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1
170장. 약(弱)은 악(惡)을 부른다
알림음이 연속으로 떴다.
게임도 아니고 알림도 진화되는 것 같다.
레벨 업이나 해주지…….
“일송회가 뭡니까? 도대체 누구기에 저를 노린다는 겁니까?”
나름 착하게 살아왔다 자부했다.
그런데 일송회라는 작자들이 날 간 본다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조직 이름이다.
조폭인가?
“안아 그룹과 연관돼 있습니까?”
가장 가망이 높은 상대는 안아 그룹이다.
그것도 아니면 외삼촌이라는 작자다.
“나도 잘 몰라. 망하고야 알았다.”
한국 재벌 3위에 들었던 도 회장이 망한 다음에야 알았을 정도라면 할 말이 없었다.
“우연히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크크, 무서워서 토꼈다.”
“토껴요?”
“남들은 사업 쫄딱 망하고 튄 줄 아는데 그거 아니다. 외국 친구들에게 잠시 피신했다.”
항상 의문이었다.
그룹을 망하게 한 회장이 해외로 도주했는데 잡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쯤 지났을 때 사면을 받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건이 있는 것 같다.
“넌 나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갑작스럽게 질문이 훅 들어왔다.
과거 증권맨 시절, 그가 저술한 《우주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자서전을 읽었다.
대웅맨들은 인수하며 도운중 회장 개인 자료도 찾아봤다.
연대 전준영 회장과 오정 임성철 회장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대사업가.
500만 원의 자산을 25조로 불린 괴물.
포춘지에 대서특필 될 정도로 세계경영을 주창했던 수출의 제왕이 그였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며 비생산적인 서비스업은 손도 안 댄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IMF 당시 다른 대기업들 구조조종 진행 중일 때 삼룡자동차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릴 정도로 무모한 수를 뒀다.
동유럽을 비롯한 제3시장은 물론 일찍이 베트남에 공을 들였던 선지자이기도 했다.
“너도 내가 도적놈으로 보이냐?”
피식 웃으며 도운중 회장이 묻는다.
“시원하게 말아 드시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에 돈다발 뿌리고 덤으로 분식회계도 하시구요. 그것도 수십조나 말입니다.”
도 회장이라고 봐주는 것 없다.
이럴 때는 정공법이 최고다.
“흐흐흐. 그랬지. 그런데 그때는 다들 그랬다. 연대도 오정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들 다들 분식회계 했다. 지금도 하는데 그 당시는 더 심했다.”
“국민들 세금으로 수습 처리됐습니다.”
“나도 망할 줄 몰랐다. 나 도적놈 맞다. 대한민국은 작아서 세상을 훔치려 했다.”
포부가 남달랐다.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외 사업에 열을 올리던 분이다.
해외에 6개 연구소, 16개 생산기지, 19개의 현지법인, 80개의 해외 판매망을 1990년대에 완비했던 분이다.
그 당시 경쟁 대기업에 비해 배나 많았다.
“변명 같지만 나 혼자 먹으려고 안 그랬다. 우리 직원들 보너스 더 주고 가난한 국민들 좋은 직장 많이 구해주고 싶었다. 좁은 대한민국 말고 세계에서 똑똑한 머리로 우두머리 되는 걸 지원하고 싶었다.”
그 점 나도 안다.
도운중 회장이 노조에게 관대했다는 사실 말이다.
다른 대기업들 구조조정을 초과 달성할 때 직원들 갈 곳 없다고 20프로도 못 잘랐다.
그 결과 정부에 밉보여 날아갔다.
“너 조훈재라고 알지?”
“전 금감원장 말입니까?”
금융가에서는 나름 이름 날리던 인물이다.
IMF 이후 대웅을 날려 버린 권력자 중 한 명이다.
“흐흐. 그래 그 조훈재. 그 개자식이 한때 내 직원이었다. 워낙 일처리가 엉망이라 상무 때 잘랐다. 그런데 그 자식이 원한 품고 내 뒤통수 팍 치더라.”
“정말요?”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대웅은 절대 날아갈 일 없습니다.’라고 전화도 했던 놈이다. 그런데 자고 났더니 경제부총리였던 양봉준이랑 떡하니 지랄을 쳐놨다. 몸집 불리느라 분식회계도 많았지만 알짜 자산도 그만큼 많았다. 대웅자동차는 유럽 쪽에서는 흑자가 예상 됐다. 그런데 그걸 못 지켜서…… 속 시커먼 양키들에게 바쳤다. 아우! 내가 그때만 생각하면…….”
대웅의 비사를 알게 됐다.
대웅자동차 때문에 2018년도에도 난리가 난다.
