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0
149장. 뼈를 부수고 살을 바르다.
검은색 추리닝은 위아래로 깔맞춤이다.
머리는 짧은 스포츠 타입이었고 몸은 탄탄했다.
키는 대체로 작았다.
그리고 손에…… 정글도라 불리는 마체테 비슷한 무기가 들렸다.
날이 무식하게 넓었다.
얼마나 날이 잘 섰는지 달빛에 시퍼렇게 빛났다.
한 방 걸리기만 하면 뼈도 잘릴 것 같다.
풍기는 기운도 달랐다.
안아 오 회장이 보낸 놈들보다 훨씬 강했다.
숨소리도 조용했다.
무술을 제대로 수련한 자들이었다.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블랙맘바 같았다.
가장 지독한 독사로 불리는 독사가 지금 나를 노렸다.
살기가 묵직하게 깔렸다.
숫자는 넷.
피할 길이 없었다.
“뭐지? 지금 나 썰겠다는 거야?”
고2 때 씨름부 돼지와는 차원이 다른 자들이다.
농담으로 물었지만 놈들은 대꾸가 없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국산이 아닌 거야?”
동양인은 확실했지만 분위기가 한국인과 달랐다.
중국인이라 짐작했다.
농담은 했지만 무시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위기를 대비하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이래 봬도 매일 쉬지 않고 천룡신군이 전수한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수련했다.
태극과 오행이 다르다 생각할 수 있지만 태극은 오행의 부모와 같았다.
음과 양이 극으로 부딪쳐 오행의 기운이 탄생한다.
오행상생과 상극의 법칙은 결국 건곤감리의 태극에서 시작됐다.
태극에서 탄생한 팔괘는 천지만물을 상징하는 육십사괘를 뜻한다.
즉, 태극이 곧 세상의 모든 것이며 오행은 그 뒤를 따르는 자식이었다.
파스스슷.
기가 소용돌이치며 몸을 휘돌았다.
내공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지만 기의 흐름이 장난 아니었다.
퍼러러럭.
옷자락이 바람도 없건만 펄럭였다.
“헛!!!”
놈들의 입에서 놀란 신음이 터졌다.
그래 네놈들도 나 같은 인간 처음이지?
천룡신군의 불법과외는 최상급이다.
옥황상제 우화등선 대상은 그냥 따는 게 아니다.
신속! 정확! 핵심을 전수받았다.
이제는 사라진 전설의 무당파의 비기가 내 것이다.
물론 다 전수받지는 못했다.
조만간 만나 포인트 좀 건네고 나머지도 얻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저런 놈들은 상대 가능했다.
스윽.
영화 속 주인공처럼 왼손을 뒷짐 지고 오른손을 펼쳐 앞으로 내밀었다.
아버지가 비디오테이프로 소장하고 있던 주연발 형님의 와호장룡의 기수식과 비슷했다.
아니 똑같다.
무당의 무공은 본래부터 발경의 전통 내가공부법이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장문인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수련법이 태극오행양의심법이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무당파였기에 저작권 개념도 없다.
오직 이 세상에서 나만 무당파의 직전 제자였다.
“합진을 펼쳐라!”
그때 들려오는 중국어.
“그래! 짱깨 맞지! 으흐흐흐.”
국뽕이라 불려도 좋다.
난 우리 땅을 노리는 짱깨도, 쪽바리도 싫다.
꿈속 할배와 약속했다.
비웃는 이웃집 개새끼들 아구창 턴다고 말이다.
칼 들고 설치는 놈들에게 좋은 말 하면 그게 또라이다.
짱깨를 짱깨라 부르지 못한다면 이보다 원통한 일이 없다.
차자자잣.
놈들은 내 주변 5미터 반경 안으로 달려와 사각형으로 포위했다.
정글도를 드는 폼이 달랐다.
무공지식이 약해 뭔지 모르겠지만 합벽진 같은 것 같다.
“개진!”
그리고 시작된 놈들의 강력한 기세.
사방에서 날 죽이려는 놈들의 악의가 옥죄어 왔다.
이 사파 같은 새끼들!
오늘…… 이곳에서 다 뒈졌어!!!
***
공격의 선두에 선 장오량은 도를 들고도 위기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했다.
청부에는 분명 스무 살 평범한 대학생이라 했다.
하지만 틀린 정보다.
‘강자다!’
급한 대로 진을 발동했다.
태극권의 냄새가 놈에게서 강하게 났다.
강력한 내공을 소유한 놈이다.
세상에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로 진기가 넘쳤다.
당황함을 넘어 경악에 빠진 장오량은 공격을 강행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이런 자는 처음이었다.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조폭과 손을 잡았다.
한국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조직에서 명한 살생을 위해 조폭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동안 몇 건을 조용히 처리했다.
독과 암습을 통해 대부분 심장마비로 처리했다.
조직에서 개발한 독은 과학과 결합하여 그 누구도 사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의뢰는 목을 절단해 주기를 원했다. 증거사진을 찍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대단한 원한을 샀음이 분명했다.
시체는 모조리 녹일 것이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피식.
놈이 웃는다.
맨손으로도 전혀 겁을 내지 않았다.
합격술을 펼쳤지만 쉽게 공격해 들어가지 못했다.
어렵게 획득한 무공임에도 모자랐다.
허허실실을 아는 놈이다.
