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41
1261장. 내 정령을 소개합니다!
왜?
아린은 베커 공작의 강한 반발에 의문을 가졌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일발의 순간이다.
그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감춰두었던 황실의 보물을 스스로 내놓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탐욕스럽고 사악한 마탑주가 그를 용서하지 않을 터였다.
황실 마탑의 비밀 서고.
막대한 제국 황실의 보물 창고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크로얀 제국 시절 이전의 왕국이나 제국들이 수집한 마법 물품들이 주로 보관됐다.
마탑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마법서들과 마력석, 온갖 아이템들이 보관되어 있다.
아린의 스승이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열쇠를 넘겨줬다.
제국이 다시 부흥하면 그때 황실 마탑을 재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황실 마탑 시스템도 일반 마탑과 비슷하게 굴러갔다.
제국 황실에 복속한 기관이긴 했지만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새로운 황제에게 마나의 이름으로 충성을 맹세하는 것만 결이 달랐다.
마나의 맹세 때문에 황실 마탑 마법사들은 절대 역모에 가담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공왕급 작위를 획득한다.
동시에 황실의 전폭적인 지지와 물적 지원을 받는다.
아무리 무능한 황제라 해도 황실 마탑주는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황제는 자신을 마지막까지 보호해 줄 귀족은 황실 마탑주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 동안 크로얀 제국 황실을 보호해온 황실 마탑.
마탑을 거쳐간 이들이 남겨 놓은 유산의 규모가 작지 않다.
중요한 서적은 물론 희귀한 마법 물품들은 마탑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아린도 최근에 와서야 황실 서고가 보존된 아공간을 열 수 있었다.
최소 작동 기준이 7서클이다.
베커 공작 덕분에 7서클에 오를 수 있었고 아공간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린은 그 사실을 베커 공작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가 마법에 더 정진하고 성과를 얻게 될 때 개방하려 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열쇠를 넘기는 일이 절대 후회스럽지 않았다.
베커 공작이 죽게 되면 제아무리 마탑 서고를 지켰다 해도 아무 소용없는 꼴이 된다.
제국 부흥도 마찬가지.
아린에게는 황실 마탑 서고보다 베커 공작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그를 잃는다면 제국 부흥도 의미 없었다.
베커 공작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도 다 내려놓고 떠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아린의 선택을 베커 공작이 극렬하게 반대했다.
열쇠를 넘기기 위한 의식의 주문이 완성되기 직전 말문이 막혔다.
그러는 중에도 수시로 얼굴이 변하는 베커 공작.
‘욕심이 많은 놈이군. 크크.’
데오드란 탑주가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베커 공작을 비웃었다.
그 역시 베커 공작의 눈빛에서 강한 욕망을 읽어냈다.
자신과 다르지 않은 동류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데오드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실력 행사를 방해할 자는 없었다.
황실 마탑 서고 열쇠 덕분에 조급했던 마음도 넉넉해졌다.
드래곤의 마법이 존재한다는 황실 마탑 서고.
그것만 획득하게 되면 마탑 마법사들 모두가 사라져도 상관없었다.
9서클에 오를 수만 있다면 그깟 수준의 마법사들을 충원하는 일은 간단했다.
9서클 마법사는 수명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데오드란은 발악하는 베커 공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상황을 길게 끌어 좋을 게 없었다.
여황제를 압박하면 그만인 일이다.
“누구 마음대로?”
베커 공작 놈이 의기양양하게 여유를 부렸다.
‘이놈이 돌았나?’
죽음 앞에서도 자존심을 세우고 눈을 부릅뜨는 베커 공작.
데오드란의 얕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려 했다.
“베커……. 전 열쇠보다 당신이 더 소중합니다.”
여황제가 베커 공작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압니다. 그래서 안 됩니다.”
“네?”
“다시 부흥할 크로얀 제국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 열쇠가 필요합니다.”
“베커…… 우선…….”
“안 죽습니다.”
“???”
“저 간악한 마탑주를 무너뜨릴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베커 공작이 선포했다.
“뭐? 나를 무너뜨릴 방법?”
그 소리에 데오드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이나 하이 엘프 장로들이 나서준다면 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일로 세상일에 뛰어들지 않는다.
아무리 베커 공작이 엘프들과 친분이 두텁다지만 일족의 맹세까지 어겨가면서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
엘프들의 맹세는 드래곤 일족들에게서 내려진 비밀 명령이다.
마탑주인 데오드란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어.”
베커 공작이 데오드란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데오드란이 광소를 터트렸다.
뚝.
그것도 잠시.
파바밧.
차갑게 식은 싸늘한 시선으로 베커 공작을 노려봤다.
“한 번 재주를 부려보거라……. 하지만 나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저기 성안에 있는 놈들은 모조리 지옥 불에 태워질 것이다!”
마탑주가 으르렁거리며 모두의 죽음을 예고했다.
어차피 열쇠를 받으면 베커 공작을 마음대로 죽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화를 풀 대상이 필요했다.
그야말로 운 좋게 제국 부흥군의 구심점이 그 상대로 선택됐다.
8서클 화염계 마법 한 방이면 방어 마법진도 없는 성 하나 태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럴 거잖아. 사악한 마법사야.”
베커 공작이 서늘한 음성으로 받아쳤다.
맞는 말이다.
제국 부흥군의 씨를 말려버릴 생각이다.
운 나쁘게 황실이 부활하기라도 하면 마탑은 몹시 피곤해진다.
황실 마탑은 여타 다른 마탑보다 연구가 자유로웠다.