미국 자동차 형님이 쪽쪽 단물 빨다가 세금으로 때우라고 협박질한다.
“안주로 라면 하나 더 끓이겠습니다.”
소주가 몇 병 더 남았다.
밤은 깊어갔지만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일송회에 대해서도 더 들어야 했다.
“저기 햄도 넣어봐. 너 요리 솜씨 좋다.”
라면 끓이려고 대장금 누님에게 전수 받은 요리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지금 먹혔다.
옆에 있던 수돗가에서 그릇을 씻어 다시 라면을 끓였다.
먼저 김치와 햄을 넣어 육수를 뽑은 다음 면을 넣었다.
간이 부대찌개가 됐다.
“오! 너 나하고 라면 장사 안 할래?”
빚이 18조나 되는 양반이 미쳤다.
라면 팔아서 평생 갚지도 못한다.
“크으, 죽인다. 한 잔 짠!”
소주를 물처럼 마셨다.
취하지도 않았다.
“대통령하고 그때 실세들에게 배신당했다. 날릴 거면 용돈 좀 챙기게 미리 얘기를 해주던가…… 새끼들이 의리가 없어.”
“의리요? 거기서 의리는 아니죠.”
나라가 망할 뻔한 비극의 시절이었다.
의리를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내가 여당 말고도 야당에게도 골고루 돈 뿌렸다. 여당 2장 주면 야당에는 1장 줬다. 대한민국 정치계의 평등 지원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면 안 되지.”
“그래서 감방에서 1년만 살고 나오셨잖습니까.”
“지들도 미안해서 그런 거다. 나 말고 연대나 오정이 걸렸어도 분식회계로 똑같이 얻어터지기는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부채도 능력이었다.”
누구도 IMF 맞을 줄 예상도 못했다.
한국 대기업들의 그 시대 민낯이었다.
“그 두 분이 일송회의 회원입니까?”
“몰라.”
“네?”
“다만 의심이 가는 건 맞다. 일송회라는 조직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야.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고 말했지? 한국대 법학과 다닌다면 그럼 딱 생각해 내야지.”
“친일파군요.”
필이 딱 왔다.
“다른 의미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선구자라고 부른다.”
“선구자요?”
“선구자라는 노래 알지?”
“독립을 희망하던 좋은 노래 아닙니까?”
“거짓말이다. 그러니 너는 부르지 마라.”
“이유가…….”
“선구자를 작곡한 시인은…… 친일파다. 그리고 원래 제목과 내용도 다르다.”
전혀 모르는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려 했다.
대웅이 망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간도 특설부대라고 아나?”
“……대충 알고 있습니다.”
한국사 심화학습에서 배웠다.
일제 시대 만주에서 활동했던, 조선인들의 전원 자원으로 구성된 일본 군대다.
독립군들과 협조하던 만주 백성들에게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던 집단이다.
모두 다 친일파인명록에 기록되었다.
“이범익이라는 잡종놈이 만들었다. 중추원 참의까지 지낸 대표적인 잡놈이다.”
욕이 찰지게 나왔다.
“나도 몇 번 봤던 전일권이라는 자도 있다. 특설대 중령에 오른 입지전적인 잡종놈이다. 독재 시대 한국 정부 국무총리이자 국회의원, 한일의원 협회 회장, 자유민주주의 연합 초대 총재로 살다 뒈졌다. 친일파 중에서도 아주 악질 중의 최악질이었다.”
이야기 내용이 가볍지 않았다.
“간도특설대와 선구자를 만든 놈이 같은 작자다. 윤해형이라고…… 나라를 정신적으로 몇 번이나 팔아먹은 새끼다.”
이렇게까지 깊은 사연이 있는 역사까지는 몰랐다.
회귀 전에도 후에도 나의 관심사와는 먼 사건들이었다.
“이 윤해영이라는 놈이 1943년 쯤 용정에 가서 만남 놈들이 있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라 불리던 놈들이다.”
“누굽니까?”
“바로 말 타던 간도특설대의 장교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사했던 곡이 바로 선구자라는 노래다. 독립군들 목을 따고 술을 마시던 그 모습에 감동 받았단다.”
“아!”
정말 지금껏 상상도 안 해 봤던 이야기다.
몰랐던 비밀에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가끔 술에 취하면 부르던 노래가 선구자였다.
그런 아름다운 가곡이 친일파 찬양곡이라니 믿기 힘들었다.
“간도특설대 군가에도 선구자가 나온다. 천황을 찬양하는 일본군에 자발적 참전자들을 선구자라 불렀다.”
“개새끼네요…….”
