고를 받거나, 가뭄에 단비처럼 아주 이따금씩 사령부로부터 내려오는 특이 사항들을 참모들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이런 지루한 회의라도 꼭 필요했다.
“뭐······어쨌거나 금일에서의 특이사항은 이런 정도입니다. 선두 함대가 드디어 에르바 행성계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상태로 간다면 우리들은 7월 초순이나 중순쯤에는 에르바에 도착할 것이라는 것입니다······에르바에 도착한다면 제가 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하신 여러분들께 한턱 크게 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우리 함대의 소속함 전부가 오랜 항해를 끝마쳤으니 재정비 받아야 할테고, 그때까지는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할 테니 말이죠.”
갑자기 크라우프가 회의 말미에 한턱내겠다는 뜻을 밝히자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크라우프의 한마디 말은 착 가라앉아 있던 회의실의 공기를 단 한번에 긴 겨울이 끝나고 불어오는 싱그러운 봄바람처럼 만들어 버렸다. 참모들이 찡그렸던 표정을 풀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막 크라우프의 제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던 찰나, 크라우프의 말을 묵묵히 경청하고 있던 다이레아가 조용히 말을 꺼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려던 분위기를 정돈해 버렸다.
“각하. 지금은 정기 회의중입니다. 사적인 말씀은 회의가 끝나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이레아의 조용한 질책을 받고난 크라우프와 참모들은 일제히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이레아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었다. 크라우프는 멋쩍은 표정을 약간 가벼워 보이는 듯한 웃음으로 수습한 뒤 이만 회의를 끝내자는 말을 했다. 실제로도 더 이상 할 말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우프가 회의를 끝내자 참모들은 자신들이 챙겨왔던 서류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처음보다 조금은 나아진 듯 한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모두들 긴 우주여행에 피로하고 지치셨다는 것을 잘 알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주셔서 이곳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여러분들이 자신이 맡으신 일에 최선을 다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크라우프가 모두에게 감사를 표시하자 그가 무슨 말을 하나 어리둥절해 하던 참모들은 조금 머쓱해 하며 무언가 한마디식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빨리 크라우프는 온유하게 웃으면서 모두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말을 꺼냈다.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었다는 말은 에르바에 도착하고 나서 합시다.”
그의 말을 듣고 난 참모들 모두의 얼굴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생기가 돋아나 있었다.
“알겠습니다. 각하! 한턱 내주시겠다는 말씀 잊지 않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게리 쉐프턴 대령이 싱글거리면서 강한 어조로 크라우프의 말을 받았다. 크라우프도 마주 웃어주면서 그렇게 하자고 대답하고는 참모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기운을 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참모진 모두는 대답 대신에 일제히 경례를 올렸고 크라우프는 모두가 돌아 나가고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래도 에르바에 도착한 이후 참모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작년 10월부터 급여를 받은 것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자신의 구좌에 쌓여 있을 것이니 돈은 별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은 단순히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를 조금은 바꾸어 보려고 말을 꺼낸 것이 조금은 그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잠깐 쓴웃음을 짓던 크라우프가 자신의 앞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참모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던 다이레아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더니 크라우프에게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셨어요?”
자신을 질책하는 다이레아의 표정을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잠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안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뭐 그러실 수는 있지만 자주 그러지는 말아 주세요. 너무 그렇게 풀어주시면 사람들이 윗사람을 어려워하지 않게 되잖아요.”
그제서야 다이레아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깨달은 크라우프는 명심하겠다는 대답으로 그녀의 질책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 들였다. 그가 순순하게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자 다이레아는 길게 잔소리 하지 않았다. 그녀는 크라우프를 만나기 전에 여러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 에서 얻게 된 교훈 중 하나를 떠올렸던 것이다. 남자에게 길게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그만큼 자주 잊어버리는 경향이 큰 것도 남자들이지만 맞추기 힘들어도 어느 정도의 적절한 선만 넘지 않는다면 자존심이 강한 남자에게 충고를 할 수 있었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감정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다이레아는 잘 알고 잇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한 턱 내실 꺼에요?”
