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82
1302장. 방 빼.
재계약!!!
아정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언니들 사이에서 갈등하다 탈퇴할 때만 해도 세상 사는 일이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나름 팬층이 두터웠던 아정이었다.
개인 팬카페 회원만 해도 만 명이 넘었다.
회사에서는 주변 상황을 고려해 정확하게 정산도 해줬다.
나이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문제는 부모님과 형제들.
아정이 제법 큰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빠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덩달아 엄마도 커피숍을 냈다.
오빠는 장가를 간다며 신혼집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걸그룹 생활로 어렵게 마련한 건물을 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알짜 건물이라고 대신 매입해 주며 몇 년만 보유해도 몇 배의 수익을 올릴 거라던 청담동 작은 건물이었다.
정말 그사이 값이 올라 제법 큰 돈을 만지게 됐다.
아정이 생각했을 때는 아껴 쓰면 평생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아정의 생각과 달리 그 큰 돈은 몇 달 만에 눈 녹듯 사라졌다.
굳건했던 팬심도 그즈음부터 시들해졌다.
여러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제시한 조건이 터무니없었다.
가수로서의 실력도 그렇고 독보적인 센터급 미모도 아니었던 아정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조건이었다.
게다가 아정은 다른 멤버들보다 예능감도 떨어졌다.
몇 번 출현했던 드라마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윤나와 미나 언니가 밀어주기로 약속했던 빅토리스타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중 사업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도산해 버린 아빠가 다시 돈을 요구해왔다.
이번에는 아정이 거부했다.
그 이후 벌어진 부모님과의 불화.
돈 앞에서는 부모 자식도 소용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의절당했다.
신혼집으로 돈을 요구하던 오빠도 아파트 매매는커녕 무리한 주식 투자로 아정이 건넨 돈을 모조리 날렸다.
가족들의 변화에 아정의 정신은 황폐해졌다.
아정이 이런 일들을 겪는 사이 MTS 황연태 대표에게서 몇 번의 연락이 왔다.
가벼운 안부로 시간 나면 놀러 오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아정은 미안한 마음에 도저히 방문할 수 없었다.
잘 지낸다는 거짓 인사만 건네고 전국을 방황하며 돌아다녔다.
오선지에 마음을 털어놓으며 밤낮없이 작곡하는 일로 겨우 그 시간을 버텼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마음의 병이 생각보다 깊어진 상태였다.
그러다 마주친 장태산 이사.
“재……계약이요?”
아정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응.”
“오빠 저 능력 부족한 거 알아요. 오빠가 저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정은 마음 좋은 장태산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언니들이 이미 작곡 실력은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던 터였다.
“솔로 가수 하자.”
“솔로요???”
걸그룹 출신 중에 솔로로 성공한 이들은 무척 드물다.
어느 정도 가창력이 갖춰진 이들도 솔로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솔로 데뷔를 제안하는 장태산.
“네가 작곡한 곡들은 너하고 어울려. 대박 칠 거 같아.”
장태산이 확신에 찬 눈빛과 음성으로 말했다.
“정말요?”
아정은 큰 눈을 껌벅이며 확인하듯 물었다.
“오빠 못 믿어?”
“……아!”
장태산의 말에 아정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장태산 이사가 컨택한 연예인들 중 실패한 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그를 두고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렸다.
“조건이 있어.”
“네?”
“지금 곡들하고 앞으로 창작할 곡들 모두 독점 계약.”
“저, 전부요?”
“A급 대우해 줄게.”
“…….”
“동정심 아냐. 아정이 너 능력 있어.”
아정은 환하게 웃고 있는 장태산을 다시 봤다.
그의 눈빛에 진심이 담겼다.
또로로록.
아정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걸그룹 생활.
세상에 나왔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소녀에 불과했다.
한참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는 장태산 이사.
“……고마워요. 오빠.”
진심을 다해 오빠라고 힘주어 불렀다.
처음 볼 때부터 왠지 의지하고 싶었던 장태산.
아정에게는 누가 뭐라 해도 키다리 오빠였다.
티디딕.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는 장태산.
“황 대표님. 장태산입니다.”
– 이사님 어디 십니까? 이제 연락 가능합니까?
“사무실에 계시죠?”
– 네? 네.
“A급 솔로 가수와 작곡가 계약서 부탁드립니다.”
장태산은 빠르게 의사를 전달했다.
– 계약서요? 누구…….