여기서 욕 안 뱉으면 친일파 인증이다.
“반영조, 손국중, 전일권……그 이름 기억해 놔라.”
갑작스럽게 이름이 나왔다.
“궁금하지? 죽어서 묻힌 이 금수강산도 땅속에서 뱉어버린 그 잡놈들의 이름을 왜 기억하라고 했는지 말이야?”
고개를 끄덕였다.
“채권잡니까?”
“네 녀석 웃기는 재주 있다.”
농담을 던졌지만 짐작은 갔다.
일송회의 인물들 같았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임선군이라는 흑룡강성 출신 썩을놈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맞았지. 만주군에 식량을 주구장창 대주던 친일파가 말이야. 그놈이 아름답게 미화를 했어. 그래서 다들 잘 몰라.”
이 부분은 대충 알고 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행태다.
“그리고 반영조는…….”
반 씨라는 성이 특이했다.
“바…… 반영조라면 혹시…… 조국일보?”
“똥멍청이는 아니구나.”
“아…….”
“반영조는 조국일보 늙은 회장 여우의 친형이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대천 해수욕장에서 만났던 반대식 선조와 이렇게 조우했다.
친일파들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손국중이라는 자는 나중에 변호사가 되었지. 그리고 대법원장에 오르고 대단한 법조계 일가를 이뤘다.”
“손국중이요?”
“리앤장 로펌의 설립자이자 대장이다.”
“리, 리앤장…….”
대한민국 대법원장이 한둘도 아니고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쌔했다.
손 씨 가문과도 뭔가 안 좋은 일로 엮일 것 같은 예감이 스쳤다.
“전일권에 대해서는 말 안 해도 알겠고. 그 아들놈이 지금도 국회의원이다.”
“X같네요.”
순수하게 감탄했다.
독립군을 참살했던 친일파들이 저렇게 상류층에 포진해 있는 줄 몰랐다.
“아주 교묘하게 숨어 있어. 나도 한참 찾았다. 쥐새끼들보다 더 잘 숨어 있다.”
대웅 회장이 못 찾을 정도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친일파인명사전 작성도 얼마나 늦게 이루어졌던가.
“후손들 중에서 회개한 자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 피가 아닌 놈들은 말이야. 계속해서 그 유전자가 유전된다. 그런 놈들이 선구자 사명을 띠고 이 조국을 일본 뱀 새끼들에게 넘겨주려고 한다. 그런 놈들이 회개? 흐하하하하.”
뱀!!!
갑자기 꿈속 할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웃집 개들 얘기하면서 들려줬던 나기와 나미, 그리고 음흉한 뱀.
번쩍!
머리통에 불이 번개가 번쩍 스쳤다.
“일송회는 일본 비밀 조직의 돈을 암중에 정치 자금으로 받고 대한민국을 팔아먹으려고 안달난 자들이 만든 단체다. 북한과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미친놈들은 다…… 친일파 앞잡이들이다. 전쟁 터지면 다 거지꼴이 된다. 그러면 누가 가장 좋을까? 쪽바리들이다!”
한국 전쟁으로 부흥의 기초를 만들었던 일본이었다.
독도 문제뿐만 아니라 별걸 가지고 다 트집을 잡았다.
2020년까지 변한 건 없었다.
“결코 짱개나, 양코, 러시아, 쪽바리들은 우리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무기 팔아먹기에 이만한 국가가 없으니까. 북한을 이용해 일본 자민당 놈들은 안보팔이로 정권을 유지한다. 짱개도 미국과 국경을 맞대는 걸 싫어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연세가 있음에도 목소리가 괄괄하니 힘이 넘쳤다.
기운은 아직도 현역처럼 느껴졌다.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는 산업전반이 고도로 밀집되어 있다. 한 번 밀리면 격변하는 세상에서 자동차, 반도체 사업 같은 경우는 모조리 아작이 난다. 그런데도 전쟁? 미친놈들이나 뱉는 헛소리다. 전쟁 나기 전에 친일파 놈들은 모조리 도망간다. 그것에 내 전 재산 52만 원 걸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농담이라니…….
존경스럽다.
“대형 언론과 자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줘 헤쳐 먹는 기득 정치권, 몇몇 기업들이 일송회의 회원이다. 그걸 찾아라…… 그래야 너 장수한다.”
요즘 회귀 후 인생 좀 쉽다 했다.
회개했는데 버프가 심하다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익스피어 형님이 《맥베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도운중 회장이 날 직시했다.
이글거리는 눈빛이다.
“약(弱)은 언제나 악(惡)을 부른다. 강해져라! 그래야…… 살아남는다!”
# 171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