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18
319화
철갑 미노타우로스.
그 이름 그대로, 마치 기사처럼 전신이 강철 갑옷으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는 놈이었다.
본래 미노타우로스는 그 포악함과 강력한 완력으로 유명하다.
헌데 거기에 갑옷까지 착용했으니 얼마나 단단하고 강할까.
‘속도는 좀 느리려나?’
언럭키가 그리 생각한 순간, 철갑 미노타우로스가 땅을 박찼다.
거대 덤프트럭이 돌진하는 듯한 모습이다.
순식간에 가까워져서 주먹을 뻗자 언럭키는 화들짝 놀라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아니네.’
종합하자면 강하고 민첩하며 단단하기까지 하다.
과연. 300레벨에 가까운 보스몹이라고 할 만했다.
이런 놈은 딱히 상성이 없었다.
잡는 법은 다양한 직업군을 보유한 길드 단위로 계속해서 몰아붙여 쓰러트리는 것뿐.
반면에 이 던전은 입장하자마자 유저들을 뿔뿔이 흩어놓는다.
악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언럭키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손가락을 한 번 튕기니 해골들이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파티 사냥을 할 수 없다는 게 뭐 문제일까.
내가 파티이고 길드인데.
해골 전사들이 앞을 막고 궁수들이 그 뒤를 받쳤다.
해골 기사, 데스 나이트, 해골 케르베로스, 데빌 키메라 등의 정예 언데드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면 언제든지 돌진했다.
“크아아아!”
철갑 미노타우로스가 등에 멘 도끼를 치켜들어 내리쳤다.
그 궤적을 따라 충격파가 쏘아지며 해골들이 우수수 박살난다.
실시간으로 언럭키가 손을 뻗어 회복시켰다.
빈틈이 생기자 정예 언데드들이 그 틈을 파고들어 공격했고, 놈은 자신을 물어뜯는 적들과 정신없이 난투를 벌였다.
-파파파팡!
어느새 활을 빼든 언럭키가 기관총처럼 화살을 쏘아 보냈다.
오러가 넘실거리는 화살들이 미노타우로스의 갑옷 틈 사이사이로 틀어박혔다.
관절에 뚝뚝 박히는 공격에 놈이 비틀거리더니 눈을 빛냈다.
보스 몬스터라 지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게 언럭키라는 걸 알았다.
다시금 훌쩍 뛰어 언럭키에게 돌진했고, 언럭키는 이번엔 활을 집어넣더니 쌍검을 뽑아 맞섰다.
-쾅!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크르…?”
철갑 미노타우로스는 경악했다. 저 조그만 인간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놈이 든 도끼에 비하면 이쑤시개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쌍검이 도끼를 상대로 버티고 있었다.
‘마나 소모가 엄청나네.’
탱커가 없기에 언럭키 본인이 그 역할을 했다.
쌍검으로 막아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데드들이 놈을 공격하고 있었다.
다만 모든 걸 혼자서 하려니 쉽지 않았다.
해골들을 유지하는 것도, 부상 당한 놈들을 치유하는 것도, 화살에 오러를 담아 쏘는 것과 검으로 놈을 막는 것까지.
아무리 언럭키가 말도 안 되는 마력 스탯을 보유했다지만, 벅찰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여러 개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던가.
‘이래서야 비기 하나를 더 얻고 성황까지 동시에 쓴다고 해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만약을 대비해 필살기를 쓸 마나 정도는 항상 남겨놓고 싶은데.
그러면서 회복과 디버프 등의 스킬까지 쓸 수 있을까 싶다.
뭐. 그거야 얻고 나서 생각할 일이다.
나중에 마나를 올려주는 아이템이나 비약들을 더 찾으러 다녀도 괜찮고.
“그아아아아!!”
개미 떼처럼 철갑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라붙은 해골들이 서서히 놈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철갑 미노타우로스의 덩치가 크다보니 자연스레 보스룸도 넓었다.
그 넓은 공간이 언럭키에게는 장점이 되었다.
던전에서는 쓰기 힘든 해골 케르베로스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었으니.
다른 한편에서는 베놈들이 열심히 독무를 뿜어내고 있었다.
녹색의 독안개가 스멀거리며 공간을 잠식한다.
공간이 넓어서 쉽게 티 나지는 않지만, 독은 서서히 놈을 잡아먹고 있었다.
사방에서 물어뜯는 해골들과 쉽게 상대하기 힘든 언럭키 본체. 거기에 조여오는 독까지.
철갑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서서히 느려졌다.
* * *
파티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전투력이 없다시피 한 컵라면은 덜덜 떨면서 숨어있었지만, 다른 일행들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레벨은 200 후반대.
언럭키 일행들에게는 해볼 만한 것이다.
당장 지룡의 굴에 등장하던 놈들보다 전체적으로 10~20 이상 떨어진 레벨이었다.
혼자가 되었어도 그 정도라면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월드 사가는 파티 사냥이 종용되는 게임.
언럭키같은 특이한 유저가 아니라면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쐐액!
-콰직!
아세린이 높이 점프해 자신에게 달려든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찔렀다.
상대의 공격을 절묘한 간격으로 피하고 반격하는, 크로스 카운터의 정석 같은 모습이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지켜봤다면 개안을 했다며 감격했겠지.
정작 아세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너무 아슬아슬한데.’
월드 사가에서 이런 식의 전투는 좋지 않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서커스도 아니고. 원래 전투는 단순하게 이겨야 최고다.
앞을 지켜줄 든든한 탱커가 있고, 뒤에서 열심히 칼질만 해서 쓰러트려야 가장 좋은 법.
아세린은 지금 혼자밖에 없기 때문에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
매 전투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까딱 잘못해서 스치기라도 하면 피가 왕창 깎일 것이다.