“아정이 우리와 다시 재계약할 겁니다.”
눈을 반짝이는 아정을 바라보며 정확하게 용건을 말하는 장태산.
– 아정이요???
“자세한 내용은 회사에 찾아가서 전달하겠습니다.”
통화는 짧게 끝났다.
“앞으로 잘해보자.”
“네!!!”
아정은 온 힘을 다해 큰소리로 답했다.
갑작스럽게 받은 큰 선물이었다.
장태산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정이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알지?”
“???”
“앞으로…… 배신 없다.”
끄덕끄덕.
거침없이 몇 번을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정.
뜨겁고 맑은 눈물이 그녀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커피 부탁드려도 되나요?”
“!!!”
“잘 지냈어요?”
“아…….”
휘청.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정과 회를 먹고 MTS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의아해하는 황연태 대표에게 아정이가 쓴 곡을 보여줬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곡을 보고 벙 찐 표정을 짓는 황연태.
프로인 만큼 아정이 쓴 곡의 가치를 바로 알아봤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성년이다 보니 부모의 동의가 필요 없었다.
계약 건에 대해서는 당분간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완벽한 솔로 데뷔를 위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서둘러 계약을 마치고 방문한 내 사무실.
도시의 저녁 불빛이 하나둘 밝아지고 있었다.
무심히 창밖을 보던 유세라 상무의 뒤에 조용히 섰다.
그리고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요청했다.
순간 놀라 휘청이는 유세라 상무.
스륵.
중심을 잃은 그녀를 가볍게 붙잡았다.
– ……뭡니까? 이 미녀도……?
샨트리아가 기가 찬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아요?”
잠시 빈혈 증세를 보인 유세라 상무.
두근두근.
그녀의 빨라진 심장 박동이 그대로 전달됐다.
“어, 언제 오셨어요?”
“지금요.”
“…….”
유세라 상무가 품에 안긴 채 당황한 눈길로 쳐다본다.
성수와 환단 덕에 이십대 중반의 모습 유지한 채 살고 있는 그녀.
지금 같은 강렬한 접촉은 처음이다.
– 흐흐흐흐. 이 동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샨트리아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뭐죠? 이 화끈한 분위기?”
그때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 오! 이 까칠 미녀는 누굽니까?
“영화의 한 장면 같네요. 내가 빠져주고 싶은데……. 그러기 싫은데요?”
“도희야…….”
도도희의 놀림에 유세라 상무가 서둘러 품에서 벗어났다.
“하아.”
순간 아쉬움이 담긴 한숨이 짧고 굵게 지나갔다.
“회장님 너무한 거 아닌가요?”
도도희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특유의 도수 없는 빨간테 안경을 낀 도도희.
– 지구의 나타샤입니까?
도도희의 강렬한 분위기에 샨트리아가 묻는다.
“뭐가 말입니까?”
“그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오자마자 순진한 언니를…….”
“도희야! 그런 거 아냐.”
유세라 상무가 손사래 쳤다.
“뭐가 아니야. 회장님 보면 다 계획적이야. 엄청 큰 어장에 그물을 쳐놓고 우리는 거기서 관리당하고 사는 거라고!”
도도희가 농담이라기엔 진담 같은어투로 발끈했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똑바로 쳐다보는 도도희.
“……난 좋은데.”
“좋다고?”
“응. 좋아.”
“……언니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표현하면 안 돼. 지금 회장님 흡족한 표정 짓고 있잖아.”
나도 모르게 입가에 지어진 미소.
“커피 한 잔 부탁해요.”
두 미녀를 두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해명하고 가셔야죠.”
“무슨 해명이요?”
“중차대한 시국에 연락도 없이 어디에 계셨는지 투자회사 대표로서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도희가 제법 강하게 나왔다.
부재중 전화 목록에 도도희의 번호도 있었다.
“비밀.”
“네?”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오늘 저녁 11시, 회식 있습니다.”
손을 흔들어 보였다.
“……회장님 나빠요!”
도도희가 끝까지 뒤에서 으르렁거렸다.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나타샤에 비하면 귀여운 고양이 수준이다.
스르릇.
사무실 문이 열렸다.
– 이 건물이 형님 레어입니까?
샨트리아가 물었다.
“어.”
– 소박하군요.
드래곤의 눈에는 강남 건물도 소박한 수준이다.
철컥.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휘이이이잉.
11월의 찬바람이 공간을 지배하며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방 빼에에에에에!”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