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281
282화
탱커 제파르.
메인 딜러 언럭키.
그 외 보조 지원, 언럭키 파티원과 제파르 휘하의 상급 이상 악마들.
이런 식의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사실 보조 지원으로 분류된 자들은 할 게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버프 계열 스킬을 갖고 있다면 걸어주는 것 정도랄까.
레그녹스는 일정 수준 이하의 실력이라면 한 방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괴물이었다.
-쾅!
-콰앙!
데스 나이트와 데빌 키메라가 제파르를 도와 놈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언럭키는 한 발짝 떨어져서 잠시 전투를 지켜보았다.
올마스터의 비기로 여러 직업의 힘을 동시에 쓸 수 있게 되었다지만, 지금 그의 메인은 네크로 엠페러다.
그리고 네크로 엠페러는 단순히 해골만 소환하는 직업이 아니다.
-우웅!
언럭키의 몸으로부터 진혼의 오오라가 퍼져나갔다.
해골들의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버프를 지닌 오오라.
언럭키의 레벨이 250이 넘어감에 따라 일반 해골들의 숫자도 50기가 넘어갔다.
칼을 든 해골 병사와 해골 궁수들. 거기에 진혼의 오오라가 적용되니 놈들이 한층 가열차게 움직였다.
주변에 몰려있는 악마들이 흠칫 놀랄 정도의 기세가 느껴진다.
“크아아아!”
-꽈아앙!
그때 레그녹스가 내리친 주먹이 제파르의 대검과 부딪쳤다.
피격 부분에서부터 동심원을 그리며 커다란 충격파가 퍼져나간다.
주변을 포위해가던 해골들이 충격파에 닿자 산산이 바스러졌다.
“…빌어먹을.”
언럭키가 어이없다는 듯 놈을 쳐다봤다.
직격 한 것도 아니고 서로의 공격이 부딪친 후의 충격파가 이런 위력을 내다니?
굳이 해골들을 회복시키지는 않았다.
있어봤자 전투에 큰 도움은 안 되어 보였다.
‘저놈이 조금만 똑똑했어도 레이드 자체가 성립이 안 됐겠군.’
지금은 분노에 눈이 멀어 제파르와 달라붙어 싸우지만, 만약 저 괴력을 가지고 유격전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놈과 싸우는 세력은 최소한 절반 이상으로 축소될 걸 걱정해야 할 것이다.
영토고 부하고 간에 싹 사라져버릴 테니까.
괜히 군주급 악마들이 놈을 가만히 내버려둔 게 아닌 것이다.
이겨봤자 피 보는 상대였다.
그다음으로, 언럭키는 손을 펼쳤다.
“쪼그라드는 근육, 체력 약화, 둔화, 부패의 저주, 침식의 저주, 맹독의 저주.”
입이 속사포처럼 달싹거리더니 저주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레그녹스가 몸을 움찔거렸다.
저주는 정확히 놈에게 틀어박혔다.
그러나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는 않았다.
워낙 튼튼하고 저항력이 세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건 어떠냐.”
언럭키가 완드를 꺼내 들더니 하늘을 향해 까딱였다.
한참 싸우는 그들의 머리 위로 오망성이 그려지더니, 활활 불타는 운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징벌 포격.
30분에 한 번 쓸 수 있는, 징벌받는 악마라는 완드의 내장 스킬이었다.
레그녹스의 고개가 힐끔 하늘로 올라갔다.
놈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
녀석이 펄쩍 뛰어오르더니 운석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며 운석이 산산조각이 났다.
“와아….”
언럭키는 적이지만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무식하게 힘이 세면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다만 이번만큼은 레그녹스도 멀쩡하지 않았다.
운석을 후려친 오른팔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크으으….”
너덜너덜해진 팔과 고통에 찡그려진 얼굴.
제파르와 언럭키의 소환수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놈은 괴물같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기에 조금만 내버려 둬도 금세 멀쩡해질 것이다.
