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oranguikyung RAW novel - Chapter 360
교랑의경 360화
북정에 대해 묻는다?
찻집 주인은 반색을 하며 정씨 가문 집사를 탁 쳤다.
“사람을 제대로 찾았구려.”
집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사환을 쳐다봤다.
경성에서 왔나?
“누굴 찾아오셨소? 누가 보낸 거지?”
경성에서 정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집안은 주씨 가문뿐인데. 아, 사공자도 계셨군. 혹시 사공자께서 보내신 전갈인가?
청의를 입은 사환은 의심 어린 눈길로 집사를 쳐다보았다.
“누구신지······.”
“이쪽은 정씨 가문의 집사 어른이오.”
찻집 주인이 웃으며 대답하자 청의를 입은 사환은 아, 하고 대꾸했다. 겁을 내거나 경의를 표하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반가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잘됐군요. 정씨 가문의 교랑 아씨께서는 그 댁에 거하십니까? 밖에 따로 거하십니까?”
사환의 물음에 집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아, 아니, 교랑 아씨를 찾아온 거요?”
“네.”
“주씨 가문에서 보낸 건가?”
집사의 질문에 청의를 입은 사환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이보십시오, 집사 어른. 내가 주씨 가문의 사람이면 굳이 길을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환의 표정에선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 집사는 그런 사환의 눈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관계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럼 어느 댁 사람이오?”
집사가 물었다.
“그래서 정 아씨께선 그 댁에 계십니까, 안 계십니까?”
청의를 입은 사환이 대답 대신 다시 물었다. 집사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진(陳)씨 가문의 사환이 아니더냐?”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집사는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을 건넨 이가 진(秦)씨 가문의 여종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이란 말이지?
청의를 입은 사환이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어머, 어멈들도 여기 계셨네요! 잘됐다!”
사환이 쪼르르 달려가 예를 표했다.
“어떻게 온 게야?”
“노태야와 노야, 부인께서 새해 선물을 보내셨거든요.”
“진작 말하지. 우리랑 같이 보내면 좋았을걸.”
“따로 와야 더 떠들썩하죠.”
“가자. 우리가 아씨께 데려다줄게.”
이들이 웃고 떠들며 함께 나가는 동안, 찻집 주인과 정씨 가문 집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그 자리에 있었다.
“저들이 말하는 게, 그 정씨 가문 이노야의, 바보 따님 맞지요?”
주인이 떠듬떠듬 묻자, 집사는 대답 대신 입만 쩝쩝 다셨다.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도 여기 와서 안 돌아가고 있더니, 이젠 또 다른 진(陳)씨 가문까지 왔네. 두 가문 다 아씨를 보러 온 것 같은데. 가만있자, 근데 어느 진(陳)씨 가문이려나?
“지부 대인, 지부 대인!”
강주부 관아. 식객 하나가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뛰어 들어오는 바람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지부 등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식객이 사람들 앞에서 이리 추태를 부리니 지부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지부 대인, 진(陳)씨 가문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식객은 지부의 안색을 살필 겨를도 없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진씨 가문이라니?”
지부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경성이요. 진소 상공 댁 말씀입니다.”
식객의 대답에 지부뿐 아니라 옆에 앉아 있던 하급 관리 둘도 벌떡 일어섰다.
“아니, 갑자기 연통도 없이 어찌?”
송 지부는 황망해하며 서둘러 사람을 시켜 관복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아닙니다. 대인, 진씨 가문의 하인이 온 겁니다. 역참 사람이 방금 소식을 전해 왔지 뭡니까.”
식객이 말했다.
또 하인이라?
송 지부가 미간을 찌푸리며 식객을 쳐다봤다.
“그럼, 혹시 또 정씨 가문?”
송 지부의 물음에 식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통판과 절도추관도 불려왔다. 좀 더 정확한 소식도 속속 도착했다.