크라우프를 보고 온유하게 웃고 있던 다이레아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뭐······그리 큰 부담은 아닐 테니 말이야.”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니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짐짓 짓궂게 말을 꺼냈다.
“여자 나오는 룸이 있는 술집 같은 곳이 놀기에는 좋아요.”
그녀가 빙긋 웃으며 대답해 주니 크라우프는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고 대답하면서 다이레아도 함께 가겠냐고 물었다.
“저요? 저는 별로에요. 이제는 그런 곳에 가서 오늘은 어느 남자하고 잘까······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시간에 책이나 읽어 둘 생각이에요. 게다가 참모진들 중에서 저만 여자니까·····남자분들끼리 즐겁게 노시는 것을 방해하기도 좀 그렇구요.”
자신은 신경쓰지 말라는 다이레아는 실제로도 그녀의 본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 자리에 끼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고, 크라우프가 참모들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을 막고싶지도 않았다. 사실 크라우프와 참모들 사이에는 계급과 나이라는 커다란 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크라우프는 참모들과 업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번과 같은 일로 인하여 그들과 조금이라도 친분을 쌓아 두는 것도 좋다는 것을 다이레아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크라우프도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살짝 끌어당겨 가볍게 키스를 건네었다.
5월 22일 베르베라를 출발했던 150만 척에 달하는 전투함대의 도착이 거의 완료되고 있는 시점에서 카레나 스쿠비는 발바이스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베르베라를 출발한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 지휘하는 150만 척의 전투 함대와 45만 척으로 이루어진 수송함대,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16만 척의 수도 방위 사령부 예하 함대들이 속속 에르바에 도착하게 되니 발바이스측에서는 에이센이 전쟁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를 매일같이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과 바로 맞닿아 있는 지역에 강력한 힘을 가진 전투 함대가 150만 척이나 증가하게 되었고, 그것을 에이센의 발표대로 치안 유지용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었다.
카레나는 이런 발바이스의 항의와 함께 이어질 수 있는 발바이스의 에이센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꾸준하게 발바이스가 에이센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중립지대의 인근 지역에 꾸준하게 군사력을 증가시켜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간의 노력의 성과로 발바이스 제국은 상당한 유형, 무형의 군사력을 중립지대 인근에 집중시키고 있었고, 점점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었다.
‘어찌보면 파츠 베이스보다 더욱 위협적이라고 할 수도 있어······’
카레나는 발바이스와의 사이에서 설정된 중립지대가 현재 명목뿐일지라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큰 다행으로 여겼다. 그 중립지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발바이스와 에이센 모두, 양측이 낼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으로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실상 그것에 대한 무력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못하는 것은 그 중립지대가 양측의 전면적인 전쟁을 막아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면 우스운 일이로군······’
그녀는 발바이스 내부의 의사 결정 기구인 11인 평의회 의원들의 동향과 발바이스 국방부 의 움직임, 그리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주 함대 사령장관과 부사령장관에 대한 첩보를 최대한 입수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대략적인 사항만이 접수되고 있을 뿐이었고, 특히 실질적인 군사권을 쥐고 있는 발바이스의 우주 함대 사령장관과 부사령장관들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입수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발바이스의 내부 통치 구조는 황제 피로넬리우스를 중심으로 해서 그 아래 총리가 있고, 총리의 밑에 11인 평의회라고 하는 국가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11인 평의회의 밑에 사법권과 경찰권, 그리고 검찰권 등등의 권한을 가지는 여러 가지 국가 통치 기구가 설치 운영되어 있었다.
발바이스의 황제 피로넬리우스는 매우 상징적인 존재로서 그 발바이스 국민들과 귀족들 위에 군림을 하되 실질적인 통치는 하지 않는 존재일 뿐이었다. 사실 발바이스의 황제 피로넬리우스는 바르디아가 에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에르바를 잃어버린 후 흩어져 버리게 된 바르디아 황가의 직계 황족들이 에이센군에게 체포되어 처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바르디아 황실의 직계 자손들 중에서 유일한 남성이었다. 선황제의 친아우인 듀얼 가스펠 황자의 하나뿐인 친자였기 때문이었다.
