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91
390장. 나 이런 사람이야
“오! 이럴 수가…….”
“아니 망했던 영지가 어찌 이렇게…….”
“마물이 사라졌다는 말이 진정 사실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신의 가호가 임했군요!”
열린 성문으로 들어오는 일단의 사제 무리들.
위풍당당한 성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마차와 말 등을 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모두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황제가 되기 위해 곳곳에서 영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지민들의 고혈을 빨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피폐한 영지들이 상당한데 이곳은 달랐다.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다 새로 단장한 것 같았다.
오가는 영지민들의 생활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옷차림은 깨끗했고 신발도 질긴 오크 가죽신이었다.
얼굴도 살이 올라 포동포동했다.
사제들은 흥분했다.
대륙에 알려진 10여 곳의 신전 사제들이었다.
수백 년 전 신전의 전쟁이 발발했다.
도시는 한정되어 있고 신전은 늘어나면서 벌어진 전쟁.
신전도 적잖은 수익이 있어야 굴러갈 수 있었다.
서로 영주가 거주하는 성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사소한 다툼이 30년 전쟁이 됐다.
신과 정치는 분리된다는 원칙에 의해 제국은 끼어 들 수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상당한 양의 피를 흘렸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에 결국 황제가 칼을 빼들었다.
황명으로 신전은 그만 전쟁을 멈추라 명했다.
거부하는 신전 몇 곳을 황제의 직속 기사단이 엄벌했다.
과거 제국 황제의 신망이 드높았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그 이후 살아남은 신전은 새로운 도시가 나타나면 공동으로 사제단을 꾸려 입성하는 걸 합의했다.
지금처럼 망해 버린 영지가 재건에 성공해 부흥했을 경우도 당연히 포함 됐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곳 베르샤 백작령은 과거 우리 신전의 대신전이 있던 곳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전쟁과 평화의 신 오스란의 사제 아달튼이 큰 소리를 쳤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과거에는 어엿한 영지에서 떡하니 커다란 신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나 위기가 많은 곳이었기에 신도들의 정성도(?) 넘쳤다.
영주와도 사이가 좋았다.
영주를 위해 영지민들을 호도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런데 마물 때문에 모든 게 박살이 나고 달라졌다.
마물이 나타날 때 영주와 합의 하에 하루아침에 영지를 버리고 도망을 쳤다.
전쟁과 평화의 신전 성기사들은 전쟁에 강했지만 마물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게 버려졌던 영지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여기는 우리 신전 것이야! 욕심내는 것들은 가만 두지 않겠어!’
아달튼은 다시 욕심을 부렸다.
“오!!! 사제님들이시다!”
“와아아아아아아!”
“자비의 신 에레카시여……. 축복을 내려주소서!”
“인연의 신 쥬피로 님의 가피를 받았습니다! 찬양 받으시옵소서!”
사방에서 영지민들이 몰려들며 성호를 그었다.
“그대들에게 에레카 님의 가피가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인연의 신께서 이곳에 커다란 인연의 축복을 내렸습니다.”
사제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기저기 축복을 내렸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의 신 오스란을 부르는 이는 없었다.
과거 이 영지에 살았던 영지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물이 나타나자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친 영주와 신전 사제들을 말이다.
‘이놈들이!’
가장 강력한 성기사들을 대동한 아달튼의 심기는 불편해질 대로 불편해졌다.
한 번 구겨진 인상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전쟁과 평화의 신 오스란은 사실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신 자체가 과격했다.
사제들 또한 다른 신전과 달리 호전적이었다.
“영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 오십시오.”
기사도 아닌 병사가 사제들을 이끌었다.
‘근본도 없다고 하더니…….’
첫 만남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아달튼 사제.
인상을 찌푸리며 영주성으로 향했다.
***
“신전과 합의를 봐야 한다고? 영주령인 내 땅에서?”
“……신전의 협조를 받아야 영지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영지민들에게 심적 안정감을 유지시켜주는 게 신전의 일입니다.”
카르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내가 있지 않나?”
“……자칫 마신을 모시는 이단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탈만도 거들었다.
“이단이라…….”
그래도 신의 종이라고 직접 나와 1층 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신들을 모시는 사제들과의 첫 번째 조우였다.
그 동안은 워낙 먹을 게 없어 사제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랬던 만큼 아쉽지 않았다.