빈틈이 넘쳤지만 전혀 공격할 곳이 안 보였다.
주르륵.
장오량을 비롯해 네 명의 살수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소모됐다.
“짱깨들 공격 안 해?”
놈은 중국어도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
“X발. 그럼 내가 먼저 패도 돼?”
놈이 도발했다.
독종이다.
지금까지 50여 명의 목숨을 빼앗아 본 장오량 앞에서 웃는 놈은 처음이다.
스윽.
자세를 다시 잡았다.
형제들도 장오량을 따라 필살 도법으로 바꿨다.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발진!!!”
장오량의 입에서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타앗!
모두 다 내공을 소유했기에 5미터의 거리쯤은 단박에 도약할 수 있었다.
장오량의 도가 대상의 목을 노렸다.
형제들의 도가 배와 등, 다리를 노렸다.
단 한 방만 맞아도 뼈가 부서질 것이다.
발도가 완벽했다.
수없이 연습한 합격술이었다.
힘이나 내공, 공격 방향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총만 아니라면 누구도…….
휘릭.
놈의 손이 거짓말처럼 움직였다.
동체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쾌속했다.
턱!
놈의 손이 도를 움켜잡았다.
도를 잡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충격이 도를 타고 가해졌다.
장오량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기다렸다는 듯 손이 뱀처럼 장오량의 손을 휘감았다.
우두둑.
순식간이었다.
놈의 손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손목이 비틀어지며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오량은 고통도 없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화끈!
하지만 잠시 후 엄청난 고통이 팔목을 타고 뇌리에 전달됐다.
퍼엉!
“크아아악!”
뒤를 공격하던 조원이 발길질에 맞아 훨훨 날았다.
퍼버벙!
“아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앗.
극도의 수련을 받았던 두 명의 다른 공격조가 강력한 내기에 당해 피분수를 뿜으며 튕겼다.
어떻게 당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타다다당.
도들이 돌바닥에 떨어지며 불꽃을 튀겼다.
“으으…….”
단 한 번의 격돌이었건만 모조리 박살이 났다.
장오량의 오른손이 어깨뼈까지 부서져 덜렁거렸다.
발길질에 얻어맞은 동료는 몸을 떨었다.
그때마다 입에서 울컥거리며 핏덩이를 토했다.
뭐에 당한지도 모른 두 명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들 또한 피를 줄줄 토했다.
“크으.”
고통을 참으며 장오량은 놈을 봤다.
팔을 타고 침입한 내기에 내부가 진탕하였다.
내공의 차원이 다른 고수였다.
마치 이제는 전설로만 남은 무당파 내가고수 같았다.
“짱깨, 누가 보냈냐?”
놈이 다가와 묻는다.
덜덜덜.
장오량은 미친 듯 몸을 떨었다.
허리에 차고 있는 독비수를 꺼내 찔러야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독한 내상을 입었다.
울컥거리며 비릿한 피가 위장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억지로 삼켰지만, 피거품이 입에서 흘러내렸다.
“조선족은 아닌 것 같고…… 살수냐?”
살수라는 말을 아는 놈이다.
“불어라. 좋은 말 할 때.”
놈이 웃는다.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도움을 청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인도한 한국 조폭 놈은 밑에서 대기 중이다.
멍청한 새끼가 사자를 개로 보았다.
쫘아아아악.
갑자기 목이 휙 돌았다.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하다 못해 살점이 뜯어지는 고통에 장오량은 눈이 돌아갔다.
입에서 강제로 뜯겨진 이들이 피와 함께 뿌려지며 허공을 날았다.
콰득.
동시에 오른쪽 무릎뼈가 박살이 났다.
털썩 몸이 한쪽으로 기울며 쓰러졌다.
반항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컥…… 커억!”
무식의 극치였다.
비명만 나왔다.
“누가 그랬어? 이래도 말 안 할 거지? 다 알고 있으니까 천천히 불어.”
너무도 친절한 놈의 목소리에 장오량은 숨이 막혔다.
“한쪽 팔로도 다들 잘만 살더라. 그치?”
콰직.
이번에는 왼쪽 다리 복숭아뼈가 박살이 났다.
다시는 설 수가 없다는 걸 장오량은 깨달았다.
‘이…… 놈은 미친놈이다!’
고통이 극에 달하자 아무 느낌이 없었다.
장오랑은 허탈에 빠졌다.
수없이 사람을 죽이고 병신을 만들었지만 직접 그 대상이 되자 말을 잃었다.
“넌 좀 쉬어라. 저기 동료들 팔다리가 많다.”
놈이 몸을 틀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오량 자신만 끝장나는 건 상관없지만 위대한 중화의 영광을 위해서는 저들을 살려야 했다.
한 명의 살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
“마, 말하겠다…… 크.”
조폭들이야 다른 놈들을 택해도 됐다.
어차피 이 조선 땅에는 동포의 등에 피를 빠는 놈들이 천지에 많았다.
“그래? 그런데 어쩌지. 늦었네.”
놈의 목소리에 비정함이 담겼다.
“나는 용서해주고 싶어도…… 너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죽음들이 이렇게 말하네…….”
“!!!”
장오량은 등골이 갑자기 오싹해졌다.
놈의 눈에서 활활 타는 지독한 증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당장 뼈를 부수고 살을 발라 원한을 갚아줘 라고!!!”
# 150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