상황은 벨라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녀는 아세린보다는 그나마 나았다.
-쾅! 쾅!
-크어어어!
벨라는 방패를 든 채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사방이 막힌 자리에 가서 잘 잡았기 때문에 탱킹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보다 훨씬 더 레벨 높고 강한 보스몹의 탱킹도 했었는데, 미노타우로스 쯤이야.
다만 그녀에게는 공격 수단이 없었다.
영원히 버티고 있을 수밖에는 없기에, 파티원 중 누군가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뿐.
‘몇 시간을 있어야 할까….’
대충 머리를 굴려봐도 최소 10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자기가 여기 있는 것처럼 다른 파티원들도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전투력은 급감했겠지.
언럭키를 빼면 제자리에서 버티는 것 정도밖에 못 한다.
그동안 혼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비단 벨라 뿐만 아니라 모든 파티 원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이 상황에서 움직이면서 자신들을 구해줄 언럭키를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
-띠링!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미궁 속 모든 인원이 보스룸으로 이동됩니다.]“???”
한순간 반전된 시야에 벨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넓다란 보스룸에는 살짝 지친 기색의 언럭키가 서 있었고, 그 주위로 벨라와 아세린, 컵라면이 이송되어 있었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얼굴들이었다.
“저… 언럭키님? 어떻게 된 거죠?”
대표로 질문한 건 아세린이었다.
언럭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알람 안 떴나요? 보스몹 잡은 것뿐입니다.”
“아니….”
그들도 언럭키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조만간 하이랭커에 들 게 확실시되는데 당연하지.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는 법이다.
직접 겪어본 미노타우로스는 약하지 않았다.
혼자서 잡으려면 나름 위험을 감수하고 각오도 해야 한다.
보스몹은 당연히 훨씬 더 강할 터.
근데 던전에 입장한지 뭐 얼마나 지났다고 혼자서 놈을 처치한단 말인가?
‘그럼 우리들이랑은 왜 다니는 건데…?’
아세린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꺼냈다가는 정말로 언럭키가 그럼 이제부터라도 따로 다니자고 할 것만 같았다.
그 대신 속으로 더 피땀 흘려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뿐.
물론 까딱 잘못했으면 마나가 바닥날 뻔했기에 언럭키도 혼자서 다닐 수는 없다.
특히나 하이랭커가 된 후에 만날 몬스터들은 더 강할 테니, 뒤를 받쳐줄 파티원의 존재는 필수에 가깝다.
다만 그 생각을 모르는 파티원은 그저 다시금 다짐할 뿐이었다.
“보스몹 잡고 나온 아이템은 이거 하나입니다.”
언럭키가 도끼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원래는 철갑 미노타우로스가 쓰던 무기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들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작아져 있었다.
“이건…”
“언럭키님이 가지셔야죠. 저희는 뭐 한 것도 없는데.”
다른 파티원들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에서 이 악물고 버티기만 하다가 상황이 끝났는데, 지분을 요구하는 것도 염치가 없었다.
“예.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언럭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미안하지만 이건 자기가 쓰겠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먼저 그렇게들 말해주니 다행이었다.
그만큼 이 아이템은 양보할 수 없었다.
[파괴의 도끼]-아이템 등급 : 레전더리.
-아이템 효과 : 공격력 + 285.
-파괴의 권능을 품고 있는 도끼다. 사용자에 따라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며, 일생에 단 한 번 ‘파괴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파괴의 권능 : 도끼의 권능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그 어떤 것이든 파괴할 수 있다. 단, 1회의 사용 이후 도끼는 파괴된다.
-아이템 레벨 제한 : 레벨 300 이상.
레전더리 아이템 치고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공격력도 그저 그랬고 추가 옵션도 별 도움 되는 건 아니었으니.
아니. 한 번 사용하면 파괴된다는 건 사실상 쓸 수 없는 옵션이었다.
경매장에 올리면 동급의 유니크 아이템보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가장 필요한 거지.’
컵라면의 성능은 언제봐도 확실했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가 펜던트를 꺼냈다.
[…….]내내 조용히 있다가 어느새 둥실 날아온 비칼렌이 조용히 옆에 섰다.
살짝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눈에서 보이는 열망이 느껴졌다.
어찌나 강한지 지잉 하면서 레이저가 쏘아지는 것 같았다.
비칼렌이 재촉했고 더 기다릴 필요 없이 언럭키는 도끼를 들어 올렸다.
-쾅!
그 후 냅다 찍어버렸다.
커다란 도끼로 찍은 것임에도 팬던트는 멀쩡했다.
그러나 그건 겉모습일 뿐. 쩍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 주변을 둘러싼 투명한 무언가가 깨져나갔다.
잠시 후, 언럭키는 눈을 감아야 했다.
펜던트에서 나타나는 눈부신 흰색 빛에 계속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진 뒤 언럭키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올마스터의 비전]-스킬 등급 : 에픽.
-스킬 효과 : 올마스터의 직업 중 랜덤한 2개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기존에 올마스터의 비전을 보유하고 있다면 거기에 추가로 보유 직업을 하나 더 늘릴 수 있다.
아이템을 쥐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올마스터의 비전을 습득하시겠습니까?]이전처럼 돌림판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해질 직업이 2개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추가 보유 직업이 1개뿐입니다.] [자동으로 직업이 정해집니다.]-파앗!
환한 빛이 언럭키를 감쌌다.
‘드디어….’
언럭키가 잠시 눈을 감았다.
[현 시간부로 직업 ‘성황’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올마스터의 5개 힘을 동시에 보유하셨습니다.] [업적을 획득합니다.] [업적 : 진정한 올마스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