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oranguikyung RAW novel - Chapter 340
교랑의경 340화
비록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였지만, 정 대부인은 정 대노야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 나와 맞이했다.
“어떻게 됐어요?”
정 대부인이 물었다. 정 대노야는 홀가분한 듯 보였다.
사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정 대노야의 표정에서 대답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 대부인은 그래도 꼭 그의 입으로 확답을 듣고 싶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정 대노야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내일 재판이 열릴 거요.”
정 대노야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정 대부인은 숨이 턱 막혀 혼절할 뻔했다.
“재판이라뇨!”
정 대부인이 소리쳤다.
그 바보가 올린 고소장이 정말로 수리되었다는 말이야? 세상에!
정 대부인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슴을 쳤다.
“괜찮소, 정말이오. 그 애가 이 절추 외에 모든 강주부 관리의 심기를 건드렸어. 재판을 연다고 해서 우리가 겁먹은 얼굴로 잘못했다고 빌 줄 알았다면 엄청난 오산이지. 그 애가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이니!”
정 대노야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 대부인이 불안한 눈빛으로 머뭇거리면서 정 대노야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에요?”
그 바보는 우리가 자신만만하게 여겼던 상황들을 몇 번이고 뒤엎었는데.
“도조 진인과 손 도사도 감당하지 못한 아이인데, 관청의 관리들로 가능할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정 대노야가 눈을 크게 뜨고 정 대부인을 향해 호통쳤다.
“협박받는 걸 좋아하는 관리가 세상에 어디 있겠소? 이번에는 우리가 아니라 관리들을 화나게 했으니, 어디 한번 두고 보시오. 곤봉에 얻어맞으며 공당에서 내쫓겨질 거요. 올바른 판결을 원한댔지? 흠씬 얻어맞고 내쫓기는 게 올바른 판결이야! 세상 사람들 다 와서 보라고 하지! 이게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정 대부인은 짧게 아, 대꾸하고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정 대부인의 모습이 탐탁지 않았는지, 정 대노야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진인이니 도사니 그런 얘기는 일절 하지 마시오. 그 여인네가 바보를 어찌 감당하겠소? 도사라는 그 여인이 바보한테 큰절까지 올리던 걸 내 눈으로 봤단 말이오.”
정 대부인이 놀란 눈으로 정 대노야를 쳐다보았다.
“손 도사가 걔한테 큰절을 올렸다고요?”
정 대노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연못가에서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그렇소. 지난번 우리 집에 왔을 때의 일이오.”
그때?
“왜요?”
정 대부인이 물었다.
손 도사가 왜 그 바보한테 큰절을 올린 거지?
정 대노야도 멈칫했다.
그러게, 손 도사가 왜 그랬을까? 도를 닦았다고 사람들 앞에서 그리 깨끗한 척을 하던 사람이 말이야. 절대로 속세에 휘둘리지 않을 것처럼 굴던 손 도사가, 왜 그 바보한테 큰절을 올린 거지?
일 년이 넘도록 정씨 저택에 발도 안 들이던 손 도사가, 왜 그 바보가 돌아오자마자 들렀을까?
정 대노야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당신, 일전에 현묘관에 갔었을 때, 손 도사를 만났소?”
정 대부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일백 관어치 향불을 올리긴 했는데요. 손 관주를 보겠다고 하니까 여도사들 말로는 도사님이 문객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내가 일백 관을 쓰고, 손 도사를 보고 싶다고 무릎을 꿇었을 때도 못 봤어. 그런데 그 바보가 손 도사의 무릎을 꿇렸다니.
도대체 왜?
정 대부인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 바보한테 붙은 악귀의 힘이 그렇게 센가? 혹시 손 관주가 바보의 기를 누르지 못하고 악귀의 힘에 굴복한 게 아닐까요?”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정 대부인의 말에 정 대노야가 호통을 쳤다.
“그럼 정신이 말짱한 당신이 이 상황을 설명해 보든가요!”