피로넬리우스 황제는 바르디아 황가를 재건한다는 명목하게 일어서게 된 귀족들에게 그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황제로 옹립됨으로서 실질적인 실권 같은 것은 전혀 갖지 못하고 있었다. 바르디아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옛 바르디아 귀족들의 명분 때문에 옹립된 황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단지 명분일 뿐이었다.
피로넬리우스 황제를 생각해 보면서 그의 부친인 바르디아 황제의 친아우 듀얼 가스펠 황자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린 카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현재 카레나 자신은 엄연한 에이센인이었고, 에이센을 통치하는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수양딸이었다. 자신도 엄연한 에이센 황족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지금 카레나는 에이센을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와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카레나는 쓸데없이 자신을 혼란시키는 생각은 그대로 접어두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단 떠오른 생각은 생각만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 생각을 하지 말자······’
카레나는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상념을 떨쳐내 버렸다. 그리고는 현재 당면해 있는 것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발바이스의 정치체계는 가장 유력한 귀족 1명이 총리직을 맡고 유력 귀족 11명이 평의회 의원을 맡아, 이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카레나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평의회 의원들이나 발바이스의 총리가 아니었다. 실질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발바이스 우주함대 부사령관들이었다.
군부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우주 함대 사령장관은 실질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역할은 지방에서 유력한 기반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사병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중앙에서 우주 함대 부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있는 대귀족들간의 이해다툼을 조정해 주고 이들의 무력을 차출받아 발바이스의 정규 함대를 지휘 통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즉, 발바이스의 우주 함대 사령장관은 그들의 황제와도 같은 상징적인 자리였다.
실제로 발바이스의 군권을 쥐고 휘두르는 것은 중앙과 지방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권력을 휘두르는 대귀족들이었다. 발바이스는 정규군 함대보다 귀족이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사병의 비율이 전체 군사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강대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귀족들, 즉 우주함대 부사령관들의 발언권과 힘이 아주 막강했다.
‘그들 모두······’
카레나는 생각이 복잡해져 머리가 다 아파오자 고민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총독부 지하 기록 보관실 옆에 마련되어 있는 방에서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 것도 큰 고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검을 들고 덤벼든 금발 머리의 발바이스 여성 공작원의 공격으로부터 시작된 발바이스 특수 공작원들의 활동이 은연중에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대로 밖으로 나돌아 다닐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식의 공격에 대해서 카레나는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이 마음대로 돌아다님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것을 마음에 걸려했고, 그 이후로는 바깥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있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의 방을 빠져 나와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말없이 기록 보관실 근처의 복도를 따라 몇 번 움직여 다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골치 아픈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하더라도 한없이 치솟아 오르기만 할 것이 분명한 짜증 때문에 어떻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리하르트 황제력으로 267년 6월 7일 월요일. 레나는 우라베 기지 주변으로 모여드는 전투함들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을만큼 주변 환경이 상당히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간 사이가 다소 벌어진 듯 보였던 보디세아와 지오콘 다비토가 공식적으로 결별해 버렸던 것이다. 지오콘 다비토가 먼저 보디세아에게 화를 냈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보디세아가 다비토를 차버린 것과 같았다. 보디세아 자신도 지오콘 다비토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고 단지 섹스를 잘한다는 것 때문에 사귀게 되었다고 레나에게 말했던 적도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그가 자신에게 대해서 먼저 실망감을 주게 되니 미련없이 지오콘 다비토와 헤어져 버린 것이었다. 지오콘 다비토와 결별한 후 보디세아는 당장 다른 남자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곧 다른 남자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이것 때문에 레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제대로 숨도 귀지 못하고 있었다. 지오콘 다비토는 검은 묵시록호에서 헤비호스 대장을 맡고 있으니 보디세아와 매일 같이 부딪쳐야 했기 때문이었고, 이것은 둘 사이에 끼어있는 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요즘 양 옆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차가운 시선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의 남녀였다면 서로 사귄 기간이 오래 되었기 때문에 다시 동료로 만나기 시작하면 어색하기만 할 것이겠지만, 다비토와 보디세아 두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잘 만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관계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것은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더욱 두 사람이 언제고 폭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레나는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우주항이 내려 보이는 전망대를 자주 찾아 우주항에 정박되어 있는 배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이곳에 오면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보디세아와 지오콘 다비토 사이에서의 숨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 속에서 레나가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있는 전망대에서 그녀는 마지막에는 언제나 이곳에서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전망대에 나와 있는 다고해도 아무도 레나에게 말을 건네주거나 관심을 보여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레나는 안나펠에서 죽어버린 동생 에인샤와 그녀의 아기, 자신의 남편이 될 뻔 했던 더그 라터와 순박했던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세상에서 두 번다시 볼 수 없었다. 그 모든 일들이 에이센인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바로 그때 레나가 내려다보고 있는 우라베 기지 우주항 안쪽으로 중형의 민간 화물선 10척이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솟아 오르는 울분을 참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나는 그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6월 28일 월요일 에르바 시내 곳곳에서는 바르디아인 징병자들을 강제 징집해 내기 위해 에이센 징병 관리부에서 파견한 헌병들에 의한 강제 징집 작업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보름 간격으로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던 바르디아인들에 대한 훈련소 입소율이 30%대를 밑돌게 되자 그동안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었다 판단한 바르디아 총독부에서 강제 징집을 명령한 것이다.