내가 다이렉트로 신들을 만날 수 있는 만큼 신들을 모시는 사제들의 힘이 부러울 까닭이 없었다.
하지만 이 동네 문화와 법칙이 또 나의 생각과 달랐다.
돈 몇 푼 신전에 바치고 안식을 얻는 영지민들이 의외로 많았다.
특히 죽음에 가까운 노인들이 더 간절하게 신을 찾았다.
지금껏 살아왔던 습관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단 신전 사제들을 만나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았다.
“주군! 사제들이 도착하였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
“안으로 모시라.”
사제들은 그 자체로 신분이 높다고 했다.
수습 사제도 기사급으로 대우하는 게 관습이었다.
“넵!”
짧은 기다림이 시작됐다.
두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곳의 주인은 분명 나였건만 신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신전의 갑질이 생각보다 센 것 같았다.
크르륵.
홀의 두툼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10여 명의 사제들과 호위 성기사들이 입장했다.
사제들은 대부분 밝은 색의 로브를 착용했고, 각각의 신들을 상징하는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성기사들의 갑옷도 모두 때깔이 달랐다.
지금껏 봤던 갑옷들 중에 가장 화려했다.
실전용이 아니라 의식용처럼 광체가 눈부셨다.
“…….”
사제들과 눈이 마주쳤다.
누가 하나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도리어 나의 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먼저 인사하라는 의미 같았다.
쌩깠다.
존심이 있지 백작이자 정1품 대감이 사제들 앞에서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할 수 없었다.
파바바밧.
성기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거친 기를 튀겼다.
첫 만남부터 아주 화기애애했다.
“주, 주군.”
카르스가 다 좋은데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간이 좀 작다.
탈만은 인상 팍 쓰며 성기사를 노려봤다.
영지 별동대장다웠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신전 사제 하나가 광소를 터트렸다.
뭐지? 신빨은 아닌데 미친 건가?
“그 웃음의 의미는 뭡니까?”
삐딱하게 말이 나갔다.
일단 영주 앞에서 시원하게 웃음 터트린 게 죄다.
“전쟁과 평화의 신 오스란 님을 모시는 사제 아달튼이라고 하오.”
하오? 합니다가 아니라?
꼬라지가 살살 올라왔다.
사제라면서 눈에 비친 욕망이 데일만큼 뜨겁다.
관상도 아주 더러웠다.
타락한 종교인의 전형적인 표상이다.
지구에서 하도 많이 봐서 한눈에 보면 안다.
대한민국 종교 지도자들에 미친놈이 꽤 많았다.
종교 지도자란 자가 지 앞에서 속옷을 벗으면 내 신도요 아니면 악마라고 떠든 놈도 있었다.
그런 놈이 버젓이 대형 교회 목사질을 하고 살았다.
아름다운 환상을 꿈꾸는 이곳에서 다시 그 꼴 보기 싫었다.
아달튼……. 넌 일단 찜했다.
“이곳 영주 베커 장 백작이오.”
“…….”
반말이 나갔다.
아달튼은 나의 반토막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표정 관리 할 줄 몰랐다.
사제로서 얼마나 갑질을 하고 살았는지 작은 행동만 봐도 답이 나왔다.
“영주는 겁이 없는 분인 것 같소.”
“오! 잘 아시는구려.”
기사 카르스 얼굴에는 이미 망했다는 망연자실의 감정이 비쳤다.
탈만은 긴장했고 오스란의 성기사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분위기는 화끈하게 무르익어 갔다.
“영주는 아시오?”
“뭘 말이오?”
만담도 아닌데 나와 아달튼만이 대화를 이어갔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오가는 말에 비수가 섞여 서로를 겨냥했다.
이것으로 확실히 적이 됐다.
“이 영지가 베르샤 백작령이라는 사실 말이오.”
“그랬었다고 들었소.”
“베르샤 백작이 이를 갈고 있다고 들었소. 자신의 땅을 무단침범한 자를 용서해 줄 정도로 자비로운 영주가 아니오.”
“그러하오?”
“우리 신전을 영지의 대신전으로 선포해 주시오. 그럼……. 막아드리리다.”
다른 사제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버젓이 큰소리치는 아달튼.
이 양반 모르고 있다.
내가 이곳에 막 왔을 때 축복한 신들 중에 오스란은 없었다.
“아, 아니! 그건 약속이 틀리지 않소!”
“말도 안 되오!”
“그동안 지켜왔던 관례를 깨자는 말인가!”