정 대부인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방 안은 일순간 침묵에 휩싸였고, 정 대노야 부부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 참, 둘째 내외는 어젯밤에 정말 거길 갔다고 하오?”
잠시 후, 정 대노야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렇다니까요.”
정 대부인이 서둘러 대답했다. 드디어 정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서 뭐라고 했다고 하오?”
정 대노야가 물었다.
“남들 모르게 방 안에 숨어서 이야기를 나눴다는데, 무슨 괴상한 얘기를 했을지 누가 알아요. 분명 우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겠죠.”
정 대노야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라고 했든 상관없어. 이참에 둘째 내외도 혼쭐을 내줘야겠군.”
정 대노야가 말했다.
보통 이런 단순한 구타 사건은 재판이 바로 열리기 어려웠다. 열흘, 보름을 늦춘다고 해도 아무도 재촉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대노야의 제안 하에, 조 집사의 사건은 그가 자수한 이튿날 바로 재판이 열렸다.
탕탕탕.
수화곤(水火棍: 옛날 관청에서 사용하는 긴 몽둥이)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공당 내에 울려 퍼졌다. 공당 안에 두 줄로 나란히 선 관졸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원고와 피고는 안으로 들라!”
관졸들은 큰 소리로 외치면서도, 속으로 이번 재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건을 고발한 사람이 바로 사람을 때렸던 주범이고, 소환당한 사람이 주범에게 맞아서 다친 피해자이기 때문이었다.
공당에 선 조 집사와 시종 넷은 악의 가득한 얼굴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임구 등 네 명의 주인장을 쳐다보았다. 조 집사가 그들을 쳐다보면서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바보거나 정신이 나간 놈들이겠지.
주인장들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혀를 끌끌 차며 시선을 거두었다.
이런 자잘한 구타 사건은 굳이 지부 대인까지 나와 재판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재판장 자리에는 통판(通判)과 절추 두 사람만 앉아 있었다.
지부 대인은 공당 측문에 설치된 후당(後堂) 별실에 자리했다.
정 대노야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고려하여 공당 안에 앉지 않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지부 대인과 함께 자리하지 않고, 공당 문가에 있는 곁방에 자리했다. 공당과 조금 거리가 있긴 해도, 판결 내용을 듣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이었다.
공당에 나온 이들은 각자 예를 올리고, 신분을 확인했다. 절추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 통판이 굳은 표정으로 경당목(驚堂木)을 세게 내리쳤다.
“조귀, 경성 귀덕낭장 주씨 가문의 하인이 어찌 강주에서 평민 백성을 때려 다치게 한 것이냐! 네 죄를 알렷다!”
통판이 ‘귀덕낭장’ 네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이는 주씨 가문이 겁도 없이 권력만 믿고 남의 땅에서 횡포를 부렸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자리에 있던 관원들과 하급 관리들 모두가 언짢은 기색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이 절추는 통판의 의중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후당에 앉아 있던 송 지부는 찻잔을 들고 후후 입김을 불며 차를 식혔다.
“이런 작은 사건을 듣는 것도 오랜만인데, 재미있었으면 좋겠군.”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옆에 앉아 있던 식객이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대인, 증인이 한둘이 아닙니다. 저쪽 방에는 일고여덟 명의 증인이 기다리고 있다던데요? 남정, 북정 사람들이 다 왔다고 합니다.”
증인들까지 온 걸 보면, 당연히 단순한 구타 사건으로 끝날 건이 아니로군. 구타 사건 뒤에 숨은 혼수 사건을 끌어내야 볼 재미가 있어.
“차라리 일찍 끝났으면 좋겠군. 점심때를 놓치지 않게.”
송 지부가 식객의 말에 맞장구를 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송 지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혼수 사건을 끌어들여? 꿈도 꾸지 말라지. 통판의 말 몇 마디면 끝날 판결이야. 곧 있으면 저들은 모조리 곤봉으로 내쫓겨질 사람들이라고!
감옥에 갇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자들이라지? 그럼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가둬 놓으면 되겠네!
