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5
한제는 몸을 앞으로 날려 그 회오리바람을 지나 전송진 안에 섰다. 단목극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왕청월도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다가 천천히 진 안으로 발을 들였다.
곧이어 공중의 회오리가 우뚝 멈추었고 미친 듯한 바람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산 전체가 진동하더니, 진 안에 선 한제를 비롯한 세 사람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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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해는 매우 넓었고 외곽 지역과 중앙 지역 사이에는 한 층의 붉은 안개 지대가 있었다. 일정 수준을 넘지 않은 사람은 이 붉은 안개에 닿기만 해도 온몸이 삭아 사라질 뿐만 아니라 신식마저도 빠져나가지 못해 평생 이 안개 속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이 붉은 안개는 중앙 지역과 외곽 지역 사이의 천연적인 장막이 되었고 오직 매년 안개가 바닷물로 변하는 하루 정도만 자취를 감추었다. 종종 이곳에 들어오거나 나가려는 수련자들은 그 하루를 틈타 두 지역 사이를 오가곤 했다.
붉은 안개를 지나 수마해의 중앙 지역에 들어오면 강한 자들도 고수들도 매우 많았다. 밖에서는 엄청난 악인이라 불리는 존재들도 이곳에서는 꽁꽁 숨어 살기 일쑤였다.
중앙 지역 역시 매우 넓어서, 날아서 수백 년을 이동해도 끄트머리에 닿을 수가 없었다.
이 중앙 지역의 가장 북쪽에 있는 평원이 바로 쇄성란이었다. 쇄성란은 수마해에서 유일하게 안개가 바닷물로 변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고리 형태로 놓여 있는 수많은 신비의 돌조각들이 천연적인 장막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고리형 지대의 돌조각들은 기이한 힘에 이끌려 모여든 상태였다. 쇄성란(碎星亂)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역시 폭이 약 1백 리에 달할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는 돌조각들 때문이었다.
이곳은 또한 ‘죽음의 지대’라고도 불렸다. 그 위험한 중앙 지역과 외곽 지역 사이의 붉은 안개조차도 원영기 수련자라면 무사히 지나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쇄성란을 막무가내로 가로지르면 원영기에 이르렀다 해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쇄성란은 수마해 중앙 지역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로 알려졌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은 수마해가 안개로 변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곳이고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수련자가 끊임없이 진입해 살펴보고자 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곳이었다. 돌조각 지대까지 뚫고 들어간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그들 중 다시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5성 수련국들도 이곳에 많은 고수를 보내지 않았다. 그 안에 대체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들어간다 해도 아무런 수확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누구도 성급하게 그 안으로 들어갈 마음을 먹지는 못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에 뛰어들려고 하는 수련자는 점점 적어졌다.
1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날 주작성의 유일한 6성 수련국인 주작국의 어느 신통력자가 혼자 수마해에 들어왔다.
수많은 고수들의 도전을 받았지만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자신감에 찬 그는 쇄성란으로 진입했지만 그 후 어떤 소식도 없었다.
10년 후, 주작성에서 많은 고수들을 파견했다. 이들은 쇄성란 밖에 커다란 진을 설치하여 이곳을 철저하게 봉인해놓고 함부로 그 안에 들어가는 이는 절대 용서치 않겠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했다.
이렇게 해서 더욱 강하게 금지된 땅이 되어버린 이곳에 대한 말만 나와도 주변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여태까지의 놀라운 상황들은 수습되었지만 반경 1만 리 안에서는 단 한 명의 수련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쇄성란 밖의 검은 안개로 뒤덮인 깊은 골짜기 안, 갑자기 안개 속에서 한 차례 회오리가 일어났고 점점 커진 회오리에 공터가 드러났다. 그 공터 바닥에는 전송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진은 눈부신 빛을 번쩍이더니 점점 더 밝아졌고 그 안에서 세 사람의 인영이 나타났다.
전송진으로 이동되어 온 순간, 한제의 눈에는 저 멀리 자리한 고리형 돌조각 지대가 들어왔다.
크고 작은 형태의 서로 다른 돌조각들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보라색 빛으로 빽빽하게 연결되어 고리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폭이 약 1백 리 정도 되는 이 돌조각 지대는 한눈에 그 끝이 담기지도 않았다.
“저기가 쇄성란인가?”
왕청월 역시 이곳에는 처음 오는 듯 눈을 번득였다.
단목극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그쪽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네. 바로 저 곳이야. 1천 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군.”
두 눈을 번득이던 왕청월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1만 년 전 주작국의 최고 고수가 쇄성란 안에서 사라졌다지? 이 몸이 보기에도 분명 신비로운 곳이로군.”
한제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단목극에게 물었다.
“선배님이 말씀하셨던 곳이 바로 저 쇄성란 안입니까?”
고개를 끄덕인 단목극이 쇄성란 깊은 곳을 바라보며 아직도 두려운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돌조각 지대 안에는 신비로운 힘이 충만히 흐르고 있지. 들어감과 동시에 그 신비로운 힘이 체내로 흘러들어와. 그리고 저 돌조각들은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분체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본체보다 수준이 좀 더 높은 분신을 하나 만들어낸다.
진입하기 전에 어떤 방식을 써서 수준을 낮춰도 소용이 없어. 분신이 나타나면 그것과 싸워 이겨야만 50리를 움직일 수 있지. 50리를 벗어나면 이번에는 무려 두 개의 분신이 다시 나타난다. 그것들과 다시 싸워 이겨야만 저 돌조각 지대를 완전히 지날 수 있지.”
한제는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단목극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만약 상공이나 땅속을 통해 진입하려고 한다고 해도 분신은 나타난다. 그것도 한 번에 10개나!”