“곧장 정씨 저택으로 향한 게 아니라 남정으로 갔답니다.”
“고소를 했던 정 낭자가 남정에서 지낸다 합니다.”
“맞습니다. 진(秦)씨 가문 여인들이 직접 안내하여 정 낭자를 만났고요!”
거기까지 들은 송 지부는 저도 모르게 탁자를 내리쳤다.
“감히 겁도 없이 그런 일을 벌인다 했더니, 역시 뒷배가 있었군.”
‘뒷배’라는 말에 통판과 절추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들에게 뒷배는 장단점을 모두 갖춘 것이었다. 장점은 정 대노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고, 단점은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건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통판이 나지막이 물었다. 정씨 가문의 돈을 어떻게 나눠야 하냐는 질문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나? 그렇다면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송 지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자 옆에 있던 절추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낭자가 말했잖습니까. 혼수는 필요 없고 명예를 원한다고.”
송 지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떨어질 게 없으면 일찍 일어나지 않는단 말도 있네. 이익을 원치 않을 수가 없지. 더구나 자기 돈인데.”
통판이 허벅지를 탁 내리치며 대꾸했다.
“그럼 어려울 게 없지요. 우리가 맡은 사건은 정씨 가문의 사건이지, 정 낭자의 사건이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혼수는 건드리지 않되 다른 방식으로는 얼마든 괴롭혀도 된다는 것이렷다.
괴롭힐 이유도 충분하고, 이제는 괴롭힐 배짱까지 생겼다. 정 낭자가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던가. 돈은 필요 없다고. 정씨 가문이 대가를 치르기 바랄 뿐이라고.
통판의 말을 들으며 지부와 절추도 퍼뜩 깨달았다. 통판이 찻잔을 들었다.
“고명하구려, 참으로 고명해.”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세 사람은 차를 술 삼아 잔을 부딪치고 찻잔을 단숨에 들이켜며 큰 소리로 웃었다.
“부인, 부인, 저기 좀 보세요.”
정 이부인과 함께 걸어가던 두 여종이 골목에 서서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또 아씨를 찾아왔나 봐요. 그것도 경성 사람이요.”
또 경성에서 사람이 왔다니. 정 이부인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저쪽을 쳐다봤다.
진(秦)씨 가문 마차에 버금갈 정도의 마차였고, 마차에서 내리는 여종들 역시 옷차림이 깔끔했다. 이번에도 크고 작은 선물 꾸러미를 내리고 있었다.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 내쫓으려 하면 미안하다고 빌면서라도 거기 남아 있어야 했는데.”
정 이부인이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물었다.
“이번엔 어느 집이래?”
“진(陳)씨라고 하던데요.”
여종이 대답했다.
경성의 진씨 가문? 진씨 성을 가진 이는 한둘이 아니었지만 정 이부인이 아는 진씨는 많지 않았다. 이를테면 진소 상공 댁이라든가. 그 외의 진씨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공주부 진씨 가문과 친해 보이네. 그럼 저쪽도 대단한 집안이겠지.”
정 이부인이 혼잣말을 했다.
한편 같은 시각 정 대노야도 집사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진(陳)씨?”
정 대노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경성에서 왔다고?”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 대노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누구지? 대체 경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대부인은 돌아왔는가?”
정 대노야가 물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정주의 왕씨 가문으로 간 대부인이 얼추 돌아올 때가 됐을 무렵이었다.
“노야, 그리고 과로신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집사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말해 보게.”
정 대노야가 말했다.
“본디 두씨 성을 가진 자가 만든 건데, 장사가 아주 잘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경성에 낙득자재라는 요리가 또 나왔고요. 과로신선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무척이나 저렴한지라 과로신선의 인기가 차츰 시들해졌답니다. 두씨 성을 가진 자는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통에 장사가 더욱 안 됐고요. 결국 두씨는 점포를 팔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집사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은 또 과로신선이 또 장사가 아주 잘 된다네요. 엄청 비싸서 경성에서 아주 유명한 주점이 됐다고 합니다. 아무나 먹을 수 없어서 고관대작과 귀인들만 찾는 곳이라지요.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좌석 하나 얻기도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마친 집사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그 시녀의 말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정 대노야는 수염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두씨 성을 가진 자. 인기가 많았다가 갑자기 낙득자재가 나오면서 장사가 안 됐다. 그러다가 점포를 팔았고······.