잡역부 하나가 다급하게 후당으로 들어와서 조용히 말했다.
“대인, 방청을 원하는 이가 있습니다.”
정씨 가문의 위신을 고려하여 백성의 참관을 막았지만, 소문이 새어 나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집도 안 간 딸이 자신의 혼수를 내놓으라고 집안 어른을 고소하는 일은 강주부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 사건을 방청하고 싶어 하는 이가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쫓아내거라!”
송 지부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러나 잡역부는 송 지부의 명령을 듣고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인, 그게 말입니다, 천장각(天章閣) 시강이자 기거주(起居注)를 겸하고 있는 승의랑 진(秦)씨 가문의······.”
잡역부가 손에 쥔 명첩을 다 읽기도 전에, 송 지부가 입에 머금었던 차를 풉 하고 내뿜었다.
“누구라고?”
송 지부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송 지부의 놀란 목소리가 공당 안까지 전해졌다. 공당에서 재판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그 소리에 놀라, 하던 말을 멈추고 소리가 전해져 오는 측문을 흘깃 쳐다보았다.
잡역부가 휘장을 들어 올리고는 통판과 절추를 향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임구, 조금 전에 조귀 등이 자네의 점포에 쳐들어가 막무가내로 사람을 때렸다고 했나?”
통판이 공당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예, 대인. 저놈들이 저한테 점포를 닫으라고 협박한 것도 모자라서 저를 때려서 다치게 했습니다. 여기 제 상처 좀 보십시오.”
임구가 울분에 찬 얼굴로 옷을 들어 올렸다.
통판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절추가 임구에게 물었다.
“임구, 무엇 때문에 자네와 조귀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것인가?”
통판은 냉소를 지으며 절추를 흘겨보았다.
저놈 급한 것 좀 보게. 뒷돈을 얼마나 받았길래 아직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혼수 얘기로 넘어가려고 해?
통판이 헛기침을 하고는 명했다.
“여봐라, 상처를 확인해 보거라.”
통판이 절추를 쳐다보면서 미소 띤 얼굴로 비아냥댔다.
“이 대인, 일단 상처부터 확인합시다. 급할 거 없잖소.”
“지당하신 말씀이오.”
이 절추도 웃으면서 통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조롱이 가득한 통판의 얼굴을 못 본 것처럼 행동했다.
지부 대인은 공당에서 오가는 얘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명첩을 앞뒤로 세 번을 읽었지만,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 시강이 어떻게 강, 강주까지 왔지? 게다가 이 사건을 방청하러?”
송 지부가 물었다.
“진 시강이 직접 온 건 아니고, 여인 몇 명이 왔습니다.”
명첩을 처음 받았을 때, 가짜 명첩이 아닌가 의심했던 잡역부는 송 지부의 반응을 본 뒤에야 이 명첩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의 명첩을 들고 올 수 있는 아랫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이 아니겠지.
송 지부가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자, 자, 자네가 보기에는 진씨 가문이 뭣 때문에 온 것 같나?”
송 지부가 식객에게 물었다. 식객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알기론 진 시강은 강주 땅과 아무런 연고도 없습니다. 혹 주씨 가문 때문은 아닐까요?”
송 지부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내가 이 안건을 너무 얕본 건가?
“대인, 방청을 허락하시는 겁니까?”
잡역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송 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온 목적을 모른다면 일단 움직임을 지켜봐야지. 방청이 끝나고 누굴 찾아가는지 보면 여기 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게야.”
“그럼 이 사건은 예정대로 진행합니까?”
식객이 조용히 물었다.
예정대로라면 이 사건은 단순 구타 사건으로 판결을 끝낼 것이다. 혼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도 전에 끝나버릴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갑작스럽게 변수가 생겼으니······.
송 지부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대로 진행해야지. 나머지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면 될 일일세.”
식객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잡역부에게 명첩을 돌려주었다.
이런 귀한 집의 명첩은 아무나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명첩을 확인한 뒤에는 이를 가져온 사람에게 꼭 다시 돌려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