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50
게을러서 차원최강 150화
150 앞으로의 방향(2)
“모르엔의 영주는 욕심이 가득하여 수많은 잡세들을 거둔다고 하더군. 심지어는 분뇨세인가? 그런 세금도 있다고 하니 거리에는 신음이 가득하지.”
“분뇨세라니……. 큰일을 보거나 작은 일을 보아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래.”
휴젠과 실비아는 경악했다.
똥만 누어도 돈을 내야 하고 오줌을 누어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감옥에 가두었다. 문제는 감옥에서 하루에 한 끼조차 주지 않는다는 거다. 여기서 옥바라지가 시작되는데, 가장이 감옥에 갇히면 문제가 심각해졌다.
“제가 자세하게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그래, 돌아다니다가 들은 말인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영주의 곳간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예!”
스스슷.
휴젠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실비아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나는 천신이다. 민초들을 돌보는 것이 업이지.”
“하지만 너무…….”
“바뀌었다고?”
“네.”
“아마 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요?”
실비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예전의 나는 인성 파괴, 배려심 자체가 없었다. 절대신이 나를 환영인지 뭔지 모를 곳에 집어넣었고 보통의 인간으로 살게 하였다.
그곳에서 실비아를 만났다.
아마도 그 안에서 겪었던 실비아는 실제 그런 성격일 가능성이 높았다. 절대신의 안배가 그리 허술할 리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실비아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있다.”
“그런가요.”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실비아는 수긍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자세, 절대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게으름까지 모두 뜯어고칠 생각은 없었다. 게으름이야말로 내 정체성이 아니던가.
게으름을 부릴 때 부리고, 민초들을 보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인연이 닿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절대신이 나를 가르트 왕국의 모르엔으로 인도하였다. 그러니 최소한 모르엔 백작령 만큼은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휴젠은 조사에 착수하였다.
민초들은 신경 쓰지 않는 휴젠이었지만, 주인이 신경을 쓴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어떤 식으로라도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휴젠의 삶은 완벽하게 발렌에게 맞춰져 있었다.
이렇게 봉사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신위에 오를 날도 있을 것이다. 절대적인 충성심만이 신위로 가는 길이었다.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했으므로 정보 길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몇 개의 정보 길드가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 곳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바텐더와 이야기를 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길드장을 직접 만나기로 하였다.
대충 도시마다 지하수로는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지하 길드를 조성하고, 어디에 길드장이 거주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어쌔신으로 오랜 시간 살아오지 않았다면, 그가 전 세계 어쌔신들의 왕으로 불리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길드장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슷.
“누구……?”
척.
“정보를 구매하러 왔다.”
“이거 너무 과격한 고객이시군요. 일단 검부터 치우고 말씀하시죠.”
“급하게 정보를 구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목을 베겠다.”
“노인네가 성격이 꽤 급하신데.”
“나는 휴젠이라고 한다. 이름은 들어 보았을 터.”
“…….”
길드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휴젠은 마스터의 증거까지 보였다.
단검에 오러가 맺히자 길드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세상 끝 도시에 어쌔신 마스터가 존재할 리는 없었다. 휴젠이 마음만 먹는다면 길드를 통째로 없애 버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 무슨 정보를 원하십니까?”
“내 주인께서 빈민을 구제하기 원하신다.”
“주인이라고 하시면……. 설마 항구의 성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항구의 성자?”
“오늘 있었던 일 말입니다.”
“빈민에게 빵을 돌렸던 일을 말하는군.”
“그 덕분에 당신의 주인에게는 성자라는 호칭이 붙었습니다.”
“그래, 항구의 성자라고 불리는 분이시다. 그보다는 훨씬 고귀하시지만.”
“당신이 어쌔신 왕 휴젠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쌔신 마스터를 수족처럼 부리는 사람이라면 고귀한 신분일 것은 확실하지요. 빈민 구제라면…….”
“이 도시는 겉보기에 꽤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영주의 욕심이 너무 심하더군. 빈민들이 넘친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건 정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길드장은 단검을 내려다보았다.
휴젠은 단검을 내려놓았는데, 놈은 다행히 덤벼들지 않았다.
만약 그럴 기미를 보였다면 길드장을 죽이고 부길드장을 족쳤을 것이다.
“계속해라.”
“모르엔의 정책은 상인들을 우대합니다. 돈이 많은 상단이 더 많은 혜택을 부여받는 것이지요. 특히나 국제 상단에는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영지를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번 돈으로 영지를 잘 살게 해야지, 왜 빈민들이 거리에 널려 있나?”