자신들의 원수나 다름이 없는 에이센의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거부감과 더불어, 제대 후 연금을 비롯해서 많은 혜택을 약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혜택들 보다 당장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한 반발 등이 어우러져 강제 징집 작업은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에이센군대에 들어가게 된다면 최저 5년간을 에이센군에서 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특히 4번째 징병자들까지 입소한 시기에 널리 퍼지게 된 바르디아인 징병 대상자들이 에이센 훈련소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에이센인들과 바르디아인들의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세간에 널리 퍼지면서부터 징병기피가 심각하게 되었다.
훈련소에 입소한 바르디아인 입소자들은 자신들의 탈영을 막고 훈련을 담당하는 에이센군 장병들이 남녀가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그리 큰 동요를 하지는 않았다. 남녀가 섞여있는 에이센 병사들의 모습은 외부에서 늘상 보던 것이니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에이센의 남녀 병사들이 같은 막사를 사용하는 모습이나, 이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샤워장을 이용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1주차 내에서 걸러지게 되는 신체검사 부적격자들에게 의해서 증언되어 널리 퍼지게 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은 본래 에이센인들이 야만족이라고 생각하는 바르디아인들에게, 특히 딸을 가진 부모들에게 자신들의 딸들이 에이센 군대에 끌려 나가면 매춘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의 징병 통지서를 받게 된 부모들은 자신의 딸들이 에이센군에 끌려 나가게 하지 못하도록 집안 깊숙이 숨겨 버리거나, 여성이 징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진 결혼을 서둘러 버리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이런 징병 기피 현상은 바르디아인 남성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5월에 입소한 징병대상자가 예정자들의 10%도 되지않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고,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자 바르디아 총독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지난 기수의 입소 예정자들 중에서 입소를 거부한 징병대상자들에 대한 강제 징병 작업에 나선 것이다.
총독부 징병 관리부 예하 직원과 헌병들, 그리고 바르디아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가지는 보병들이 징병대상자들의 입소일이 되는 7월 1일이 되기 3일 전부터 징병 대상자들을 강제 징집에 들어갔다. 징병대상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자택에 들어가 억지로 징병 대상자들을 끄집어 내 버린 것이다.
특히 많이 걸려든 것이 징병 대상자들로 지정되어 있던 소녀들이었다. 집안의 반대로 모두들 어떻게 하지 못하고 집안에 숨어 있다가 그대로 걸려 버렸던 것이다. 이대로 끌려 나가면 죽게 된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기 때문에 에이센 징병 관리부 직원과 헌병들이 들이닥쳐 강제로 구인해 가는 과정에서 작고 큰 소동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가족들은 무기를 들이댄 채 훈련소에 입소하라는 징병통지서의 내용을 무시한 징병대상자들을 체포해 가는 징병 관리부 직원들에게 매달려 보기도 했지만, 이들은 울며불며 애원하는 가족들을 무시한 채 징병 대상자들을 그대로 차에 태워 떠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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