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4
게을러서 차원최강 014화
014 여신 강림(1)
하늘에서 여신이 내려오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신성력으로 가득했다. 여신이 이렇게 강림을 해도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늘거리는 흰색의 의복은 그리스 신화의 비너스를 보는 것 같았다. 여신의 외모가 실비아와 닮은 건 내 착각일까?
실비아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경배를 하고 있었다.
여신이 내 앞에 강림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칼도나라고 해요. 처음 뵙네요.”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지?”
“업을 쌓으셔야 하니까요. 이번 생에 업을 쌓지 못하신다면 억겁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어요. 제가 여신으로 거듭나는데 3천 년이 걸렸으니 세월을 단축시켜 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수단을 강구해 봤어요.”
“마신은 네가 움직인 건가?”
“그럴 리가 있나요? 그놈은 오래 전부터 이 세상을 어지럽혀 왔어요. 우리 신들은 경배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잖아요? 신마대전이 끝나고 대부분의 신이 죽었어요. 이 세상에 자신의 세력을 퍼뜨리고 강력해지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고 보시면 돼요.”
“그런가.”
신계의 정보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신마대전이 어째서 벌어졌는지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신마대전은 일종의 권력이 만들어 낸 참사라 할 수 있었다. 신들의 세계에서의 권력은 곧 인간들의 믿음으로 결정된다. 자신들의 교리를 얼마나 전파시키고 인간이 경배를 하느냐에 따라 힘이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 몇 명의 신들이 있지만, 그분들은 지금 동면에 들어갔어요. 반쯤은 힘이 빼앗긴 상태죠.”
“그렇다면 이 차원의 균형은…….”
“제가 담당하고 있어요.”
“혼자?”
“네. 그렇기에 당신의 존재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거예요. 신격으로의 자격은 얻으셨으니 빠르게 카르마를 쌓아 저와 함께하도록 해요.”
“그것 참 귀찮은 일인데.”
“어둠의 세력을 완전히 말소시키면 편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그녀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천신들이 거의 다 죽고 몇 명은 동면에 들어갔다. 그건 마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남아서 활동하고 있는 마신은 단 하나였는데, 그놈이 대륙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내가 나서서 봉합을 하게 되면 신화적인 업적을 쌓아 단숨에 천신의 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결국 마신과는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하아, 좀 편하게 살아 볼까 했는데.”
“영원한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도록 해요! 저희가 이 세상을 다스리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사실 지금까지 벅찬 느낌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나와 동료 겸 친구 먹자는 것 맞지?”
“네!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칼도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은 된다.
어쨌든 지금의 상황은 마신의 사태를 봉합해야 추후 천신이 되어도 편해진다는 사실이다. 영원히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 번 마신과 전쟁을 벌여야 했고 말이다. 지금은 준비 단계라 볼 수 있었다.
“귀찮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인가. 그래서 선물은 뭘 준비했는데? 자잘한 거면 알아서 해라.”
“제가 이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아요. 신계에도 룰이라는 것이 있어요. 인간사는 인간이 알아서 해야 하죠. 다만 자신의 대리인은 세울 수 있어요. 마신 역시 직접 강림하는 것이 아니라 휘하의 반인반마의 족속들을 배치하는 것이고요. 인간들이 알고 있는 악마들은 모조리 반인반마라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이미 이곳에 있었던 거라면 상관이 없죠.”
“그게 무슨 뜻인데? 좀 알기 쉽게 설명해 줄래?”
“신마대전 당시에 제가 사용하던 검이 있어요. 예전에 혹시나 몰라서 중간계에 심어 두었는데 아무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격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역시 똑똑하시네요. 신검을 잡을 수 있는 자는 같은 급의 신격이어야 하죠. 발렌 님은 저와 같은 급의 신격이자 잠시 인간의 몸을 빌리고 있는 것이니 충분히 잡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 좋은데?”
여신의 검이란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신들 중에서 가장 강했다는 뜻이다. 현재의 마신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신검의 주인은 수만 년 동안 없었는데, 그건 위대한 업을 쌓아 신격에 도달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긴긴 세월이 흘러 내가 나타났다.
칼도나는 내가 중간계의 전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히어로라고 보고 있었다.
“네가 천신이면 분명히 천계가 있을 테고, 그곳에 땅이 꽤 있겠지?”
“물론이죠.”
“내가 올라가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저택과 천사들을 충분히 지급하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도록 할게요!”
그 정도면 되었다.
그야말로 빅딜이라고 할 만했다.
여기서 위대한 업을 쌓기만 하면 천계로 올라갈 수 있고, 칼도나와 힘을 합쳐 마신을 제거한다. 그리고 영원한 게으름뱅이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나쁘게 보면 외통수였고, 좋게 보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위대한 여정에 게으름 수치가 떨어지지 않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혹시 반인반천의 존재도 있나?”
“인간과 천사의 피가 섞여 있는 자들을 말하는 거네요.”