천금 같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그리고 언럭키 역시 쌍검을 빼 들고는 그 대열에 합류했다.
형형색색의 오러들이 레그녹스를 향해 날아갔다.
* * *
전투는 지루하게 흘러갔다.
레그녹스의 공격을 어지간한 건 제파르가 받아내고 언럭키와 소환수들은 최대한 회피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야금야금 공격을 누적시켰다.
가만히 있어도 금방 멀쩡해지는 재생력을 지녔기에, 계속해서 때려야 했다.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한 방만 잘못 스쳐도 골로 간다.
데스 나이트나 해골 키메라들은 이미 한 번씩 사지 중 하나가 날아가서, 언럭키가 회복시켜주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데미지를 누적시켰던 덕분일까.
“크르르륵….”
처음으로 레그녹스가 주춤거렸다.
놈의 입가에서 힘겨운 숨이 뿜어져 나왔다.
잘 보면 안색도 살짝 좋지 않았다.
“독이 이제서야 통하는 모양이군.”
전투의 시작 때부터 뿌려놓았던 베놈의 독안개.
계속 누적된 독안개가 이제서야 레그녹스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도 놀라운 일이다.
칼리스먼은 숨 한 번 들이키고 켁켁대던 거였는데, 레그녹스는 온통 부상을 입은 지금에서야 문제가 발생했으니.
“제파르. 넌 괜찮나?”
“문제…없다!”
언럭키의 물음에 제파르는 힘겨워하며 대답했다.
그 역시 원래부터 부상자였기에 안색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훌륭하군. 역시 칼리스먼 따위와는 전혀 달라.”
“그게 누군데!”
“있다. 레라지에 뒤통수를 시원하게 날린 녀석.”
“아. 마지막에 레라지에가 화냈던 그 징수관? 크하핫.”
제파르는 재미있는 기억이 떠올랐다며 좋아했다.
언럭키와 소환수들, 제파르의 호흡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다.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거기에 삐그덕거리던 게 시간이 흐르며 좋아진 것이다.
“크르르륵!?”
결국 레그녹스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타오르던 복수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통과 공포가 들어찼다.
결국 주춤거리던 놈은 그대로 뒤돌아 줄행랑 치기 시작했다.
“엇!?”
텅 빈 빈틈이라 등에다가 치명적인 일격 몇 방을 때려 넣었지만, 레그녹스는 무사히 거리를 벌렸다.
제파르가 당황해 소리쳤다.
“도, 도망을 가? 저 돼지가?”
레그녹스가 왜 군주급이라고 불리며 악마들이 피해 다녔겠는가.
그 강력함과 포악함은 수백 년간 지옥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 어떤 강대한 적 앞에서도 레그녹스가 저렇게 뒤돌아 도망친 건 없었다.
최소한 제파르가 알기로는 그랬다.
“저 자식. 또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지.”
그러나 언럭키는 아니었다.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그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전에도 레그녹스는 구토의 영향으로 도망친 적이 있었다.
한 번 그래본 놈이 두 번은 못 할까.
여기서 놓치면 골치 아파지기에, 언럭키는 빠르게 놈을 쫓았다.
다행히 놓칠 가능성은 없었다.
네크로 엠페러, 검왕. 거기에 마지막으로 지금 함께 적용 중인 직업이 ‘사신’이었다.
암살자들의 신.
한 번 눈에 담은 표적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언럭키는 유령같은 걸음으로 레그녹스의 뒤를 따라갔다.
확실히 재생력도 많이 낮아졌고, 눈에 보이는 HP도 거의 남지 않았다.
적의 시야에서 벗어났기에 언럭키는 은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신일 때 은신 후의 첫 일격은 데미지가 배로 들어간다.
붉고 푸른 오러가 놈의 심장과 머리를 뒤에서부터 꿰뚫었다.
치명타가 2.5배에 은신 보너스 데미지까지.