다른가?
두씨 성을 가진 이가 있었다. 누군가가 과로신선을 만들어 먹는 걸 보고 그걸 베껴 장사를 한 덕에 떼돈을 벌었다.
그러자 두씨 성을 가진 자는 과로신선이 자신의 것이라 우겼다. 그래서 처음에 과로신선을 만들어 먹은 사람을 만나자 고마워하기는커녕 경계하며 협박까지 했다.
과로신선을 만들었던 사람은 과로신선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돈을 마다했다. 그 결과 경성에는 낙득자재라는 요리가 등장했다. 과로신선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것이었다.
결국 돈도 안 되는 과로신선이 온 거리를 뒤덮게 됐다. 그로 인해 과로신선의 장사가 안 되자 두씨 성을 가진 자는 점포를 팔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수염을 쓰다듬던 정 대노야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며 호흡이 가빠졌다.
다른 게 아니야. 같아! 같은 이야기라고!
“그래서 지금 과로신선은 누구의 것이라더냐?”
정 대노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주인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어느 고관대작과 관계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집사의 대답에 정 대노야가 다그쳐 물었다.
“이를테면 진씨 가문에서······.”
집사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 대노야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진씨 가문?”
정 대노야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진씨 가문?”
집사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진, 진소 상공 댁은 아니겠지요.”
정 대노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자네가 어찌 알아? 바깥의 진씨 가문이 진소 상공 댁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
집사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럼 정 낭자한테 새해 선물을 가져온 진씨 가문이 진소 상공 댁이란 말이야?
“확실히 알아보면 될 일을, 매사 혼자 넘겨짚기만 하지. 생각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스스로를 속이는 것과 다를 게 뭐 있어!”
정 대노야의 호통에 놀란 집사는 황급히 일어서서 알아보겠다고 하며 밖으로 나갔다.
남정 쪽은 여전히 북적북적했다. 마차와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으니 아이들과 여인들은 타향 말씨를 쓰는 이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폈다. 남정 사람들이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을 정도의 외양은 아닌 데다 일부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며 친근하게 군 덕에 분위기는 몹시 화기애애했다.
집사는 심호흡을 한 후에야 걸음을 옮겼다. 또다시 마차 소리가 들렸다.
또 누가 오나?
놀라 쳐다보던 집사는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 천지신명이 도우셨는지 이번에는 그래도 아는 사람이었다. 마차 앞에 탄 노복은 장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장씨 가문!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집사가 숨을 멈췄다.
서, 설마!
“사람이 많구려.”
장씨 가문의 노복이 여유로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두 진씨 가문 사람들은 노복을 모르는 눈치였다.
“어르신도 새해 선물을 가져오셨습니까?”
진(陳)씨 가문 시종이 떠보듯 물었다.
또 누구지? 동 내한의 가문에서 새해 선물을 보내리라는 건 알고 있다만. 말씨를 보아하니 여기 사람 같은데.
“새해 선물은 아니오. 누가 물건을 좀 전해 달래서 왔지.”
노인은 느릿느릿 대답하고는 문 앞에 있는 이들을 향해 물었다.
“누가 정 아씨의 사람이지?”
주씨 가문의 시종 하나가 얼른 앞으로 나섰다.
“나는 장씨 가문의 사람이오.”
노복이 시종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장씨. 현지 말씨. 장씨 가문.
옆에 있던 진(秦)씨 가문 여인들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진(陳)씨 가문 사내들이 퍼뜩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