그리고 지원도 많다.
제국 행정력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쓸 만한 인재들도 무섭게 끌어들인다.
그렇기에 더더욱 제국의 부흥에 도움이 될 만한 씨앗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흐흐흐흐흐. 그럼 그 방법을 실행해 보거라.”
가소로운 듯 음흉하게 웃는 데오드란.
말과 함께 8서클 마법 주문을 준비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절대 자신을 무너뜨리는 게 불가능한 방법.
열쇠를 받는 즉시 왕성에 마법을 뿌려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다스릴 생각이다.
“소개해 주마. 나와 계약을 맺은…… 내 정령을!”
***
– 정령? 너 미친 거 아냐! 너와 계약을 맺은 정령들은 저 마법사를 상대할 수 없어!
알파닥이 다급하게 외쳤다.
알고 있다.
이곳 대륙에서 계약한 정령들은 8서클 마법사에게는 어림없다.
하지만 지구에서 맺은 정령은 다르다.
– 네가 살던 곳에서 정령 계약을 맺었다고? 말도 안 돼! 정령 계약은 이곳에서만 가능해!!!
알파닥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 지구에서 분명 정령 계약을 맺었다.
그것도 물의 정령왕 아이디네의 축복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 네……가 정령왕의 축복을 받았다고? 네가?
알파닥이 믿지를 못한다.
정령왕의 축복은 진작부터 두루두루 받아왔다.
여러 마법 물품들을 제조할 때 정령왕들이 축복하며 힘내라고 포인트도 쐈다.
그중에서도 물의 정령왕의 축복은 각별했다.
– 믿을 수 없어! 그분께 축복받은 것도 엄청난데……. 고지식한 정령왕들까지? 거기에 드래곤의 가피까지!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불공평해!!!
알파닥이 갑자기 불공평하다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원래 세상은 그런 거다.
잘나가는 자에게는 떡 하나 더 주고 고난의 행군자에게는 고통 하나 더 싣는 게 세상 이치다.
난 한 번 죽고 난 뒤 다시 산 사람이다.
그 사실보다 인간에게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고난과 고통의 구간을 건넌 뒤 지금은 그에 따른 보상으로 상을 받는 중이다.
– ……그렇다 치더라도 최상급 정령이 너와 계약을 맺을 리 없어. 그들은 지고한 생명체야. 한낱 인간 같은 존재들과 계약을 맺지 않아. 정령왕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그들이 뭐가 아쉬워서 너 같은 자와 계약을 맺는단 말이야?
알파닥이 강한 의문을 품었다.
합리적 의심, 좋다.
하지만 진실 앞에서 의심은 불필요한 말들에 불과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 그래! 보여줘! 네가 최상급 정령을 소환한다면…….
소환한다면 뭐?
– …….
알파닥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촉이 왔다.
나를 오빠라고 부를래?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내기를 걸었다.
알파닥은 내기에 약했다.
한마디로 이용해 먹기 좋은 성격.
그쪽 종족 아니랄까 봐 성질이 욱하고 자존심이 강했다.
– 좋아! 최상급 정령을 소환하면 이계 꼴통 너를 오빠라고 부르겠어!
파닥!
알파닥이 아무 생각 없이 미끼를 물었다.
릴을 당겨야 할 순간!
마신 이름으로?
– 콜!
알파닥이 그동안 나를 상대하며 보고 배운 게 많다.
흐흐흐.
다소 음흉해 보이는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알파닥, 오늘 여러 번 실수한다.
누구나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맞이하게 되는 운수 나쁜 날.
반면 나에게는 대박 줍줍의 시간이 도래했다.
– 어서 불러! 보여 달라고 이계 뻥쟁이야!
계약서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나를 향해 알파닥이 채근했다.
알파닥! 앞으로는 오빠한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 만약 소환 못 하면……. 넌 죽을 때까지 내 종노릇해야 할 거다.
알파닥이 성질답게 강하게 나온다.
제대로 자존심이 걸린 승부수가 던져졌다.
이 정도 되면 마탑주는 안중에 없는 상황이다.
사람의 눈에는 확인되지 않는 알파닥과 나의 결전!
“정령? 네놈이 최상급 정령 소환사라도 된단 말이더냐? 크크크.”
마탑주도 나를 비웃는다.
그 웃음이 마지막으로 짓게 될 웃음이라는 걸 몰랐다.
이제는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마탑주가 주변의 마나를 무지막지하게 끌어모으고 있다.
한 방에 성을 날려버릴 수작이다.
스슷.
나도 마나를 모았다.
마나에 마음을 담았다.
정령 소환은 마나보다 의식에 집중해야 한다.
솔직히 나도 의도한 대로 일이 풀릴지 장담 못 한다.
그녀와 계약을 맺었지만 나의 소환에 응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믿어보기로 했다.
그녀와 나눴던 계약의 키스.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온 정신을 집중했다.
“계약을 맺은 물의 정령……. 비비안을 소환하기를 청합니다!”
한마디 한마디 강하게 외쳐지는 소환의 메시지.
“…….”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
보통 정령은 소환자의 부름에 즉각 응하는 게 원칙이다.
지금껏 계약 맺었던 정령들도 그랬다.
그러나 응답하지 않는 비비안.
“비비안? 크크크. 웃기는 놈이군.”
데오드란이 또다시 비웃는다.
“내가 아는 물의 최상급 정령 중에 그런 이름을 소유한 정령은…….”
아는 체하는 데오드란.
바로 그때.
파아아아아아앗!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