“그렇지.”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당신의 휘하로 배속하도록 할게요. 지금까지는 지휘를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개입할 수 없었는데, 당신이 나타남으로 인하여 인과도 충분해졌고 신격이시니 그들도 불만이 없을 거고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귀찮은 여정이 될 것은 확실했지만 이번 생만 잘 마무리하고 딱 한 번, 마신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편안해진다.
“그럼 준비되면 내려 보내도록 해.”
“네! 신전을 통해서 내려 보내도록 할게요! 다만 계획이 완전히 수립되기 전에는 어느 정도 기밀을 유지해야 할 것 같네요. 마신이 불법으로 통로를 뚫어 마귀들을 풀어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마신이지.”
신성력이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이제 가 볼 때가 온 것 같아요.”
“오늘 무리를 한 것 아니야?”
“아니에요. 마신 녀석도 가끔 강림을 하는데 저라고 못 할 건 없죠. 다만 이곳에서 힘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요.”
“나중에 또 강림할 수 있어?”
“당신이 중간계에서 머무는 삶의 시간에서 두세 번 정도는 가능할 거라고 봐요. 연락 주시면 강림할게요.”
“아, 그래.”
스아아아아!
신성력이 걷히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형체를 가지고 강림을 한 것은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잡아먹는 일이었고 인과의 소모도 빠르게 일어난다.
마신이 불법을 행한 만큼 그녀도 할 수 있는 것 같았으니 이것이 앞으로의 전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는 장담하기 힘들다.
그녀의 형체가 걷히기 전에 내게 다가왔다.
쪽!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는 칼도나.
그러고는 내 가슴에 손을 댔다.
“당신의 여정에 위대한 빛이 함께하시기를…….”
그렇게 여신은 사라져 갔다.
묘한 여운이 남는 일이었다.
나는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꽤 피곤한 하루였기에 서 있는 것도 귀찮다.
“…….”
이곳에서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야.”
“네, 넷!”
성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제 그녀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직까지 천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성녀밖에 없었다.
“오늘 일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주, 죽어도 발설하지 않을게요! 절대요!”
“그리고 칼도나가 내 친구가 된 것도 알게 됐을 거고.”
“무, 물론이에요. 중간계의 전투가 아니라 신계의 전쟁까지 끝내야 하시는 위대한 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런데 마신 새끼가 불법으로 마귀들을 풀어놓으면 좀 곤란해져. 지금도 몇 마리 활동할지 모르고. 그때가 되면 뭐, 막장으로 상황이 치닫겠지만 최소한 칼도나가 반인반천의 전사들을 보내기 전까지는 기밀을 유지해야겠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교황 정도?”
“무조건 뜻에 따르겠어요!”
“아까 칼도나와 협의 봤어. 너는 이제 내 종이다.”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몸을 떠는 성녀.
그녀 역시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무려 신들의 전쟁에 개입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교황과 제국의 군대도 모두 지휘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만 돌아가자.”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사제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성한 빛이 영지 전체를 강타하였고, 그것이 곧 여신의 강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제들은 없었다.
“위대하신 영웅께 경배를!”
“아, 그래.”
나는 손을 휘적거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신이 내 친구이고 동료이며 뒷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지만, 반인반천의 전사들이 내려오기 전에는 모든 상황을 기밀에 부쳐야 하는 것이다. 잘못해서 마귀들이 수작을 부리면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실비아에게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런데 너, 칼도나의 강신체는 아니지?”
“그, 그럴 리가요!”
“그런가? 하기야 칼도나의 강신체가 있으면 마신의 강신체가 있다는 건데, 그럼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지.”
나는 최대한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은 게으름 수치를 회복하는 중이라 최대한 영향이 없는 선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명이 어슴푸레 깔리기 시작한 아침.
칼도나 제국의 수도 브론티아 황궁에서는 일찍부터 난리가 났다.
황제는 밤새도록 마법 통신을 거쳐 도착한 소식에 몸을 떨었다.
“아카드 영지에 여신께서 강림을 하셨다고 하였나!?”
“예!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몇 번이나 그쪽 신관들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제국 정보부 아론스 백작 역시 흥분하며 말했다.
여신의 강림은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어떨 때에는 수백 년이 지나도 강림을 하지 않기도 했다.
황제는 혹시 이번 신탁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설마 신탁의 대상자인 발렌을 만나기 위해 오신 건가?”
“그건 확인 중에 있습니다만,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칼도나 님의 뜻이 아닌가 합니다.”
“허어! 이런 일이.”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자신의 대에서 칼도나가 강림하였다.
이것만으로도 황제의 황위는 굳건해질 것이다. 여신이 칼도나 제국을 축복하고 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아론스 백작은 발렌과 아카드 영지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했다.
“아무래도 칼도나 여신께서는 아카드 영지에서 일어난 일을 치하하고자 직접 강림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카드 영지에서 일어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