잔뜩 약해져 있던 레그녹스가 더 이상 견딜만한 게 아니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 : 미친 트롤 레그녹스’ 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
언럭키의 몸에서 빛이 수도 없이 번쩍이며, 주변으로 금화가 비처럼 떨어졌다.
“하핫.”
그 사이로 보랏빛으로 번쩍이는 아이템 두 개가 드랍된 게 두 눈에 똑똑히 들어오자, 언럭키의 안면에 미소가 가득 지어졌다.
* * *
전투가 끝난 후에도 제파르의 영역은 북적였다.
오히려 전보다 더 바빴다.
부술 때는 신나서 날뛰던 레그녹스. 놈과의 전투에서 일반 악마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전후 복구는 악마들이 개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언럭키는 제파르와 독대하고 있었다.
“고생 많았다.”
“너도.”
“크흐흐. 처음에 보여줬던 존대는 이제 때려치웠군?”
“왜. 다시 존대해주길 바래?”
“아니. 편한 대로 해라. 우리는 전우 아닌가.”
얼굴만 알던 사이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그리고 이젠 전우(戰友)로 바뀌었다.
실제로 제파르의 눈빛은 전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변화했다.
육체파 군주답게 함께 전투를 함으로써 훨씬 더 상대를 믿을 수 있게 되고 친근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그게 계약석인가?”
제파르가 턱짓으로 언럭키의 손에 들린 물건을 가리켰다.
“그래.”
레그녹스를 잡고 나온 2개의 레전더리 아이템 중 하나였다.
[혼돈과 맹약의 계약석]-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혼돈과 맹약으로 이어진 계약을 한다. 혼돈의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 과한 계약을 맺게 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좋아 보이는 아이템이었지만 마지막 설명이 조금 찝찝했다.
언럭키가 농담 삼아 물었다.
“여기서 말하는 부작용이 뭐지? 혹시 먹보 트롤이 된다거나 하는 건가?”
“터무니없는 계약을 하면 그럴 수도 있지.”
“…미치겠군.”
그냥 던져본 말인데 저런 대답이 돌아올 줄이야.
제파르가 말을 이었다.
“이건 아무 소원이나 들어주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계약석이다.”
“그럼 뭐야. 다시 성검 들 수 있게 해준다며. 먹보 트롤로 변신하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그 정도의 소원은 페널티가 그리 크지 않을거다. 한번 해봐라.”
계약석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손에 들고 원하는 걸 떠올리면 그만이었다.
언럭키는 그걸 들고 성검을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띠링!
[혼돈의 계약이 발동됩니다.] [직업 ‘네크로 엠페러’의 어둠(暗)속성 제한이 사라집니다.] [그 대가로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N]‘모든 능력치가 10씩 감소해?’
힘, 민첩, 체력, 마력, 신성력.
도합 50이나 되는 능력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레벨이 10개나 다운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이건 굉장히 큰일이었다.
‘괜찮은데?’
그러나 언럭키는 받아들일 만한 페널티라고 여겼다.
애초에 강박적으로 업적과 아이템을 얻어가며 능력치를 올리지 않았던가.
줄어드는 게 뼈아프긴 하지만, 성검의 제한이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저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받아들이겠다.”
언럭키가 그리 말한 순간 계약석이 바스러지며 언럭키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여전히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새하얀 성검.
손아귀에 착 감기는 감촉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여느 때처럼 번개가 튀는 것 없이, 온전하게 손에 들어왔다.
“좋군.”
언럭키가 슬쩍 웃었다.
네크로 엠페러, 검왕, 사신. 세 직업의 힘을 동시에 쓰면서 성검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 역대급으로 강한 순간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후후.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좋아. 지상에는 언제 돌아간 건가?”
“그 전에 우리끼리 얘기를 끝내야지.”
“뭐?”
“레그녹스 처치하는 걸 도와주면 보물 2개를 주기로 했잖아.”
언럭키가 성검을 겨눴다.
“빨리 줘. 좋은 말로 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