“그들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땅을 주고 농사라도 짓게 해야지. 어업에 종사를 하게 하거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상인들을 대접하고 무역에 종사하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요.”
“네 말에는 어폐가 있다. 빈민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방치하면서 그들에게 세금을 걷는 행위는 또 무엇인가?”
“그러니까 정책이 잘못된 것이지요.”
“허어.”
휴젠은 고개를 저었다.
듣고 보니 악독한 놈이었다.
상인과 군인을 제외한 자들을 탈탈 털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긴다. 그리고 도시를 더 크고 화려하게, 상인들을 위한 시설물들로 채웠다.
도시는 부유해지고 있었지만, 빈민들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그냥 지나쳤다면 모르겠지만, 주인이 빈민을 구제하기 원하였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놈은 손을 한 번 봐야겠군.”
“음……. 어쩌실 작정입니까?”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각종 세금 목록을 가져와라.”
“바로 작성하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장이 세금 목록을 작성해 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기가 막힐 일이었다. 모르엔 백작은 정말 악독한 놈이다. 상인들에게는 천사겠지만, 빈민들에게는 악마였다.
빈민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속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겹게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 들었다.
툭.
의뢰금을 던졌다.
“오늘 일을 발설하면 너는 죽을 것이다.”
“예! 물론입니다!”
스스슷!
휴젠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모르엔의 정보 길드 칼튼.
길드장 욘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가 조사한 바로, 항구의 성자는 얼마 전 보물을 찾으러 나갔던 사람이었다. 의뢰인이 거금을 썼다고 한다.
도대체 그의 정체가 무엇일까.
탓탓!
공중에서 어쌔신들이 떨어져 내렸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놈은 어떻게 할까요? 추적할까요?”
“어쌔신 마스터를 추적한다고?”
“…….”
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그는 충분히 위협을 느꼈다.
노인의 정체가 휴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쌔신 마스터가 나타났고,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는 길드 전체가 몰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때에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낫다.
“그를 쫓지 않는다.”
“하나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쌔신 마스터가 모시는 주인이라면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오랜 시간 정보를 팔아 온 길드장 욘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가 좋아도 건들지 말아야 할 상대가 있는 법이었다.
만약 여기서 노인을 건드린다면 길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둔다.”
“으음.”
“분명히 말했다. 괜히 정보를 캐내다 걸리면 즉결 처분할 것이다.”
“존명!”
어쌔신들이 흩어졌다.
그래도 지하 길드들의 길드장은 꽤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말이라면 잘 먹혀 들어갈 것이다.
밖으로 나갔던 휴젠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종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것이 영주의 정책에 대한 정보입니다.”
“세금 정보인가?”
“그렇습니다.”
촤륵.
두루마리를 폈다.
그곳에는 세금 목록이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었다.
1. 항구 통행세
2. 관도 통행세
3. 인도 이용세
4. 수로 이용세
……중략……
25. 분뇨세
26. 식수 이용세
27. 자녀세
“잡세가 27가지라고.”
“기가 막힌 일입니다.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그때부터 세금이 붙습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버려도 세금을 내야 하고 각종 시설물은 물론이고, 물을 마셔도 세금을 냅니다. 한마디로 움직이면 무조건 세금이 부과됩니다.”
“세금 징수원들은 곳곳에 깔려 있고 말인가?”
“그렇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문제는 상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평민들만 죽어 나가는 구조였으며, 거리에는 빈민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나마 빈민들이 골목 쪽에 모여 살아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영지 전체가 빈민들로 뒤덮였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상계로 투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상단의 인원은 한정이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빌어먹을 자식이네. 국왕이 세금을 통제하지는 않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봉건제의 한계로군.”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이곳 영주 일가를 잡아다 다른 왕국에 노예로 팔아 버려야 할 것 같았다. 그것도 다시는 올 수 없는 동쪽 끝 국가에 말이다.
노예의 인장을 찍어 버리고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없애 버린다. 그리되면 아무리 영주라고 해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의 영주와 그 일가는 잡아다가 인장을 찍도록 하라.”
“노예로 파실 작정입니까?”
“그래.”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데스와 샤렐을 데려가도록. 나는 실비아와 함께 창고를 털어 빈민들을 구제하겠다.”
“명에 따릅니다.”
스스슷!
데스와 샤렐이 사라졌다.
실비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창고는 어떻게 터실 건가요?”
“얼마 전에 얻은 아이언 골렘 있잖아? 그놈을 사용해 봐야지. 귀찮게 내가 직접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