신전 사제들이 난리가 났다.
“그럼 그대들은 베르샤 백작과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을 막아낼 수 있는가?”
아달튼이 오만하게 외쳤다.
“…….”
사제도 다 같은 사제가 아니고 레벨이 다른 것 같았다.
모두 다 아닥 분위기다.
“잘 보셨소? 이게 바로 다른 신전과 같지 않은 우리 신전의 눈높이요~.”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명대사인데?
“오! 대단하외다.”
솔직히 감탄했다.
1대 9 상황에서 아달튼이 승기를 잡았다.
이 정도면 뒷배가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배알이 꼴리지?
“흐흐. 그럼 과거에 쓰던 신전을 오늘부터 우리가…….”
“나가시오.”
“……뭐, 뭐라고 하셨소?”
“귀가 살이 많이 찐 것 같소. 내 영지에서……. 당장 꺼지라고!”
보이는 꼴을 보니 나를 물로 본 듯했다.
내친 김에 버럭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무엄하다!”
채앵!
오스란의 성기사가 황금 손잡이 검을 뽑아 들었다.
“무슨 짓이냐!”
차장!
카르스와 탈만도 검을 뽑았다.
첫 만남 분위기 참 정이 넘치고 따뜻하고 좋았다.
“지, 지금 감히 오스란님의 이름을 더럽힌 것이더냐! 근본도 모르는 떠돌이 기사 주제에 감히…….”
파르르 떨며 손가락으로 나를 정확하게 가리키는 아달튼.
겉과 속이 다른 본심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떠돌이 기사? 지금 본 영주를 모욕하는 것이더냐!!!”
당연히 버럭 호통을 더 날렸다.
이제는 서로 건널 수 없는 확실히 강을 건너버린 셈이다.
신이고 나발이고 이런 놈들이 모시는 신은 필요 없었다.
당장 카르마 포인트 사용하면 만날 수 있는 신들이 수천수만이다.
“이단이다! 신의 이름을 더럽힌 저 자는 이단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로 나에게 이단을 외치는 아달튼의 눈동자는 이미 뒤집어졌다.
– 전쟁과 평화의 신 오스란이 당신을 기분 나쁘게 생각합니다.
염병! 안 쫄려!
“뭣들 하시오! 이 타락한 영주에 대해서 이단 심판을…….”
“그 입 닥치세요.”
그때 들려온 차갑고 시원한 목소리.
“헛!”
“이런!”
2층에서 어느새 아린이 나타나 차갑고 시린 눈동자로 아달튼을 노려봤다.
사제들이 아린의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하며 놀랐다.
“악마다! 악신의 사주를 받은 악마다!!!”
아달튼이 악을 썼다.
아니 이 새끼가 지금 누구 보고!
쫘아아앗.
“크아아악!”
미안하다. 내 손이 먼저 움직였다.
아달튼이 고작 뺨 한 대 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네 이노오오옴!”
성기사가 검을 날렸다.
퍼버버벙.
그 순간 마법 화살이 날아와 성기사의 갑옷을 후려 팼다.
“커헉!”
미스릴로 만든 마력 갑옷이 바로 찌그러졌다.
“마, 마법사!”
“으으으.”
사제들이 아린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캐스팅도 없이 간단하게 강력한 마법을 날린 마법사가 많지 않다는 걸 그들은 알았다.
“이, 이단!”
성기사들이 두려워하며 이단이라는 말을 뱉었다.
아……. 이거 원하는 스토리는 아닌데…….
파앗! 파아앗!
그 순간 남아 있던 사제들 몇몇에게서 성스러운 빛이 터졌다.
“오오오! 시, 신의 강림이시다!”
“에레카시여…….”
“아르시오의 성화를 뵈옵니다!”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고 무릎을 꿇었다.
누가 봐도 신의 강림 현장.
– 디아르소스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 두케타의 가피가 임하였습니다.
– 아르시오의 성화가 당신을 위해 타오릅니다.
– 에라카의…….
연속 터지는 알림음.
이곳에서 나를 축복했던 신들이 현신해 자신을 증명했다.
“영주님과 영지에 신의 축복이 임하였습니다!”
“이곳에 아르시오 님의 성화가 계속 타오를 것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신의 뜻이 이곳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제들이 성호를 그으며 나에게 축복을 내렸다.
“으으으으…….”
얻어터져 널브러진 아달튼과 성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니들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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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