한제는 돌조각 지대를 바라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왕청월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잔혹하게 웃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곳이라면 이 왕청월이 가봐야지!”
말을 마친 그는 몸을 훌쩍 날려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멀리 떨어진 돌조각 지대 밖에 나타났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한제는 정신을 집중한 채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왕청월이 돌조각 지대에 진입한 순간, 그의 곁에 있던 몇 개의 돌조각들이 즉시 한 데 뭉치더니 보라색 빛을 번쩍이며 왕청월과 똑같은 모습의 분신을 하나 만들어냈다. 심지어 입가에 걸린 미소까지도 똑같았다.
그것은 두 말 하지 않고 왕청월에게 달려들었다.
쾅쾅.
교전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연이어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단목극은 코웃음을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올게다. 저보다 수준이 높은 분신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
한제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선배님은 저번에 어떻게 진입하셨습니까?”
단목극은 손가락 하나로 전송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을 통해서 들어갔지! 저번에는 내 친구들 중 진의 고수가 한 명 있었거든. 게다가 우리는 쇄성란에 관련된 전수품도 몇 개 가지고 있었어. 거기에는 이곳에 있는 전송진의 제작 방법이 적혀 있었지. 또한 최상급 영석도 열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입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쇄성란 안에는 대체 뭐가 있는 겁니까?”
한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단목극은 한제를 힐끗 바라보다가 손을 흔들어 한제의 체내에 남아 있던 자신의 신식을 회수했다.
“됐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도 괜찮겠지. 우리가 얻어낸 전수품의 기록에 따르면 이 쇄성란 안에는 고대 신의 시체 한 구가 있다고 했다.”
“고대 신?”
한제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고대 신은 상고 시대의 신선과 같은 존재지. 심지어 어느 방면에서는 신선보다 더 막강하기도 하고…”
대답을 한 사람은 단목극이 아니었다. 번개 같은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단목극의 옆에 착지한 검은 옷의 노인이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의 턱 아래쪽으로 길게 자란 하얀 수염이 바람에 흔들렸고 그의 손에는 총채가 들려 있어 퍽 신선다워 보였다. 미간에서 온화한 기운이 엿보이는 그가 한제를 향해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고대 신의 강대함은 이미 경지를 넘어서서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지. 고대 신이 생존해 있던 시기는 상고 시기보다도 더 길 정도이니 말이야.”
노인이 나타난 순간부터 한제는 속으로는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한제는 그 사람의 수준이 단목극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말을 마친 노인은 손에 들고 있던 총채를 휘두르며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잔혹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던 한제는 상대가 총채를 휘두르는 순간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저물대를 두드려 옥패들을 꺼냈다. 모두 방어 작용을 하는 옥패들이었다.
쩌적-
순간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그가 들고 있던 옥패들이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단목극은 오른발을 굴러 한제와 노인 사이를 가로막고 서더니 검은 빛의 반원형 장막을 만들어 앞에 세웠다. 그 장막은 총채의 공격을 녹여내며 빛을 번쩍였다.
가늘게 뜬 눈으로 상대를 주시하고 있는 단목극의 표정은 전에 없이 신중했다. 그가 한 자씩 힘주어 말했다.
“고왕, 이 아이는 세 번째 관문을 넘어가는 데 필요한 인물이야. 이러지 말게!”
고왕의 표정에서는 어떤 이상한 기색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나 웃음기만 천천히 가셨다. 지금 그에게서는 조금의 신선다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가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한가?”
단목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녀석은 사주술을 할 줄 안단 말이네!”
고왕은 한제를 한 번 훑어본 뒤 그와 30척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서서 돌조각 지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없었다.
한제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이 고왕이라는 자가 그에게 남긴 인상은 그야말로 미친 사람이었다. 이 자는 조금의 이유도 없이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을 죽이려 했고 그 직전에는 잔혹한 웃음마저 짓고 있었다.
“저 자의 이름은 고람이야. 하지만 우리는 고왕이라고 부르지. 무척 강하거든. 나조차도 저 자와 싸워 이긴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굉장히 험악하지. 저 자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의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미친 자야. 수마해의 중앙 지역에서 이름난 악인이기도 하고.”
단목극이 한제의 곁에 서서 말했다.
한제는 그늘진 얼굴로 고왕을 힐긋 살피다가 돌조각 지대 안에서 자신의 분신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왕청월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고왕은 미친 자였고 왕청월 역시 그랬다. 그나마 단목극이 정상이었다.
“누가 또 온다!”
단목극이 약간 굳어진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여러 악인이 모이다
저기 멀리 하늘 끄트머리에서 한 척의 용선(龍船)이 나타났다. 그 용선의 머리 위에는 매우 잘생긴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다만 입술이 얇아 다소 무정한 인상이었다.
뒷짐을 진 채 고고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그는 금색 무늬로 장식된 붉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으며, 어깨에 닿는 검은 머리는 옷깃을 타고 부드럽게 바람에 휘날렸다.
그 자의 뒤에 한 사람이 더 서 있었다. 스무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그는 평범하게 생겼지만 두 눈에서는 계속해서 사악한 붉은 빛이 번득였다.
용선이 도착하자 붉은 옷의 남자와 뒤에 있던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
한제는 붉은 옷의 남자를 살폈다. 그자의 몸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가득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생 녹지 않을 얼음으로 뼈가 이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붉은 옷의 남자는 서늘한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돌조각 지대에서 싸우고 있던 왕청월과 한제를 살핀 그는 마지막으로 단목극을 바라보며 서리처럼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끄럽군!”
단목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육욕마군, 천 년 만이군 그래. 수준도 아주 많이 늘었고…”